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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시정각입니다

백작가 도련님이 악마를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정시정각
작품등록일 :
2021.09.27 21:03
최근연재일 :
2021.10.11 18:10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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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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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수 :
77,039

작성
21.10.0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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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8화. 이안

DUMMY

'···왜 이 놈이 여기에?'


클라우스는 순간 굳어버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안. 소설 속 주인공 이안이라고?


이안은 말했다.


"일전에 뵌 적이 있지만 통성명은 처음이군요."


"그, 그래···. 난 클라우스다."


클라우스는 이안이 건넨 손을 떨떠름하게 바라보다 마주 잡아 악수를 했다. 옆에서 그걸 보는 펜리르 백작이 말했다.


"클라우스. 실력있는 모험가를 알고 있었다니, 의외로구나. 밖에서 사고만 치고 다니는줄 알았는데. 혹시 사고를 치다 만난 건 아니지?"


그 말에 이안이 대답했다.


"그렇지않습니다. 밖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어 이야기를 몇 번 나누었을 뿐입니다. 그렇지요, 클라우스 도련님?"


"아, 그래. 우연히."


"그럼 이번 기회에 서로 더 교우를 나누어라. 실력있는 모험가와 친분을 싹트는 것도 너한텐 도움이 될 게다."


펜리르 백작은 시종에게 일러 응접실을 준비해두라 일렀다. 클라우스와 이안은 시종의 안내를 받으며 응접실로 향했다.


응접실에 도착하니 다과가 준비되었고, 시종들은 물러갔다. 둘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준 모양이었다.


그때까지도 클라우스와 이안은 딱히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다과를 준비해주던 마지막 시종이 자리를 벗어나서야, 이안이 말을 꺼냈다.


"잘 지내셨습니까?"


차를 슬쩍 마시며 이안이 물었다.


잘 지낼리가 있나. 덕분에 악마를 품에 안고 살게 됐는데.


클라우스가 대꾸하지 않고 이안을 쳐다만 보자, 이안이 말을 이었다.


"일전의 그 일은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저로선 피하고 싶었으나, 도련님께서 죽자사자 달려드시는 바람에 도련님께 손속이 과하지 않았나 싶더군요."


일전의 일이라면 클라우스의 시비로 인해 이안과 싸움이 붙고, 클라우스는 이안에게 얻어터지는 일을 말했다. 결국 분을 못참아 악마와 계약한 것이 소설의 내용.


클라우스는 손을 내저었다.


"내가 먼저 잘못 행동한 것도 있으니, 마음에 두진 않겠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러니 굳이 빙빙 돌리지 말고 본론만 얘기했으면 좋겠군. 왜 굳이 여기까지 온 거지?"


클라우스는 딱딱하게 물었다.


이안의 탓을 하고 싶진 않지만, 결국 그 당사자가 눈 앞에 있었다. 악마와 계약하게끔 만든 당사자가.


소설에선 든든한 주인공이었어도, 막상 피해자의 입장이 되니 이안이 썩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거기다 클라우스는 몸 속에 악마가 있는 상황. 이를 알게 된다면 이안은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 클라우스의 목을 치려 할 터다.


클라우스는 이안과 이렇게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불편했다.


"영주성에 찾아온 건, 백작님의 말씀처럼 악마 숭배자를 찾아내 처치하는 의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니 누군가 도시에 숨은 악마 숭배자를 이미 처리했다더군요. 그래서 도련님이라도 보고갈까 싶어 이렇게 찾아온 것입니다."


"굳이 일부러 찾아와 줄 것까지는 없는데."


얼굴 보기 싫다는 얘기였다. 이안도 그 속뜻을 알았는지, 피식 웃었다.


"저로선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뭘 말이지?"


"악마 도련님이라고 불리는 클라우스 도련님을 직접 뵙는 거요."


"그저 이야기를 부풀리길 좋아하는 떠벌이들의 뜬소문일 뿐이지. 난 그런 뜬소문에 시간을 내줄정도로 한가하지가 않다."


"그런데 그게 뜬소문이라고 하기엔 좀 걸리는게 있어서 말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저번에 제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악마와 계약해서 절 죽인다고요."


말을 하는 이안의 눈빛이 순간 변했다. 클라우스는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으나, 티내지 않고 물었다.


"···내가 그런 소리를 했나?"


"예. 분명히 그리 말씀하셨지요."


"참, 이거 실언을 했군. 아마 술이라도 취했던 모양이야."


홀짝.


