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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웹소설 > 자유연재 > 게임, 판타지

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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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0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작성
21.05.2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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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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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7화

DUMMY

상인은 지극히 편의적인 존재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조달하고 제공하며, 새로운 필요가 생기면 그런 것들 또한 제공하는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범주 하에서 말이다.


상인이란 자선단체가 아니다.


물건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득을 취하고, 이득이 되지 않는 물건은 취급조차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마을과 마을을, 지역과 지역을 오가며 물건을 파는 행상인은 어떨까? 그것도 맹수와 산적과 괴물의 위협을 무릎 쓴 행상인 말이다.


‘정보 확인’


<스테이터스>


- 이름 : 제나스 베고트


- 직위 : 베고트 소小상단의 상단주


[메인 스킬]


행정 : ?랭크(Lv?) 경험치 : ??.?%


외교 : D랭크(Lv?) 경험치 : ??.?%


관리 : ?랭크(Lv?) 경험치 : ??.?%


전략 : D랭크(Lv?) 경험치 : ??.?%


계책 : D랭크(Lv?) 경험치 : ??.?%


[보조 스킬]


교역 : 랭크 ? (Lv ?) 경험치 ??.?%


- 상대방과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창출해 냅니다.

- 관리 스킬 랭크에 비례해 효과가 증가합니다.

- 대화와 행동을 통해, 거래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 능숙한 사람입니다.


카리스마 : 랭크 D (Lv ?) 경험치 ??.?%


- 자신의 권위를 증가시키며 주변인이나 적들에게 위압감을 줍니다.

- 자신의 휘하에 존재하는 이들을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습니다.


-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선 다른 이들로부터 정보를 얻거나 더 많은 등급의 정보 스킬이 필요합니다.


‘저 물음표는... 랭크가 최소 C 이상이라는 건가? 젠장, 뭐 이런 거물이 다 왔어!?’


그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던 알렌은,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입을 열었다.


“일단... 베고트씨가 판매하는 물건부터 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영주님께서 살 의향이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예의와 공손함이 느껴지는 말투와 행동. 하지만 그와 동시에 눈빛과 표정에서 드러나는 오만한 업신여김. 그 이중적인 가식을 속으로 넘기며 일렬횡대로 늘어선 베고트의 이두마차 속 물품들을 확인했다.


“...하. 오만하게 행동할 만 한 이유가 있었네.”


‘...정보확인.’


<1번 마차>

- 철검 35자루

- 창 30자루

- 활 10장

- 화살 450발

......


<2번 마차>

- 철괴 50kg

- 동괴 80kg

- 주석괴 30kg

......


<3번 마차>

- 가죽 갑옷 30벌

- 비단 20필

- 천 50필

.......


‘빼앗을까?’


견물생심이라는 말처럼, 눈앞에 자리한 수많은 물품들을 보고 있으니 정당한 거래가 아니라 그 외적인 방법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내 지워버렸다.


기습을 가한다 한 들 중무장한 호위병들을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을 뿐더러, 악명시스템이 존재하는 이 게임에서 상인을 습격하고 물건을 약탈한 후의 후폭풍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영주님?”


“잠시. 잠시 시간이 필요합니다.”


“많이 드리지는 못합니다?”


가식적인 미소와 함께 내려지는 통첩을 뒤로한 알렌은, 마을 내에서 유일하게 완성된 건물인 마을회관에서 브리드 마을의 주요인물들을 한데 모아 회의를 논했다.


“무기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영주님.”


“공구가 필요해요 공구가!”


“벌써 옷이 헤져가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소금도 거의 다 떨어졌습니다 영주님.”


“영주님.”


“영주님!”


“영주니임!!!”


“허어...”


영지에 꼭 필요한 것들만 구하려 했는데, 그 필수적인 것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이럴 때는...’


“...한나 경의 생각은 어떻지?”


한나를 향해 쏟아지는 모두의 시선. 하지만


“전부 필요합니다!”


호기롭게 즉답하는 한나의 모습에 모두의 시선이 다시금 되돌아왔다.


“아... 응... 그렇겠지. 그게 정답이지. 물어볼 사람을 잘못 골랐네...”


“다 얻을 수 있겠습니까?”


상황을 지켜보던 란이 말했다.


“...일단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내놓아야죠.”


알렌은 그렇게 말하며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이게 최선인가...”


마을회관 내부는 결정에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일부와, 불만족스럽다는 얼굴의 소수로 갈려있었다.


“어쩔 수 없지. 이번에 채택되지 못한 이들의 요구는 다음 번에...”


“결정하셨습니까!!”


“뭣!?”


나무상자에 앉아 있던 베고트의 커다란 목소리가 마을회관 내부까지 고스란히 들려왔다.


