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조공의 대체
금화라는 돼지의 품종은 1년 동안 70kg 가량을 자란다.
조선의 돼지보다 그 품종이 좋기는 하나, 다른 돼지들 중 더 좋은 품종이 많기에 굳이 얻을 품종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이 금화라 불리는 돼지를 요리하는 방법인 화퇴.
이 화퇴를 만드는 방법을 배워오라고 한 이유였다.
“먼 거리로 원정을 떠날 때, 중요한 식량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대들도 알 것이다.”
“그렇사옵나이다. 전하.”
이를 위해 말린 북어와 통조림을 비롯한 식량들이 준비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았다.
이는 그들이 지나갈 적도 인근의 바다가 만들어낼 더위 때문이었다.
“저 남쪽으로 갈수록 더워지고, 북쪽으로 갈수록 추워지는 것은 다들 알 것이다.
문제는 이 온도로 인해 식량들이 상할 수 있다는 것이니.
이를 위해 긴 거리를 가는 이들이 오랜 기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집현전 학자들은 햄을 비롯한 저장할 수 있는 음식들을 찾았지만 이는 문제가 있었다.
햄을 만드는 방법을 찾을 수 없던 것.
그렇기에 세종은 사신으로 보내는 이들에게 햄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오라 지시한 것이다.
“다만 이는 돼지에 비해 중요한 것은 아니니 알아내지 않아도 큰 문제는 아니다.”
지금도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집현전 관리들.
그들이 여러 서적을 뒤지고 있으니, 세종은 언젠가 햄을 만드는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그러니 이는 얻을 수 있다면 얻되, 굳이 얻을 필요는 없다.”
이를 언급한 세종은 다른 것을 이야기했다.
“또한 그대들이 닭을 구해왔으면 한다. 명나라 강소성 인근에서 자라는 닭이다.”
세종이 이리 말하는 닭은 중국 강소성에서 자라는 중국의 토종닭 낭산계(狼山鷄)라는 품종이었다.
낭산계는 토종닭 중에선 큰 달걀을 많이 낳는 편에 속한다.
그렇기에 암탉이 1년에 140~150개의 알을 낳는다.
또한 수탉이 4~4.5kg, 암탉이 3~3.5kg 가량을 자라니.
많은 양의 닭고기를 공급하고, 달걀을 공급하는데 안성맞춤인 닭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육종용의 닭으로는 흔히 상하이닭이라 불리는 cochin을 얻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cochin은 1년에 많아야 90개의 달걀을 낳는 몸.
그렇기에 세종은 많은 양의 달걀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난계를 골랐으니.
그렇게 선택한 닭이 낭산계인 것이다.
“낭산계는 겨울에도 달걀을 잘 낳는다고 하니, 이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점 덕분에 토종닭이 100~150개의 달걀을 낳을 때.
낭산계는 140~150개의 달걀을 낳는다.
즉 안정적인 달걀 섭취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조금 전 돼지를 이야기한 것처럼 낭산계는 조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낭산계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세종은 그들에게 다른 것을 이야기했다.
“또한 가능하다면 정화의 원정에 참여한 선박을 만든 적이 있는 조선공을 데려오라.
다른 기술을 가진 이들들도 데려올 수 있다면, 데려오는 것이 좋지만, 그들을 데려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라는 것을 알기에 세종은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 여기지 않았다.
사신들의 움직임은 조선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그러니 명나라에서도 사신들의 움직임은 샅샅이 파악하고 있을 터였고.
그러니 기술자들을 데려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였다.
“그대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도록 하라.”
“명심하겠나이다. 전하.”
그렇게 세종이 그들에게 하달된 지시는 이것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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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 명나라에 사신을 보낼 때.
영락제는 분노한 얼굴로 대신들을 바라봤다.
“지금 네놈들이 그러고도 녹봉을 받아먹는 신하라 할 수 있는 것이냐!”
당새아의 난이 진행되면서, 영락제는 많은 군대를 보냈으나, 그들은 하나둘 당새아가 이끄는 농민 반군에 의해 격퇴당했다.
상황이 이러니 영락제는 지금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이 대신들이라며 욕했고.
당연히 대신들은 벌벌 떨며 영락제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이야기할 뿐이었다.
“쯧, 이러면 병사들을 조선에서 온 사신들에게 보여주는 일은 취소해야겠군.”
농민들에게 지고 있는 군대를 다른 국가에 선보이는 것만큼 수치스러운 일은 없다.
그리 생각한 영락제는 그가 내리려던 명령을 취소하고 정화에게 말했다.
“원정에 조선인 사신들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겠는가.”
“폐하께서 명하신다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 존재하는 함대에 조선인 사신들을 받을 수 있냐는 것이다.”
곰곰이 고민하던 정화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옵나이다. 폐하.”
“불가능한 일이다? 선박이 그리 작지는 않을 터인데?”
“그들이 얼마나 올지 알 수 없으며, 그들이 싣는 짐의 양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으니 하는 말이옵나이다.”
그 말을 들은 영락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화의 말대로 세종은 인원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정화의 원정에 참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을 뿐.
그렇기에 사신단의 규모가 어떤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부터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다.
“마침 조선의 사신단이 올 시기이니, 그들에게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이 말을 들은 정화가 고개를 끄덕이자, 영락제는 다른 이들을 바라봤다.
“슬슬 사신단이 올 시기인데, 그들은 어디 있는지 파악했는가.”
“조선을 출발한 것은 확인했으나···.”
“확인했으나?”
