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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시정각입니다

백작가 도련님이 악마를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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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정각
작품등록일 :
2021.09.27 21:03
최근연재일 :
2021.10.11 18:1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924
추천수 :
25
글자수 :
77,039

작성
21.10.0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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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11화. 사냥(3)

DUMMY

"빛의 신전이구나. 이 양식은 꽤나 오래전의 것이야. 아마 펜리르 백작가의 역사보다 깊을지도 모르겠구나."


펜리르 백작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바위 사이로 드러난, 입구처럼 보이는 인위적인 건축 양식이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오, 고대 유적이군요! 이런 곳에 고대 유적이 있다니, 대단한 발견입니다 아버지!"


루벤이 흥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럴만도한게, 고대 유적은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에 발견된 고대 유적도 바위 뒤에 숨어 있었다. 오늘과 같은 일이 아니었다면 시간이 한참 지나도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래···. 조사단을 파견해서 확인해봐야겠구나."


"네···네? 조사단이요? 왜 바로 확인하지 않으시구요?"


루벤이 무의식적으로 대답하다, 뭔가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펜리르 백작에게 물었다. 펜리르 백작이 안을 주의깊게 살폈다. 신전의 입구 안은 어두워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러기엔 위험하지 않겠니? 급할 것도 없고. 안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른다."


"예. 아버님 말씀대로 조사단을 파견하는게 좋겠습니다. 이런 곳에 숨겨져 있는 고대 신전이라니. 괜히 꺼림칙합니다."


클라우스는 아버지의 의견에 동의했다. 펜리르 백작의 말처럼 급할 것은 없었다. 그러자 갑자기 루벤이 앞으로 나섰다.


"아버님. 말도 안됩니다. 이미 저 안에 아버님께서 사냥하신 축일을 기원할 제물이 있지않습니까. 그걸 이 안에 두고 가다뇨. 다른 야생 동물들이 몰래 들어가 놈을 다 뜯어먹으면 어쩌시려구요. 게다가 안에 있어봐야 뭐가 있겠습니까. 어차피 오랜 시간동안 막혀있던 곳입니다. 괜히 이대로 두면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고대 신전을 덥썩 넘겨주는 꼴이 됩니다. 안에 무슨 보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그건 그렇지만···."


고대 유적은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발견되기도 쉽지 않지만, 발견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거기다 지금까지 보존되는 고대 유적은 평범한 건축물일리가 없으니, 보물이 존재할 확률도 컸다.


루벤의 말은 응당 크게 틀리지 않았다. 허나 클라우스가 그 말에 대해 반박했다.


"그건 병사를 세워 이 앞을 감시토록 하면 됩니다. 그러면 멧돼지도, 신전 안의 물품들도 지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클라우스는 굳이 안에 들어가기가 싫었다. 어두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스산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 숨어있듯 발견된 것도 찜찜했다. 루벤의 말대로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확인되지 않은 위험을 감수하기가 내키지 않았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펜리르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분위기상 클라우스의 의견이 굳어가는것 같자, 루벤이 목소리를 더욱 키워 말했다.


"그러다 안에 야생 동물이라도 숨어 있었다면 어떡합니까! 이미 다 잡은 멧돼지의 뼈다귀만 보게 될 겁니다. 이 겁쟁이 같은 녀석! 그러면 나 혼자라도 들어가 아버지가 사냥하신 멧돼지를 가져오마!"


방금 루벤의 말은 조금 전 자신이 말했던, 입구 막힌 신전 안에는 아무것도 없을거라 호언장담했던 것과 모순되는 것이었다. 허나, 그는 이미 논리적인 설득은 내팽개치듯 집어던진 뒤였다.


루벤은 곧장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화륵!


루벤이 신전 안으로 발을 들이자, 복도 양 옆으로 횃불들에 불이 붙으며 시야를 밝혔다. 환해졌기 때문인지, 내부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루벤은 순간 놀랐지만, 자신감을 얻고는 힘차게 움직였다.


"루벤!"


