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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시정각입니다

백작가 도련님이 악마를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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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정각
작품등록일 :
2021.09.27 21:03
최근연재일 :
2021.10.11 18:10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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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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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수 :
77,039

작성
21.10.0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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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7화. 악마

DUMMY

"도련님? 왜 검을 질질 끌고 다니십니까?"


"아, 상관할 거 없어."


클라우스가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종에게 휘휘 손짓했다. 그 손짓에 시종은 갸우뚱거리며 자리를 벗어났다.


'제길.'


클라우스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클라우스는 지금 검을 끈에 연결해 질질 끌고오는 중이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분명 이상하고 수상한 행동이었다.


'어쩔수가 없잖아. 그렇다고 검을 집으면 얼마 들고다니지도 못하는데.'


자신을 거부하는 성검과, 성검을 거부하는 자신의 몸. 어떻게든 손에 쥐려고했으나, 그럴때마다 검은 계속 울고, 몸은 이상 반응을 보였다. 그 상태로 버티려해도 손에 타는듯한 감각이 느껴지며 고통스러웠다. 결국 클라우스는 그 검을 집는걸 포기했다.


그렇다고 성검을 지하수도에 버릴 순 없었던 클라우스. 결국 이렇게라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


"그냥 가던 길 가."


중간에 마주치는 몇몇 사용인들도 그런 클라우스를 이상하게 바라보며 지나갔다. 그들에겐 그저 클라우스가 기행을 벌이는 걸로 이해했다. 요즘들어 악마 도련님의 악행이 잠잠하기도 했으니, 이 정도는 웃고 넘어갈만한 수준이었다.


덜그렁.


방에 도착한 클라우스가 검을 내팽개쳤다. 물론 들고 있던 끈을 집고 던져서.


'젠장, 젠장.'


클라우스가 의자에 풀썩 앉으며 한쪽 벽면을 바라봤다. 그 벽면엔 책장이 있었다.


'악마··· 내가 악마였다고? 이 몸에 악마가 있었단 말야?'


클라우스는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그의 몸 안에 있던 악마가 깨어나, 그와 대화를 나누었던 상황을.


'나는 대악마 셀레자르가 네 놈 몸에 부여한 힘의 파편이다.'


놈은 말했다. 자신은 힘의 파편이라고. 정확히는 이 소설 속에 들어오기 전, 소설 속 클라우스가 살레자르와 계약하며 받은 힘의 파편이었다.


'그런데 내가 클라우스의 몸에 들어오며, 원래 있던 클라우스의 영혼이 계약에 의해 살레자르에게 넘어갔지. 계약 당시에 부여받은 힘은 남아있는 거고.'


클라우스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결국 악마와 계약한 이후구나. 그렇다면 나는 악마가 되는 건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렇게 부인했던 악마가 정말로 내 몸 안에 있을 줄이야.


클라우스는 허탈하면서도 이 대책없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혼란스러웠다. 일단은 악마로 변한 것은 아니지만, 몸 안에 악마의 힘은 남아있는 상태.


그러면 자신은 악마일까? 아니면 지금처럼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걸까?


그리고.


'이안한테 나란 존재는 어떤 것이지? 소설 속 이안이 날 보면 죽일까?'


이 세상의 모든 악마를 소멸시키기로 다짐했던 소설 속 주인공 이안. 분명 클라우스의 정체를 안다면 이안은 클라우스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클라우스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래. 이것도 마찬가지야. 들키지만 않으면 돼. 들키지만 않으면.'


이대로 악마를 품든 천사를 품든, 들키지 않고 살아가면 된다. 클라우스는 책장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그나저나 이건 어떡하지."


클라우스가 성검으로 시선을 돌렸다.


빛의 신, 제피드의 성검.


제피드의 성물로 검 자체에 신성력이 흐르는, 대단히 강력한 무기.


'그럼 뭐해. 쓸 수가 없는데.'


클라우스에겐 쥘 수도 없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성검을 바라보며 클라우스는 고민했다.


'처분할까. 이안에게 돌려준다면?'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주지? 직접 줘야하나?


클라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직접 주는 것 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아니, 애초에 이안과의 만남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악마가 된 날 알아보려나. 소설에선 악마들의 힘을 감지한다던가 하는 묘사는 없었어. 결국 눈으로 그 모습을 확인해야 알 수 있겠지. 그래도··· 이안은 신성력을 다루는 기사. 괜한 여지를 줄 필요는 없어.'


그렇다면 이 검을 다른 사람에게 대신 전달하게 하는 건?


'나쁘지 않아. 그런데 당장 이안이 어딨는지도 모르고, 이걸 믿고 대신 전달을 부탁할 만큼 믿을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결국 당분간은 내가 보관할 수 밖에 없다는 건데···.


클라우스는 이걸 또 어디다 둘지 고민했다. 무심코 고개가 책장 쪽으로 돌아갔다.


