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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시정각입니다

백작가 도련님이 악마를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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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정각
작품등록일 :
2021.09.27 21:03
최근연재일 :
2021.10.11 18:10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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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7,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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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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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화. 악마 도련님(1)

DUMMY

텅 빈 연무장. 그곳에 한 사내가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흐압!"


클라우스의 힘찬 기합과 함께 검이 허공을 베었다. 그리곤 다시 찌르기. 발을 바꿔 전진, 곧바로 올려베기.


이어지는 일련의 동작들. 그 동작들은 마치 하나로 이어진듯 끊김이 없이 유려하게 움직였다.


"하아."


클라우스는 한숨 돌리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숨이 차올랐으나, 그만큼 고양감도 차올랐다.


'몸으로 익힌 건 잊혀지지 않는다, 이건가. 체력까지 좋아. 이거 정말 날로 먹는군.'


클라우스는 씨익 웃었다.


소설 속 주인공에게 죽는 단역, 악마 도련님으로 불리는 최악의 평판, 아버지의 눈 밖에 날대로 난 못난 자식.


썩 마음에 드는 캐릭터 설정은 아니지만, 그런데로 몸 만큼은 쓸만했다. 아니, 쓸만한 정도가 아니라 이정도면 훌륭했다.


검술로 명망있는 펜리르 가의 핏줄 때문인지, 격한 몸짓에도 몸놀림은 경쾌하기 그지 없었다. 거기다 검을 휘두를수록 자기도 모르게 검을 휘두르는데 익숙해져갔다. 그의 머리엔 없지만, 몸이 검술을 펼쳐내었다. 마치 손과 발이 다음 동작이 무엇인지 알고 알아서 움직이는 것 처럼.


아마 어렸을 때부터 검술을 수련해왔기 때문일 터다.


'거기다 오러까지.'


클라우스는 체내의 오러를 운용했다. 거친 호흡이 안정되고, 힘이 차올랐다.


오러를 사용하는 것 또한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기 그지 없었다.


'아직 오러 소드를 발현하는건 불가능하지만···.'


신체 전신에 오러를 운용하는건 가능했으나, 오러 소드는 발현할 수가 없었다. 소설에서 클라우스라는 캐릭터는 오러 소드를 발현할 실력까지는 되지 못했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상황이었다.


'단련을 이어가다보면 오러의 양과 질을 높일 수 있다. 근육을 키우는 것과 비슷해.'


소설 속 설정이 그러했다. 깨우친 오러는 스스로 단련을 거듭할수록 그 양과 질이 높아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 되면 오러 소드를 발현할 경지에 오르는 것이다.


어차피 급한 것도 아니니 클라우스는 당장 오러 소드에 대한 욕심은 버리고 천천히 경지를 높이기로 했다.


'장하다, 장해!'


며칠 전, 펜리르 백작이 루벤에게 해줬던 칭찬이 갑자기 떠올랐다. 진심으로 기뻐하며 자랑스럽게 아들을 바라보는 모습.


'제길. 아버지는 아버지라 인정받고 싶다 이건가.'


괜히 열망이 피어났다. 자신도 오러 소드를 발현할 정도가 되면 펜리르 백작이 자랑스럽게 생각할 지.


'아니, 욕이나 안 먹어도 다행이다.'


클라우스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지금 상황에선 무리도 그런 무리가 없었다. 며칠 전 검을 들고 자식 새끼를 죽이려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


으으.


다시 떠올리니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클라우스가 생각을 접고 검술을 이어하려는데, 멀리서 검은 갑옷을 차려 입은 기사들이 나타났다. 영지에 소속된 백작가의 기사단, 검은늑대 기사단원들이었다. 그들도 연무장에 있는 클라우스를 발견하곤 흠칫 놀랐다.


"악마 도련님이다!"


"제길, 연무장도 많은데 기사단 전용 연무장에서 뭐 하는 거지?"


