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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1,886,961
추천수 :
8,304
글자수 :
367,925

작성
09.10.20 09:54
조회
26,583
추천
105
글자
8쪽

B.C.XXX - 10화 미안 (3) -

DUMMY

- 10화 미안 -


자신을 위협하던 원주민들은 이미 도망간지 오래. 그리고 앞에는 화려하게 치장된 모자를 쓰고 있던 원주민일 것이라 생각되어지는 인간을 열심히 뜯어 먹고 있는 호랑이 비슷한 짐승이 등을 보인채 엎드려 있었다.

민준은 순간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삼일간 피로가 쌓여 있던 다리를 갑작스레 크게 움직인 데다가 자신의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다리의 힘이 풀리고 만 것이다.

털석.

민준이 엉덩방아를 찧자 굶주린 배를 채우던 짐승이 순간적으로 동작을 멈추었다.

두근! 두근! 두근!

민준의 심장이 터질것 처럼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민준은 자신의 심장소리가 밖으로 들릴까 떨리는 손을 들어 천천히 가슴에 가져가 움켜 쥐었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후 슬쩍 고개를 틀었던 짐승은 다시 주둥이를 박고 고기를 뜯어 먹는데 열중했다.

그때 민준의 코를 간질이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분명 식욕을 당기는 맵고 달고 향긋한 그런 자극적인 냄새는 아니었다.

공간을 가득 채운 피냄새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민준의 코에 닿은 것은 그저 담백하고 날듯 말듯 하는 뭐라 정의할수 없는 그런 냄새였다.

꿀꺽.

민준의 목이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천천히 돌아갔다.

많이 돌릴 필요도 없었다. 바로 짐승의 옆, 그 자리에서 이미 꺼져버려 연기만 피어올리고 있는 모닥불이 있었고 그 위에 걸쳐진 조악한 토기에서 하얀 김이 몽글몽글 솟아 오르고 있었다.

하필이면, 왜 하필이면 바로 그 장소란 말인가.

민준은 삼일전 현관문을 나선 후 낯선 환경에 처했을때도 찾지 않았던 하늘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신에게 부르짖었다.

한번 냄새를 맡자 신기하게도 그 냄새가 코끝을 떠나질 않았다. 마치 어렸을때 디즈니 만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눈에 보이는 냄새가 스믈스믈 자신의 코를 향해 날아오는것 같았다. 하지만 그 옆에 배를 깔고 엎드려 있는 짐승은 민준으로 하여금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짐승이 슬그머니 일어나 등허리를 활처럼 세우더니 마치 인간이 그렇듯 기지개를 피기 시작했다. 그리곤 민준이 있는 방향으로 느릿하게 몸을 돌리기 시작했다.

사분 사분

덩치에 비해 믿을수 없을 만큼 가벼운 발걸음 이었다. 민준은 저 호랑이 비슷한 짐승이 저런 걸음으로 자신의 뒤를 따라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얼마 시간을 두지 않고 자신의 뒤에서 나타날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짐승은 완전히 몸을 돌려 민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짐승은 왕방울 만한 눈으로 민준을 지그시 주시하면서 커다란 입을 벌려 입가에 묻은 피를 핥았다.

꿀꺽.

민준은 마치 그것이 자신을 보고 입맛을 다시는 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 점점 민준의 앞으로 피에 절어 붉은 혀와 자신의 팔뚝길이만한 누런 이빨리 다가왔다.

꾸욱.

민준은 마치 심장소리가 나지 않으면 자신을 그냥 지나쳐갈까 싶었는지 가슴을 움켜진 손을 더욱 세게 말아 쥐었다. 분명 아플만도 한데 민준은 짐승의 커다란 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까득!

하는 소리와 함께 ‘아! 드디어 내 차례구나’ 하는 생각이 민준의 머리를 스쳐지나가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는데 도저히 맨정신으로 씹히는 자신의 몸을 지켜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사분 사분.

하지만 이상하게도 민준의 몸에선 어떠한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른 눈을 찔끔거리며 조심스레 뜬 민준은 먼저 자신의 다리를 살폈다.

멀쩡해 보였다.

조금 안심한 민준은 반대편 눈도 슬며시 뜨며 데굴데굴 눈알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도 그 앞에서 민준과 눈을 마주치던 짐승은 보이지 않았다.

“휴우.”

안도한 민준이 참았던 숨을 내쉬곤 냄새를 풍기고 있는 모닥불에 가기 위해 손으로 땅을 짚으며 반쯤 몸을 일으켜 세웠다.

“흡!”

