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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시정각입니다

백작가 도련님이 악마를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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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정각
작품등록일 :
2021.09.27 21:03
최근연재일 :
2021.10.11 18:10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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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
추천수 :
25
글자수 :
77,039

작성
21.09.2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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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화. 백작가의 악마(1)

DUMMY

"여기는 펜리르 백작가의 영주성. 아버지는 카를로스 펜리르. 장남은 페드로 펜리르, 차남은 루벤 펜리르.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명문 귀족의 귀공자와 같이 생긴 이가 중얼거렸다. 마치 기억을 더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옆에서 그의 하인처럼 보이는 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클라우스 펜리르. 펜리르 백작가의 막내 아들."


"맞습니다, 도련님."


그 대답에 클라우스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클라우스 펜리르. 소설 데몬슬레이어의 악역이자 조연.'


그리고.


'나는··· 악마가 된다.'


* * *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시종의 물음에 클라우스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시종은 가만히 클라우스를 쳐다보다 문득 생각난듯 물었다.


"그것 준비해 드릴까요?"


"그거? 뭐?"


"허브티요. 평소 술 마신 다음날 꼭 드시지 않습니까."


"아아, 괜찮아. 지금 정신은 말짱하군. 아까는 술이 덜 깼을지 몰라도."


클라우스는 대충 둘러대며 시종에게 물러가라 말했다. 시종은 고개를 꾸벅 숙인 뒤, 방 밖으로 나갔다.


'클라우스 펜리르··· 내가 소설 속에 들어오다니.'


클라우스는 거울 쪽으로 향했다. 이미 몇 번이고 거울을 통해 확인했지만,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었다.


그 거울 안엔 얼굴이 있었다.


원래 자신의 얼굴이 아닌, 다른 사람의 얼굴. 그러나 이제는 자신의 얼굴이 된 그것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저 책을 읽다 잠들었을 뿐인데···.'


'데몬슬레이어'라는 소설. 그 소설을 읽다 잠든건 기억이 나는데, 어쩌다 내가 소설 속에 들어왔을까.


클라우스가 고민했으나 알 수 있는건 없었다. 확실한 건, 소설 속에 들어왔다는 사실 뿐.


'이제 클라우스로 살아야 한다.'


클라우스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원래 있던 곳과는 전혀 다른 이 세계에 살아가야 한다. 클라우스는 마른 세수를 하듯 얼굴에 손바닥을 대고 벅벅 비볐다.


'정신 차리자.'


그래야 산다.


클라우스는 생각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지 않은가. 지금 그는 호랑이 굴에 들어간 새끼 사슴이나 다름 없었다.


'클라우스는 악마가 되고, 소설 속 주인공 이안에게 죽는다. 그렇다면 악마가 안 되면 돼.'


클라우스는 소설 속 내용을 떠올렸다.


비록 초반부밖에 보진 못했으나, 다행히 그 초반부엔 클라우스라는 캐릭터가 죽어서 스토리에서 퇴장할때까지가 전부 담겨있었다. 당장 그 부분만 보아도 충분했다. 소설 속 캐릭터 클라우스의 미래를 알 수 있으니까.


소설의 내용대로라면 자신은 악마가 되어 죽는다.


클라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절대 그럴 일은 없어.'


클라우스는 자신에게 쳐한 미래를 바꾸기로 했다.


'아직 악마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늦지 않았어.'


소설 속에서 클라우스는 주인공 이안에게 얻어터지고 수치심에 악마와 계약했다고 했다. 그러곤 악마가 되었다고 했으니 아직 악마와 계약하긴 전이었다.


'그래. 뿔이 달리고 날개가 있는 모습이랬어. 아직 난 평범한 인간이다.'


당장 악마가 되지 않은, 인간의 몸이다. 그거면 충분했다.


똑똑.


생각을 이어가던 찰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백작님께서 찾으십니다."


"아, 알았다. 간다고 전해."


클라우스는 짧게 한 숨을 쉬고 방을 나섰다. 앞에서 대기하던 시종이 앞서 안내하자 클라우스는 따라 걸었다.


넓고 긴 복도를 생각없이 따라가고 있으니, 시종이 멈추어섰다. 백작가의 집무실에 도착한 것이었다.


시종이 문을 여니 방 안쪽에 흰머리가 그득한 중년인이 보였다. 척 봐도 클라우스의 아버지인, 펜리르 백작이라는 사람이었다.


펜리르 백작은 등을 보인 채 방에 진열된 무구들을 훑어보는 중이었다. 클라우스는 안에 들어가 처음 보는 펜리르 백작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부르셨다고요, 아버지."


