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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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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8,630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작성
21.05.1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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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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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5화

DUMMY

“피난민이라고?”


“피난민이 맞나? 잘못 본 게 아닐까?”


“잘못 본다고? 무엇으로?”


“그야 마족...”


“조용!!”


제이스에 말에 의해 소란이 더욱 커져갔지만, 알렌의 한 마디에 의해 간단히 일축되었다.


[고유스킬인 카리스마가 생성되었습니다.]


카리스마 랭크 F (Lv 1) 경험치 00.0%


- 자신의 권위를 증가시키며, 주변인이나 적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


“제이스. 피난민의 규모와 위치, 상황에 대해 상세히 말해보도록.”


“예. 마을로부터 북서쪽 방향에 위치한 언덕 저 너머, 상처 입은 피난민 열둘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상처?”


“예. 아무래도 습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습격을 받았다는 말에 다시금 커져가는 웅성임. 그렇게 커져가고 번져가는 불안감 속에서 하나의 창이 튀어 나왔다.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피난민을 구해내라!>


- 마왕군을 피해 도망쳐온 피난민들이 늑대무리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을 구하시겠습니까? Y/N


성공 보수가 ???라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게임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맞이한 퀘스트 다운 퀘스트. 알렌은 생각할 것도 없이 Yes를 선택했다.


- 피난민들은 얼마 전의 브리드 마을의 영지민들처럼 지칠 대로 지친 상황입니다.

피해 입고 지친 피난민들을 무사히 브리드 마을 안으로 피신시키세요.


퀘스트 성공 시

- ???


퀘스트 실패 시

- 영지민들의 행복도 저하, 추가적인 불이익.


“알렌님...”


점점 소란스러워지는 상황에 한나 또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알렌을 바라보았다.


“걱정 마. 네 주군인 알렌 카슈발만 믿어라.”


그렇게 한나를 다독인 그는 눈을 감고 작게 심호흡을 했다.


‘나는 영주다 나는 귀족이다 나는 영주다 나는 귀족이다 나는 영주다 나는 귀족이다 나는 영주다 나는 귀족이다 나는 영주다 나는 귀족이다 나는 영주다 나는 귀족이다 나는 영주다 나는 귀족이다 나는 영주다 나는 귀족이다 나는 영주다 나는 귀족이다...’


“...알렌님?”


자기 세뇌를 끝마치며 각종 창작물에서 흘러나오던 연설문들을 머릿속에서 대충 그럴싸하게 베껴낸 알렌은, 낮은 기침을 내뱉으며 영지민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영지민들이여 들어라! 나는 그대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잘 알고 있다!”


“......”


지어지다 만 마을 회관의 앞. 침묵 속에서 여러 쌍의 눈빛들이 가만히 알렌을 향했다.


“쫓기는 저들의 모습이 얼마 전 자신들의 모습 같아서 두려울 테지. 마왕군이 저들을 뒤쫓는 것 같아서 두려울 테지!”


울컥.


일종의 도발과도 같은 그의 발언에, 영지민들의 가슴 속에 반발감과 자격지심을 원료로 한 분노라는 불꽃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알렌을 향해 덮쳐 올 것만 같은 영지민들의 모습에 한나는 상황을 살피며 손을 검의 손잡이에 가져다댔지만, 정작 알렌은 그 불꽃 속에서도 당당했다. 마치 저 불꽃이 자신을 태워버릴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듯이 말이다.


“허나 언제까지 도망칠 텐가! 이번에도 간신히 얻은 터전을 버릴 셈인가? 이번엔 세상 끝자락까지라도 도망칠 것인가?”


“...도망치지 않아.”


“누가 도망친다고 그래!”


알렌을 향해 거세져가던 불꽃의 기세는, 그저 말 몇 마디의 만으로 가상의 적을 향해 전환되었다.


“도망치지 말자!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는다! 맞서 싸울 것이다!”


“물러서지 않는다!”


두려움을 자신을 향한 분노로, 그리고 그 분노의 칼끝을 적을 향해 돌리는 알렌의 모습에 한나는 작게 입을 벌린 채 알렌을 바라보았다.


“자! 피난민을. 아니, 동포를 구하자!”


“와아아아!”


“구해내자! 동포를 구해내자!”


“......”


“가자. 앞장서라 제이스. 피난민들은 어디지?”


* * *


“아까 전에 그건 뭐였나요 알렌님?”


사람들을 그러모아 나선 행군길의 선두. 선두에서 궁금증을 참지 못한 한나가 눈을 빛내며 알렌에게 질문을 했다.


“뭐가?”


