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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중앙 도서관이 조선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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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젠장
작품등록일 :
2023.02.01 19:32
최근연재일 :
2023.04.04 21:5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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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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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영락제의 분노

DUMMY

정화는 오랜 기간 원정을 이끌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원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더 많은 부를 얻고자 하는 이들.


권력의 중심에 서기 위해 자신과 친분을 만들려는 이들.


새로운 땅을 탐험하는 것을 원하는 이들 등.


많은 이들을 보기는 했지만 이런 답변을 들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정화가 지금 상황을 어찌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지 생각하던 때였다.


"소인이 들은 바에 의하면 그 오랑캐들은 공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선비 된 이가 그들을 교화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교화하겠다니. 지금 제정신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인가?


지금 사신으로 온 이들과 궁중에서 만날 터인데.


사신들에게도 그들을 교화해야 한다고 말할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이 든 정화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런 이들을 이끌고 원정할 자신이 들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정화는 지금 상황을 다른 주제로 바꾸고 싶었지만.


유정현은 지금 대화 주제를 이어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인간의 천성은 부모를 공경하고, 인의(仁義)를 지키려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나 많은 사람이 습속(習俗, 관습이 된 풍속)에 젖어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에게 인의예지를 가르치는 것은 선비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 유학을 배우는 선비 된 이로써 오랑캐를 교화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정화는 유정현의 이러한 답변을 너무나 오만한 답변이라 느꼈다.


그가 방문한 많은 국가는 그들만의 질서가 존재한다.


그런데 저런 오만한 태도로 오랑캐들을 교화하겠다고 나서니.


정화는 유정현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얼마 안 가 그가 만족할만한 답변을 할 수 있었다.


”그대의 말대로 그 오랑캐들을 교화해야 하나, 이는 조선이 상관할 일이 아니오.“

”그렇습니까?“

”그렇소. 이미 대명제국은 교지(交趾, 베트남을 말함)를 정복한 후 이 지역에 학교를 세워 성리학을 가르치고 있소.“


지금은 교지군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는 베트남에는 정화가 이야기한 것처럼 유학을 가르치기 위한 학교가 세워졌다.


정화는 이 진실에 거짓을 섞어 유정현이 이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고자 했다.


”이 교지에 만들어진 학교는 다른 조공국으로 유교를 가르칠 선비들을 교육하기 위한 기관이니, 그들에게 공자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것은 명나라의 선비들이 할 일이오.“

”태감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식사 중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없었다.


===


식사가 끝나고 조선에서 온 이들은 한데 모여 이동했다.


”그런데 조금 전 왜 그리 말씀하신 겁니까?“

”여기서 이야기할 것은 아니니 배로 돌아가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그렇게 배에 들어온 후 유정현은 그들에게 자신이 그리 말한 이유를 설명하기 전.


그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자네들은 그럼 거기서 내가 무엇이라고 말해야 했다고 생각하나.“


조선의 사절단이 원정에 참여하는 이유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하건 애매했다.


가령 정화가 말한 것처럼 물소뿔을 사들이러 간다는 말에 곧이곧대로 그 말이 옳다는 식으로 동의할 경우.


이 경우 농담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이라 말해도 의심병 말기인 영락제가 그냥 넘어갈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원정에 참여하는 이유를 여행을 떠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해도 이 경우는 똑같을 것이다.


그러니 영락제에게 보고할 정화가 의심하지 않을, 아니 의심스러워서 보고할지라도 문제가 없을 답을 내야 했다.


그렇게 선택된 답변이 그들에게 유학을 가르치겠다는 답이었다.


이를 눈치챈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단 말씀이군요.“

”그렇네. 정화와의 답변이 다른 사대부들에게 알려질 것을 생각한다면 그리 답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일세,“


더 고민했다면 더 좋은 답변이 나왔을 수도 있지만 정화에게 답변할 시간이 부족했기에 그런 답을 해야 했다는 것을 그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에 관해선 더는 이야기하지 말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다 구매했는지를 물어보고 오게.“

”계피를 비롯한 필요한 물자들은 사들이는 중이라고 들었사옵나이다.“

”계피 말고 다른 물자들은? 식량은 그들이 줄 것이니 상관없으나 필요한 물건은 없던가.“


명나라는 정화의 원정에 참여하는 순간 식량, 물, 선원을 지원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들은 세종을 비롯한 대신들의 설득 덕분에 선원을 지원하는 것은 없는 일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명나라의 선원들에게 부탁해 뭔가를 사들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유정현은 중국어를 아는 이들에게 선원들과 함께 항해에 필요한 물건들을 살 것이 있다면 사서 돌아오라 지시했다.


