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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6.22 21:55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137,479
추천수 :
3,292
글자수 :
1,713,963

작성
19.05.19 00:20
조회
967
추천
19
글자
11쪽

헬하운드와 펜리르

DUMMY

“헬하운드다. 이름은 가름이라고 하지. 안 그런가?”


숯덩이 시체를 내려놓은 헬하운드가 점점 작아지며 모습이 바뀌더니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흑발 사내로 변했다. 동물귀가 달린 머리를 살짝 숙인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보스.”

“어떤가, 카니앗. 인족으로 둔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헬하운드의 불꽃은 보는 것만으로 피부를 녹여버릴 정도로 뜨겁지. 그렇다 해서 아군도 뜨겁게 하면 민폐다.”

“헬하운드... 라그나로크 때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본 적이 있다는 자도 없습니다. 도대체 어디에서 찾으신 겁니까?”


카니앗은 자신의 눈도 믿기지 않는지 몇 번이고 눈을 비볐다.


“가름.”

“예, 보스.”


헬하운드ㅡ가름은 카니앗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본능적으로 카니앗이 눈을 피하자 그는 웃음을 참는 얼굴을 만들었다.


“능력의 발동은 억눌러두고 있다고, 다크엘프 아가씨. 나와 눈을 마주쳐도 네가 죽지는 않아.”


지옥을 지키는 헬하운드는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산 자를 죽게 하거나 엄청난 불행이 따르게 한다는 악마의 개다. 카니앗이 경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네가 알고 있는 대로 나는 확실히 한 번 죽었지. 허나 보스께서 새로운 생명을 부여해주셨다. 스러진 육체를 다시 이 땅에 붙이고, 영혼을 정착시켜 주신 거야.”

“창조라니... 그건 신의 영역입니다. 터무니없는 소리를...”


상대방이 경계 태세를 내려놓지 않자 가름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믿기지 않는 것도 이해해. 그래도 다른 예시를 직접 보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 보스, 산채로 붙잡은 인간도 하나 있습니다. 데려와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파트너를 말하는 거지? 허가한다.”


가름은 아직 열려있는 문을 바라보았다. 덩달아 카니앗도 그쪽을 본다.


타이밍 좋게 문틈에서 나타난 건 가름과 똑같이 검은 양복을 입은, 10대 후반처럼 보이는 푸른 장발의 소녀다. 타이트한 정장 라인으로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내고 있는 그녀의 머리에는 큼지막한 늑대귀가 솟아나있고, 손으로는 정신을 잃은 인간을 마치 쓰레기 자루를 옮기는 것처럼 질질 끌고 있었다.


“솜씨가 좋군, 린. 가름이 가져온 놈은 완전히 옆집에서 만든 7월 4일의 바비큐가 되어있었는데.”

“그것마저 과찬입니다, 보스. 가름은 손대중을 못하니까요.”


린의 푸른 눈이 가름을 째려보자 가름 쪽에서 거하게 헛기침이 나왔다.


“그 정도의 화염으로 죽을 거란 생각을 못한 제 책임입니다. 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보스.”

“뭘, 바비큐 인간 씨가 너무 약했을 뿐이다. 가름의 탓이 아니다.”


한편, 카니앗은 린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나는 피식 웃고 린을 불렀다.


“린. 이쪽의 엘프 씨가 네 정체가 궁금한 모양이다. 한번 보여주지 않겠나.”


수긍의 의미로 고개를 숙인 린의 몸이 부풀어 오른다. 변모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드래곤이 살던 동굴의 절반을 가득 채울 정도의 크기. 푸른 화염의 색으로 눈부시게 타오르는 눈과, 보는 이에게 신성한 느낌까지 주는 희푸른 털.


그건 보는 자를 공포로 얼어붙게 만들 신화의 늑대. 세계의 종말을 고하는 마수다.


“펜리르...!”


카니앗이 자신의 활이 있는 곳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런 활이 전혀 통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아는 린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펜리르의 털은 부드럽지만 어느 금속보다 단단한 것이다.


“기뻐해라 린. 아무래도 꽤 유명인인가 보군.”


거대한 늑대의 폭신폭신한 털을 어루만지자 펑, 하고 순식간에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 린이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가슴께를 가리고 있었다.


“보스. 그건 부끄러우니까 되도록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까.”

“미안하군, 린. 손부터 움직였다.”

“...”


펜리르의 철자를 거꾸로 바꿔보다가 만든 이름이지만 생각보다 잘 만들었다는 감상이 머리를 스쳤다.


한편, 카니앗은 방금보다 더한 충격을 받고 있었다.


“헬하운드에 그치지 않고 신화 속의 괴물... 펜리르를 만들었다는 겁니까. 티르의 오른손을 물어뜯고 최고신 오딘을 집어삼켜 잡아먹은 라그나로크의 괴물을...”


“그렇다. 아가리를 벌리면 위턱은 하늘에, 아래턱은 땅에 닿으며, 눈과 코에서는 뜨거운 불꽃이 타올랐다고 하지. 최후의 날, 펜리르의 두 아들은 각각 해와 달을 삼켜 완전한 어둠을 불러왔다고도 한다.”


