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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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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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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8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작성
21.05.2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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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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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3쪽

9화

DUMMY

“이제 좀 마을 같네.”


벌목캠프와 사냥캠프. 그리고 낚시터를 지어 물품과 식품의 채집량을 증가시켰고, 창고와 식량창고를 지어 기타 물품과 식품의 적재를 원활하게 만들었다. 창고의 옆에는 제단실을 만들어 거래를 통해 얻은 천으로 새로운 옷을 만들거나 헤진 옷을 재활용하고 있었다. 또한 숙식으로는 다수의 영지민들을 한꺼번에 수용하기 위해 있는 세 개의 합숙소를 지었으며, 마을회관 앞에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을 만들고 그 옆에는 식당(이라는 이름의 보급소)을 만들어 밥을 사람답게 테이블 위에서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을의 외곽에 나홀로 위치한 작은 대장간.


깡 깡 깡... 깡!!


잦아든 망치질 소리와 함께, 대장장이라는 ‘본업’으로 돌아간 케빈이 대장간에서 천에 둘둘 감은 어떤 물품을 들고 나타났다.


“오셨습니까 영주님.”


“오래 걸렸군.”


“평생 철을 다루다 무르고 무른 동을 다뤄보니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 점은 고려해 주세요 영주님.”


언제나처럼 퉁명스러운 말투. 하지만 자신감이 가득 담긴 우직한 얼굴은 밉게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천을 풀자, 그 속에서 나온 건 황색의 빛을 발하는 한 자루의 검이었다.


[브리드 영지에 처음으로 황동무구가 만들어졌습니다!]


[명성이 올랐습니다!]


[야금술의 랭크가 올랐습니다!]


그랜드 심포니아의 세계관은 당연히 철기시대다. 하지만 철기를 누리기 위해서는 철이라는 기본적인 재료와 그걸 다룰 줄 아는 기술자는 물론, 철에 고온을 가해 녹이고 다룰 수 있는 기반시설이 받쳐줘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런 용광로 같은 걸 만들 여력이 안된다는 거지.’


그러니 지금에 와서 철기기술은, 일종의 로스트 테크놀로지 같은 것이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아쉽습니다. 주석만 있었으면 동검이 아니라 청동검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케빈 영감의 말처럼 그건 나도 아쉽긴 하지만... 그거 샀으면 우리 거지라고... 지금 저기에 있는 순무 밭은 엄두도 못 낼 정도인 걸?”


알렌은 일전의 거래에서 얻어내어, 마을 한 곳에서 재배를 시작한 순무 밭을 가리켰다. 거래할 당시 제나스 베고트가 제시한 주석의 가격은 무려 동의 10배. 어이가 없을 정도로 과한 폭리였지만, 유일한 판매자가 싫으면 말던가- 하는 바람에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주석이라는 게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평범한 동을 청동으로 만드는데 필수적인 자원이라는 걸 알긴 하지만


‘아무리 주석이 귀해도 그렇지 그 가격은 에바지 진짜...’


“에이- 그럴 땐 있는 거 없는 거 다 쥐어짜서 사야하는 법인데...”


생각을 흐리는 조용조용하고도 맑은 목소리에 검은 머리칼을 흩날리며 나타난 그녀. 란이었다.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떤 수를 써서든 가져야 하는 법 아닌가요?”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는 장난기가 가득 담겨있었지만, 동시에 사람을 시험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란씨가 어깨에 두른 그 가죽만 있었어도 주석은 어렵지 않게 얻었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앗! 이건 안 되죠!”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한 발자국 물러나며,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이 숄 머플러처럼 어깨에 두른 가죽을 두 손으로 꼭 붙잡는 그녀.


알렌은 그 모습을 보며 며칠 전의 일을 떠올렸다.


“란씨 덕분에 거래에서 낭패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예에 그렇지요오.”


자신을 향한 칭찬에 뿌듯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란.


‘별 거 아닙니다- 제가 한 게 뭐가 있나요-’ 또는 ‘살짝 거들었을 뿐입니다-’ 라는 등의 으레 있는 답변을 생각하던 알렌으로선 처음 겪는 인간군상에 말없이 망설였지만, 이내 헛기침을 하며 재차 입을 열었다.


“크흠! 그러니 란씨가 바라는 게 있으면 하나 선물로 드리려고 하는데...”


“영주님이 그렇게까지 제게 감사인사를 하겠다면...”


<모피>


종류 : 늑대.