”개똥쑥이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를 이곳에서 살 수 있는지 수소문했지만, 이미 정화가 이끄는 이들이 가져간 상황이었습니다.“

”계피의 경우도 비슷하다고 합니다만, 다른 이들을 보니 계피를 파는 이들이 많은 것을 봐서 상인들이 술수를 부리는 것으로 보이옵나이다.“

”물가를 모르는 이방인들을 속이려는 상인들은 많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유정현은 그리 말하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계피나, 개똥쑥을 구하는 것이 쉬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은데 이곳에서 사는 것을 포기하고 상해의 항구에서 사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이곳에서 사들이는 것이 나을지 잠시 고민에 잠겼던 그는 생각을 마치고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현지 물가의 2배 정도의 가격이라면 사들이되, 그렇지 않다면 사들이지 말게.“

”현지 물가는 원정에 참여한 선원들에게 물어보면 되겠사옵나이까?“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은 그들 말고 없지 않은가. 그들에게 물어봐야지.“


다음 항구에서 사들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원정에 참여한 다른 선원들도 원정에 필요한 물자를 사들일 것이다.


그리된다면 개똥쑥이나 계피를 구하기도 어려울 터.


그러니 지금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을 최대한 사들이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그들이 물자를 사들일 때 필요한 행동 원칙이 정해진 다음 날.


그들은 북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희도 배가 있는데 왜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까?“”이 강은 험난하기에 그런 것일세.“


북경과 천진 사이에는 여러 강들이 존재한다.


이 강을 통해 북경으로 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아직 하천의 직강화(直降化)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강이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되어 있어, 처음 강에 들어간 초심자가 북경으로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는 정화는 그들을 배려해 명나라의 선원들과 선박을 선뜻 빌려줬으니.


그렇게 정화의 배려를 받은 그들이 북경으로 쉽게 가게 된 것이다.


”지금부터 강이 구불구불해지니, 배가 흔들릴 것입니다. 그러니 뭔가 잡으실 것이 있으시다면 잡아주십시오.“


물론 이런 말도 나오고, 험난한 강을 건넌 결과 구토하는 인원도 있었지만.


어쨌건 그들이 걷는 것보다 빠르게 북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배에 내리시고 얼마 후면 자금성이 보일 것입니다.“

”허, 얼마나 크기에 궁궐이 보인다는 것이오?“

”보신다면 알게 되실 겁니다. 자, 저를 따라오시지요.“


자금성은 1406년 건설이 시작되어 1420년 건설이 끝났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금성에 1421년 정월에 사람들이 들어왔으니.


이곳에 황제를 보러 온 이들 중 제대로 된 자금성을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허, 이게 궁궐이란 말인가?“

”이, 이게 무슨···.“


그렇기에 그들은 자금성의 거대한 모습을 보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선비들이 국립중앙도서관을 봤을 때는 그 높이와 건물 전체에 유리를 쓰는 그 사치에 놀랐지만.


지금은 봐도 봐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벽에 감탄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이 감탄하며 승천문(현대에는 천안문으로 불림)으로 들어갈 때였다.


”이, 이게 무슨...“


승천문 안에 보이는 5개의 다리, 금수교.


그 뒤에 보이는 태화문.


그 문을 열면 보이는 조선의 경복궁에 존재하는 경복궁 근정전과 비슷하지만 그것보다 거대한 풍경.


태화전이 그들을 반긴 것이다.


”허···. 이 안도 이리 거대할 것이라···.“

”만세, 만세, 만만세!“


그렇게 그들이 지금 눈앞에 보이는 태화전의 모습에 경탄하고 있을 때.


멀리서 만세 소리가 들리자 그들도 절한 상태로 만세 삼창을 한 후.


누군가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조선 관리들은 고개를 들라!“


그렇게 그들이 고개를 드는 것으로 영락제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조선 사신들은 먼 길 오는 동안 무탈한가.“

”폐하의 은덕이 사해만방(四海萬邦, 모든 나라)을 비추니 어찌 소인들이 무탈하지 않을 수 있겠사옵나이까.“

”하하, 사해만방에 내 은덕이 비춘다라, 조선인인 그대들이 그리 말하니 내 웃음을 참을 수가 없도다.