등을 보이고 서있던 펜리르 백작이 클라우스의 말에 몸을 돌렸다.


"헙!"


클라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놀랐다. 펜리르 백작의 얼굴이 마치 불독의 얼굴마냥 잔뜩 구겨져 있었다.


"클라우스! 이 놈 자식이!"


스릉!


펜리르 백작이 갑자기 진열된 검 중 하나를 뽑아들었다. 그리곤 검을 번쩍 드는게, 금방이라도 클라우스를 내려칠 기세였다.


클라우스는 깜짝 놀라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 아, 아···버지. 무, 무슨 일···?"


"이 녀석이-! 네 놈 죄를 네가 알렸다!"


입에서 벼락이 나온다면 지금과 같을 것 같았다. 어찌나 목청이 큰지 목소리만으로도 심장이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거기다 검까지 번쩍 쥐고 있으니 그 기세가 굉장히 형형했다.


"모, 모, 모르겠습니다! 뭐, 뭔 죄를 제가."


클라우스는 머리를 팽팽 굴렸다.


죄? 무슨 죄? 소설 속에 들어온게 죄라면 죄인가? 내 의지로 들어온 것도 아닌데? 그럼 이 몸에 들어오기 전에 클라우스가 뭔 죄를 저질렀나? 그걸 내가 알 리가 없잖아! 애초에 클라우스 관점으로 적힌 소설도 아닌데!


클라우스는 잔뜩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에도 펜리르 백작의 기세는 줄어들지 않았다.


"네 녀석이 마구간지기에게 뭐라고 했는지 들었느니라! 뭐? 마구간지기의 영혼을 악마에게 바치겠다고? 이 녀석이 정녕 미쳤구나! 미쳤어-!"


뭐? 그딴 소리를 했다고? 클라우스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진짜 미친거 아냐?


"영지민들이 네 녀석을 보고 뭐라고 부르는지 아느냐? 알어!?"


"아, 압니다! 악마 도련님! 악마 도련님이라고요!"


클라우스가 소설 속 내용을 얼추 떠올리며 대답했다. 이 순간 그걸 떠올린 것도 참으로 신기했다.


악마 도련님.


평소 악마를 찬양하고 남들에게 악마의 저주를 일삼는 클라우스에게 영지민들이 붙인 별명 아닌 별명이었다.


지나가듯 나오던 것이었는데, 이 상황을 보니 딱 그 대답을 원하는 것 같았다.


"이익! 악마 도련님? 악마 도련니임!? 그걸 듣고도 아직도 그 입에 악마를 담고 살아? 네가 정말 악마 숭배자가 되고 싶어 그러는 거냐? 어?"


이쯤되니 클라우스도 펜리르 백작이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까닭을 공감할 수 있었다. 자식 새끼가, 그것도 영주의 아들 신분으로서 틈만 나면 악마를 입에 담고 살다니.


아마 아버지 입장에선 속이 터져도 백 번은 터졌을 것이다.


근데 그건 소설 속 클라우스 얘기고. 나는 이제 그 클라우스가 아니잖아.


클라우스는 먼저 펜리르 백작을 진정시키고 대화로 해결하기로 했다.


"아, 아버님! 좀, 그 검 좀 놓고 얘기하십시오! 그러다 진짜 아들 목이라도 치겠습니다."


"오냐, 악마 숭배자의 싹을 여기서 베어버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부웅!


검이 훅 떨어진다. 클라우스는 대경실색하며 옆으로 구르듯 그 검을 피했다.


"아, 아버지! 진짜 죽을뻔 했습니다!"


"이 녀석! 정말 죽일 것이니라!"


"아, 아버지!"


도저히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바, 밖에 누구, 누구 없어? 빨리 들어와!"


클라우스가 방 밖을 향해 외치자, 밖에서 대기하던 시종 둘이 방 안에 잽싸게 들어왔다. 이미 방 밖에서 대충 소리를 들어 상황을 짐작한 듯 했다.


"배, 백작님! 이, 이러시면 안됩니다!"


"백작님! 백작님의 막내 도련님이십니다! 제발···!"


시종 둘이 펜리르 백작을 부둥켜 안듯 바짝 붙어 펜리르 백작을 막아섰다.


"놔라, 놔! 저 악마 숭배자의 싹을 내가 잘라내버릴 것이야!"


그럼에도 펜리르 백작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클라우스는 이 기회를 살려 어떻게든 펜리르 백작을 진정시키기로 했다.


"아, 아버지! 죄, 죄송합니다! 다시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정말입니다, 아버지!"


