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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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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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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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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7,784

작성
21.05.1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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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화

DUMMY

대낮의 한 카페. 평범한 길거리에 있는 여느 흔한 프렌차이즈의 이름 하나 달리지 않은 곳이지만, 임대료와 기타비용들을 지불할 정도만큼은 버는 그런 곳이었다.


딸랑.


“어서오세요 딜라니스 커피입니다.”


한가롭게 커피잔의 물기를 닦아내던 직원이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새로 들어온 손님을 반겼다. 아니, 반기는 것 같았다.


“맛있는 걸로 하나 주세요 정성민씨.”


“저희 카페는 전부 맛있습니다 손님.”


“정말요? 사기 치는 거 아닌 거죠? 맛없으면 환불 가능한 거죠?”


“...그냥 나가주시겠어요 손님?”


“와- VIP손님에게 이래도 되는 겁니까?”


어디서든 볼 법한 평범하고 수수한 차림의 훤칠한 미남이었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 눈에는 보이는 메이커를 두른 사내는 장난스런 미소와 함께 황금색의 카드를 건넸고, 카드를 받은 직원은 익숙하게 패널을 누르며 결제를 했다.


“일개 카페 직원에게 VIP 손님이란 말없이 아메리카노만 시켜주시는 손님입니다. 강현수씨.”


강현수.


그가 고등학교 때부터 알아온 친구로, 부티가 숨겨지지 않는 반들반들한 얼굴에 번지르르한 올림 머리스타일, 그리고 대충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태가 나는 옷매무새를 보듯 태생부터 부자인 녀석이었다. 때문에 그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라온 환경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어울릴 수 없겠네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자고로 사람의 인연은 누구도 알 수 없는 법이었다.


“일은 할 만하냐?”


“카페일 정도는 일도 아니야.”


일정량의 커피콩을 기구에 집어넣고선 맷돌을 돌리듯 작동을 시작하자, 기분 좋은 백색소음과 함께 커피가 적당한 크기로 갈려나가기 시작했다.


“......”


“그냥 쉬고만 있긴 조금 그래서 이러고 있는 건데 뭐. 불만 있어?”


“조금? 조금이라는 게 주말에 카페 알바를 하는 거냐?”


“왜 그래? 이런 조용한 카페에서 하는 카페일 정도야 간단하지. 그리고 가만히 있으면 식비나 월세가 해결 되는 줄 알아?”


평일에는 회사를 다니고 있긴 하지만, 집에서 나와 자취를 하고 있는 정성민에게 식비와 월세는 물론, 폰 요금과 기타 생활비와 소소한 적금까지. 전부 돈이 필요한 생활이었다.


“...그래서, 뭣 때문인데?”


커피를 내놓으며 꺼낸 그의 말에, 강현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뭐긴, 그랜드 심포니아지.”


“...아 그거.”


그랜드 심포니아.


기라성 같은 업적을 쌓은 거대한 게임회사 갤럭시가 최근 오픈 서비스를 시작한 가상현실전략게임으로, 자신이 직접 영지를 키워 세력을 넓히며 다른 유저들과 전쟁을 벌이는 게임이다. 엄청난 그래픽과 유명사이트들이 잇따른 극찬과 드높은 평점. 그리고 유저들의 연이은 호평이 이어졌으며, 그 유명성은 저기 앉은 손님 몇 명이 게임 이름을 듣자마자 이쪽으로 시선을 돌릴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단 하나. 이 모든 걸 뒤엎어 버릴 정도로 단 한 가지의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으니.


“그거 게임하는 데 필요한 금액이 천만 원이야 천만 원! 미친 게임이라고!”


게임을 하는 데 자그마치 천만 원이 필요하다는 사상초유의 상황에 세상은 크게 들썩였다.


천만 원이 넘는 정신 나간 가격의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 팔아야 할 장기 리스트 효율적으로 분석해 봄

학교 등록금 VS 스펙타클한 이세계. 당신의 선택은?


사이트에는 이런 게시글이 줄줄이 나돌았고,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천만 원 쉽게 버는 법. 천만 원 버는 주식 알려줌. 돈 걱정 없이 게임하는 법(삐슝뿌슝빠슝!) 이런 동영상들이 줄줄이 만들어지고, 수준 낮은 사이트에서는 부동산, 주식, 인터넷도박, 대출관련 광고가 판을 치고 있었다.


“너 아직 천만 원 못 벌었어?”


“못 벌었어 미친놈아! 대출금이랑 빚 갚은 게 언젠데!”


