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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7.07 21:42
연재수 :
3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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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331
추천수 :
3,291
글자수 :
1,720,011

작성
19.09.08 00:38
조회
512
추천
11
글자
9쪽

짧은 여정의 출발

DUMMY

하이엘프들은 북방의 어느 섬에 살고 있다고 했다.


제국, 왕국, 공화국 등의 주요 나라들이 모여 있는 대륙에는 거의 왕래하지 않는 편. 지난 인마 전쟁에 참전하긴 했었지만 결국 패전에 영향도 받지 않았을 뿐더러 다른 마족들처럼 인간의 노예로 전락하지도 않았다.


아무리 자세한 위치를 모른다고 해도, 큰 전쟁에서 승리한 인간들이 마왕군 편에 섰었던 하이엘프를 곱게 볼 리가 없다. 전쟁 비용의 배상을 명목으로 여타 마족과 같은 대우를 안겨주기 위해 인간들은 집요하게 달라붙었다. 신비에 덮여있는 엘프의 마법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탐나는 법이니까.


여러 나라가 두둑한 현상금까지 뿌려가며 장기간 수소문한 결과 하이엘프섬에 산다는 정보는 얻을 수 있었고, 어부들의 귀뜸을 바탕으로 대륙 인근의 바다를 샅샅이 뒤졌지만 끝끝내 문제의 섬은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그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이엘프들이 이처럼 외부의 압력에서 자유롭게 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섬 주위를 감싸는 강한 마법 덕분이다.


부외자의 접근으로부터 섬을 지키는 마법장벽은 바깥에서 탐지조차 될 수 없었다. 섬 전체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은 물론, 실수로라도 들어갈 수 없도록 각종 장치가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바람이 부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스키잔도 내 탐지마법의 도움을 받아 섬의 위치를 특정한 끝에, 하이엘프들이 들여보내준 덕분에야 간신히 들어갔을 정도라고 했다.


인간들로부터 숨어 살아야했다는 건 다른 마족들과 똑같지만 원초 바깥 세계와 교류를 끊고 살던 종족이니 크게 손해 볼 것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런 사정을 포함해 필연적으로 바다를 거쳐야 한다는 점 때문에 자연히 방문단은 소수 정예가 되었다. 마왕군에게 많은 병사들을 실어 나를 해상 전력은 아직 없으니까.


“항구에서 배를 타고 북동쪽으로 반나절을 항해하면 나오겠지요.”


마왕군 중 유일하게 하이엘프의 섬에 방문한 적이 있는 스키잔은 이번 방문단을 앞에 두고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방문단이라고 해도 스키잔 본인을 제하면 나, 카니앗, 그리고 가브리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카니앗은 하이엘프과 관련된 종족이기에, 스키잔은 이미 상대에게 마왕의 사자로서 인식되었기에 동행하는 것이지만 천사 가브리엘을 포함시킨 데는 조금 다른 속내가 있다는 것쯤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이해하고 있다.


“섬은 네 개의 오래된 마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고 합니다만 제가 조사했을 때 자세한 걸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섬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도 몇 되지 않으니까요.”


어느새 알몸 차림보다는 마왕군의 정식 흑색 군복을 더 자주 입게 다니고 된 스키잔이 설명을 계속했다.


“저도 여러 번의 시도를 했지만 섬의 주민들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마법을 무력화시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덕에 어떤 식으로 방어마법이 작동하고 있는지는 대략 알 수 있었죠.”


스키잔은 직접 보고 느낀 대로 어떤 종류의 마법이 섬을 지키고 있는지 설명해주었다.


첫 번째 마법은 섬을 아예 보이지 않게 하는 '헤이스티아'. 섬을 인식하는 자들의 머리를 혼란시켜 그곳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두 번째 마법은 섬에게 접근하는 자들이 저들도 모르게 방향을 틀게 하는 '로아'. 무의식중에 섬이 있는 곳을 기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세 번째 마법은 끝끝내 섬에 다다른 자를 갈기갈기 찢는 태풍인 '칼란츠'. 섬의 주민이 아니면 자동으로 발동하는 공격 마법이다.


네 번째 마법은 하이엘프가 아니고서는 지나갈 수 없는 장벽 '브리기드'. 그것을 지나지 못하면 하이엘프가 사는 곳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이것들이 합쳐지면 이제껏 아무도 뚫지 못한 난공불락의 요새가 완성되었다.


“하이엘프들에게 마왕ㅡ 아니, 보스가 찾아뵈신다는 건 전달된 건가요?”


카니앗이 질문했다.


