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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시정각입니다

백작가 도련님이 악마를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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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정각
작품등록일 :
2021.09.27 21:03
최근연재일 :
2021.10.11 18:10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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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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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7,039

작성
21.10.0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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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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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2화. 사냥(4)

DUMMY

이 짙은 검은색은 뭐란 말인가.


오러 소드를 처음으로 발현해낸 클라우스는, 자신의 오러 소드를 바라보며 한순간 멍해졌다.


처음엔 분명 밝은 빛을 띄는가 싶던 그의 오러가, 검신에 완전히 정착할 즈음엔 짙은 검은색이 되었다. 그건 빛이라기보다는 빛을 빨아들이는 어둠처럼 보였다.


"클라우스? 네가 어떻게 오러 소드를!?"


"오오, 클라우스!"


옆에서 클라우스의 검은색의 오러 소드를 본 루벤과 펜리르 백작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이 상황에서 선보이는 오러 소드는 극적이었다.


"끼히히히!"


클라우스로서도 오러 소드를 차분히 감상할 시간은 없었다. 밴시들이 허공을 날아다니며 펜리르 백작과 루벤, 클라우스를 위협했다.


"죽어어엇!"


밴시가 클라우스에게 다가와 손톱을 휘두른다.


슉, 슉, 슉!


한 번, 두 번, 세 번.


마치 클라우스와 밴시가 사전에 합을 맞춘 것처럼 박자에 맞게 움직였다. 물론 자신을 죽이려드는 처녀귀신과 합을 맞췄을리가 없었다.


'공격이 훤히 보여. 반응 속도와 신체 능력이 올라갔다.'


클라우스는 밴시의 마지막 공격이 끝남과 동시에 검을 뻗었다. 쭈욱.


갑작스런 찌르기에 밴시가 반대편 손을 뻗었다. 자신의 안전을 도외시한 공격이었다.


'어차피 죽었으니 또 죽어도 상관없다는 건가.'


클라우스 역시도 공격을 멈추지않았다. 대신 몸을 틀어 손톱을 피해냈다. 공격과 회피를 동시에 하는 기예는 그의 수준을 넘는 것이었지만, 그의 확장된 감각과 신체 능력이 가능케 했다.


푸욱!


클라우스의 오러 소드가 벤시의 몸을 꿰뚫었다. 동시에 밴시의 몸이 타들어가듯 소멸하기 시작했다.


"끼아아아아아-!"


다시금 밴시의 울음이 들려온다. 영혼의 소멸과 함께 발생하는 귀곡성. 그 소름끼치는 소리가 듣는 이들의 심령을 다시 한 번 흔들었다. 죽으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원혼의 집념이었다.


"으으윽!"


갑작스런 비명과 같은 울음에 펜리르 백작과 루벤이 귀를 막는다. 다시금 머리와 심장이 답답해오지만, 오러를 이용해 무거운 신체를 움직이게끔 했다. 하지만 정신까지 깨어난 것은 아니었다. 밴시의 울음은 그들의 정신을 극도로 피로하게끔 만들었다.


"득음이라도 했어? 귀떨어지겠네."


클라우스는 귀를 몇 번 후비다 밴시를 상대했다. 펜리르 백작과 루벤이 주춤하는 사이, 클라우스가 종횡무진 누비며 밴시들과 맞서고 있었다.


"너, 너는··· 괜찮은거냐!"


루벤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클라우스를 향해 물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할 만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정신 공격의 여파때문에 쉽게 움직이기 힘들었다.


"괜찮으니까 움직이지."


클라우스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러 소드를 발현하기 전까지만해도 그도 밴시의 정신 공격에 움직이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허나 지금은 아무렇지 않았다. 굳이 오러를 운용하지 않아도 밴시의 울음이 그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도 못했다.


[하찮은 잡령 주제에 대악마에게 손톱을 들이대고, 웃기지도 않는군. 네 몸 속에 갇혀 이딴 취급이나 받아야 하다니, 정말 기분이 더러워.]