진심어린 놀란 눈을 하는 부르주아의 말에, 일개서민은 알바중인 현실을 망각하고 소리를 질렀다.


때문에 놀란 사람들은 둘을 바라봤고, 둘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죄를 이어갔다.


“허어- 그렇게 일하고도 천만 원을 못 버는 구나...”


친구의 진지한 발언에 정성민은 깊은 빡침을 누르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내가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알바랑 일을 계속 하긴 했는데. 그래도 천만 원은 무리지 임마.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빚 다 갚은 게 겨우 얼마 전이라고.”


“퇴직금까지 포함하면?”


“...너 지금 나보고 회사 퇴직하고 퇴직금을 꼴아 박으라는 거냐?”


“그래서, 돼 안 돼? 네 퇴직금 정도는 알고 있을 거 아냐?”


“......”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퇴직을 생각하는 직장인과 어떻게든 버텨야 겠다고 생각하는 직장인. 하지만 그 두 부류의 사람들 모두, 자신이 퇴직하면 얼마 나오는지 정도는 주기적으로 계산하는 법이다. 정성민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하여 퇴직금까지 합치면 얼추 천은 넘긴다는 계산정도는 금방 도출해 낼 수 있었다.


“가자 친구야! 퇴직금 전부 꼴아 박아요!”


“......”


자기일 아니라고 막 말하는 강현수. 그에 정성민은 다시금 치밀어 오르려는 깊은 분노를 지긋이 가라앉혔고, 임계점에 도달한 그의 모습을 보며 강현수 또한 한 발짝 물러섰다.


“하하하- 농담 농-담.”


“...정 그러면 네가 직접 사주지 그래?”


“우리가 천만 원이나 해 줄 정도로 깊은 관계는 아니잖아? 아.직.은.”


라며 커피잔의 주둥이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에, 그는 오소소 돋는 닭살을 느끼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빌려주는 거라면 해줄... 아니, 내가 실언했다.”


“그런 말이나 하실 거면 집이나 가주시죠 손님.”


“아 미안미안. 이번엔 진짜 미안했어.”


“......”


친구의 눈치를 살피던 그는 헛기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솔직히 헤드기어 값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천만 원은 너무 비싸지. 그러니까 업계 놈들도 조만간 가격 쭉쭉 내릴 거야.”


IT업계의 큰손인 아버지를 두었으며, 그런 아버지의 절차를 밟아가는 강현수의 말이다. 신용은 충분했다.


“그러니 이 형님이 먼저 즐기고 있을테니 너는 나중에 들어오렴. 버스 정도는 태워줄게.”


“그래. 천만 원 이하로 떨어졌을 때 다시 이야기 하자.”


“으으 서민충 극혐.”


“그 발언 기억하마 이 망할 부르주아야.”


정성민은 플레이 하는데 천만 원이나 필요한 게임에 다시금 코웃음을 치며, 그저 상류층이나 즐길 법한, 자신과는 연이 전혀 없는 게임이라 생각하며 이름 자체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하지만 그 생각이 바뀌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다음날 카페


“나 그 게임한다.”


“하루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회사 퇴직금. 그 게임 계정 값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개이득인데?”


뽀드득... 뽀드득...


유리잔이 깨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뽀드득거리는 소리만이 감돌자, 그도 말이 조금 심했다 싶었는지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이며 시선을 돌리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근데 왜 그렇게 된 건데?”


“사장이 게임 계정을 구매했는데 마누라한테 걸려서 나한테 넘겼다- 라는 게 가설. 하지만 그 가설의 출처가 사장의 오른팔인 차장님이니, 정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계정 반품하면 되는데? 아니 그 전에, 퇴사?”


“회사의 재정 악화로 인한 인력 감축이라는 별 그지 같은 이유로 강퇴라는 거지.”


“너 그런 회사를 잘도 다녔... 아니지, 변호사님 한 분 소개시켜 줄까?”


“하아~ 됐다. 법정싸움이 쉬운 것만도 아닌 것 같고, 이후에도 이래저래 귀찮은 일이 생길 것도 같고... 그럴 바에야 그냥 게임 하고 말지 뭐! 기왕 이렇게 된 거 나도 갓겜 한 번 즐겨보자!”


“......축하한다?”


현수는 박수를 치며 친구의 퇴사를 축하해 주었다. 하지만 손뼉을 치면서도 소리가 나지 않는 모습에 현수는 의아함을 가득 품었다.


‘저건 대체 무슨 요령이지?’


“회사는? 네 성격 봐서는 얼마 안 있어 구직할 거 같은데?”


