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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시정각입니다

백작가 도련님이 악마를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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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정각
작품등록일 :
2021.09.27 21:03
최근연재일 :
2021.10.11 18:1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931
추천수 :
25
글자수 :
77,039

작성
21.10.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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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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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3화. 축제

DUMMY

"와하하! 이게 백작님께서 잡으셨다는 그 멧돼지 고기군!"


"백작님이 잡으신거라 그런지 맛도 더 좋은 것 같은데!"


"입에 꿀이라도 발라놨냐. 백작님 칭송에 입이 닳겠다 닳겠어."


영지민들은 축제를 즐겼다. 너무 먹고 마시고 축제의 분위기에 젖어갔다.


축제는 3일.


그 3일간 그들은 본연의 업무를 내려놓고 즐거움을 만끽했다. 축제 기간에도 일하는 사람은 분명있지만, 그들도 이 축제가 기꺼웠다. 도축업자, 양조자, 선술집 주인과 여관 주인 등. 그들은 축제 기간 늘어난 매출에 내내 웃으며 일을 했다.


물론 모두가 웃고 떠드는 건 아니었다.


'왜 날 쳐다보는데.'


클라우스는 시선을 피했다. 그럼에도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여전히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안.'


클라우스는 모른척 슬쩍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이안은 클라우스를 쳐다보는 중이었다.


'이미 저 녀석은 진작 떠났어야 하는데. 최소한 이 도시라도.'


소설의 내용에서 이안은 악마가 된 클라우스를 처치하고 성검을 획득한 뒤, 이 도시를 떠난다. 이미 시간 상으로 봤을 때 떠나고도 남았어야 했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걸 보면, 확실히 소설의 전개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하하하, 클라우스! 이 아비가 주는 잔을 받거라!"


"아, 네. 아버지."


클라우스는 녀석에게서 관심을 끊고 펜리르 백작이 주는 잔을 받아 마셨다.


"클라우스. 언제 오러 소드를 발현할 수 있었던 거냐? 그런 성취를 이루고도 숨기고 있었다니. 고얀 녀석, 하핫."


펜리르 백작이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들의 성취가 기쁜 모양이였다.


'숨긴건 아닌데. 나도 그때 되서야 알았다고.'


아마 사전에 알았다면, 먼저 가서 알렸을 것이다. 그런 자랑이라도 해야 자신을 보는 펜리르 백작의 눈이 호의적으로 바뀔테니까.


'그래도 좋게 봐주는 것 같기는 하네.'


클라우스도 씩 웃었다. 펜리르 백작의 감정이 전해졌다. 온전히 아들의 성장을 축하해주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괘씸하지 않습니까? 그간 아버지를 기만한 것입니다."


옆에서 루벤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모두가 즐기는 축제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표정이었다.


'참.'


여기에 기분 안좋은 사람이 또 있었네.


"기만이라뇨. 저 역시 그 순간에 우연히 성공한 것입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그 순간에 오러를 발현해? 네놈이 정녕···!"


"그만, 그만하거라. 어쨌든 그 성취를 이룬지 얼마 되지 않음은 분명하겠구나. 축하한다, 클라우스."


"감사합니다, 아버지."


펜리르 백작이 중재를 한다. 그 장면을 보자 루벤의 얼굴이 더욱 구겨졌다.


"게다가 그 검은색의 오러는 뭐란 말입니까. 그런 색의 오러는 들어본적도 없습니다. 혹시 어떤 수작을 부린게 아닐까 의심됩니다."


이 말에 클라우스도 속으론 놀랐으나, 가까스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펜리르 백작도 손을 내저었다.


"오러의 색은 개인의 형질이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지. 그렇다고 색을 구분하는 특정한 무언가가 밝혀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종종 이제껏 없던 오러색을 발현하는 기사들이 있는데 뭐가 문제냐?"


펜리르 백작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루벤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 이상하긴 했다.'


사실 펜리르 백작도 기이하게 여기는 참이었다. 종종이라곤 했으나 사실 대부분의 오러 색은 몇 가지 주요 색을 제외하곤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처음 보이는 색이라고 해도 대부분 흔히 볼 수 있는 푸른색이나 붉은색, 노란색 등등의 주요 색상에서 살짝만 다른 수준.


'검은색의 오러라니. 그것도 마치 오러라기보다는···.'


무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러라기보다는 그림자를 씌워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펜리르 백작은 그런 루벤의 우려를 일축했다. 어찌되었든 오러소드는 오러소드였다. 거기다 자신의 아들이기도 했으니 괜한 구설수에 오르는게 달갑지 않았다.