"이따 오후에 다시 오자. 마주쳐서 좋을 거 없으니. 오전 수련은 물건너 갔군."


거리가 멀었지만, 클라우스는 기사들이 나누는 말들을 다 들었다.


뒤땅을 까려면 뒤에서 까야되는거 아냐? 이건 뭐 대놓고 씹어주니 앞땅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리 그래도 이 백작가에 충성하는 기사들이 백작가의 도련님인 자신에게 그런 말들을 하는 건 용납할 수가 없었다.


돌아서려던 기사들을 보며 클라우스가 멀리서 외쳤다.


"거기!"


기사들이 다시금 흠칫 놀라며 클라우스를 돌아본다. 클라우스가 이리 오라며 손짓했다. 기사들은 쭈뼛쭈뼛 움직이며 클라우스의 앞으로 다가왔다.


"너희들 뭐라고 했어?"


"네, 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기사들이 발뺌을 한다. 클라우스는 어이가 없었다.


"내가 정말 너희들이 뭐라고 했는지 물어보려고 물어본 거 같아? 다 들었어, 이 새끼들아."


"하하, 무슨 말씀이신지. 저희는 그저 도련님께서 열심히 수련 중이신거 같아 도련님을 칭찬···."


"악마 도련님 연무장도 많은데 여기서 뭐하냐고? 마주쳐서 좋을게 없어? 진짜 안좋은게 뭔지 보여줄까? 어?"


기사들에게 들었던 말들을 쏟아내자, 기사들을 대경실색을 하며 안색이 파리해졌다. 어찌나 놀랐는지 말까지 버벅였다.


"도, 도, 도련님? 그, 그걸 어찌 아셨···습니까?"


"어찌 알긴. 너희들이 다 들리도록 외쳐대는데 그걸 모를 수가 있나?"


"그, 그럴리가요! 저희끼리 속삭이듯 말한···."


"어쨌든 하긴 했다는 거네? 너희들이 주군의 자식을 그저 똥강아지 보듯 하는구나."


"그, 그게···! 저, 정말 죄송합니다 도련님!"


"저희끼리 농담삼아···!"


"죄송합니다, 도련님!"


"시끄럽고. 너희가 좋아하는 그 수련 마음껏 시켜줄게. 음, 아직 정오가 되려면 멀었으니까 밥먹기 전까지 계속 여기서 구보해. 물론 오러 사용은 금한다. 휴식도 없어. 바로 실시해!"


"네, 넵!"


그 말에 기사들이 연무장을 뱅뱅 돌기 시작했다. 클라우스는 연무장 가운데서 검술을 연습하며 그들을 감시했다. 기사들이 지쳐서 속도가 느려지기라도 하면 클라우스가 곧장 엉덩이를 걷어찼다. 그렇다고 기사들이 몰래 오러를 사용할 수도 없었다. 오러 유저끼리는 서로 오러를 사용하는지 느낄 수가 있었으니까.


그들을 감시하며 클라우스는 계속 검술 수련을 이어갔다.


'이러니까 진짜 악마가 된 거 같네.'


좀 너무하다 싶기도 하지만, 그러니까 애초에 뒤땅을 까려면 안걸리게 까야지. 그걸 실제로 듣게되면 기분이 나쁘거든. 그것도 백작가에 충성하는 기사들이 말이다.


물론 기사들의 뒷담화가 이해가 안 되는건 아니었다. 클라우스의 평판은 말 그대로 바닥이었으니까.


'그런데 진짜 그걸 대놓고 들으라고 했을리가 없고. 그 거리에서 속삭이듯 얘기한게 들렸다고?'


클라우스도 의문이었다. 기사들도 발뺌 먼저 한 이상, 대놓고 욕하려하진 않았을 터다. 거기다 거리까지 멀었으니 자기들끼리만 조용히 대화를 나눴을 텐데.


그런데 그 말들이 또렷이 들렸다니 그것도 참 이상했다.