내면의 악마가 말을 걸어온다. 확실히 지금 클라우스가 오러 소드를 발현한 것과 더불어, 밴시에게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는 것은 이 악마 덕분인듯 했다.


'어쩌겠어. 밴시가 널 못알아보는데.'


실제로 밴시는 마스터급은 되는 기사가 상대해야 유효타를 먹일 수 있다. 결코 잡령 수준의 언데드는 아니라는 얘기였다. 인간의 기준에서는.


대악마 살레자르의 일부였던 내면의 악마는 그런 밴시를 하찮게 여겼다. 그게 정말 능력의 차로 인한 것인지, 단순한 성격의 오만함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몸을 내놔! 저것들을 무릎꿇리고 네 발바닥을 핥게 만들테니!]


뭘 발바닥까지 핥게 만들려고 그래.


뭔 방법이 있는 건가 싶지만, 별로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애초에 몸을 넘겨줄 생각도 안했고, 몸을 넘길 줄도 모른다.


클라우스는 오러를 더욱 끌어올렸다.


이전보다 더 거칠고 역동적인 오러의 활력. 마치 초원의 야생마가 몸 안에서 날뛰는 기분이었다.


클라우스가 땅을 박차고 밴시들에게 달려들었다.


"끼아아아!"


클라우스의 검이 휘둘려질때마다, 밴시의 울음이 들려왔다.


* * *


펜리르 백작과 클라우스, 루벤이 격전을 벌이고 신전에서 나올 무렵, 기사와 병사들이 도착했다. 인근에서 사냥감을 찾던 이들이었다.


"시신을··· 수습해주게."


펜리르 백작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밴시의 울음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로, 오랜만에 목숨을 건 일전을 벌인 육체적인 노곤.


그리고 병사들의 죽음으로 인한 심적 고통.


펜리르 백작이 평소 보여주지 않던, 힘 없는 모습이었다.


"아버지, 그래도 살았지 않습니까. 거기다 금화를 발견했고요. 그러니···."


"닥치거라!"


루벤의 말을 단호하게 끊었다. 루벤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당황했다.


"아, 아버지···?"


"네 녀석의 섣부른 행동으로 인해 병사들을 희생했느니라!"


"그깟 병사들이야 영지에 충분···."


"네게는 그깟 병사들로밖에 안보이더냐?"


"···."


"죽지 않아도 될 이들이었다. 차라리 시간을 들여 조사단을 파견, 아니, 사냥에 동원된 기사들을 기다렸다가 진입했어도 이 정도 피해는 없었을 것이야."


"허, 허나···!"


"됐다. 누굴 탓하겠느냐. 널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한 이 아비의 탓인것을."


펜리르 백작은 입을 꾹 다물고 영지로 향했다. 클라우스가 펜리르 백작을 옆에서 보필하고, 그 뒤를 기사와 병사들이 따랐다.


루벤은 한참을 서 있다가, 그들의 뒤를 따랐다.


* * *


펜리르 백작이 다스리는 영지의 주도, 로레인 시는 간만에 시끌시끌했다.


평소 평온하던 이 도시에 이변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경사가 생겼기 때문이다.


매년 열리는 축제인 수확제 뿐만 아니라, 올해는 다가오는 축일에 축제가 열린다.


고단한 삶과 최근 악마 숭배자의 소문으로 인해 흉흉하던 분위기가 급변했다. 모든 것을 잊고 즐기게 만드는 축제. 영지가 시끄러울만 했다.


거기에 두 가지 소식이 그 열기를 더했다.


영지에서 발견된 고대 신전, 축일을 기념할 거대 멧돼지.


마치 이번 축제를 축하해주는 신의 선물처럼 여겨졌다.


"정말 밴시가 나왔단 말야?"


"내가 에릭한테 들었다니까!"


"아, 그 영주님의 사병으로 일하는?"


"그래! 신전에서 짠 하고 나타났나벼. 근데 그걸 클라우스 도련님이 샥샥 하고 베었다던데?"