카니앗이 질린 것처럼 말하자 덤덤하게 답해주었다. 사실이었으니까.


나도 도서관을 뒤지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마물과 마법이 넘치는 이 세계에 천사와 악마만이 남게 된 건 온갖 신들이 태초의 대전쟁ㆍ라그나로크에서 대부분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공헌자 중 하나가 바로 펜리르. 원래는 오딘의 아들인 비다르에게 죽은 것으로 되어있지만 내 사역스킬에 의해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다.


“그때의 기억은 거의 가물가물하지만 말이죠.”


내 말을 칭찬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는지 린이 쑥스럽다는 듯 말했다.


“신살의 괴물 늑대를 사역한다니... 이런 무슨 말도 안 되는...”

“자꾸 괴물이라니 실례군요. 당신, 최소한의 예의범절조차 모르는 겁니까?”


린은 카니앗의 말에 조금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린의 덩치를 보면 그럴 만도 하잖아.”

“닥치세요, 가름.”

“예, 누님.”


나는 펜리르와 헬하운드가 만담을 나누고 있는 비현실적인 광경을 아연하게 보고 있는 카니앗을 슬쩍 보았다.


“나는 마력의 일부를 할애해서 사역마를 만들 수 있다. 무한하게, 라고는 할 수 없으나 일단 저 둘은 내 작품이다.”


그림자 늑대를 보다가 개과 애완동물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낸 게 둘이라고는 절대 언급하지 않았다. 일단 둘 다 개과에 속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제국과의 전쟁에서 절대지지 않을 거라는 건 이런 뜻이었습니까. 세계를 한번 멸망시킨 펜리르가 있다면 이런 건 전쟁처럼 보이지도 않겠지요.”

“아니, 딱히 그건 아니다. 린, 그 인간을 이쪽으로.”


린이 정신을 잃은 인간을 내 앞에 무릎 꿇리고, 나는 마법으로 찬물을 만들어 퍼부었다.


“으웩, 켁 켁.”


찬물세례 덕에 정신을 차린 인간 남자가 고개를 든다. 마족밖에 없는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했는지 얼굴이 새파래졌다.


“사, 살려주ㅡ”

“질문에 답해라.”


남자가 생명을 구걸하는 것보다 내 마안이 발동하는 게 먼저였다. 패닉 상태에 빠지려던 남자가 조용해졌다.


“네 이름과 소속을 말해라.”

“루이 가르시아, 제국의 정보국 소속 요원입니다.”

“무슨 목적으로 이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나.”

“당신을 조사하라는 정보국장의 명을 받고 광맥지대를 조사 중이었습니다.”

“벌써 냄새를 맡았나... 정보국장에 대해 아는 걸 전부 말해라.”


남자는 대답을 못하고 입만 뻐끔거렸다. 모르는 정보를 말하라고 했을 때 나오는 반응이었다. 말단의 정보 통제는 확실한 모양이었다.


“그런가. 이쯤이면 충분하다.”


아쉬울 건 없었다. 제국의 내부정보는 이미 이스를 통해서 질리게 들어둔 참이었으니까. 왕국 내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밀정에 대해서도 대충 알았지만 여기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을 뿐이었다.


나는 품에서 권총을 꺼내 남자에게 겨눴다.


“잘 봐라, 카니앗. 내가 말한 건 이것이다.”


아직 완전히 암시가 풀리지 않은 채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남자를 향해 방아쇠를 세 번 당긴다.


복부에 두 발.

머리에 한 발.

몸에 완전히 익은 처형 방식. 사로잡은 적의 처리는 이렇게 하는 거다.


“... 무서운 무기입니다. 갓난아기라도 숙련된 병사를 죽일 수 있겠지요.”


남자가 피를 흘리며 털썩하고 쓰러지자 죽은 걸 확인한 카니앗이 말했다.


“그렇게 말해주니 다행이군. 이것들 만드는데 한 고생을 생각하면.”

“허나 크기를 생각하면 이 무기를 들 수 있는 종족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인족과 비슷한 체형을 가진 자들에 한합니다. 그래서 왕국 내 마족... 아인들에게 쓰게 할 생각이신 겁니까.”


거인들에게 대포를 들게 할 생각도 있다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이 정도의 성과를 이루어낼 줄이야...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카니앗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고개를 숙였다.


“안심하긴 이르다. 모든 게 계획대로 간다고 해도 계속 왕국에서 숨어 지낼 수는 없어. 교역이 끊겨서 왕국이 어떤 지경이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간단하다. 속도를 높여 이곳의 광물을 최대한 캐는 게 최우선이다. 자원을 확보한다면 앞으로의 미래에 있어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워커로 시체 옆의 바닥을 두 번 두드리고 돌아서자 가름이 손에서 불을 만들어내 재도 없이 두 개의 시체를 태웠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말했다.


“카니앗. 결론을 말해라. 내 종복이 될 생각이 들었나?”


카니앗은 가지런히 무릎을 모으고 자신의 활을 바쳤다.