“아뇨, 카니앗. 마왕님의 전언을 전하려 다시 방문했었지만 이번에는 브리기드를 지나는 것을 실패했습니다. 저번에 마왕님이 직접 오셔야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으니 저 혼자 온 것을 보고 들여보내주지 않았겠죠.”

“그럼 지금으로선...”

“강행돌파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하이엘프들은 마왕님을 시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요. 그들이 원하는 대로 놀아나면 저희 체면만 구겨집니다.”


스키잔은 계속 말이 없는 가브리엘을 보았다.


“당신은 질문이 없는 걸까요?”

“없다.”

“마법을 무력화 할 방법은 생각해두셨나요?”

“그렇다.”


너무 단답형의 대답에 스키잔은 언짢은 얼굴을 했다. 가브리엘은 그이상 스키잔의 질문에 대답할 의사가 없는 것 같았다.


“당신은 도대체 할 마음이ㅡ”

“그쯤 해둬라, 스키잔.”

“시, 실례했습니다!”


언쟁이 벌어지려는 것을 막자 스키잔이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가브리엘이 하이엘프들에 대한 천계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건 확인했다. 그러면 더 추궁하지 않아도 되겠지. 안 그러나?”

“그렇다, 주인. 마법에 대한 것은 신경 쓰기 않아도 된다.”


무미건조하게 가브리엘이 말했다. 여전히 생명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톤이었다.


“천사가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믿어야겠지.”


농담 식으로 말했지만 카니앗과 스키잔은 싸늘한 눈으로 가브리엘을 볼뿐이었다.


◆ ◆ ◆ ◆ ◆ ◆ ◆ ◆ ◆ ◆ ◆ ◆ ◆ ◆ ◆ ◆ ◆ ◆ ◆


떠나기 전 광맥지대의 제9계층에 전이하자 미리 대기하고 있었던 린이 고개를 숙였다.

“보스, 외출이신가요?”

“그래. 편지인가?”


나는 린이 들고 있던 종이를 보고 물었다.

“네. 네이아르 백작가에 대한 변경사실이 있었습니다.”


편지지에 적힌 짤막한 글을 금세 읽고 고개를 든 내 입가엔 옅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재미있군. 그 백작, 의외의 짓을 해줬어.”

“처리할까요?”

“아니. 무슨 짓을 시도하든 내버려둬라. 하지만 '실'은 붙여두도록.”

“명령 받들겠습니다.”


린은 그러고 나서도 방을 나서지 않고 망설였다.


“그보다 보스, 잠시 드리고 싶은 말씀이...”


그렇군. 린이 일부러 나를 기다리면서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건 하나밖에 없다. 새롭게 마왕군 진영에 들어온 가브리엘에 대한 것이다.


“말해봐라.”


뻔히 알면서 묻자 린은 조금 고민하더니 말을 시작했다.


“저번에 소환된 건 말입니다만... 그 천사, 하이엘프의 섬에 함께 가도록 내버려둬도 괜찮을까요? 보스에게 거짓을 말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천계에서 보낸 스파이일 가능성도... 아, 보스의 안목을 부정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우려를 말하다 부리나케 자신의 입을 막는 린.


“나도 그런 생각은 이미 했었지. 하지만 지상을 감시하는 게 유일한 존재의의라는 천계다. 이쪽에서 뭘 하는지는 뻔히 보고 있을 테니 굳이 스파이를 보낼 이유가 있을까?”

“그건...“

“그 뿐만이 아니지. 지금 그 천사와 싸움을 시작하면 천계 전체를 적으로 돌리게 될지도 모른다. 속내는 알 필요도 없어, 경계를 계속하면 그만이다. 자발적으로 내려온 건지 누구의 명령을 받은 건지도 모르니 말이야.”


나는 말을 덧붙였다.


“린. 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 신이 하나인지, 여럿인지도 알 수가 없어. 네 숙원대로 최종 단계는 천계와의 싸움을 상정한다면 위쪽의 상태가 어떤지는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내게 협력할 생각이라면 더할 나위없지.”

“하지만 그 천사가 보스에게 이빨을 보인다면 저는... 참지 못할 것 같습니다.”


린은 솔직히 토로했다.


“그 천사의 힘은 발키리와는 전혀 다른 급에 있습니다. 제가 싸웠던 신과 비슷한 격이 느껴집니다. 절대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

“걱정해줘서 고맙군, 린.”


칭찬과 함께 린의 푸른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준다. 읏, 하며 기분 좋은 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전부 상정한 리스크다. 이번 엘프 건에 가브리엘을 동행시키는 이유도 힘을 시험해보기 위함이고 말이지.”