'그러고보니 시녀들이 속삭이는 것도 들렸지. 클라우스의 귀가 원래 이렇게 좋았나?'


클라우스는 소설 속 설정을 떠올렸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클라우스의 귀가 좋았다는 설정은 따로 본 기억이 없었다.


'뭐, 됐어. 좋은게 좋은 거지.'


귀가 좋다면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은 아닐 터다. 클라우스는 그에 대한 의문은 접기로 했다. 대신 아직 구보를 하고 있는 기사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 무거운 갑옷을 입고 오러 없이 계속 뛰려니 죽을 맛인 모양이었다. 이만하면 충분하겠지.


"그만!"


한참을 돌던 기사들은 클라우스의 말에 구보를 멈추었다.


"앞으로 조심하도록."


"네, 넵. 허억, 허억. 가, 감사합니다. 도련님."


이쯤되면 내 뒷담화 할 생각은 못할 테지. 거기에 내 인자함에 대해서도 감동할 거고.


클라우스는 아직 중천에 떠오르지 않은 해를 보며 생각했다. 아직 정오가 되기 전이지만, 이쯤으로 벌을 마무리하는게 좋을 듯 했다.


클라우스는 그대로 연무장을 떠났다.


'악마 도련님··· 마침 생각난 김에, 한번 뭐라고 했는지나 들어봐야겠다.'


클라우스는 곧장 성 내의 마굿간으로 향했다. 틈틈이 영주성을 돌아다니며 시설의 위치는 대충 파악해둔 터라 찾아가는게 어렵지 않았다.


푸르릉!


마구간에 다가가니 말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 말에게 여물을 먹이던 마구간지기가 보였다.


"흠흠, 빌···이라고 했나."


클라우스는 인기척을 내며 마구간지기 빌에게 다가갔다. 그 소리에 빌이 뒤를 돌아보았는데, 클라우스를 보고는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도, 도, 도련님!"


"아아··· 당신에게 해코지를 하려는게 아니야."


클라우스가 먼저 빌을 안심시켰다. 불쌍한 양반. 클라우스에게 얼마나 시달렸으면.


아마 별 일도 아닌 걸로 시비를 걸고 악담을 퍼부은게 분명했다. 평소 행실이 그러한 놈이었으니까.


"그, 그러시면···?"


"흐음. 그게 말이야, 그··· 내가 당신에게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나?"


빌은 슬쩍 눈치를 보다가, 클라우스의 태도가 평소보다 온화하다는걸 깨닫고 말했다.


"당신에게 해코지를 하려는게 아니야···라고 하셨습니다."


"···방금 한 말을 묻는게 아니였는데."


"그러시면···?"


"흠흠. 내가 당신에게 악담을 퍼부은 걸로 아는데. 실은 내가 그때 술에 취해서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잘 안나거든. 혹시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해?"


"아아."


빌은 그제야 클라우스가 물어보던 말이 며칠 전 했었던 말임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의문이 잘 가시지 않았다.


"그걸 왜 물어보시는지···."


"술을 먹고 내뱉은 말이지만, 그래도 내가 뱉은 말이니까. 무슨 말인지는 알고 책임은 져야겠지."


클라우스는 그렇게 둘러댔다. 그러자 빌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정말, 그대로 말해도 됩니까요?"


"그래.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것 뿐이니."


"그렇다시면···예, 알겠습니다. 그게 어찌된 일이냐면요. 마굿간에 있는 말들 중에 마르코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태어난지 5년쯤 된 녀석입죠. 마르코는 제가 특별히 아끼는 녀석입니다. 태어날때 정말 고생을 했거든요. 오죽하면 마르코의 어미가 산통 끝에 죽었으니. 거기다 어릴땐 몸도 비실하고 오랫동안 일어서질 못해 통 누워만 있었습니다. 그게 너무 안타까웠죠. 그러니 더 정이 가더군요. 마침 마르코가 태어난 생일이 제 자식의 생일과 겹쳐서 자식 새끼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기운을 회복하여 최근까지는 팔팔했습니다. 건강을 회복한줄 알았죠."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듣고있는 거지?