“시작하는 단계일수록 필요한 게 많은 법이지요! 하지만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는 법이니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선택하는 데 신중한 건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상인에게 있어 시간은 금이라는 걸 알아주시죠 영주님!!”


고민해봐야 살 게 얼마 없을테니 그만 고민하고 후딱 골라라- 라는 말뜻을 알아차린 몇몇이 분노에 주먹을 쥐었다.

“저. 저...”


“물품 준비하세요.”


알렌은 그렇게 말하며 창문을 활짝 열었다.


“으흠? 드디어 결정하셨...”


“망치 3자루, 동괴 3kg, 천 15필, 소금 1kg! 그리고 화살은 촉만 구매하고 싶은데 가능합니까?”


알렌의 제안에 베고트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 전에 영주님께서 제공하실 것을 보고 싶은데요?”


“좋습니다!”


그 말과 함께 물품을 들고 나타난 마을의 장정들이 임시 테이블 위에 물품을 늘어놓았다.


“흐음?”


“사슴모피 5장에 토끼모피 16장. 그리고 늑대모피 13장에 제국 금화 8개입니다.”


“호오- 마을을 설립한 지 얼마 안 되셨을텐데 짧은 기간 내에 나름 많이 모으셨군요. 거기에 대륙공용금화라...”


그것은 맨 처음. 게임을 스타팅 했을 당시 모든 캐릭터들에게 일괄적으로 주어졌던 제국 금화 10개 중 8개였다.


‘닭이나 양 같은 가축까지 팔고 있었으면 어떻게든 망설임 없이 사용했겠지만... 일단은 빼두자.’


“......”


말없이 진지하게 눈을 굴리며 물품들을 체크하고 생각하던 베고트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토끼모피는 3장당 사슴모피 1장 꼴이니 사슴모피 10장으로 계산을 하면... 사슴, 토끼, 늑대 세 종류 다 합쳐서 천 12필을 드리죠.”


“...뭐!?”


“그리고 금화 8개면 동괴 3kg이나 망치 + 소금 중 하나로 선택이 가능한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자. 잠깐, 모피. 모피가 그렇게 많은데 겨우 천 12필? 서부에선 모피 한 장에 천 한 필 가격이라 알고 있습니다만?”


이것 봐라? 하는 눈빛으로 눈썹을 살짝 들썩인 베고트. 하지만


“그 말대로입니다. 하지만 서부는 안정적이고 공급이 원활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많은 사병들을 데리고 다녀도 불안한 남부에 비해서 말이죠.”


“큭.”


오지와 험지를 다니는 행상인들에게 시세란 기준점이 아니라 참고점이다. 다른 지역에서 물건의 가격이 어떻든, 그들은 자신들이 구매한 가격에 온갖 추가비용을 붙여 자신이 원하는 금액을 받아내고 만다. 마치 그 옛날 대항해시대 당시의 향신료 무역상처럼 말이다.


‘...어떡하지? 남은 걸 다 내놓아야 하나? 거래 시작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그렇게 고민을 이어가던 그 때


“가치 계산이 잘못된 거 같은데요?”


뒷짐을 진 채 갑작스레 튀어나온 란이 모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평범한 가죽이라면 베고트씨의 셈법에 딱히 할 말이 없지만... 이 가죽. 당신이 가진 가죽보다 질이 좋은 거 잖아요?”


“...뭐?”


후두부를 망치로 맞은 것만 같은 충격과 함께 베고트를 바라보았다.


“......”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 베고트. 하지만 말없이 묵묵부답을 유지하는 그의 태도만으로 설명은 충분했고, 알렌은 지체 없이 자신의 모피 중 하나를 덥석 집어 들어 녀석의 마차 중 한 곳으로 달려갔다.


“잠깐...”


“저리 비켜!”


호위병의 제지를 밀쳐내고 마차 한 곳에 놓은 모피와, 손에 들린 모피를 번갈아 바라봤다.


언뜻 육안으로 보기에는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품질.


‘정보 확인!’


[품질의 비교를 확인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피>


-종류 : 늑대.


-품질 : 중하급.


- 보통의 평범한 품질에, 평범한 실력으로 무두질 된 모피입니다.


- 상급의 물품으로 가공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정보 확인!’


<모피>


-종류 : 늑대.


-품질 : 중급.


- 나름 가치가 있는 품질의 모피입니다.


- 상급 물품으로 가공이 가능합니다.


“......”


“...제가 물품을 잘못 확인했나 보군요.”


“상인이 상품의 품질 하나 제대로 보지 못하면 그냥 때려 치는 게 옳지 않을까요?”


순수한 어조 속에 깃든 독한 평가를 내뱉는 란의 말에 베고트는 그저 입을 다물 뿐이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알렌이 입을 열었다.


“자, 그럼 거래를 다시 시작해 볼까요?”


