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정시정각입니다

백작가 도련님이 악마를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정시정각
작품등록일 :
2021.09.27 21:03
최근연재일 :
2021.10.11 18:1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932
추천수 :
25
글자수 :
77,039

작성
21.09.28 19:00
조회
178
추천
2
글자
11쪽

4화. 악마 도련님(2)

DUMMY

클라우스는 약속대로 빌에게 성직자를 붙여주었다. 신성력의 힘으로 치료술을 행하는 성직자를 고용하려면 기부금이 필요했다. 가축에게 그 만큼 신경을 써주는게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클라우스는 기부금을 내고 성직자를 고용해 마굿간에 보냈다.


그래도 백작가의 아들이긴 해서 돈이야 충분했다.


"안그래도 그 문제는 나도 인지하고 있던 참이었어. 계속 상태가 좋지 않으면 나도 성직자를 고용하려 했다."


펜리르 백작이 말했다. 마굿간의 말들은 그의 재산이기도 했기에, 안그래도 그도 파악하고 있던 문제였다.


'그래도 의외군.'


자신의 돈까지 써가며 성직자를 고용해 가축을 치료한다라. 클라우스에겐 처음 보이는 면모였다. 이걸 단순히 좋은 의도로 받아들이기엔, 그간 클라우스의 행적이 좋지 않았다.


칭찬해도 될 법하지만, 펜리르 백작은 괜한 참견이라고 말하며 말을 아꼈다.


"아닙니다. 제가 잘못한게 있으니, 반성하는 차원에서."


클라우스가 고개를 꾸벅이며 말했다.


자신이 잘못했던 사람들에게 일일이 찾아가 용서를 구할 순 없어도, 최근에 벌인 일인 빌에게라도 용서는 빌어야 했다.


이 세계에서 악마는 실존하고, 악마에 관련된 저주 또한 실존했으니 듣는 사람의 입장에선 참으로 무례하고 무서운 말들일 터였다.


'거기다 이미지 메이킹에도 도움이 된다.'


앞으로 악마 도련님이라는 안좋은 이미지에서 벗어나는게 중요했다. 이 백작가에서 지금과 같은 편의와 생활을 누리기 위해선.


그런 클라우스를 보며 펜리르 백작이 말했다.


"그 잘못을 알긴 아는 모양이구나. 아니면 내 칼에 목이 떨어질까 무서워서 하는 연기더냐?"


펜리르 백작이 집무실 한켠에 있는 검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며칠 전, 클라우스 앞에서 뽑고 휘둘렀던 검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 클라우스는 괜히 뜨끔했다.


"하하··· 무슨 말씀을."


억지로 웃으면서 말은 하지만, 영 불편했다. 이 양반이 또 칼춤이라도 추려는건 아니겠지?


클라우스는 밖에 시종이 몇 명이나 있었더라 속으로 생각했다.


"검은늑대 기사단원에게 구보를 시켰다고 들었다."


펜리르 백작이 저조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걸 질책하려는 모양이었다.


"검은늑대 기사단원은 하인이나 시종이 아니야. 우리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우린 그들에게 여러가지로 보답하지."


"그렇습니까? 그 충성을 충분히 이행하지 못하였다면요? 뒤에서 자신들의 주군을 무시하고 욕보였다면 그 정도 체벌이야 괜찮지 않습니까?"


클라우스가 펜리르 백작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건 자신도 할 말이 있었다. 그 말에 펜리르 백작이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그들이 뒤에서 제 흉을 보더군요. 악마 도련님이라면서요. 매우 불쾌했습니다. 충성을 맹세하기로 한 백작가의 도련님에게 그런 말을 하다뇨. 그 이상의 체벌도 줄 수 있었지만, 그 정도 선에서 마무리한 것입니다."


클라우스가 주저없이 말했다. 그 말에는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논리가 담겨있었다. 거기에 당당한 어조까지. 그렇게 말하니 백작가의 도련님다운 기품과 품위가 묻어나는듯 했다.


"···그렇더냐? 알았다."


펜리르 백작은 더 추궁하지 않았다. 펜리르 백작은 잠시간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손을 휘휘 저었다. 집무실에서 나가라는 뜻이었다.


클라우스는 고개를 한번 숙인 뒤, 몸을 돌렸다.


"그러니 악마 도련님 소리를 듣지 않도록 앞으론 잘 처신하거라."


문을 열고 나가려는 클라우스 등 뒤로 펜리르 백작의 말이 들려왔다. 그 말에 클라우스는 씩 웃었다.


'그러고말고요.'


쿵.