“맞서 싸우자! 하면서 사람들을 막 이리저리 휘두른 거 말이에요.”


휘두른다- 라는 원색적이면서도 정확한 표현에 알렌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노, 놀리지 마세요!”


“아냐아냐 놀리려고 한 게 아니야 미안해.”


미간을 찌푸리며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한나를 달래며 재차 입을 열었다.


“크흠. 그건 말이야... 뭐랄까... 예전에 친구 놈한테 배웠어.”


“친구 분에게서요?”


“그래.”


고등학교 시절. 강현수 그 놈이 싹퉁바가지 없던 시절에 잘 사용하던 방법이었다. 그 장난질에 휘말려 강현수 그 놈을 죽여 버리고 싶었던 생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인간관계란 참 신기하단 말이야?”


“예??”


“영주님! 찾았습니다!”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는 한나를 뒤로하며 제이스가 가리키는 지점으로 눈을 집중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낮은 언덕의 중턱. 그 한 곳에 둥글게 모여 있는 열 명 남짓의 피난민들을 어렵잖게 발견할 수 있었지만, 불청객 또한 발견 할 수 있었다.


컹!


컹컹!


피난민들을 둘러싼 수십 마리의 늑대들이 주변을 배회하며 위협을 가하고 있던 것이었다.


“저... 저게 다 몇 마리야...”


얼추 헤아려도 30은 되어 보이는 수의 늑대들. 피난민들은 원형으로 나름의 방진을 구축했지만, 늑대들이 한꺼번에 달려들면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에 비해 이쪽은...’


‘군대 확인.’


[브리드 마을 방위군]


- 지휘자 : 알렌 카슈발


- 규모 : 경보병 11명


- 등급 : 오합지졸 민병대 (F랭크)


- 사기 : 낮음 (40%)


늑대무리에 절반도 되지 않는 수. 거기에 전투에 능하다 규정할 수 있는 건 정식기사이자 내 부관인 한나와, 정규 훈련과정을 거친 두 병사. 그리고 세 명의 사냥꾼들뿐이었다. 하다못해 무기의 질이라도 좋으면 모를까, 무기 또한 벌목용 도끼에 나무 몽둥이. 그야말로 오합지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다른 사냥조까지 규합해서 올 걸 그랬나? 아냐 그랬으면 전멸해서 퀘스트가 실패했을 거야.’


만약을 가장하는 건 아직 이르다.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 첫 번째로 맞이하는 퀘스트. 언뜻 보면 어거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안 좋은 그림이지만, 사실상 그렇게 어려운 난이도는 아닐 것이다.


그렇게 알렌은, 자신이 놓치고 있는 맹점을 찾아 늑대무리와 피난민 무리를 바라보았다.


‘...보였다!’


“영주님. 안타깝지만 저들은 저희가 어쩔 수 있는 것이...”


“나약한 소리하지 마라! 늑대들의 수가 많긴 하지만 그뿐, 자세히 보면 죄다 상처 입은 놈들이다!”


병사인 빌의 말을 일축하며 늑대들을 가리키자, 사냥꾼들의 조장인 제이스가 뒤이어 입을 열었다.


“여. 영주님 말씀이 옳습니다. 게다가 녀석들의 움직임이 어딘지 모르게 굼떠 보이는 게 지친 것 같습니다.”


오오오-


[군대의 사기가 상승했습니다!]


[남들이 보지 못한 상황의 흐름을 꿰뚫어 보았습니다.]


[통찰 스킬(고유형)을 습득하게 되었습니다!]


- 통찰 : 랭크 MAX (Lv MAX)


- 눈에 보이는 상황과 흐름을 보다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 전략과 계책 스킬 랭크에 비례해 효과가 증가합니다.


“전군 전진! 일단 저들과의 거리를 좁힌다!”


“전진!”


자신감도 회복하고 사기도 오른 군대는 한 마디의 불평불만도 없이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건 늑대들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전략을 세우는 것뿐. 하지만 전투에 대한 정규훈련을 거친 건 겨우 셋. 이런 오합지졸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잠시 정지!”


비교적 고지대를 선점한 덕분인지, 아니면 늑대들과 피난민들이 서로를 향해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지 들키지 않고 비교적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제이스 이 정도 거리라면 늑대들을 쏘아 맞출 수 있겠나?”


“언제든지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좋다!”


허리에 매어진 검을 뽑아들었다.


시퍼렇게 날이 선 칼날. 그 끝을 늑대들을 향해 내밀며 입을 열었다.


“병사들이여! 우리의 영토를 침범한 저 미개한 늑대들에게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주자!”