* * *


거래는 생각보다 간단히 끝났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의 물물거래에서 가격만 재조정하면 되는 것이었으니 금방 처리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이거... 이 정도로 남기는 거 없는 장사는 오랜만이군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베고트님께 이익이 되는 제안을 해 드리겠습니다.”


“? 어떤 걸...”


“저 피난민들을 저희가 받겠습니다.”


“!?”


알렌의 손이 저 뒤편, 허름한 행색을 하고 있는 일련의 무리를 가리키자, 베고트가 눈에 띄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상단을 관리하는 것과 동시에 저 정도의 인원을 관리하는 데 적잖은 힘이 드시지 않습니까? 매일 소모되는 식량 또한 적은 양이 아닐테고요.”


“하지만...”


“혹시나 해서하는 말이지만... 설마 베고트님께서 사람을 가지고 거래를 행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시죠?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만...?”


그 말과 함께 말문이 막힌 듯 침묵을 일관하는 베고트. 그런 베고트를 바라보며 알렌 또한 입을 다물었다.


“......카슈발 영주님 말씀대로입니다. 마왕군에 의해 대륙이 쑥대밭이 되었다 한들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도리가 있는 법 아닙니까?”


“그렇죠. 제 생각이 기우로 끝나서 다행...”


“허나 영주님. 그런 위험하고 저급한 발언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군요.”


‘...음.’


베고트의 덥수룩한 눈썹 밑에서 번뜩이는 서슬 퍼런 분노에 알렌은 직감했다.


자신이 지금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제가 말이 조금 심했군요. 실례했습니다.”


다급히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자


“뭐,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요.”


베고트 또한 그 모습에 가만히 화를 누그러트렸다.


“그럼.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아뇨 저야말로. 베고트님께서 와주신 덕분에 마을의 발전이 더욱 빨라질 것 같아 얼마나 기쁜지요.”


“하핫 저도 기대되는군요. 영주님의 마을이 살아남아 발전하는 모습을요.”


베고트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어떠한 의도도 담기지 않은, 순수한 인사에 알렌 또한 손을 내밀어 베고트의 손을 마주 잡았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드리자면 저 란이라는 사람. 그리 믿을만한 자는 아닙니다.”


“...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베고트의 말을 곱씹고 있자 멀찍이 있던 란이 말했다.


“두 사람. 제 험담하는 거 아니죠?”


“험담하는 거 맞습니다. 제가 누구 때문에 이런 손해를 보았는데 험담이 안 나옵니까?”


“베고트씨가 착하게 행동했으면 이런 일도 없을텐데 차암.”


“란씨가 말하는 착한 행동이 상인의 입장에선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걸 아시는 지 묻고 싶군요.”


“걱정 마세요. 제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게 해드릴테니까요.”


란의 대답을 들으며 알 수 없는 미소를 한 차례 터트린 베고트는, 다시 한 번 유려한 인사를 마지막으로 몸을 돌려 마차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런 그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알렌은 란을 향해 궁금해 하던 질문을 던졌다.


“...저 자와 아는 사이였나요?”


“그냥 이래저래 몇 번 만난 사이입니다.”


무미건조하게 간단히 대답하는 그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칼같이 대화를 끝맺는 그녀의 모습에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나중에 물어 볼 기회가 있겠지.’


베고트의 무리는 어느새 저 멀리 나아가, 한 손 이하 크기의 모습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동쪽에서 와서 남쪽으로 간다라... 최소 인구 50이상의 무리가 남쪽에 있다는 거겠지? 그것도 저 물품들을 전부 사들일 만 한 영지가 말이지.’


“뒤쫓을까요?”


묵직하고도 조용한 목소리. 제이스였다.


마치 알렌의 마음을 읽은 것만 같은 말이었지만, 알렌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뒤쫓는 걸 들켰다간 저 상인님이 우리 마을에 다시는 안 올수도 있다. 그건 피해야지.”


“알겠습니다.”


저 남쪽에 있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NPC가 다스리는 영지인지, 아니면 성격 더러운 유저가 다스리는 영지인지에 대한 생각들이 알렌의 머릿속을 어지럽혔지만, 눈앞에 떠오르는 여러 화면의 모습에 생각을 접었다.


[남부대륙의 행상인 제나스 베고트와의 거래에서 유의미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교역스킬이 생겼습니다!]


[당신을 따르는 무리의 규모가 50이 넘어갔습니다! 그에 따라 당신의 능력이 향상됩니다!]


[카리스마의 랭크가 E로 올랐습니다!]


‘지금 내 코가 석자인데 뭘 걱정해!’


“자자! 언제까지 가만히 있을 거야 너희들! 물건은 창고로 집어넣고, 각자의 업무에 복귀하도록! 그리고 한나 경은 피난민들을 안내하고! 움직인다! 실시!”


작가의말

다음 연재는 23일 일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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