품질 : 중상급.


- 꽤나 가치 있는 품질의 모피입니다.


- 손재주가 좋은 사람의 손에 의해 가공된다면 기대해 볼 법한 물품이 나올 것입니다.


“저는 이거 하나면 족합니다.”


“......”


생각을 했어야 했다.


누구보다 먼저 상품의 품질을 알아본 란이였기에 모피 중에서 제일 좋은 상품을 가려내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고, 결과적으로 가장 질 좋은 모피가 그녀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상인 양반도 꽤나 가지고 싶어한 거였는데... 내가 왜 저걸 안 팔았지?’


“이건 이미 제 거니까 더 이상 눈독 들이지 마시길 영주님.”


“안 합니다! 안 그래요! 저도 염치라는 게 있습니다!”


“흐음- 그런가요?”


어린아이를 놀리는 것만 같은 말투. 하지만 악의는 일절 담기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알렌은 난처함을 담아 팔짱을 끼고 있을 뿐이었다. 그 때


“부대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타이밍 좋게 외친 감시병의 보고에 분위기가 전환되었다.


“흐음 타이밍이 좋군요.”


알렌은 마지막까지 장난스러운 란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한나와 민병대들을 맞이했다.


“한나 크리사오르! 알렌 카슈발 영주님께 전후 보고하겠습니다! 고블린 부대와의 전투 끝에 처치한 고블린 서른다섯! 놓친 고블린 넷! 민병대의 경상자는 셋! 이상입니다. 하지만...”


잠시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 흐리던 한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으며 굳은 표정으로 보고를 이어갔다.


“피난민의 사망자 다섯. 중상자 셋. 멀쩡한 피난민은... 겨우 셋입니다.”


“...수고 많았다 모두들.”


분명하고도 확실한 승전보고. 하지만 다수의 중상자와 처음으로 발생한 사상자의 모습에, 마을에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 마을의 불만도가 낮아지고 영주를 향한 충성도가 올라갑니다.


- 피난민을 마을에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피난민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일동! 중상을 입은 피난민을 부축하고 부상을 치료하라! 어서!”


“이쪽으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간 란이 두 명의 견습 치료사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고, 다수의 영지민들이 그녀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


“수고 많았어 한나 경.”


“예. 하지만...”


“한나 경은 내 명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 자책감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어.”


“...감사합니다 영주님.”


그제서야 괴로움이 담겨있던 한나의 푸른 눈이 조금이나마 위안을 가지게 되었다.


“그나저나... 고블린을 격퇴한 횟수가 벌써 세 번째인가.”


“예. 5일 만에 말이죠...?”


알렌의 혼잣말에 대답하던 한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며 말을 흐렸다.


“5일 동안 고블린과의 전투가 세 차례나 일어난 건 확실히 이상합니다.”


그리고 한나의 말에 호응하듯 제이스가 의견을 덧붙였다.


“흐음... 어딘가에 녀석들의 소굴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고블린들의 소굴이라...”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퀘스트?’


<고블린들의 출처를 파악하라!>


고블린들의 잦은 출몰과 습격으로 인해 영지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졌습니다. 수색대를 파견해 고블린들이 출몰한 원인을 찾아내십시오.


퀘스트 성공 시


- ???


퀘스트 실패 시


- ???


‘...생각해보자. 근 5일 동안 처치한 고블린 무리만 셋. 숫자로 계산하면 팔십에 달하는 고블린들을 죽인 거다. 이 정도면 근처에 고블린들의 소굴이 있다기보단 고블린들을 전멸시켰다- 라는 생각이 더 높은 확률이 아닐까?’


“...영주님?”


“제이스.”


“예.”


“지금 즉시 3인 수색대 3개조를 조직해서 파견한다.”


“예!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부족한 영지민들을 개고생 시키는 걸 수도 있지만, 자고로 화근은 방치해서는 안 되는 법.


‘고블린들의 소굴이 없었다 해도 주변 지형을 얼추 알아낼 수 있으니 완전 개고생은 아니지.’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찾았습니다! 고블린들의 소굴을 찾아냈습니다 영주님!”


심포니아 세계의 태양이 저물어가는 저녁. 정보를 가져온 건 빌이 소속되어 있던 수색조였다.


“위치와 규모는?”


“위치는 북동쪽 산자락에 위치한 동굴이었습니다. 하지만 규모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흐음...”