펜리르 백작이 그를 불러세웠으나, 못들은 것인지 듣지 못한 척을 한 것인지 루벤은 이미 혼자 안쪽까지 깊이 진입해 가고 있었다.


"하아···."


"어떡할까요?"


옆에 있던 병사가 물었다. 펜리르 백작은 이마를 부여잡고 비볐다.


"우리도 따라가지."


일견 루벤의 말이 크게 틀린 것도 아니니, 펜리르 백작도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자네는 이 인근의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이 곳의 위치를 알려 뒤따르도록 하게."


펜리르 백작이 들어가기 전, 한 병사에게 지시했다. 나머지 병사들과 클라우스는 펜리르 백작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젠장. 무대포 성격 하고는.'


클라우스는 들어가면서도 루벤이 왜 저러나 싶었다. 괜히 위험을 자초하는 듯한 행동. 자신과 갈등을 일으키는 태도. 아무리 형이라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페드로도 저 지랄일까.'


하아.


클라우스는 한숨을 쉬며 앞선 루벤을 따라갔다. 이미 루벤은 저만치 앞서가 있었다.


"마도구가 이렇게나 많다니."


잠자코 따라가던 클라우스가 옆의 횃불을 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로선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일전에 빌의 말을 치료하기 위해 신전을 방문했을때도 본 적있는 물건이었다.


'도구에 마법과 마나를 저장해서 불을 붙이는 마도구. 사람이 들어오면 발동되게 되어있었나보군. 현재의 것과 형태와 양식은 다르지만 비슷하다. 그래도 이렇게나 많이 비치할만큼 흔한 것은 아닌데.'


실제로 시내에 있는 빛의 신전에도 이렇게 많은 마도구가 비치되진 않았다. 기껏해야 예배당이나 기도실에 한 둘 있는 정도.


그건 그만큼 마도구가 희귀하고 비쌌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백작가 내에서도 저런 마도구는 없었다. 그건 애초에 백작가를 모시는 사용인들이 있기도 했지만, 펜리르 백작이 사치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고대 시절엔 빛의 교단이 더욱 위상이 높았거나, 마도구가 더 흔했거나. 둘 중 하나겠지.'


횃불들을 바라보며 걷는데, 앞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루벤이었다.


"저기 아버지께서 사냥하신 멧돼지가 보입니다! 하하, 여기까지 왔을 줄이야."


루벤을 따라가는 일행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앞으로 더욱 밝은 빛이 새어나와 복도를 밝혔다.


"오호."


루벤을 따라잡은 펜리르 백작이 앞의 전경을 확인했다. 복도의 끝에는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쭈욱 이어져있었다.


그 아래에는 백작이 사냥한 멧돼지가 떨어져있었다. 아마 이쯤까지 혼자 뛰어오다가 계단에 굴러떨어진듯 싶었다.


그리고 그 계단의 아래로는 현재 신전의 양식과 비슷한 내부가 드러났다. 하얗게 회칠한 내부의 벽과 기둥, 제피드를 상징하는 신상과 장식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오, 아버지. 실제로 보니 정말 크군요! 이런 녀석을 사냥한데다 제피드의 신전까지 발견했습니다! 이거야말로 신의 인도가 아니고 무어겠습니까, 하하!"


계단의 아래로 내려와 멧돼지를 가까이서 살펴본 루벤이 크게 웃으며 외쳤다. 그리곤 두 팔을 활짝 펼치는데, 마치 그 모습이 신전을 발견한 것이 오로지 자신의 공인 것처럼 보였다.


"틀림없는 제피드의 축복입니다!"


"거대 멧돼지에, 고대 신전의 발견이라! 상서로운 날입니다, 백작님."


병사들도 하나같이 감탄했다.


"하하, 내가 뭐랬느냐. 분명 이곳에···음? 아버지! 저것은 금화가 아닙니까!"


루벤이 신전 한켠에 금화가 두둑히 쌓여있는 바구니를 보고 달려갔다. 척 봐도 적지 않은 양이었다. 달려가는 루벤의 모습이 마치 새집에 이사온 강아지마냥 신나했다.


