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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시정각입니다

백작가 도련님이 악마를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정시정각
작품등록일 :
2021.09.27 21:03
최근연재일 :
2021.10.11 18:1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935
추천수 :
25
글자수 :
77,039

작성
21.09.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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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화. 백작가의 악마(2)

DUMMY

"···."


어이가 없어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게 뭔···."


개같은 상황이지.


정말로 이것을 모아다 이 공간에다 숨겨두었구나.


설마하는 추측이 사실이라니.


클라우스는 그러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그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맙소사···."


넓지않은 공간이지만, 안에는 악마와 관련된 것들이 꽉 차 있었다.


거무튀튀한 고서적, 수상한 도구들, 심지어 정체 모를 뼈들까지.


'이게 다 대체 뭐야···?'


바닥에는 다 마른 피로 그려진 마법진으로 보이는 것도 있었고, 테이블엔 이상한 약품으로 보이는 것들까지도 있었다.


'아주 제대로 된 악마 숭배자 납시셨구만.'


그랬기에 악마와 계약까지 할 수 있었겠지.


소설 속에선 정말 악마를 숭배하던 클라우스가 악마에 관련된 것들을 수집해왔다고 되어있었는데, 그게 사실이었다. 그걸 방 한켠에 마련된 작은 공간에 모아놓고 숨겨왔을 줄이야.


이 공간을 보기만해도 어질할 지경이었다.


드르륵.


클라우스는 다시금 책장을 밀어 드러난 공간을 다시 감추었다.


'절대 들켜선 안 돼.'


이 일이 들킨다면? 멀리 있는 교회의 성기사에게 갈 것도 없었다. 클라우스는 조금 전의 상황이 떠올랐다. 펜리르 백작이 검을 치켜들며 노성을 토하는 모습. 괜히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들키지만 않으면 돼."


그러면 없던 일이 되는 거다. 자신이 행하지 않은 일로 억울하게 악마 숭배자로 몰릴 순 없었다.


"도련님."


그때 방 밖에서 시종의 목소리가 들렸다. 클라우스는 책장의 위치가 이상하지 않은지 한 번 점검하고는 손수 방 문을 열었다. 괜히 시종이 열게 두었다간 방문이 왜 잠겼는지 의심을 살 수 있었으니까.


"아."


클라우스가 직접 문을 열어준게 놀란 모양이었다. 시종은 순간 아무 말도 못하고 입만 슬쩍 벌렸다.

그러거나말거나 클라우스는 시종에게 용건을 물었다.


"왜지?"


"아, 네.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식당으로···."


"가자."


클라우스는 고개를 끄덕이곤 방 문을 닫았다. 닫으면서 다시 한 번 책장을 확인했다. 이상해보이는 점은 없었다.


'괜히 찜찜해···.'


감춘다고 끝까지 감출 수 있을까? 방이 바뀌지 않는 한은 걸리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안했다.


'조만간 전부 처분해야겠어.'


처분하는 것 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해야 했다. 악마 숭배자로 몰릴 일을 피하기 위해선.


그렇게 생각에 잠기는 클라우스의 귀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악마 도련님이야."


"어제도 마구간지기 빌에게 악마한테 영혼을 바치라고 했다며?"


"왜 자꾸 그런 소리를 하시는 건지···."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잃으셔서 그렇겠지. 그래서 그런지 성격이 비뚤어지시고 이상한 것에 홀리셔서···."


멀리서 시녀들이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리는 꽤 멀었다. 그런데도 선명하게 들렸다.


"뒷담화를 대놓고 들으라는 식으로 말하네."


그것도 먼 거리에서 들리게 하려면 굳이 목소리를 높여야 할 텐데 말이다. 그 말에 앞서가던 시종이 뒤를 돌아보았다.


"네? 뒷담화라뇨, 도련님?"


"응? 저기 있는 시녀들이 내 얘길 하잖아."


"···저기 청소하는 시녀들이요? 전 못들었습니다만··· 거리도 꽤 멀고요."


"그래···? 그렇다면 내가 잘못 들은 모양이야."


그 말에 시종은 다시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분명히 들렸는데.'


아니면 정말 잘못 들은 거일 수도 있었다. 스스로 악마 도련님이라 불리게 되는 자격지심으로 인한 착각?


클라우스는 방금 들은 것들을 그냥 잊기로 했다.


그렇게 여기는 와중 클라우스는 식당에 도착했다.


끼익.


식당의 문이 열리고,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는 가족들이 눈에 보였다.


'펜리르 백작과 내 형제군. 누구지?'


펜리르 백작은 조금 전 호되게 혼나서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었고. 그 옆에 멀끔히 생긴 귀공자가 식사를 하고 있으니 클라우스의 형제로 보였다.


