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보급
이렇게 농서의 내용이 보편적으로 퍼지면서, 백성들은 조정이 하고자 하는 일이 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러한 백성들의 반응을 확인한 세종은 그간 조정의 궁녀들만이 사용하던 직조기와 방적기를 공개한 후 한양에 이를 바탕으로 한 공장을 건설하고는 이를 공개하고자 했다.
“지금까지 백성들은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는 것이 어려워, 10년이 지나도록 같은 옷을 입어야 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직조기와 방적기가 만들어져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되니, 내 직조기와 방적기를 만백성이 만들 수 있도록 해 그들이 추위에 떠는 일이 없고자 한다.”
세종이 이리 직조기와 방적기를 풀고자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첫째로 세종이 말한 것처럼, 세종은 백성들이 따뜻한 옷을 입는 것을 원했다.
그렇기에 그는 싼 가격으로 면포를 풀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 직조기와 방적기를 풀고자 한 것이다.
또한 조선의 화폐는 지금 면포와 쌀이나 마찬가지이니, 이 면포를 싼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직조기와 방적기를 풀어 면포가 가진 화폐 가치를 줄여 화폐 유통을 쉽게 하고자 하니, 이것이 두 번째 목적이었다.
이런 세종의 생각을 대신들은 알지 못했으나, 그들도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에, 대신들이 세종의 제안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그때 예조판서 변계량이 세종의 말에 반대했다.
“전하, 소신은 전하께서 명나라가 조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알아챌 것이 분명하니, 서책들을 명나라에 알리지 말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나이다. 그런데 어찌 서책이 담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한 공장을 만들어 명나라에 이를 알리고자 하옵나이까. 조선은 아직 명나라를 상대할 수 없으니, 부디 이 점을 유념하여 주시옵소서.”
변계량이 볼 때, 세종이 주장하는 직조기와 방적기는 언젠가 조선 팔도에 풀려야 할 물건이었다.
그러나 과거 세종이 말한 것처럼 조선이 숨긴 지식이 명나라에 알려질 가능성이 있었으니, 명나라에 대항할 수 없는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여긴 것이었다.
세종은 변계량의 말을 듣고는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기에,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대가 말한 것처럼 조선이 명나라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이를 알고 있음에도, 직조기와 방적기를 퍼뜨리고자 하는 것은, 그들이 이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에 그런 것이다.”
변계량은 세종이 하는 말을 듣고 그가 무슨 생각으로 직조기와 방적기를 퍼뜨리고자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직조기와 방적기가 만들어지고, 많은 궁녀가 이를 사용하면서 조정의 관리들이 이를 알게 되었고, 그러면서 직조기와 방적기와 관련된 소문이 퍼져나갔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명나라에 직조기, 방적기와 관련된 소문이 하나둘 알려졌을 가능성이 컸음에도, 명나라에서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으니, 세종은 이를 명나라가 직조기와 방적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라 판단을 내린 것이다.
“전하께서 그리 생각하신다면, 소신이 반대할 이유는 없사옵나이다.”
이를 알게 된 변계량은 세종의 판단대로 명나라가 조선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세종의 말에 동의했다.
그렇게 변계량이 자신의 의사를 철회하니, 세종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렇게 직조기와 방적기가 시중에 풀리는 것이 결정되었다.
“다음으로 이 감자라고 하는 작물과 관련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국립중앙도서관 식당에서 감자가 발견된 후, 세종은 이 기이한 작물을 농사짓기 위해 이를 내수소에 맡겨, 이 작물을 농사짓도록 했다.
그렇게 감자를 내수소에 맡기는 것으로 세종에게 잊혀졌던 감자는 얼마 전, 수확이 끝나고 그 엄청난 생산량이 알려지게 되어 세종의 관심을 사게 되었다.
이 엄청난 수확량에 놀란 세종은 감자가 대체 무슨 작물이기에 이런 것인지 조사하라는 명을 내렸고, 이에 집현전 관리들이 감자가 무엇인지 조사하니, 감자가 무슨 식물인지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감자의 조리법도 알려지게 되니, 이를 알게 된 세종은 이러한 요리법을 바탕으로 감자를 조리하라고 부탁했고, 그 맛이 썩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세종은 감자를 퍼뜨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 감자라고 하는 작물은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어, 굶주린 백성들을 쉬이 먹일 수 있으며, 그 맛이 나쁘지 않아 백성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것이 분명하나, 이를 백성들에게 퍼뜨리는 것이 문제라 할 수 있으니, 이에 관해 그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를 들은 대신들은 어떻게 감자를 퍼뜨릴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그들은 하나둘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를 조정의 이름으로 퍼뜨리는 것이 어떻사옵나이까.”
“조정의 이름으로 감자를 퍼뜨린다면, 명나라가 이를 눈치채지 않겠는가.”