'누가보면 정말 자기 집인줄 알겠어.'


클라우스는 슬며시 고개를 저었고, 펜리르 백작은 허허 웃었다.


'이대로 이걸 가져가기만 하면···.'


"음?"


그때 클라우스가 고개를 빼며 눈을 가늘게 했다. 그리곤 눈을 비볐는데, 무언가 헛것을 보는것처럼 보였다.


"왜 금화가 떠다니는 거지?"


"클라우스, 네놈이 또 무슨 헛소리를···."


루벤은 클라우스가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금화가 차분히 바구니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슬쩍 고개를 들었는데, 그 위로 금화 하나가 둥둥 떠 있었다.


"허, 허엇!"


루벤이 놀라 헛바람을 켰다.


그게 시작이었다. 곧 금화 몇 개가 더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바구니까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것이···?"


촤라락!


당황하는 루벤의 앞으로 갑자기 바구니가 뒤집어졌다. 거기서 튀어나오는 금화들이 루벤을 덮치듯 떨어졌다. 놀란 루벤이 급하게 뒤로 움직였다. 평소 단련을 해왔기에 망정이지, 일반인이었다면 금화에 묻혔을지도 몰랐다.


"끼하하하하하!"


어디선가 사이한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기이해 절로 소름이 돋았다.


"모두들 전투 준비!"


노련한 펜리르 백작이 검을 뽑고 전방을 주시했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스스스하며 형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밴시로군!"


밴시?


클라우스는 처음보는 그것에 놀라 입을 벌렸다.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 밴시는 언젠가 TV로 봤던 어느 귀신 나오는 고향의 처녀귀신과 닮아있었다.


'실존하는 처녀귀신이라니··· 맙소사.'


밴시의 등장에 클라우스는 물론, 루벤과 병사들까지 동요했다. 예고없는 갑작스런 등장에 나타난 것이 언데드였으니 겁을 집어먹을만 했다.


"끼히히히히!"


"얼마나 지루했다고! 앞으로 우리랑 영원히 함께하자!"


"좋아, 좋아! 너희들도 좋지?"


"그런데 저 녀석들은 오래 못살잖아!"


다섯의 처녀귀신이 서로 웃고 떠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얼굴을 굳히더니 이어 말했다.


"···죽여서 언데드로 만들면 되지!"


공중을 빙빙 돌던 밴시들이 갑자기 달려들었다. 그걸 본 펜리르 백작이 외쳤다.


"병사들은 뒤로 빠져라! 어차피 상대할 수 없어! 밴시를 벨 수 있는 건 오러 소드뿐! 루벤과 내가 상대하마!"


그건 오러 소드를 발현할 수 없는 클라우스도 마찬가지라는 소리였다.


펜리르 백작의 외침에 일행들의 정신이 번뜩 깨어났다. 모두가 각자 무기를 꺼내들어 다가오는 밴시를 향해 겨눴다.


"젠장! 정말 통하지 않잖아?"


클라우스가 다가오는 밴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분명 밴시를 베고 지나갔음에도, 허공을 벤것처럼 헛헛했다.


"손톱 맛 좀 볼래?"


그러자 밴시가 길쭉한 손톱을 휙 휘둘렀다.


내 공격이 통하지 않다면, 밴시의 공격도 마찬가지 아니야?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동시에 벤시의 손톱에 닿은 앞섶이 찢겨나갔다.


'후아.'


마찬가지가 아니였다. 클라우스의 공격은 먹히지 않는데 밴시의 손톱은 물리력이 있었다. 불공정한거 아닌가 싶다가도, 옆의 펜리르 백작을 보니 그런것 같지가 않아보였다.


"뒤로 물러나거라, 클라우스!"


펜리르 백작이 밴시의 손톱을 막아내다가 번개같이 반격했다. 그 반격은 유효하여, 밴시를 깊게 찌르고 들어갔다.


클라우스의 일격과는 달리, 펜리르 백작의 파란색 오러 소드에 찔린 밴시가 소멸하기 시작했다.