린은 이내 평소의 표정을 되찾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돌아오시는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린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전이하자, 같이 동행하게 된 셋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 제일 기합이 들어간 것은 역시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카니앗이다. 적당한 식량을 넣은 가죽주머니가 허리에 달려있고, 윤기가 나는 검은 활을 왼손에 쥐었다. 뒤로 찬 화살통에 화살이 빽빽이 꽂혀있는 걸 보니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듯했다.


“표정이 안 좋군, 카니앗. 긴장했나?”

“저희 부족은 하이엘프와 별로 친하지 않으니까요.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 대비하고 있습니다.”


카니앗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그 '만일의 경우'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게 분명했다.


표면으로는 단지 참전의사를 재확인하러 가는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이쪽이 취할 행동도 결정되겠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스키잔. 분명 경유지는 북방의 항구도시라고 했었지.”

“예, 마왕님. 타고 갈 배도 이미 수배해두었습니다.”

“그럼 지체 없이 출발해보도록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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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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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하이엘프 +1 19.09.04 556 12 9쪽
63 사전 준비 +3 19.09.01 546 15 10쪽
62 그들의 이야기 +1 19.08.29 557 12 10쪽
61 신의 사자 +1 19.08.25 565 12 10쪽
60 제물 +1 19.08.22 554 13 9쪽
59 반격 +4 19.08.18 594 13 10쪽
58 승전 +3 19.08.15 616 15 10쪽
57 기폭 +3 19.08.11 566 12 9쪽
56 습격 +2 19.08.08 591 13 9쪽
55 초전 +1 19.08.03 628 13 9쪽
54 군복 +2 19.07.25 607 12 10쪽
53 첫 번째 함락 +1 19.07.22 650 13 10쪽
52 제국의 침공 +1 19.07.18 695 15 9쪽
51 환청 +1 19.07.14 664 14 10쪽
50 아침 +3 19.07.11 745 17 10쪽
49 잃어버린 기억 +2 19.07.06 753 33 9쪽
48 노트북이 고장나서 잠시 휴재합니다 +3 19.06.18 823 12 1쪽
47 빙의 능력자 +1 19.06.06 769 17 9쪽
46 살인 청부업자(11세) +1 19.06.02 813 17 9쪽
45 대(對)인간병기 +1 19.06.01 803 17 11쪽
44 전쟁의 피스 +1 19.05.30 813 17 11쪽
43 밤하늘 +1 19.05.26 871 21 10쪽
42 신화의 괴물 +2 19.05.25 906 20 11쪽
41 선전포고 +3 19.05.22 953 24 10쪽
40 헬하운드와 펜리르 +1 19.05.19 971 19 11쪽
39 카니앗 이그ㆍ시 피아 +2 19.05.17 940 23 8쪽
38 다크엘프 +2 19.05.16 1,019 22 10쪽
37 시찰 +1 19.05.12 1,011 23 9쪽
36 목적과 이유 +2 19.05.11 1,070 24 9쪽
35 전쟁의 준비 +4 19.05.09 1,136 24 9쪽
34 네이아르 백작 +2 19.05.06 1,162 29 10쪽
33 죄의 운반 +2 19.05.05 1,205 29 9쪽
32 유일한 생존자 +7 19.04.25 1,228 32 10쪽
31 앞으로의 연재 공지 및 1권 후기 +3 19.03.25 1,451 21 1쪽
30 모두 죽었다 +4 19.03.25 1,416 35 8쪽
29 피의 연회가 열렸다 +3 19.03.24 1,423 38 10쪽
28 명령을 내리다 +4 19.03.23 1,401 35 8쪽
27 연회는 시작되려고 했다 +2 19.03.23 1,452 37 9쪽
26 선배의 텃세는 통하지 않는다 +2 19.03.22 1,412 34 8쪽
25 한밤중의 불청객이 찾아오다 +6 19.03.20 1,530 3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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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금의환향하다 +3 19.03.19 1,528 38 8쪽
22 모두 붉게 물들었다 +4 19.03.18 1,524 37 8쪽
21 던전의 주인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2 19.03.17 1,534 37 8쪽
20 한때 사람이었던 것을 만나다 +3 19.03.16 1,572 38 8쪽
19 광맥의 던전에 가다 +3 19.03.15 1,556 37 8쪽
18 그는 시비 걸어야 할 상대를 잘못 골랐다 +2 19.03.12 1,567 37 9쪽
17 사슬은 묶었다 +3 19.03.12 1,609 43 7쪽
16 그건 인간이 아니었다 +2 19.03.11 1,613 40 8쪽
15 대련을 하다 +2 19.03.11 1,731 3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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