“두세 달 정도는 쉬려고. 지금은 회사니 구직이니 할 기운이 없네.”


“잘 생각했다 야. 너 고등학교 이후로 제대로 쉰 적 없잖냐? 응?”


현수의 말에 성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능을 앞두고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세가 기운 이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현실을 도피하듯 군대를 입대한 성민은, 이후 제대로 된 휴식 한 번 취한 적 없이 빚을 갚기 위해 알바 - 구직활동 - 일에 몰두했다.


‘이번에야말로 부모님을 찾아가 볼... 볼... 으음...’


성민은 아버지와 만난다는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 두방망이질 쳐대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런 성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현수가 잘 됐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너 게임 잘하니까 나 캐리 좀 해줘라 성민아.”


“...이게 사람새끼의 인성인가?”


현수는 게임을 좋아하긴 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의 이해도와 센스가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노력을 들이면 들이는 만큼 실력이 성장하는, 이른바 대기만성 형 슬로우 스타터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특전 한 번 노려봐.”


“특전? 무슨?”


“? 그거 몰라? 마왕을 몰아내는데 공적을 세운 베스트 유저 10인한테는 1억을 주고, 대륙의 지배자한테는 100억을 준다잖아.”


“...레알?”


“그래! 너 고등학교 때 대전략 계열의 매니악한 게임 세계 랭커도 되고 그랬잖아? 한 번 노려봐!”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거짓 한 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강현수. 그의 말을 들으며 정성민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100억... 은 무리더라도 1억... 1억이라... 아니, 순위권에 드는 게 쉽... 진 않겠지만 노려볼 만은 하지 않을까나...?’


“시작 포인트 어디로 정했어? 성장 방식은 어떻게 할 거야? 종교는 뭘로 할 거고?”


사색에 빠진 사이 눈을 빛내며 내게 들이대는 강현수의 모습에, 여성손님들이 눈을 빛내며 이쪽을 바라봤다. 성격은 조금 그래도 이성이 꼬이기에는 충분한 얼굴이다. 실제로 여럿 사귀어 본 적이 있는 녀석이니깐 아무튼.


“아 얼굴 치워! 나 아직 그 게임 잘 몰라!”


“그래? 그럼 벗어.”


테이크아웃 테이블을 훌쩍 뛰어넘고서 다가온 현수는 단숨에 나를 제압하고선 나를 뒤돌려 뒤를 잡았고, 그 모습에 카페에서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던 여성 고객들이 작게 비명을 질렀다.


확실히 성민은 친구인 현수에 비해선 빛을 바래는 외모이긴 하지만, ‘그쪽’ 업계에서 무슨 역할을 하든 충분히 먹히는 얼굴이였다.


조용한 내부와 깔끔한 인테리어도 한몫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나 말끔하고 청결한 외모와 복장. 그리고 가식적으로 보이지 않는 – 것만 같아 보이는 – 영업용 미소와 태도는, 현재의 여성 단골들을 유치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작 자신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 하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두 남성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작은 다툼은 여성 손님들로 하여금 탄식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멋! 집착광공!?”


“저런 걸 여기서 볼 줄이야...”


“오빠들 나 죽어...”


“자. 잠깐! 너... 너 설마 그런!?”


“무슨 생각하는 거야 미친놈아 내가 알바 뛰어줄 테니까 게임 예습이나 하고 와.”


“엥?”


순식간에 앞치마를 벗겨내고서 스스로 착용한 현수는, 성민을 저 멀리 내쫓아냈다.


“...어. 어!?”


“가 임마. 네 돈 안 떼어 먹을테니까 걱정 말고.”


성민은 황당한 표정으로 친구의 얼굴을 바라봤지만, 현수는 웃으며 어서 가라고 손을 흔들 뿐이었다.


* * *


현수가 부잣집 도련님이긴 해도 편의점이나 커피집 알바는 해봤으니 걱정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시간을 살펴보니 현재시각 오후 3시. 참고로 내 알바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뭐야. 겨우 1시간 대타잖아.”


볼멘소리를 내뱉긴 했지만 1시간뿐이더라도 업무시간이 단축되었다는 건 기쁜 일이었다. 그렇게 학창시절의 단축수업 같은 싱숭생숭한 느낌으로 집에 돌아왔다.


딸깍.


검색을 하자, 공략사이트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하나의 홍보영상.


“1시간짜리 홍보영상? 미쳤네?”


딸깍.


하지만 그 홍보영상을 클릭하는 순간, 나는 밤을 새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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