“백성들에게 이 감자를 먹게 하면, 그들이 알아서 감자를 심지 않겠습니까?”
“백성들에게 이 감자를 먹이게 하는 것이 문제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 그대들에게 누군가가 다가와 선의로 음식을 나눠준다면, 그대들은 이를 믿을 수 있겠는가.”
물론 그 방법들 모두 세종이 한 번씩 생각해본 방법이었고, 그렇기에 그들의 답변은 모두 세종이 한 답에 가로막혔다.
이에 근래에 복직한 황희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전하, 그러시다면 병사들의 식량으로 이 감자라고 불리는 것을 주는 것은 어떻겠사옵나이까? 그들이 감자를 먹고 무슨 작물인지 궁금하게 여겨, 이를 자신의 가족에게 가져간다면, 조선 천지에 감자가 퍼지지 않겠사옵나이까.”
“그대의 말대로 병사들에게 감자를 먹인다고 그들이 이를 가져갈 것이라 생각하는가? 또한 병사들에게 식량을 나눠주는 일이 일어난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겠는가.”
세종은 병사들에게 식량을 나눠주는 일이 안 좋은 선례로 남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식량을 불출하는 관리가 자신의 마음대로 식량을 나눠준 후, 이를 조정에서 어떤 문제도 삼지 않는다면, 조정의 식량을 자신의 마음대로 사용하고 뻔뻔한 얼굴로 조정이 식량을 나눠준 후 문제 삼지 않았는데, 왜 자신이 벌을 받아야 하는가.
이런 식으로 뻔뻔하게 자신의 죄를 정당화하는 탐관오리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에, 세종은 황희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병사들에게 포상으로 감자를 주는 것은 어떻사옵나이까?”
“포상으로 감자를 준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호랑이를 잡는 착호갑사가 호랑이를 잡을 때마다, 그들의 고생을 치하하는 의미에서 감자를 주는 방법처럼, 그들의 행적을 치하할 때 감자를 준다면, 감자가 서서히 퍼져나가지 않겠사옵나이까.”
“그리된다면 그들이 감자를 받고자 노력할 것은 확실해 보이오. 그러나 이 방식을 택한다면 많은 이들이 감자를 먹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터이니, 이 방식을 택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생각하오. 나는 이리 생각하는데 그대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종의 말에 황희는 고심에 잠겼다.
세종의 말대로 이 방식을 택한다면, 갑사들과 그 가족들에게만 감자가 퍼지고 사람들에게 퍼지는 것은 오랜 기간이 걸릴지 모른다.
또한 이 방법을 이용한다면, 백성들이 감자를 먹는 방법은 물론 어떻게 생긴 것인지 모를 가능성이 크니, 이를 생각한다면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황희는 이를 깨닫고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전하의 말씀이 옳나이다. 소신이 제안한 방법대로 한다면, 백성들에게 감자가 퍼질 때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니, 다른 방법을 택하는 것이 나을 듯 싶나이다.”
“허, 그러면 방법이 없는 것인가?”
황희가 이렇게 자신의 방법을 철회하고 물러날 때, 유정현이 자신이 알게 된 일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전하, 그들이 감자를 훔쳐가게 하는 것은 어떻사옵나이까?”
“그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겠는가.”
“백성들에게 감자를 왕이나, 양반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속인다면, 분명 그들 중 누군가는 왕이 먹는 음식을 탐할 것이옵나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감자를 원할 것이 분명하지 않겠사옵나이까.”
“그들이 감자를 원하게 만들어, 그들이 감자를 훔치도록 만들자는 것인가.”
“그렇사옵나이다. 전하.”
세종은 그 말이 가능한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으나, 지금 나온 방법 중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백성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세종은 유정현이 제시한 방법을 감자를 퍼뜨리는 데 사용하고자 했고, 그렇게 감자가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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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맛이 매우 달달해, 전하께서도 쉽게 먹을 수 없는 것이기에 감자라고 하외다!”
“허, 전하께서도 쉽게 먹을 수 없는 것이라니, 대체 그 맛이 어떻기에...”
유정현의 제안은 예상대로 먹혔다.
그의 생각대로 감자라는 작물이 왕도 쉽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는 것이 퍼지자, 많은 백성들이 감자라고 하는 작물에 열광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이 감자라는 것이 무엇인지 탐하는 자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저쪽으로 가면 내수소에서 농사를 짓는 밭이 있는데, 거기에 감자가 있다고 들었소.”
“허, 그러면 그 밭을 캐면, 감자를 먹을 수 있다는 거요?”
“그렇소. 나도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밭에 있다고 하니 찾아보면 알지 않겠소.”
그렇게 감자를 탐하는 자들이 내수소가 운영하는 밭에 쳐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하나둘 감자를 탐하는 이들이 감자를 가져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조선에 감자가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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