문이 닫히고, 펜리르 백작이 머리가 지끈한듯 두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그저 평소처럼 기사들을 괴롭히는것처럼 말하더니. 루벤 녀석."


앞뒤 다 짤라먹고 기사들에게 체벌을 가했다고 하길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게 문제였던듯 싶었다. 물론 그간 클라우스의 행실에 기반한 판단이었지만.


"헛."


펜리르 백작이 슬쩍 웃었다. 마지막에 클라우스가 자신에게 당당히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모습이 생각나서였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그 녀석 앞에서 나름대로 연기를 한다고 한 게 먹혔던 모양이야.'


아직까지 크게 달라진 모습이 보이진 않았지만. 이제부터 변화의 시작이라면, 그 칼춤 백 번도 더 할 수 있겠다 생각하는 펜리르 백작이었다.


* * *


"후아, 후아."


클라우스는 숨을 몰아쉬었다.


'아버지한테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며 지지않고 말을 하다니. 내가 미쳤지. 목숨이 위험할 뻔 했다. 다음부터 조심해야지.'


클라우스는 방금 전의 일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억울하고 화가 나 홧김에 그렇게 말을 하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꽤나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가 겪어본 펜리르 백작은 아들을 위해 목이라도 칠 수 있는 냉혈한. 그런 사람에게서는 특히나 더 조심해야하는데 다소 무리한 행동이였음을 스스로 자책하는 클라우스였다.


'아니야. 그런 모습도 필요할지도. 그래도··· 제길. 생각만 복잡해지는군.'


클라우스는 생각을 털고 그만 연무장에 가서 검을 휘두르기로 했다. 검을 휘두르면 잡생각도, 어떤 생각도 나지 않고 오로지 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연무장에 간 클라우스는 곧장 검을 들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검술과 오러. 그것들이 무아의 경지에서 클라우스를 나아가게 했다.


'이렇게 강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대로 오러 소드를 발현하면 아버지에게 인정도 받을 테고, 이 세계는 워낙 안전과는 거리가 머니까.'


데몬슬레이어.


이 소설은 각종 이종족과 괴물들은 물론이고, 악마들까지 판을 치는 세상이었다. 다행히 인간도 단련을 통해 강해질 순 있었으나, 말 그대로 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력은 필수였다.


그런 세상에서 데몬슬레이어의 주인공 '이안'은 말 그대로 한 줄기 빛.


인간들을 위협하는 이종족, 괴물, 악마들을 척살하는 수호자와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놈이 나중에 날 쳐죽이러 오겠지. 빌어먹을.'


소설의 내용대로라면, 악마가 된 클라우스를 이안이 죽이게 된다. 클라우스는 소설 속 내용을 떠올리며 욕지거리를 뱉었다.


'아냐. 내가 악마가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그러면 그 녀석에게 죽을 일도, 마주할 일도 없어.'


클라우스는 검을 휘두르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어차피 악마가 아니니 이안에게 죽는다는 전제는 이미 사라졌다. 자신은 이제 이안과 같은 영웅에게 보호를 받아야하는 입장. 왠지 그가 든든하게 느껴졌다.


'그래. 이 세상을 위해 힘내주라고, 주인공.'


나는 백작가의 아들로 호위호식하며 살테니.


클라우스는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기분좋게 웃었다. 그 웃음과 함께 검끝이 흔들렸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보구나, 클라우스."


들려오는 소리에 클라우스가 검술 수련을 멈추고 검을 수납했다. 쳐다보니 루벤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웃는걸 보니 필시 좋은 일임이 분명해. 그렇지, 클라우스?"


루벤이 말했다. 근데 그 말의 어조가 뭔가 이상했다.


'비꼬나 지금?'


클라우사가 가만히 루벤을 쳐다보다가 입을 떼고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형님?"


그 말에 루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좋아서 웃는 표정은 아니었다.


"너가 어제 내가 신임하는 기사단원들에게 체벌을 했다지. 검은늑대 기사단원들 중에서도 그 녀석들은 특별히 나를 따르는 녀석들이었는데 말야."


"아아, 그건···."


클라우스가 이유를 얘기하려는 찰나, 루벤이 말을 이었다.


"할 말이라도 있느냐? 감히 네 형이 신임하는 기사들에게 그 따위 체벌을 주고도?"


"···"


"나는 네가 악마를 숭배하든 말든 그건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껄 건드리는건 용서치 않아. 그걸 명심해라."


그렇게 말을 남기고 루벤은 자리를 떠났다.


'마치 아버지의 기사단이 제 것이냥 말하는군.'