소멸하는 밴시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끼아아아아아아-!"


"크윽!"


밴시가 지르는 소리에 신전에 있던 모두가 귀를 틀어막았다. 영혼이 소멸하며 뱉어내는 밴시의 울음은 산 자들의 심령을 흔들었다.


머리가 핑핑 돌고 가슴은 공포로 물들어 답답해져온다.


숨쉬기조차 힘들어,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 듯 했다.


그동안 나머지 밴시들이 길쭉한 손톱을 휘둘러댔다.


"오러를 끌어올려! 병사들을 보호해라!"


펜리르 백작이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오러를 끌어올렸다. 오러가 사특한 기운을 몰아내 답답한 가슴을 개운하게 했다. 허나 정신적인 피해가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머리가 어지럽군···!'


정신을 온전히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당해줄수만은 없었다. 펜리르 백작은 꾸역꾸역 밴시를 상대했다.


클라우스와 루벤도 펜리르 백작처럼 오러를 끌어올려 공포에서 해방되었다. 움직일만은 하게 되자, 루벤은 보라색 오러 소드를 휘둘렀다.


"이 저주받은 영혼들아! 감히 네 녀석들이 빛의 신전을 더럽히다니!"


루벤은 울분을 토했다. 허나 그 기세만큼 밴시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끼히히히!"


"같이 노는 거야!"


"사, 사, 살려줘!"


다른 밴시들이 무력해보이는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밴시가 병사의 얼굴에 긴 손톱을 휘둘렀다. 병사의 얼굴에 네 개의 빨간 선이 슥 그어지며, 그대로 분리가 되었다.


"으으윽!"


옆에 있던 병사들이 놀라 움직이려했지만, 어지러운 정신과 가슴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공포로 인해 한 발자국도 떼기가 힘들었다. 패닉에 빠진 병사들에게로 밴시들이 달려들어 병사들을 도륙했다.


"빌어먹을 귀신 새끼들아!"


오러 소드를 사용할 수 있는 펜리르 백작과 루벤과는 달리, 클라우스는 반격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정신 공격의 영향 하에, 몸을 가누기도 쉽지 않았다.


클라우스는 병사들이 죽어가는걸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게 너무 분했다.


그동안 병사들을 전부 처리한 밴시들이 삼부자에게 눈을 돌렸다. 밴시들이 한꺼번에 달려들면 승산이 없을 듯 했다.


'어떻게 안 되는 거냐고!'


클라우스가 오러를 뿜어낼것처럼 폭발적으로 뽑아냈다. 금방이라도 몸 속의 오러가 동이나 지쳐버릴 것만 같은 무리한 행동이었다.


그때.


[크흐흐. 이 힘을 사용하고 싶다고?]


우우웅.


클라우스의 검에서 빛이 점점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 빛은 이내 곧 클라우스가 쥔 검신을 완전히 감싸며 정착했다.


그리고 그 빛은.


"검은색?"


검은색의 오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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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토너먼트(1) 21.10.11 37 2 12쪽
13 13화. 축제 21.10.08 54 1 12쪽
12 12화. 사냥(4) 21.10.07 72 2 13쪽
» 11화. 사냥(3) 21.10.06 82 0 14쪽
10 10화. 사냥(2) 21.10.05 85 1 11쪽
9 9화. 사냥(1) +1 21.10.04 113 2 12쪽
8 8화. 이안 +1 21.10.02 115 2 11쪽
7 7화. 악마 +1 21.10.01 141 1 13쪽
6 6화. 악마숭배자(2) +1 21.09.30 145 3 11쪽
5 5화. 악마숭배자(1) +1 21.09.29 153 2 14쪽
4 4화. 악마 도련님(2) +1 21.09.28 178 2 11쪽
3 3화. 악마 도련님(1) +1 21.09.28 190 1 13쪽
2 2화. 백작가의 악마(2) +1 21.09.28 213 3 12쪽
1 1화. 백작가의 악마(1) +1 21.09.27 34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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