민준은 몸을 일으키다 말고 다시한번 놀라 숨을 멈추며 엉거주춤한 자세 그대로 멈춰섰다.

짐승은 아직 떠나지 않았고 민준의 옆에서 머리가 날아간 원주민을 입에 물고 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놀란 민준과 다르게 짐승은 여유있는 몸짓으로 민준을 향해 씨익 웃어주고는 그가 나타났던 곳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물론 진짜 웃었는지는 모르지만 민준의 눈에는 그의 눈이 마치 웃는것처럼 느껴졌던게 사실이다.

민준은 짐승이 사라지고서도 한동안 몸을 세우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당장이라도 짐승이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앞발로 후려쳐 날려버릴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려움 만큼이나 급했던게 식욕이었는지 더 이상 참지 못한 민준은 살금살금 주위를 살피며 걸어가 토기 안을 들여다 보았다.

“밥이다!”

그랬다. 흙을 빗어 엉성하게 만든 토기 안에는 집에서 항상 먹어왔던 쌀알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모양만은 쌀처럼 생긴 것이 안에서 하얀 김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민준은 달려들어 두손으로 밥이라 생각되는 그것을 입에 퍼 넣었다. 그것은 매우 뜨거웠지만 오히려 차갑게 얼은 민준의 손에는 따뜻하게만 느껴졌다.

우물 우물 꿀꺽.

민준은 쉴새없이 하얀 알갱이들을 입에 쑤셔 넣었다.

비록 작고 껄끄러우며 뻣뻣하고 맛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게 그렇게 맛이 있었다.

“어허호후, 어허호후.”

민준은 입안에서 느껴지는 뜨거움에 연신 입김을 불어가며 몇 번 씹어 꿀꺽 삼켜 넘겼다. 순간적으로 훈련소에 훈련을 받던 여름날 조교가 나눠주던 뜨거운 물이 생각났지만 그 물에 비하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였다.

한동안 그렇게 입안에 우겨넣던 민준은 어느정도 배가 채워지고 먼저 소화 흡수된 포도당들이 머리에 흡수되자 자신의 상황이 어느정도 인식되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던 원시인같은 인간들. 그리고 자신 앞에서 방금전만해도 살아서 자신에게 뭐라 소리치던 이의 머리를 단숨에 날려 버리고 뒤이어 또다른 희생자를 뼈도 남기지 않고 말끔히 먹어치운 거대한 짐승. 놀라 도망간 다른 인간들.

생각이 거기에 까지 이른 민준은 의아하게도 어디론가 도망을 친게 아니라 주변에 세워진 움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곤 움집 둘레를 따라 땅에 박혀있는 토기들에 들어 있는 것들을 무조건 가방에 쏟아붇기 시작했다.

차르르륵. 투둑 투두둑.

곡식처럼 조그만것도 있었고 흙이 묻은 덩어리도 있었다. 메달려있던 거묻하고 딱딱한 무엇인가도 힘껏 뜯어 가방에 쑤셔 넣었다. 비록 지금 상황이 확실히 정리된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그렇게 해야 할것만 같았다.

몇 개의 움집을 그렇게 돌은 민준은 마지막으로 바닥에 깔려 있던 무엇인가의 가죽을 말아 빵빵한 가방과 등 사이에 쑤셔 끼웠다.

그리곤 짐승이 사라진 반대 방향을 향해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아니 뛰어 갈것처럼 몇발짝 나아가던 민준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다시 돌아와 자신에게 들이대었던 돌촉이 달린 창을 하나 집어 들고는 얼어붙은 강에 던져 놓았던 막대기 두 개도 챙겼다.

꽈당!

하지만 조급하게 움직이던 민준은 뒤에 짊어진 가방의 무게에 균형을 잃고 얼음 위에 넘어졌다. 그리곤 혹시나 소리를 듣고 누가 돌아오진 않았을까 싶어 자세도 잡기 전에 이틀간 그래왔던것처럼 막대기와 설피를 썰매와 스케이트삼아 강 위를 미끄러져 도망가기 시작했다.

“컥억, 컥억!”

민준이 사레가들린듯 잠시 기침을 토해냈다.

"아이씨, 존나 미안하네!“

혹시나 자신을 쫓아온것 같은 짐승에게 당한 이들에게 미안한건지, 아니면 훔쳐온 양식 때문에 이 겨울을 굶주리게된것이 미안한건지 모르지만 민준은 연신 미안하다며 속으로 소리를 삼켰다.

“미안하다구, 썅….”

민준은 힘껏 막대기를 밀면서도 소매로 흐르는 눈물을 재빨리 닦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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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그럼 전 이만 글을 쓰러...ㅅ슈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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