클라우스가 앞에 놓인 차를 슬쩍 마시며 이안을 바라봤다. 슬며시 웃는걸 보니, 농담으로 넘긴 것인지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뭘 알리는 없지. 애초에 악마를 감지한다거나 색출해내는 능력은 없었으니까. 소설 속 이안의 능력이라면···.'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 도시에 악마가 나타난다는 것을요. 저는 특별히 신의 계시를 받을 수 있거든요."


"호오, 그렇군. 아주 신앙심이 신실한 모양이야, 모험가."


신의 계시라고 말하는 저 능력은 사실 퀘스트 메시지다. 이안은 게임처럼 능력을 성장시키고, 게임처럼 퀘스트를 받아 모험을 진행한다.


이안이 이 도시에 온 것도 퀘스트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악마가 나타날테니, 악마를 막아내라는.


'물론 그게 진짜 신의 계시일지도 모르지만.'


왜 그에게 게임과 같은 스탯 성장과 퀘스트 메시지가 나타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아마 소설의 종반부에는 무언가 드러나지 않을까 싶지만.


'결국 저 녀석은 퀘스트대로 행동하는 놈. 이 도시에서 악마를 죽여야 이 도시를 떠날테지. 망할.'


결국 클라우스를 죽여야 계속 모험을 진행할거란 얘기. 물론 당장 클라우스가 악마인줄 모르는 이안은 이 도시에서 악마를 계속 찾아다닐 것이었다.


"꼭 신앙심이 투철해서만은 아닙니다. 이건 제 과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악마들을 물리치기 위한."


그의 말에서 의지가 묻어나는듯 했다. 악마로 인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악마를 죽이며 힘을 얻는다. 누구라도 악마를 쳐죽이고 싶어할 테지.


'내가 이안이 되었다면 나 역시···.'


하지만 클라우스가 되었으니, 이안의 위협에서 살아남아 백작가의 도련님으로 살아가야한다. 클라우스는 이안에게 격려의 말을 건네기로 했다. 이게 일반적인 반응일테니까.


"대단한걸. 그 열정을 응원해주고 싶군. 어쩄든, 번지수를 잘못 찾았어. 악마 숭배자는 죽었으니, 모르지. 악마가 등장하려다 말았을지."


"그럴지도요. 하지만, 신의 계시는 틀린 적이 없더군요. 악마가 나타날거라고 했으니, 분명 악마가 나타날 겁니다."


"그래. 만약 악마가 나타난다면 꼭 이 영지를 지켜주도록."


"네. 반드시요."


이안의 굳은 결심이 느껴진다. 그게 왠지 불편해, 클라우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만나서 반가웠다, 이안."


"저도 그렇습니다, 도련님."


클라우스가 등을 돌리고 응접실을 나가려 문을 열었다.


"아참."


이안이 깜빡했다는듯 말을 한다. 클라우스가 슬쩍 돌아보았다.


"그런데 제가 신의 계시를 받는다는 말을 듣고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시더군요. 마치 알고 계셨던 것처럼···."


클라우스가 그를 바라보았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클라우스가 입을 뗐다.


"아아··· 그건 사실 반쯤 허풍이라고 생각해. 뭐, 자네가 괜한 헛소리를 할 사람처럼 보이진 않지만."


그렇게 말을 남기고 클라우스는 응접실을 나왔다.


"···망할 녀석."


클라우스는 응접실을 한참 지나, 크게 한숨을 쉬고 욕지거리를 뱉어냈다. 하여간 귀신같은 놈이다. 촉이 장난이 아니야.


'앞으로 마주칠 일은 또 없겠지만··· 놈이 이 도시에 있는 동안은 특히 더 조심해야겠어.'


소설 속 클라우스가 된 시점부터 악마가 더 나타날 일은 없다. 자신은 몸에 품은 이 악마를 절대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살아갈 테니까.


고로, 그 신의 계시인지 퀘스트 메시지인 것은 이제 더 유효하지 않다는 얘기였다.


이안은 그 사실을 당장은 깨닫지 못하겠지만, 결국 깨닫게 될 거다. 몇 년이고 이 도시에만 죽칠 수는 없을 테니.


클라우스는 이안이 그 사실을 하루라도 더 빨리 깨닫고 하루라도 더 빨리 이 도시를 떠났으면 싶었다.


"얘기는 잘 나눴느냐."


복도를 지나는데 마침 펜리르 백작이 반대편 복도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클라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배포가 참 큰 친구입니다."