"뭐 형님께선 그렇게 생각하실수도 있겠지요. 전 괜찮습니다 아버지. 그보다···."


클라우스가 괜찮다며 말을 하고 뒤를 슬쩍 바라봤다. 이안도 사람들 틈 속에서 나름 축제를 즐기곤 있었지만, 계속 이쪽을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파파라치도 아니고 뭔데 진짜.'


클라우스는 더 이상 이자리에 있기가 불편했다. 이안만이 아니어도, 펜리르 백작가의 옆에 있으면 영지민들의 주목을 받는다. 이안의 시선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을 피하고 싶었다.


"그보다, 저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음? 알았다."


클라우스는 단상에서 내려와 사람들 틈 속으로 사라졌다. 딱히 어딘가를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이안의 시선을 피하고 축제 분위기를 조금 더 즐기고 싶을 뿐이었다.


'젠장. 이젠 날 따라다니는 것 같은데?'


클라우스는 괜히 축제 현장을 둘러보는 척 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사람들 사이로 이안의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이안은 클라우스와 일정 거리를 두면서 따라오고 있었다.


"그거 하나 주게."


클라우스는 근처에서 평범해 보이는 겉옷을 사서 걸쳤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이 확 옅어졌다. 주변의 사람들과 섞이면 귀족가의 자제인지 한 눈에 구분하기 힘들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왜 자꾸 따라오는 거지.


클라우스는 이안이 왜 저러나 싶었다. 마치 이곳에 없는, 연예인이 된 기분이었다. 그것도 단 한명의 집요한, 그것도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는 스토커를 달고다니는 연예인. 겪어보니 과히 그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저기다.'


클라우스는 사람들이 더욱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축제로 인해 시끌벅적한 거리와 몰려든 인파가 그의 모습을 감춰주었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섞이면 이안도 찾기 힘들 것이다.


'이게 소설 속 세상이라니.'


지금 보고 있는 이 순간들이 단순히 누군가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세상일까.


웃고 떠드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잔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들까지.


이제는 소설 속 세상이라기엔 이 환경과 생활에 완벽히 적응해버린 자신이었다.


'그래도··· 돌아갈 수 있다면.'


원래 세상을 잊은 건 아니었다. 꼭꼭 감춰두었을 뿐이다. 원래 그가 살던 고향을 생각하면 그리움이 애잔히 밀려왔다.


'후우. 일단은 살아남아야 해.'


이안의 손에서, 이 세계의 위협 속에서.


턱.


상념에 잠기던 클라우스가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강제로 깨어났다. 무언가가 어깨에 턱하니 닿았다.


'이안?'


클라우스는 혹시 이안일까 싶어 고개를 돌렸다. 설마 여기까지 따라왔을까?


"비켜, 이 새끼야!"


이안은 아니었다. 이제보니 처음 보는 남자가 어깨를 치고간 거였다. 남자는 작은 주머니를 쥐고서 거칠게 사람들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곧 남자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소매치기, 소매치기야!"


뒤에서 한 여성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 그 놈이었나.'


거칠게 어깨를 치고간 남자.


'잡아···줘야겠지?'


동정심? 정의감? 윤리의식? 혹은 귀족으로서의 의무? 힘을 가진 자의 책임감?


딱 정의할 수 없는 뭔가가 클라우스의 결심을 세웠다. 클라우스는 남자를 쫓았다.


"잠시···!"


클라우스도 사람들을 헤치며 지나갔다. 축제 때문에 온 영지민들이 나와있는지라, 움직이기가 불편했다.


'차라리 평지였다면 벌써 잡았을텐데.'


이대로 간다면 놈을 놓칠까도 싶었지만, 다행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비키라고, 시발!"


"야, 임마! 앞 좀 보고다녀!"


"닥쳐, 이 새끼야! 꺼져! 안 꺼져?"


소매치기범이 아주 앞에서 나 잡아달라고 외치고 다니는 중이였다. 그 소리가 멀리까지 다 들릴 정도는 아니고 근처 사람들이나 관심을 갖을법한 소란이지만, 클라우스에겐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거기구나."


클라우스에겐 놈이 인파를 헤치며 뱉는 목소리가 다들렸다. 사람들 사이에서 떠드는 소리 중에서 놈의 소리만 감지해냈다.


"하도 입이 더러워서 계속 듣기엔 짜증나지만."


클라우스가 소리의 방향에 따라 움직였다.


놈은 인파를 헤치고 한적한 거리로 향했다. 이쯤되니 욕을 뱉을 대상도 없어서 묵묵히 움직이고 있었다. 클라우스는 놈의 발자국 소리에 집중했다. 놈의 움직임이 확연히 파악되었다.