클라우스는 첫째형 페드로와 둘째형 루벤이 있었으니 둘 중 누군지는 당장 알 수 없었다.


"앉아라."


펜리르가 들어오는 클라우스를 보며 말했다.


그저 앉으라고만 했는데, 괜히 조금 전의 일이 떠올라 클라우스는 뻣뻣하게 다가섰다.


"하하, 클라우스. 잠자리가 사나웠던 모양이구나. 걷는게 너무 불편해보이는데?"


"괜찮습니다, 형님."


일단 형님이라고 해두고.


클라우스는 조심히 다가가 식당 테이블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클라우스의 앞으로 음식 접시가 놓아졌다.


잘 구워진 돼지 고기와 부드러운 밀빵, 각종 야채가 담긴 샐러드 등. 차려신 식단들은 꽤나 화려했다. 확실히 백작가의 식사다운 차림이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들에 클라우스의 손이 움직였다.


'일단 빵 먼저.'


클라우스가 막 한 손으로 빵을 집고 입으로 집어넣으려는 찰나였다.


"식사 예절은 그새 까먹은 게냐?"


펜리르 백작의 낮은 음성이 식당에 울려퍼졌다. 그 말에 클라우스는 말 그대로 일시정지 상태가 되었다.


"어···."


식사 예절? 그런게 있었어?


클라우스가 멍한 표정을 짓자, 펜리르 백작이 옆에 있는 클라우스의 형제를 가리켜 말했다.


"네 형을 봐라. 백작가의 일원이면 언제나 품위를 유지해야 하거늘."


그 말에 클라우스의 시선이 반대편에 앉은 형제에게 옮겨갔다.


'빵을 굳이··· 나이프에 썰어서 포크에 찍어먹네.'


마침 클라우스의 형도 빵을 먹는 중이었다. 클라우스와는 다르게 정갈히 빵을 나이프로 썰어서 포크에 찍어먹으며.


"하핫, 배가 고파 손이 저절로 움직이더군요."


클라우스는 어색하게 웃으며 둘러댔다. 평소 클라우스의 성격때문인지는 몰라도, 펜리르 백작이나 맞은 편에 앉은 그의 형도 클라우스의 행동에 그러려니 하는 것처럼 보였다.


클라우스도 곧장 따라했다. 빵을 나이프롤 썰어먹으려니 빵가루만 날리며 깔끔히 썰리지가 않았다.


'젠장. 이따위 식사 예절은 왜 있는 거지? 애초에 빵은 그냥 손으로 집어먹어도 되잖아?'


그러면서도 눈치껏 다른 식사 예절도 따라하는 클라우스였다. 그런것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밥을 먹으려니 영 귀찮고 불편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이제 클라우스로 살아가려면 사소한 것 하나하나 놓쳐서는 안되었다.


"루벤."


"예, 아버지."


한창 식사를 하는 와중, 펜리르 백작의 부름에 클라우스의 형, 루벤이 대답했다. 클라우스는 그제서야 자신의 앞에 앉은 형이 루벤임을 알았다.


'차남 루벤이구나.'


그렇다면 장남 페드로는 왜 없는 거지? 궁금했으나 클라우스는 티를 내지 않고 그 식사 예절이라는 것에 신경쓰며 식사를 했다. 그 와중에도 펜리르 백작과 루벤의 대화가 이어졌다.


"검술 수련은 잘 되어 가느냐?"


"예."


루벤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무슨 말이라도 할 것처럼 입을 오물오물하다 말고, 식사를 계속했다.


"할 말이 있으면 하거라."


그걸 모를 펜리르 백작이 아니었다. 펜리르 백작이 묻자 루벤의 얼굴이 더욱 환해졌다.


"제 입으로 직접 이런 말씀을 드리기가··· 사실 며칠 전, 오러를 발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오호!"


루벤의 말에 펜리르 백작의 입이 떡 벌어지더니 곧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핫! 장하다, 장해. 역시 펜리르 백작가의 핏줄은 어딜 가지 않구나!"


펜리르 백작의 칭찬에 루벤도 마주 웃었다.


'누구는 칼로 쳐 죽이려 들더니, 누구한테는 애정이 팍팍 쏟아지는구나.'


이거 너무 온도차가 나는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나도 자식인데.


클라우스는 자신만 소외된 기분을 느끼며 인상을 팍 구겼다. 그러거나말거나 둘은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지말고, 당장 네 오러를 보자꾸나. 연무장으로 가자!"


"예. 아버지."


둘은 식사를 하다 말고 벌떡 일어났다. 애초에 다 배를 채웠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클라우스. 뭐 하느냐?"