'저기만큼 숨기기 좋은 곳이 없겠지. 그런데 저기다 두면··· 검은 타락할 수도 있어. 아, 잠깐.'


자몬이 성검을 보관한 방법처럼, 악마와 연관된 것들에 성검을 두면 타락한다고 했다. 문득 클라우스는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마검이면 내가 사용할 수도 있잖아.'


씨익.


클라우스의 입꼬리가 자동으로 올라갔다.


'성검이면 어떻고 마검이면 어때. 쓰기 나름이지.'


클라우스가 벌떡 일어섰다. 다시금 끈을 잡고, 성검을 질질 끌어 책장을 열고 그 안의 공간에다 툭 던져두었다.


이 한정된 공간에 가만히 둬도 괜찮겠지만, 혹시 몰라 이런저런 물건들을 덮어두었다. 물론 악마와 관련된 물품들로.


'이렇게 마기에 노출시키면 된다는 거지.'


클라우스는 책장을 닫았다. 준비는 완벽했다. 이제 푹 익어서 숙성되길 기다릴뿐. 성검이 마검으로.


'안의 물건들을 한꺼번에 처분할 필요는 없겠어. 마검이 되려면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테니, 조금씩 시간을 두고 처분해야겠다.'


클라우스는 숨겨진 공간의 악마 숭배 물품들에 대한 처분 계획도 얼추 세워두었다. 남은건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었다.


* * *


클라우스는 여느날과 다름 없는 날들을 보냈다. 그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중엔, 소설 속에서 이안이 썼던 무기를 획득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 정확히는 가로챘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그리고, 이 영지에서 얻게될 이안의 동료. 그 사람은 당장 찾을 순 없으니, 나타날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어.'


주인공의 동료니만큼, 지닌 바 능력이 대단한 친구였다. 이안은 이안의 동료가 될 사람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것만큼 안전한 보험이 또 없을테니.


'내가 너무 지나치게 소설의 내용에 개입하고 있는 걸까?'


그건 의문이라기보다 사실에 가까웠다. 애초에 자신이 악마로 변하지 않고 악마를 몸에 품은 시점부터 소설의 내용은 틀어지기 시작했으니.


그렇다고 소설의 전개를 최대한 지켜준다면?


'그것도 나한테는 만족할만한 미래일까?'


이건 확신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가 본 소설의 내용은 초반부가 전부. 그렇다면 이후의 상황은 그 자신도 모르는 것이다. 소설의 결말이 만약 배드엔딩이면? 해피엔딩으로 끝날지라도 그 과정에서 클라우스가 죽게 된다면?


'결국 나는 내 스스로가 지킬 수밖에 없어.'


소설의 전개와 결말이 어떻게 되든 말이다.


클라우스는 그렇기에 그가 아는 소설 속 내용을 최대한 이용하고자 했다. 주인공의 무기는 얻었으니, 그 다음은 주인공의 동료였다.


'그것 또한 차분히 기다려야 해.'


붕붕.


클라우스는 생각을 정리하며 검을 휘둘렀다. 휘두를때마다 햇살에 비친 검날이 번쩍거렸다.


'더 빠르게.'


클라우스는 심장에서 오러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심장에서부터 솟아나는 오러가 전신을 돌며 신체에 활력을 부여했다.


그와 동시에.


[따분하군. 따분해. 이것밖에 못하는 거냐? 한심한 녀석.]


머릿속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퀴퀴하고 칙칙한 소리가. 듣는 것 만으로도 기분 나쁜 소리였다.


'망할 녀석.'


클라우스가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성검을 만지고 난 후 부터, 종종 몸 속의 악마가 깨어나 말을 걸어왔다. 당연히 달가울리가 없었다. 잊고 있다가도, 몸 속에 악마를 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


[힘을 더 끌어내!]


"닥쳐, 좀!"


클라우스가 소리를 질렀다. 그만큼 녀석의 말은 신경을 긁었다. 그럼에도 악마는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크크, 넌 너무 나약해. 알고 있나 인간?]


"넌 어떻고? 몸 속에 기생하는 기생충 주제에."


도저히 수련이 힘들거라 생각한 클라우스가 검을 내려놓고 비아냥대듯 말했다.


[너야말로 진짜 클라우스는 아니지 않나? 그 놈의 영혼은 분명 살레자르가 꿀꺽 했거든. 너가 어디서 왔는진 모르지만, 넌 나와 다르지 않아. 결국 이 몸에 붙어서 살아가는건 너나 나나 마찬가지지.]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넌 더 강해져야 해. 너가 죽으면 나도 소멸할테니까.]


"그냥 소멸해주면 안되고?"


[이미 넌 나와 묶여있는 몸이야. 이 육체에 말이지. 그건 곧 너는 나고, 나는 곧 너란 소리다.]


"끔찍한 소리 하지마 제발."


[크크크, 두고 보자고. 멍청한 인간.]


곧 녀석은 잠잠해졌다. 이렇게 뜬금없이 나타나 헛소리만 하고선 다시금 자취를 감춘다. 귀를 막아도 소리가 들려오니 성가실 지경이었다.