"클라우스 도련님이?"


"그래. 그게 그러니까···."


와장창!


선술집 구석에서 떠들던 농민 둘이 갑작스런 소음에 화들짝 놀랐다.


뭔 난리래.


조금 전까지 떠들던 농민 둘은 이야기를 멈추고 소리가 발생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밴시를 물리친 클라우스 도련님의 전공에 대한 얘기도 흥미로웠지만, 당장은 눈앞에서 일어나는 소동에 더욱 관심이 갔다.


"뭐야! 감히 이 자식이!"


"내 말 틀려? 저번에 너희 용병단이 우리 뒤통수 까고 튄거 모를 줄 알았어? 그새 까먹었다는건 아니겠지?"


"그건 튄게 아니라 네놈 용병단이 무식하게 들이대니까 그렇지! 불나방도 아니고 승산 없는 전투에 목숨을 걸어?"


"뭐, 무식? 무시이익?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정말 난리가 났다.


선술집 한구석에서 용병 둘이 치고박고 싸우는 싸움판이 벌어졌다. 테이블이 뒤집어지고, 음식이 흩날리고, 바닥이 지저분해졌다.


선술집 주인이 놀라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악! 머리! 내 머리카라악!"


"억! 너는 어딜 잡는거야. 난 아직 결혼도···!"


"그만그만! 싸움을 멈춰라!"


갑자기 병사들이 선술집에 들이닥쳤다. 뒤에 선술집 주인이 빼꼼히 따라오는걸 보니 그가 경비대에 찾아가 신고한 모양이었다.


경비병들이 두 용병의 싸움을 말렸다. 이미 눈이 돌아갈대로 돌아간 용병들은 그럼에도 서로 붙어서 투닥거렸다.


"이 자식들이! 경비대의 말을 무시해? 이 녀석들 끌고가!"


"놔! 놓으라고!"


두 용병은 경비대의 손에 붙잡혀 끌려갔다.


"후우. 영지 내에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구만."


경비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축제가 시작되며 매분매초가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경비대가 쉴 틈이 없었다.


"그러게말입니다. 괜히 저희만 억울한데요. 일은 일대로 바쁘고, 축제는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요."


"얌마. 너는 내일 쉬잖아. 난 축제기간 내내 쉬지도 못한다고."


"경비대장님, 고생하십쇼."


"하아."


경비대장은 다시 한숨을 쉰 뒤, 이번에 잡아들인 용병 둘을 경비대로 데려갔다. 구금을 해야 하지만, 유치장에 빈 자리가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영주님께 보고부터 드려야겠어."


* * *


"음. 알았네. 따로 용병을 구해서라도 경비대 인력을 확충해야겠군. 예방차원을 위해서라도 경비병의 순시를 강화해주게."


"예, 영주님."


경비대장을 고개를 꾸벅이고 나갔다. 축제로 인한 사건사고의 우려와, 외부에서 들어온 외부인들의 통제가 잘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보고였다.


그것들은 펜리르 백작도 익히 예상하는 바였다.


축제를 열어 소비를 유도하고, 늘어난 소비에 따라 도시에 행상인들이 모여들었다. 행상인들은 안전을 장담할 수 없으니 행상길에 용병들을 고용하고, 자연히 행상인을 따라 도시에 용병들이 늘어났다.


거친 용병들이 모여들자, 싸움은 일상이었다. 뭐 그렇다고 대단한건 아니고 대부분이 주먹다짐으로 끝날 일이었다. 책임을 물어 배상하도록 하고, 진정시켜 돌려보내면 그만이었다.


이런 작은 사건사고가 이어질지라도, 축제를 통해 얻는 이익도 있었다. 영지민들의 만족과 더불어 경제가 활성화되고 도시에 인력들이 모여든다.


거기다 축제의 정점을 찍을 기사 토너먼트 대회까지.


모든게 순조로웠다.


'신전에서 발견한 금화로 인해 한결 준비가 수월하기도 했지.'