“다크엘프가 자신의 무기를 바친다는 행위는 목숨을 내어주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마왕이시이여. 이 목숨은 지금 이 순간부터 그대의 것입니다. 다크엘프 전원의 충성 또한 오로지 그대에게 종속됩니다.”


나는 활을 받아들었다. 단풍나무로 만든 활은 제법 사용한 흔적이 있는, 주인과 같이 세월을 먹은 무기였다.


“그 충성, 받아들이지. 하지만 활은 내가 가지고 있어도 뭐하니 네가 써서 전투에 쓰도록 해라. 지금은 자재 하나 하나가 급한 실정이니.”

“... 면목 없습니다.”

“다크엘프의 숫자가 200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이제부터 네 부족은 비전투인원을 제외한 전원 궁병 중대로 들어간다. 중대장은 네게 맡겨도 상관없겠지.”

“예.”


카니앗은 아직도 내 손에 들려있는 권총을 보았다.


“아, 그리고 그 철 무기 말입니다만... 혹시 대장장이가 필요하지는 않으십니까.”

“아는 게 있는 건가?”


반색하며 물었다. 네이아르 백작이 왕국 내 대장장이들을 긁어모아 총기 제작에 힘써줘서 당장 쓸 양은 준비해둔 상태였지만 쓸 수 있는 대장장이가 늘어난다면 손해 볼 건 없다.


“예. 이곳에서 말을 타고 엿새를 가면 드워프 부족이 운영하는 대장간이 있다고 합니다.”


드워프란 말에 린의 얼굴이 굳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다. 드워프는 신들의 의뢰를 받아 펜리르를 속박하는 구속구를 만든 전적이 있으니까.

오랜 세월이 지나도 과거의 앙금은 쉽게 떨칠 수 없는 것이겠지.


“역시 광맥 말고도 드워프가 있었나.”

“위치는 일정 주기로 바뀌어서 당장은 알기 힘듭니다만 최대한 빨리 탐문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괜찮다면...”


카니앗이 말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스, 라는 단어의 의미를 여쭈어도 괜찮겠습니까?”


무슨 질문을 하려나 싶었더니 뜬금없는 게 나와 버렸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옛날을 생각나게 하는 엉뚱한 놈들이다.


“윗사람이라는 뜻이다.”


작가의말

엔터키 좀 넣어보라길래 넣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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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신의 사자 +1 19.08.25 559 12 10쪽
60 제물 +1 19.08.22 549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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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초전 +1 19.08.03 623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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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첫 번째 함락 +1 19.07.22 647 13 10쪽
52 제국의 침공 +1 19.07.18 690 15 9쪽
51 환청 +1 19.07.14 660 14 10쪽
50 아침 +3 19.07.11 740 17 10쪽
49 잃어버린 기억 +2 19.07.06 750 33 9쪽
48 노트북이 고장나서 잠시 휴재합니다 +3 19.06.18 817 12 1쪽
47 빙의 능력자 +1 19.06.06 765 17 9쪽
46 살인 청부업자(11세) +1 19.06.02 808 17 9쪽
45 대(對)인간병기 +1 19.06.01 798 17 11쪽
44 전쟁의 피스 +1 19.05.30 808 17 11쪽
43 밤하늘 +1 19.05.26 869 21 10쪽
42 신화의 괴물 +2 19.05.25 902 20 11쪽
41 선전포고 +3 19.05.22 948 24 10쪽
» 헬하운드와 펜리르 +1 19.05.19 968 19 11쪽
39 카니앗 이그ㆍ시 피아 +2 19.05.17 936 23 8쪽
38 다크엘프 +2 19.05.16 1,014 22 10쪽
37 시찰 +1 19.05.12 1,007 23 9쪽
36 목적과 이유 +2 19.05.11 1,065 24 9쪽
35 전쟁의 준비 +4 19.05.09 1,132 24 9쪽
34 네이아르 백작 +2 19.05.06 1,157 29 10쪽
33 죄의 운반 +2 19.05.05 1,201 29 9쪽
32 유일한 생존자 +7 19.04.25 1,222 32 10쪽
31 앞으로의 연재 공지 및 1권 후기 +3 19.03.25 1,447 21 1쪽
30 모두 죽었다 +4 19.03.25 1,411 35 8쪽
29 피의 연회가 열렸다 +3 19.03.24 1,417 38 10쪽
28 명령을 내리다 +4 19.03.23 1,395 35 8쪽
27 연회는 시작되려고 했다 +2 19.03.23 1,448 37 9쪽
26 선배의 텃세는 통하지 않는다 +2 19.03.22 1,402 34 8쪽
25 한밤중의 불청객이 찾아오다 +6 19.03.20 1,524 36 9쪽
24 이제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3 19.03.20 1,467 36 8쪽
23 금의환향하다 +3 19.03.19 1,521 3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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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대련을 하다 +2 19.03.11 1,727 37 8쪽
14 몰살은 성공적이었다 +6 19.03.10 1,722 36 8쪽
13 도적 소탕전을 시작하다 +3 19.03.09 1,777 3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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