"그래. 모험가 길드에서도 적극 추천할 정도로 실력도 있지. 내가 사람 보는 눈이 결코 얕지 않다 생각하는데, 그 이안이라는 모험가는 분명 보통이 아니야."


칭찬으로 한 말이 아니었는데, 펜리르 백작은 칭찬으로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왜 그 친구를 그렇게 띄워주는 거지?


클라우스는 궁금했다.


"뭘 보고 그렇게 판단하십니까?"


"감."


"하하···. 감만큼 불분명한 감각도 없지요. 그럼 제 감을 말해볼까요? 그 친구는 가까이 둬서 전혀 좋을게 없을 녀석입니다. 멀리하는게 좋아요."


클라우스는 당부하듯 말했다. 펜리르 백작이 말하는걸 보니 이안에게 관심이 있는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안과 거리를 둬야하는 클라우스로선 그게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당부는 큰 효과가 없는 듯했다.


"너가 그리 말하는걸 보니, 더 마음에 들려고 하는군. 자고로 사람은 잘 사귀어야 하는 법이다, 클라우스."


예. 잘 사귀어야죠. 잠재적으로 절 죽이려는 놈은 빼고요.


클라우스는 펜리르 백작과의 대화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왔다.


방에서 쉬려는데, 괜히 책장에 시선이 돌아갔다. 마침 눈이 간 김에 클라우스는 안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드르륵.


책장문을 열자, 음침한 공간이 드러난다.


"잘 있구나."


안에 들어서자, 제피드의 성검이 보였다. 위에 쌓여있는 물건들을 슬쩍 치워 바라보니 외견상 큰 차이는 없었다.


'뭐 마검이 될수록 모습이 변한다던가 이런건 말도 안되려나.'


클라우스가 살짝 손을 대고선 놀라 급하게 손을 뗐다. 아직까지도 거부감은 극명했다. 온전히 마검이 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할듯 보였다.


성검은 일단 더 내버려두기로하고, 클라우스는 한켠에 마련된 책들을 살폈다.


'도대체 어떤 책들이 있는 거냐.'


악마 숭배자의 공간답게, 흑마법부터 악마 소환법, 악마의 기원같은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클라우스는 그 중 한 책을 집어들었다.


"대악마전집."


분명 몸 안의 악마의 원류는 대악마 살레자르라고 했었다. 클라우스는 책을 훑으며 살레자르에 관한 설명이 있는지 살폈다.


"있다."


[대악마 살레자르. 일곱 대악마 중 하나. '재앙을 부르는 자', 단순히 '재앙'이라고도 불리는 대악마로, 이명에 걸맞게 그가 지나간 자리는 재앙만 남는다···.]


살레자르를 설명하는 문구였다. 대악마로서 그가 악마에서 어떤 위치인지, 그의 악마 군세는 어떠한지 옛날의 기록이 담겨있었다.


'재앙을 부르는 자. 그래, 소설에서 클라우스도 단순히 힘의 편린만이었지만 꽤나 강력했었다.'


이안도 악마가 된 클라우스 때문에 상당히 고전했었던 책 내용이 기억이 났다. 실제로 그 악마의 힘을 전부 사용한 것은 아닌, 극히 일부였으나 그럼에도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었다.


'나도 그 힘을, 조금이라도 사용할 수 있을까.''


악마가 되진 않았으나, 악마의 힘을 품고있는 클라우스.


혹시라도 그 힘을 조금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면?


씨익.


클라우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을, 자신감을 획득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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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토너먼트(1) 21.10.11 37 2 12쪽
13 13화. 축제 21.10.08 54 1 12쪽
12 12화. 사냥(4) 21.10.07 72 2 13쪽
11 11화. 사냥(3) 21.10.06 82 0 14쪽
10 10화. 사냥(2) 21.10.05 85 1 11쪽
9 9화. 사냥(1) +1 21.10.04 113 2 12쪽
» 8화. 이안 +1 21.10.02 116 2 11쪽
7 7화. 악마 +1 21.10.01 141 1 13쪽
6 6화. 악마숭배자(2) +1 21.09.30 145 3 11쪽
5 5화. 악마숭배자(1) +1 21.09.29 153 2 14쪽
4 4화. 악마 도련님(2) +1 21.09.28 178 2 11쪽
3 3화. 악마 도련님(1) +1 21.09.28 190 1 13쪽
2 2화. 백작가의 악마(2) +1 21.09.28 213 3 12쪽
1 1화. 백작가의 악마(1) +1 21.09.27 34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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