뭘 뭐해? 밥 먹지?


클라우스는 펜리르 백작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가뜩이나 식사 예절이다 뭐다, 신경쓰여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클라우스였다. 배가 반도 안 찬 것 같았다.


그런 클라우스를 향해 펜리르 백작이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형이 오러를 발현하는데 성공했다. 당장 그 오러를 견식하러 가야할 생각은 못 한거냐?"


"···."


그게 뭔 상관이야? 난 관심 없으니 둘만 가면 되는 거 아냐? 오러가 밥먹여주는 것도 아니잖아.


"예, 가야지요."


그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으나, 클라우스는 벌떡 일어나 둘의 뒤를 따랐다.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상황에서 처신이라도 똑바로 해야했다. 비록 아직 배는 고팠지만.


"이게 제 오러 소드입니다, 아버지."


연무장에 도착한 루벤이 한쪽에 비치된 검을 양손으로 잡아 세웠다. 그러자 검날에 옅은 기운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곧 보라 색의 기운이 검날 전체를 덮었다. 은은한 보랏빛이 꽤나 아름다웠다.


"오오, 보라색의 오러라. 브리언트 남작가의 호위 기사 중 하나가 보라 색의 오러를 쓴다는 얘기는 들었다만, 직접 보는건 처음이구나. 장하다, 장해!"


펜리르 백작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별 관심이 없던 클라우스가 보기에도 꽤나 대단한 일처럼 보였다.


'오러를 외부로 발현하는 오러 소드. 오러 소드의 경지면 상당한 수준의 검사로 인정 받지. 개개인마다 오러의 색은 다르지만, 오러를 발현한 것 자체로 마스터급에 들어선 셈이야. 젊은 나이에 이룬 성취니 대단하긴 하군.'


클라우스는 소설 속 설정을 떠올렸다.


데몬슬레이어의 검사들은 체내에 오러를 쌓아 그 총량과 오러의 질이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외부로 발현이 가능했다. 이렇게 검에 오러를 덧씌운 형태를 오러 소드라 불렀으며, 그 단계에 들어서면 마스터급으로 인정받는다.


물론 같은 마스터급에서도 검술과 오러 운용에 따라 그 실력은 천차만별이지만, 마스터급에 들어서기만 해도 대륙 어디서든 작위를 받을 수준을 되었다.


휙휙.


루벤은 그 상태로 검을 몇 번 휘둘렀다. 보라색 오러가 입혀진 검으로 보여지는 검술은 하나의 춤사위와도 같았다.


"허억, 허억."


검술을 끝마치고, 루벤은 검을 집어넣었다. 오러 소드를 유지하기가 꽤나 버거웠는지 숨을 몰아쉬었다.


펜리르 백작은 루벤에게 박수를 쳐주며 클라우스를 보고 말했다.


"보았느냐. 페드로에 이어 루벤까지. 네 형들을 본받도록 해라, 클라우스."


"본받고 말고요. 훌륭하십니다, 형님."


클라우스는 과장된 몸짓으로 루벤에게 박수를 보냈다. 앞으로 백작가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려면, 소설 속 클라우스와 같은 모습으로는 안되었다. 클라우스는 이제 악마 도련님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이미지를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성실하고 착실한 아들, 믿음직한 형제, 존경할만한 백작가의 막내 도련님.


그렇다면 이 소설 속에 들어오게 된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리라.


"말로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펜리르 백작이 호통을 쳤다.


그럼요. 어찌 날로 먹겠습니까. 이제 악마 도련님 소리는 그만 들으실 겁니다. 이 클라우스 펜리르는 이제 다른 사람이니까요.


클라우스는 그렇게 백작가의 일원으로 살아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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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토너먼트(1) 21.10.11 37 2 12쪽
13 13화. 축제 21.10.08 55 1 12쪽
12 12화. 사냥(4) 21.10.07 73 2 13쪽
11 11화. 사냥(3) 21.10.06 82 0 14쪽
10 10화. 사냥(2) 21.10.05 85 1 11쪽
9 9화. 사냥(1) +1 21.10.04 114 2 12쪽
8 8화. 이안 +1 21.10.02 116 2 11쪽
7 7화. 악마 +1 21.10.01 142 1 13쪽
6 6화. 악마숭배자(2) +1 21.09.30 146 3 11쪽
5 5화. 악마숭배자(1) +1 21.09.29 154 2 14쪽
4 4화. 악마 도련님(2) +1 21.09.28 179 2 11쪽
3 3화. 악마 도련님(1) +1 21.09.28 190 1 13쪽
» 2화. 백작가의 악마(2) +1 21.09.28 213 3 12쪽
1 1화. 백작가의 악마(1) +1 21.09.27 34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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