“지금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동창의 인원들을 모두 동원했기에 제대로 된 위치를 알기가 힘드옵나이다.”
그 말을 들은 영락제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만 하면 힘들다.
뭐만 하면 안 된다.
지금 난을 제대로 진압하지도 못하고 있으면서 이리 말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반란을 제대로 제압하지도 못하는 네놈들이 그리 말하면서도 웃기지 않는 것이냐?”
“하, 하오나 폐하, 이는 어쩔 수 없···.”
“닥쳐라! 네놈들이 지금이라도 그 당새아라는 년을 죽였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 아닌가!”
그 말을 들은 대신들이 고개를 이전보다 더 푹 숙이자 영락제는 한심하다는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놈들 같으니.”
영락제는 그 후 그들을 다시 보기 싫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에 대신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논하기 시작했다.
“지금 동창의 내시들은 모두 당새아가 이끄는 군의 정보를 얻기 위해 갔으니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없소.”
“그러면 조선의 사신은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포기하시오. 지금 조선의 사신이 문제인 것이오? 당새아, 그년이 문제요?”
당연히 지금 당면한 위협인 당새아가 문제였기에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은 소문들로 파악하는 수밖에.”
그렇게 그들이 결정을 내리고 며칠 후.
남경에 조선인 사신들이 도착했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고개를 들라.”
그렇게 영락제를 바라본 사신들은 자신들이 가져온 물건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사신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온 연필을 영락제에게 선보였다.
“그건 뭔가?”
“연필이라고 하옵나이다.”
“연필?”
연필이라는 말을 들은 영락제는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연은 곧 납을 의미하니, 그렇다는 것은 납으로 된 붓이란 말인가?
이를 이해할 수 없던 영락제는 우선 그들에게 이를 사용해보라 명을 내렸다.
”오.“
영락제를 비롯한 명나라의 대신들은 연필을 사용하는 모습을 본 후,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붓보다 작은 크기, 먹과 벼루를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편리함까지.
과연 조선이 이런 물건을 조공 품목으로 가져온 이유가 있었다.
”그대들이 보여준 연필이라는 물건은 과연 놀라운 물건이 아닐 수 없군. 조공품으로 붓을 대신해 이를 받고자 한다.“
”폐하, 지금 보이는 이 연필이라고 하는 물건은 은 한 냥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물건이옵나이다.“
”그게 뭐가 어떻다는 것인가?“
”지금 조선의 힘으로 만들기가 어렵다는 뜻이었나이다.“
이 말을 들은 영락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사신들을 바라보며 대답을 촉구했다.
이에 사신단의 대표가 지금 사정을 설명했다.
”지금 조선은 조공품으로 금은을 바치기 위해 많은 이들이 광업을 위해 힘쓰고 있사옵나이다.
그런데 지금 폐하께서 보시는 연필에도 광물이 들어가니, 폐하께서 원하는 양을 맞출 수 있을지 소신들은 걱정이 되옵나이다.“
이를 들은 영락제는 조선의 사신단들이 원하는 바가 뭔지 알 수 있었다.
금은 조공을 철폐하는 조건으로 연필을 조공하도록 하는 것.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이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된 영락제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에서 바치는 금과 은이 적기는 하나, 명나라에는 확실히 도움이 되는 물건.
그런 금은을 바치게 만드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연필을 받을 가치가 있는가.
지금 눈에 보이는 연필의 기능이 좋기는 하지만 붓으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가.
이를 고민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한 영락제는 결단을 내리기 위해 대신들에게 물었다.
”지금 조선이 조공을 할 때 바치는 금은의 양이 어떤가.“
”금 150냥에, 은 700냥이옵나이다. 폐하.“
”금 150냥, 은 700냥인가···. 그렇다면 사신단은 들어라. 지금부터 금은 조공을 연필로 대체하는 것을 허락하겠노라.“
이를 들은 사신단은 놀란 얼굴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들이 원하던 바, 세종이 생각한 바대로 금은 조공을 대체하게 된 것 아닌가.
그렇게 그들이 속으로 기쁨을 만끽할 때, 영락제가 입을 열었다.
”또한 연필의 가치를 은자 1전(1/10냥)으로 계산하여, 황모필을 대신해 연필 1만 개를 조공하도록 하라.“
연필 1만 개.
지금 조선의 힘으로는 이리 많은 양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를 영락제에게 알렸다.
”폐하, 은자 1전의 가치로 계산하는 것은 너무나 부당한 처사이옵나이다.“
”무엇이 부당하다는 말인가?“
”지금 상납된 연필은 그 품질이 가장 좋은 것이기에, 이를 만드는 것은 많은 품이 드옵나이다. 이를 생각해주소서.“
”그렇다고 해도 은자 2전은 너무 많다. 황모필도 은자로 계산한다면 5푼(1푼 = 1/100냥) 정도 아닌가.“
그 말을 들은 조선 사신단은 영락제를 이 방법으로는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다른 방법으로 영락제를 설득했다.
”폐하, 아직은 연필을 만드는 장인이 그리 많지 않아 1만 개를 짧은 기간 안에 만드는 것은 무리이옵나이다.“
”그렇다면 다음 조공은 3천 개, 그 다음 조공은 5천 개를 받도록 하겠다. 그 이후 조공은 짐이 말한 바에 따라야 할 것이니라.“
”그리하겠사옵나이다. 폐하.“
그렇게 조선 사신단이 원하는 것을 얻은 후.
영락제가 정화의 원정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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