클라우스가 넙죽 엎드리며 말했다.


'시발···! 이게 뭐냐고 도대체!'


엎드려서 보이지 않던 클라우스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만큼 이 상황은 그에게 어처구니없고도 황당할 지경이었다.


클라우스는 바닥을 바라보며 이어 말했다.


"아버지! 제가 정말 미쳤었나 봅니다. 이제는 정말 그러지 않을테니, 제발 이 막내 아들을 두고봐 주십시오!"


"네 놈이 한 두번인줄 아느냐! 틈만나면 누구한테 악마로 바치겠다느니, 악마의 힘이라도 얻으면 네놈 따위는 한주먹거리라느니! 불경한 말을 입에 담던 녀석이-!"


"이제는 정말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믿어주십시오, 아버지!"


"···."


클라우스가 간절히 말했다. 그 간절함이 통했는지, 펜리르 백작이 입을 다물고 가만히 클라우스를 쳐다보았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겠느냐?"


"책임지고 말고요!"


"···책임진다고 하였다."


그제서야 펜리르 백작은 들고 있던 검을 내려놓았다.


하아.


땅이 꺼지듯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 두고 보겠다. 당장 물러가라! 꼴도 보기 싫으니."


펜리르 백작의 축객령이 오히려 반가운 참이었다. 클라우스는 그 말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둘러 집무실에서 나왔다.


"후아."


또다시 한숨이 나온다. 어찌나 긴장했는지 식은땀까지 뻘뻘 흘렀다. 클라우스는 일단은 더 거리를 둬야겠다 싶어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클라우스 이 미친 새끼. 악마 도련님? 참나.'


소설 속의 설정이지만, 악마 도련님이라고 불리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펜리르 백작이 저러는 것이 이해가 갈 정도로.


괜한 사람에게 시비거는 것은 기본이요, 악마에게 쳐죽을 놈, 악마의 희생양도 못 될 놈이라며 틈만 나면 악마에 관련된 악담을 퍼부었다고 했다. 그 덕분에 사실과는 별개로 악마 도련님이라는 웃지 못할 별명까지 붙은 녀석이었다.


거기다 정말 악마에 심취해 악마에 관련된 서적이나 도구 등도 몰래 수집해왔으니 두 말 할 나위도 없었다.


'잠깐. 악마에 관련된 서적이나 도구를 수집해왔다···. 소설 속 설정이 그렇다면?'


흡!


클라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켰다. 그리곤 서둘러 조금전 있었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딸칵.


방문을 잠그고.


클라우스는 자신의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침대 밑이나 서랍, 장식장 안쪽이나 카펫 아래까지.


"후우. 없다. 없어."


설마 정말로 방 안에 그런걸 숨겨두었나 싶었는데, 다행히 없는 모양이었다. 아직까지 정말 악마에 심취하기 전에 클라우스가 된 모양이었다.


"···다행이야."


클라우스는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탈력감을 느꼈다. 방금 만난 펜리르 백작과의 한바탕 실경이에, 설마 싶었던 악마와 관련된 물품들 수색까지.


이제 그것들과는 관계가 없으니, 앞으로 착실히 살기만 하면 되었다.


펜리르 백작가 막내 도련님 클라우스로.


그렇게 클라우스가 책장 옆에 슬쩍 기대자.


드르륵.


무언가 밀리는 소리가 들리며 책장이 옆으로 움직였다.


"뭐···뭐야?"


책장이 완전히 밀려나자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악마···."


악마와 관련된 것들이 모여있는 비밀 공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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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토너먼트(1) 21.10.11 37 2 12쪽
13 13화. 축제 21.10.08 54 1 12쪽
12 12화. 사냥(4) 21.10.07 72 2 13쪽
11 11화. 사냥(3) 21.10.06 82 0 14쪽
10 10화. 사냥(2) 21.10.05 85 1 11쪽
9 9화. 사냥(1) +1 21.10.04 113 2 12쪽
8 8화. 이안 +1 21.10.02 115 2 11쪽
7 7화. 악마 +1 21.10.01 141 1 13쪽
6 6화. 악마숭배자(2) +1 21.09.30 145 3 11쪽
5 5화. 악마숭배자(1) +1 21.09.29 153 2 14쪽
4 4화. 악마 도련님(2) +1 21.09.28 178 2 11쪽
3 3화. 악마 도련님(1) +1 21.09.28 190 1 13쪽
2 2화. 백작가의 악마(2) +1 21.09.28 213 3 12쪽
» 1화. 백작가의 악마(1) +1 21.09.27 34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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