“와아아아!”


“와아아아아!”


[당신의 연설로 인해 군대의 사기가 상승했습니다.]


[군대의 사기가 높습니다.]


컹!?


커겅!?


일련의 무리가 갑작스레 뒤에서 나타나 소리를 지르자 당황하는 늑대들. 하지만


컹 컹! 그르르르르!!


한 존재의 지시에 의해 혼란이 금세 수습되었고, 피난민을 포위하고 있던 무리 중 일부가 이쪽을 향해 배치되기 시작했다.


“저 덩치 큰 놈이 우두머리로군. 한나 크리사오르!”


“예!”


“나에게 승리를! 나의 기사로서 명예와 위엄을 세우도록!”


“카슈발의 기사! 한나 크리사오르! 명을 받들겠습니다!”


미소를 지우고 두 손으로 잡은 자신의 검을 가슴팍 앞에서 높이 세운 여기사가 자신의 적을 향해 눈빛을 번뜩이며 선두에 나서기 시작했다.


“전군! 돌격하라!”


“이야아아아아!”


“돌겨어어억!”


어차피 전쟁이란 기세싸움.


진법? 전술? 그런 것보단 한데 모여 돌격해 질량으로 밀어 붙이는 게 지금 상황에선 최선의 수단이다.


아우우우우!!


컹!


컹!


우두머리의 하울링에 따라 마주 달려오는 늑대무리들. 아무리 상처 입고 지친 늑대라 할지라도 늑대는 늑대. 피해는 불가결이었다.


“지금이다 제이스!”


피잉-


대답대신 쏘아져 나간 화살들이 세차게 공기를 가르며 선두에 나선 늑대들을 저격해 나갔다.


팍 파팍!


캥!


목과 몸통에 화살이 정확히 꽂힌 두 마리의 늑대가 땅바닥을 나뒹굴었지만, 늑대무리의 예봉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이윽고 두 마리의 늑대가 한나를 향해 이빨을 들이밀며 도약했다.


크아앙!


하지만 한나는 한 점의 흔들림 없이 차분히 늑대를 주시하며 자신의 검을 붙잡았다.


아무리 이도저도 아닌 존재라 일컬어지는 만능형이라 한들 그래도 기사는 기사. 기량 D랭크에 달하는 그녀는 겨우 늑대 한 둘 따위에게 쩔쩔 맬 만한 존재가 아니다.


“하압!”


이격.


금발의 기사는 왼쪽에서 먼저 달려들던 늑대의 몸통을 올려 베고 오른쪽에서 달려들던 늑대의 목을 검으로 관통시키며 순식간에 늑대 두 마리의 목숨을 앗아갔다.


!?


“공격하라!”


“우오오오오!”


한나의 활약에 힘입어 공격을 이어가는 민병대. 그렇게 늑대무리가 점차 밀리기 시작하자 사태를 바라보던 우두머리가 발을 움직였다. 그 때


“와아아아아!”


포위망 내부에서 방진을 구축하던 피난민들이 공세에 나섰다.


“공격하라! 지금이 기회다!”


“늑대 놈들에게 복수하자!”


기세를 타고 공격을 이어가는 알렌의 민병대와 민병대에 호응하듯 들고 일어선 피난민들. 그리고 깨알같이 쏘아지는 화살까지. 늑대들은 어디를, 누구를 공격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며 우왕좌왕거렸고, 전황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기울어졌다.


크르르르르.... 아우우우우!


우두머리의 분노 섞인 하울링이 울려 퍼지자 행동을 주춤하던 늑대들이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늑대 놈들이 도망친다!”


“쫓아라!”


“전투 종료! 전투 종료! 추격하지 마라!”


마지막으로 몸을 피하던 우두머리 늑대는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알렌을 바라보았다.


고오오오-


“윽.”


살기가 가득 담긴 흉흉한 눈빛을 한 차례 쏘아 보내던 우두머리는 다시금 걸음을 내달려 늑대 무리들과 함께 저 멀리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저 늑대가 감히 알렌님한테...”


“괜찮아. 별 거 아니야.”


대신해서 분노해주는 한나를 제지하며, 알렌은 마지막으로 할 일을 마치기 위해 눈을 돌렸다.


“......”


즐비하게 널브러진 늑대들의 시체와, 늑대들의 피를 뒤집어 쓴 채 상기된 표정으로 리더를 바라보는 병사들. 그 속에서 알렌은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우리들의 승리다!”


“와아아아아아!”


우레와도 같이 쏟아지는 함성 속에서, 첫 번째 전투이자 첫 번째 승리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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