클라우스가 멍한 표정으로 빌에게 물었다.


"내가 당신에게 뭐라고 했는지를 묻지 않았던가?"


"아아, 이제 그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빌은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마르코가 일주일 전 쯤 상태가 안좋더군요. 사실 지금까지도 좋지않긴 합니다. 그때부터 표정도 좋지 않고 힘도 없어 보이는게···. 먹은게 잘못됐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녀석의 똥을 받아 그 통을 들고 마굿간 뒤편으로 들고갔습죠. 그거라도 확인해보려고요."


"···그래서?"


"근데 마침, 도련님이 거길 지나가시는 겁니다. 하필 코를 막으시면서요. 아무래도 저 때문인거 같아 놀란 마음에 그걸 그 자리에 엎어버렸습니다."


"···."


"그러자 도련님께서 '너는 왜 그 지랄을 하는 것이냐'하고 물으시길래 제가 말씀을 드렸죠. 방금 말씀드린 내용을 똑같이요. 그랬더니···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빌은 잠시 숨을 멈추고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나선 마치 연극배우처럼 대사를 뱉었다.


"네 이 놈, 마굿간지기야! 그 입이 참으로 방정맞구나! 네 놈을 황천에 던지면 아마 그 입만 둥둥 뜰 것이다. 그 입만 악마에게 바친다면 악마가 참으로 좋아하겠어!"


"그래. 그 말을 들으려고 지금까지 긴 설명을 들었구나. 참··· 고생했다."


"하하, 아닙니다. 아아, 네 이놈 마굿간지기야! 이건 제가 추임새로 넣은 것입니다. 실제로는 그 입이 참으로···."


빌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클라우스는 안되겠다 싶어 그의 말을 끊었다.


"아아, 됐다. 그만하거라. 무슨 말인지 알았으니. 어쨌든 미안하구나."


"네, 네? 뭐, 뭐라고 하셨습니까?"


"악마에게 바치겠는 둥, 실없는 소리를 했어. 아끼는 말이 아파 맘고생이 심했을텐데 안좋은 말까지 들었으니 영 마음이 불편했겠군. 미안하다."


빌은 자신이 잘못들었다 생각했다. 한낱 마구간지기인 자신에게 사과를 하다니? 원래 자신이 알던 그 악마 도련님이 맞나?


"아픈 말에게는 치료사를 붙여주도록 하지. 안되면 기부를 해서라도 성직자를 붙여주고."


"고, 고맙습니다 도련님!"


빌은 허리가 접히도록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리곤 생각했다. 도련님에 대한 소문은 과장일지도 모른다고. 이렇게 자애로운 분이 그런 사람일리는 없다고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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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토너먼트(1) 21.10.11 37 2 12쪽
13 13화. 축제 21.10.08 54 1 12쪽
12 12화. 사냥(4) 21.10.07 72 2 13쪽
11 11화. 사냥(3) 21.10.06 81 0 14쪽
10 10화. 사냥(2) 21.10.05 85 1 11쪽
9 9화. 사냥(1) +1 21.10.04 113 2 12쪽
8 8화. 이안 +1 21.10.02 115 2 11쪽
7 7화. 악마 +1 21.10.01 141 1 13쪽
6 6화. 악마숭배자(2) +1 21.09.30 145 3 11쪽
5 5화. 악마숭배자(1) +1 21.09.29 153 2 14쪽
4 4화. 악마 도련님(2) +1 21.09.28 178 2 11쪽
» 3화. 악마 도련님(1) +1 21.09.28 190 1 13쪽
2 2화. 백작가의 악마(2) +1 21.09.28 213 3 12쪽
1 1화. 백작가의 악마(1) +1 21.09.27 34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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