그대들이 얼마 전 그런 일을 벌였음을 내가 아는데 어찌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조선인들은 영락제가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지금 영락제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생각할 때 즈음.


유정현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의 죄를 사과했다.


”폐하, 소인을 죽여주시옵소서!“

”죽여달라? 짐이 어찌 짐의 은덕이 비추지 않는 조선의 관리를 죽이겠는가. 그대는 그리 말하지 말라.“

”폐하께서 생각하시는 죄가 소인에게 있으니, 소인을 죽여 폐하의 화를 푸소서.“

”허허, 화를 풀라니, 짐은 화가 난 것이 아닌데 어찌 화를 풀란 말인가.“


화가 난 것임이 분명한데도 이리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그리 생각하는 유정현에게 영락제는 자신이 들은 바를 이야기했다.


”그대가 여진족의 분란을 야기했다고 할지라도 이는 조선 왕이 처리해야 할 일 아니겠는가.“


여진족들의 분란을 야기했다니.


다른 이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금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유정현은 당황한 나머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다면 조선이 여진족들의 분란을 만들었다는 오명이 생길 것이라 여긴 것이다.


”폐하, 소인들은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을 알지 못하였사옵나이다.“

”그런 일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자네는 조금 전 그 죄가 자신에게 있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는 것은 지금 나를 속인 것이란 말인가?!“


자칫하면 기군망상(군주를 속인 죄)의 죄가 나올 것이었다.


그렇기에 유정현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그렇게 고민한 결과 유정현은 이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었다.


”어찌 소인이 폐하를 속이겠사옵나이까. 소인이 폐하께서 생각하시는 죄를 저지른 것이 맞사옵나이다.“

”허, 지금 나를 다시 한번 기망하려 하는 것인가? 어찌 죄를 몰랐다고 말한 이가 죄를 지었다고 말하는가!“


그렇게 영락제가 분노하려는 그때, 유정현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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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중앙 도서관이 조선에 도착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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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정화와의 만남 +5 23.03.06 1,605 50 11쪽
37 조선의 밖에서 일어나는 일 +5 23.03.05 1,743 52 16쪽
36 증기기관 +7 23.03.04 1,697 54 10쪽
35 산업의 쌀, 강철 +4 23.03.03 1,696 56 11쪽
34 바다를 정복하기 위한 도전 +5 23.03.02 1,707 53 11쪽
33 조선소 건설 +8 23.02.28 1,806 52 11쪽
32 양반들의 식사 +7 23.02.27 1,881 55 11쪽
31 오늘도 조선은 발전한다 +4 23.02.26 1,866 60 10쪽
30 미래의 지식을 가르치는 것. +3 23.02.25 1,911 48 10쪽
29 금은조공의 대체 +5 23.02.25 1,788 54 11쪽
28 연필의 가치는 얼마? +5 23.02.24 1,807 47 12쪽
27 더 나아진 식량 사정 +7 23.02.22 1,979 56 11쪽
26 압력솥으로 할 수 있는 일 +3 23.02.21 1,934 61 11쪽
25 비누 만들기 +5 23.02.20 1,954 62 11쪽
24 소금부터 유리까지 +7 23.02.19 2,019 61 11쪽
23 굴포 운하와 소금 +7 23.02.18 2,043 65 11쪽
22 대나무 태엽 시계 +3 23.02.17 2,101 55 10쪽
21 굴포 운하 건설 논의 +3 23.02.16 2,217 60 11쪽
20 여진족들과의 전투가 끝난 후 +2 23.02.15 2,376 54 11쪽
19 여진족과의 전투(2) +2 23.02.14 2,260 60 11쪽
18 여진족의 추측 +3 23.02.13 2,340 62 12쪽
17 여진족과의 전투(1) +5 23.02.12 2,540 60 11쪽
16 화폐 유통 +5 23.02.11 2,631 68 11쪽
15 감자 보급 +8 23.02.10 2,651 74 10쪽
14 직조기와 방적기, 농서의 보급 +7 23.02.09 2,695 72 11쪽
13 변화의 시작 +3 23.02.08 2,766 72 11쪽
12 집현전 관료들의 제안 +3 23.02.07 2,988 77 12쪽
11 산업혁명의 시작점 +4 23.02.06 3,168 83 11쪽
10 대마도 원정 논의(2) +2 23.02.05 3,112 80 10쪽
9 대마도 원정 논의(1) +8 23.02.04 3,497 7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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