그 동안 포럼에 올라온 고블린에 대한 정보들을 몇 시간동안 조사하고 규합해 본 결과, 고블린 소굴에 존재하는 놈들의 개체 수는 최소 오십. 최대 삼백이었다.


‘5일 동안 처치한 수가 팔십이니까 최대치를 이백 언저리로 잡는 게 좋겠어. 제대로 자리를 잡은 고블린들은 개체 수가 쭉쭉 늘어난다고 하지만 그런 상황이 되었으면 이미 이 부근은 끝장났겠지. 전면전은 피하고 녀석들을 조금씩 꾀어내서 장기전을 벌이면...’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연계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연계 퀘스트?’


<고블린들의 소굴을 섬멸하라!>


수색 결과, 며칠 간 있었던 고블린들의 습격의 원인이 영지 부근에 스며든 고블린들의 거점 때문이라는 걸 알아냈습니다. 그대로 놔둔다면 영지의 안전에 커다란 문제를 끼치게 될 것입니다. 영지의 안전을 위해 고블린들의 거점을 소탕하십시오.


퀘스트 성공 시

- 영지민들의 행복도 상승

- 일정 기간 동안 군대의 전투력 상승

- ???


퀘스트 실패 시

- 영지민들의 행복도 및 충성도 저하

- 고블린 무리의 확대


퀘스트 기한 : 5일


“...5일!?”


예상치 못한 변수에 알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시각은 저녁. 밤에 몬스터를 토벌하러 출진한다는 건 미친 짓이나 다름없으니 출발을 내일로 미루는 건 어쩔 수 없는 법. 그렇다면 남은 기한은 고작 4일 뿐이다.


“4일... 게릴라... 동굴...”


“...영주님?”


이상증상을 보이는 알렌의 모습에 한나가 걱정 어린 얼굴로 말을 걸었지만, 알렌은 손을 들어 한나를 제지하며 생각을 이어갔다.


“...좋아! 출정인원은 삼십. 전원 지금부터 그들이 3일 동안 먹을 식량과 물을 준비하도록.”


“그 정도의 식량이면... 영지민들이 먹을 식량이 부족해질 겁니다 영주님.”


“영지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불만이 있겠지만 내일 하루 동안은 배급을 줄이도록. 그리고 내일 모래 즈음이면 순무를 수확할 수 있을 테니 그걸로 충당한다. 그리고 케빈.”


“알고 있수다. 내일 아침까지 대장간을 풀가동시켜 하나라도 더 많이 만들어 드리면 되는 거요?”


케빈의 말을 긍정하듯 알렌은 작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출정은 내일 아침! 만전을 기하도록!”


“옛!”


작은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어지러운 혼란 속에서 브리드 마을의 저녁 밤이 흘러갔다.


다음날 아침.


출정준비를 끝마치고 우뚝 선 삼십의 민병대와 기타 모든 영지민들이 한데 모인 가운데, 영주인 알렌이 그들의 앞에 섰다.


긴장감과 불안감. 그리고 두려움 가득한 얼굴들. 그런 면면을 훑어보던 알렌이 입을 열었다.


“녀석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른다.”


“?”


“삼십이 될 수도 있고 육십이 될 수도 있고 백이 될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알렌의 말에 점차 동요하며 웅성거리는 영지민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망칠 것인가? 맞서 싸워보지도 않고 녀석들이 영지를 유린하게 놔 둘 것인가?”


“...집을 또 잃는다고?”


“그럴 순 없어.”


“그리고 우린 이미 녀석들을 상대로 세 번이 완승을 거뒀다! 그런 존재에게 겁을 먹어서야 되겠나!”


“그래! 영주님 말이 맞아!”


“고블린 놈들 숫자만 많지, 사실 별 거 아니라고!”


[격려 + 언변 스킬이 성공하였습니다!]


[민병대와 영지민들의 사기가 고무되었습니다!]


“영주님. 정말 제가 따라가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현재, 한나는 알렌을 따르는 수하들 중 전투력이 가장 뛰어난 존재다. 민병대 열 명보다 그녀 한 명이 더욱 가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녀에겐 따로 맡겨야 할 중요한 일이 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 영지를 부탁할게 한나 경. 부탁해도 되는 거겠지?”


“......맡겨 주세요 영주님!”


자신의 흉갑을 주먹으로 탕 치며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알렌은 영지에 대한 걱정을 지우며 군대를 바라보았다.


“좋아! 전군! 출진한다!”


“우오오오!”


작가의말

내일은 하루 쉬고 다음화는 26일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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