검은늑대 기사단원은 모두 펜리르 백작에게 충성하는 집단인데도 말이다. 거기다 자기를 특별히 따르는 녀석을 체벌했다고? 클라우스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기를 따르는 녀석들이었는지 내가 알 게 뭐야. 루벤··· 경계할 필요가 있겠다.'


루벤.


짧은 만남으로나마 놈의 성격이 짐작되었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성과를 뽐내길 좋아하고, 자신의 것을 지키려 든다. 그의 욕심이 어디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차기 가주에 대해서도 분명 욕심이 없어보이진 않았다.


'괜히 나를 견제하듯 말하는걸 보면 분명해. 소설에서 펜리르 백작가에 대한 정보가 더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소설에서 묘사된 펜리르 백작가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구성원과 펜리르 백작가의 명성 정도.


'그렇다면 앞으로 내가 더 조심해야겠지. 내 안전을 위해서.'


가족의 등 뒤에서도 칼을 꽂을 수 있는게 권력의 무서움이니. 클라우스는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선··· 대비가 필요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


클라우스는 씨익 웃었다. 그는 이미 그 힘을 어디서 구해야 할 지 알고 있었다.


* * *


드르륵.


"다행히 별 일은 없어."


방으로 돌아온 클라우스는 책장을 열어 공간을 확인했다.


자신의 방에 있는 비밀 공간. 악마 숭배자의 물품들을 모아둔 장소. 그런 것이 방 한켠에 붙어있다는게 굉장히 꺼림칙 했지만, 당장 이것들을 치울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방 안을 가끔 확인하기만 하는 참이었다. 확인한 이유? 별 거 없었다. 괜히 찔리는 마음에, 온전히 방이 보존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계속 둘 순 없어. 처분해야 해.'


클라우스는 이 집에 지내면서도 그 문제가 내내 그에게 걸리는 짐이었다. 이대로 두면 언젠가 들킬 것이기에, 전부다 없앨 필요가 있었다.


'일단은 그것부터 찾아야겠지.'


클라우스는 다시 책장을 닫았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이 안에가 아닌, 밖에 있었다.


'악마 숭배자. 그 놈을 찾아야 해.'


악마 숭배자. 정확히는 그가 가지고 있는 물건.


'이안의 무기, 제피드의 성검.'


소설 속 주인공 이안이 갖게 될 무기. 클라우스는 그것을 이안이 갖기 전에 가로채려고 했다. 정해진 소설의 전개라면 이안이 갖는게 맞을 터다. 그래야 그의 행보에 도움이 될 터니.


그러나 이미 전개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자신도 악마가 되어 클라우스에게 죽었어야할테니까.


'게다가 이안은 어차피 강하다. 그런 무기 없어도 어떻게든 해낼 녀석이야.'


그렇기에 클라우스는 그 무기를 먼저 취하고자 했다. 문제는 그 무기를 악마 숭배자 놈이 갖고있다는 것.


'소설에선 이안이 펜리르 백작에게 의뢰를 받고 악마 숭배자를 찾아다녔었지. 그 악마 숭배자를 찾기 위해선··· 그래, 거기다.'


클라우스는 생각을 마치고 방을 나섰다. 그 무기만 있으면, 당장 마스터급의 기사도 이길 수 있을 터다. 클라우스는 서둘러 움직였다. 주인공 이안이 그걸 챙겨서는 안되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작가 도련님이 악마를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작품 제목이 변경되었습니다. '백작가 도련님이 악마를 숨김' 21.10.08 28 0 -
14 14화. 토너먼트(1) 21.10.11 37 2 12쪽
13 13화. 축제 21.10.08 55 1 12쪽
12 12화. 사냥(4) 21.10.07 72 2 13쪽
11 11화. 사냥(3) 21.10.06 82 0 14쪽
10 10화. 사냥(2) 21.10.05 85 1 11쪽
9 9화. 사냥(1) +1 21.10.04 114 2 12쪽
8 8화. 이안 +1 21.10.02 116 2 11쪽
7 7화. 악마 +1 21.10.01 141 1 13쪽
6 6화. 악마숭배자(2) +1 21.09.30 146 3 11쪽
5 5화. 악마숭배자(1) +1 21.09.29 154 2 14쪽
» 4화. 악마 도련님(2) +1 21.09.28 179 2 11쪽
3 3화. 악마 도련님(1) +1 21.09.28 190 1 13쪽
2 2화. 백작가의 악마(2) +1 21.09.28 213 3 12쪽
1 1화. 백작가의 악마(1) +1 21.09.27 348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