어느 구석진 골목.


소매치기범은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접어들었다. 클라우스도 미리 놈을 다 따라잡은 상태였다.


"좋은 말 할때 그거 내놔."


클라우스가 앞서가는 소매치기범을 향해 말했다.


"응? 뭐야. 잔챙이가 따라붙은 거였나."


소매치기가 비릿하게 웃었다. 클라우스는 놈과 오래 대화할 생각이 없었다. 그건 놈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미친새끼. 여기가 어딘줄 알고. 다들 나와!"


그러자 골목 사이사이로 놈의 패거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친 인상의 사내들이 각자 도끼나 단검 같은 무기를 들고 있었다.


"용기는 존나 가상한데 말이야, 그러면 제 명에 못···"


"한 번만 말할게, 잘들어."


클라우스가 소매치기범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나름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꺼낸 것 같은데, 클라우스에게는 하나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나는 클라우스 펜리르다. 뭐 남의 것이나 훔치고 목숨을 위협하는 막장 인생들이지만 그 이름은 알잖아? 이 영지 주인의 아들말야."


"뭐, 뭐···?"


"곱게 손에 든 것들 내려놓고 나 따라와. 자수라고 정상참작해주고 감형은 받게 해줄게. 아니면 국물도 없어."


클라우스의 말에 소매치기 패거리가 동요하기 시작했다. 영주의 아들이자 소문이 자자한 악마 도련님, 클라우스.


놈들이 숙덕숙덕하는 소리가 들렸다.


'귀족을 건드려도 괜찮을까?'


'클라우스 펜리르잖아! 악마한테 제물로 바친다는 소문도 있어!'


'언제적 소문인데, 이 병신아. 쫄보 새끼들.'


자기들 딴에는 나름 회의 아닌 회의를 벌이는 중이였다.


허나 놈들은 생각보다 강단이 있는 녀석들이었다. 단순히 소매치기범만은 아니고, 온갖 범죄를 일삼는 녀석들이 틀림 없었다.


놈들은 결국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당신이 정말 클라우스 펜리르라면 말이지, 차라리 댁을 납치하고 영주에게서 금화를 뜯어내는건 어때?"


놈들이 무기를 들이대며 다가온다. 클라우스가 그걸 보며 헛웃음을 켰다.


"하여간."


결국 매를 번다니까.


클라우스가 그렇게 생각하고 막 움직이려 할 때였다.


"이 녀석들이."


클라우스가 한 말은 아니었다. 클라우스는 갑자기 뒤에서 들린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안?"


어느샌가 나타난 이안이 빠르게 클라우스를 지나치고서 패거리들에게 달려들었다.


"뭐, 뭐야!"


놈들은 순간 나타난 제3자에 놀랐으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채 다 놀라기도 전에 이안의 검이 놈들을 베어나갔다.


순식간이었다.


툭. 툭.


"으아아악-!"


"끄으으··· 시, 시발···."


이안은 놈들이 무기를 쥔 손만 귀신같이 베어버렸다.


순식간에 상황이 종료되었다. 클라우스가 나설 것도 없었다.


"뭐··· 일단은 고마워."


사실 클라우스 혼자서도 전부 처리할 일이긴 했지만.


그렇게 말하자, 이안은 갑자기 웃어보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도련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얘가 왜이래?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 분위기는 아니지 않았나?


어리둥절해하는 클라우스. 그런 클라우스에게 이안은 더 황당한 말을 꺼냈다.


"도련님. 제가 도련님의 호위기사가 되고 싶습니다."


"···."


진심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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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가 도련님이 악마를 숨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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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토너먼트(1) 21.10.11 37 2 12쪽
» 13화. 축제 21.10.08 55 1 12쪽
12 12화. 사냥(4) 21.10.07 72 2 13쪽
11 11화. 사냥(3) 21.10.06 82 0 14쪽
10 10화. 사냥(2) 21.10.05 85 1 11쪽
9 9화. 사냥(1) +1 21.10.04 114 2 12쪽
8 8화. 이안 +1 21.10.02 116 2 11쪽
7 7화. 악마 +1 21.10.01 141 1 13쪽
6 6화. 악마숭배자(2) +1 21.09.30 146 3 11쪽
5 5화. 악마숭배자(1) +1 21.09.29 154 2 14쪽
4 4화. 악마 도련님(2) +1 21.09.28 178 2 11쪽
3 3화. 악마 도련님(1) +1 21.09.28 190 1 13쪽
2 2화. 백작가의 악마(2) +1 21.09.28 213 3 12쪽
1 1화. 백작가의 악마(1) +1 21.09.27 34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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