'이 녀석을 정말 떨쳐낼 순 없는 건가.'


이 찝찝한 녀석을 이 몸에서 떼어낼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떼어내고 싶었다. 클라우스는 이 문제에 대해 차차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도련님, 백작님께서 찾으십니다."


"아버지가? 알았다."


그때 시종이 와 펜리르 백작의 호출을 알렸다. 클라우스는 펜리르 백작의 집무실로 향했다.


"왔느냐."


"부르셨다고요."


"앉아라."


클라우스는 펜리르 백작이 앉고있는 집무실 책상 맞은편에 앉았다. 펜리르 백작은 클라우스를 앉혀놓고도 별 말이 없었다. 펜리르 백작이 클라우스를 잠시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떼곤 물었다.


"영지에서 악마 숭배자가 발견되었느니라."


"악마 숭배자가 말입니까? 허허, 참. 그런 망측한 것이 "


클라우스는 처음 듣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펜리르 백작은 그런 클라우스를 쳐다보다가 말을 이었다.


"지하수도에서 시체로 말이지. 도시의 부랑자들이 발견하곤 신고해왔다. 그의 소지품들은 전부 다 불탄 상태였으나, 잔재를 통해 유추해보니 악마 숭배자더군."


그의 소지품을 불태운 것은 클라우스의 짓이었다. 그런 물건들은 혹여라도 다른 이의 손에 들어가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물론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혹시 모를 자신과의 커넥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였지만.


클라우스는 그럼에도 처음 듣는 것처럼 대꾸했다.


"허허, 망측한 것이 정말 영지에 실존하였군요."


"그래. 안그래도 악마 숭배자에 대한 소문을 들은 참이라··· 이에 대한 조사를 하려했는데 말이지."


"어떤 의인인지는 몰라도, 참으로 다행입니다."


속으론 그 의인이 자신이라 말하고 싶은 클라우스였다. 악마 숭배자를, 그것도 단독으로 찾아내 처치한건 꽤나 큰 업적이다.


'그렇다고 괜히 여지를 줄 필요는 없어. 아깝지만, 모른 척 일관하는게 낫다.'


이미 박힌 색안경에 색을 덧씌울지도 몰랐다. 차라리 이대로 자신과 무관함을 밝히고 악마 도련님이라는 오명을 벗는게 더 나을거라 판단하는 클라우스였다.


"아는 것이 없느냐?"


"···무얼 말입니까?"


"이에 관해서 말이지. 어떤 것이라도."


"하하, 제가 아는 것이 있겠습니까."


"며칠 전 외출 때 혼자 나갔더구나. 병사와 기사를 대동하라고 했는데도."


그 일까지 기억하고 있단 말야? 그거까지 엮을줄은 몰랐는데.


클라우스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걸 느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혼자 행동하는게 편해서 그랬습니다. 이렇게 아무 일도 없이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걱정일랑 마십시오, 아버지."


"내가 무얼 걱정하는지는 알고 말하는 게냐?"


"어떤··· 걱정 말입니까?"


클라우스는 속으로 뜨끔했지만, 모른척하며 물었다. 펜리르 백작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 일로 저를 부른 것입니까?"


"사실 누군가 널 찾는다더구나."


"누가 절···?"


짝짝.


펜리르 백작이 손뼉을 치자,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문 사이로 누군가 들어왔는데, 시종은 아니었다. 들어온 이는 건장한 체격의 노란 머리칼을 지닌 남자였다.


"안그래도 악마 숭배자에 대한 소문이 있어, 모험가 길드에서 구한 실력있는 모험가다. 마침 클라우스, 널 잘 안다더군."


펜리르 백작이 소개했다. 클라우스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날 안다고?


"누구신지?"


클라우스가 묻자, 남자가 사람 좋게 웃으며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이안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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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가 도련님이 악마를 숨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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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토너먼트(1) 21.10.11 37 2 12쪽
13 13화. 축제 21.10.08 55 1 12쪽
12 12화. 사냥(4) 21.10.07 72 2 13쪽
11 11화. 사냥(3) 21.10.06 82 0 14쪽
10 10화. 사냥(2) 21.10.05 85 1 11쪽
9 9화. 사냥(1) +1 21.10.04 114 2 12쪽
8 8화. 이안 +1 21.10.02 116 2 11쪽
» 7화. 악마 +1 21.10.01 142 1 13쪽
6 6화. 악마숭배자(2) +1 21.09.30 146 3 11쪽
5 5화. 악마숭배자(1) +1 21.09.29 154 2 14쪽
4 4화. 악마 도련님(2) +1 21.09.28 179 2 11쪽
3 3화. 악마 도련님(1) +1 21.09.28 190 1 13쪽
2 2화. 백작가의 악마(2) +1 21.09.28 213 3 12쪽
1 1화. 백작가의 악마(1) +1 21.09.27 34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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