비록 병사들의 손실은 있었으나, 지하의 고대 신전에서 금화를 얻을 수 있었다. 펜리르 백작은 그 금화 전부를 들여 술과 고기를 사들이고 그것들을 다시 영지민들에게 풀었다.


애초에 자신의 사비를 동원하여 하려 했으니, 결과적으론 그만큼 돈을 절약한 셈이었다.


"백작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오, 그런가."


펜리르 백작은 집사장의 얘기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루벤과 클라우스를 불러주게."


펜리르 백작은 영주성의 바깥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자연스레 클라우스와 루벤이 따라붙었다.


"이번 축제는 영지민들을 위로하기 위함도 있지만, 기사들과 병사들을 충원하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말거라. 특히 실력있는 이들은 기사로 임명하고자 하니, 실력자들을 잘 눈여겨보도록 해라."


"예, 아버지."


펜리르 백작은 영주성에 나와 말에 올랐다. 그 뒤로 병사들이 열을 이뤄 절도있게 따라 붙었다. 기수들은 왕국과 가문의 깃발을 높이 들어올려 위엄을 더했다. 마치 전쟁을 앞둔 군대가 출정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광장으로 가자."


펜리르 백작은 대열을 이끌고 광장으로 향했다. 출정식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 축제의 시작을 알리기 위한 것.


광장에 도착하자, 많은 영지민들이 모여 펜리르 백작을 향해 환호를 보냈다.


"영주님이다, 영주님!"


"영주님 만세!"


영지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펜리르 백작은 마련된 단상에 올랐다.


"펜리르 백작이오. 짧게 한마디만 하겠소. 최근 영지에 안좋은 일이 발생한 바, 영지의 모두가 편치 않았음을 짐작하오. 허나! 모두 잊으시오. 성 프란시스 축일 아래 축제를 선포하노니, 모두 먹고 마시고 즐기시오!"


"와아아아!"


펜리르 백작이 외치자, 영지민들이 더욱 큰 환호를 보냈다. 펜리르 백작도 크게 웃어보였다. 펜리르 백작이 뒤를 슬쩍 돌아보며 눈짓하자, 뒤에 대기중이던 병사들이 들것에 실린 커다란 무엇을 들고왔다.


펜리르 백작이 사냥했던 거대 멧돼지였다.


"요리를 부탁하네."


펜리르 백작의 말에, 요리장은 거대 멧돼지 통구이를 준비했다. 요리장은 그 크기에 난감해하면서도, 통구이를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따로 언질을 받고 미리 준비를 해놨기에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드디어 시작인가."


클라우스도 괜히 기분이 좋았다. 축제란 언제나 즐겁다.


"근데 쟨 왜 여깄는 거야?"


누군가를 보기 전까진.


클라우스의 시선이 영지민들 사이, 이안에게 향했다. 이안도 분명 클라우스를 마주보고 있었다.


왜 날 보는데.


클라우스는 한껏 달아오른 기분이 차갑게 식는걸 느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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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토너먼트(1) 21.10.11 37 2 12쪽
13 13화. 축제 21.10.08 55 1 12쪽
» 12화. 사냥(4) 21.10.07 73 2 13쪽
11 11화. 사냥(3) 21.10.06 82 0 14쪽
10 10화. 사냥(2) 21.10.05 85 1 11쪽
9 9화. 사냥(1) +1 21.10.04 114 2 12쪽
8 8화. 이안 +1 21.10.02 116 2 11쪽
7 7화. 악마 +1 21.10.01 142 1 13쪽
6 6화. 악마숭배자(2) +1 21.09.30 146 3 11쪽
5 5화. 악마숭배자(1) +1 21.09.29 154 2 14쪽
4 4화. 악마 도련님(2) +1 21.09.28 179 2 11쪽
3 3화. 악마 도련님(1) +1 21.09.28 190 1 13쪽
2 2화. 백작가의 악마(2) +1 21.09.28 213 3 12쪽
1 1화. 백작가의 악마(1) +1 21.09.27 34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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