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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6.22 21:55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137,473
추천수 :
3,292
글자수 :
1,713,963

작성
19.03.19 06:31
조회
1,520
추천
38
글자
8쪽

금의환향하다

DUMMY

광맥의 자이언트 드래곤은 토벌.


오랫동안 골칫덩이였던 드래곤이 사라지자 왕국민들은 기뻐했다. 기뻐했다는 표현이 과연 적절할까 의문이 들 정도의 환대였다.


성문을 통과하자 천대받는 아인인 시이나가 껴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 소리가 우리들을 맞이했다.


드래곤의 머리는 간이로 만든 수레에 실렸다.


일단 왕국 내부로 전이는 금지되어있기에, 라는 이유도 있지만 결정적인 건 우리 셋이 드래곤을 토벌했다는 이미지를 왕국민 전원에게 각인시키기 위함이다.


실제로, 성문을 통과하기 전부터 농민이나 지나치는 상인들의 입소문을 탔는지, 드래곤 토벌을 정식으로 길드에 보고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왕국 전역에 퍼져있었다.


두 번째 퀘스트에서 자이언트 드래곤을 토벌한 모험자 팀은 전대미문이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내가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때 나를 아니꼽게 보던 그 경비병조차 경례를 붙일 정도니.


“이제 어떻게 할까요, 류셀 씨. 저 수레 꽤 무거워 보이는데.”

“이스 너... 끌고 있는 건 난데 왜 류셀한테 먼저 물어봐!”

“그거야, 드래곤을 처치하고 목을 자른 건 류셀 씨니까요.”


이스에게 불평하던 시이나는 그 말을 듣더니 군말 없이 수레를 끌었다. 웨어울프는 체력이 좋으니 드래곤의 목을 가지고 평야지대에 전이하고 나서부터는 수레를 끄는 역할이 자연스레 시이나로 정해진 것이다.


불평을 말한 시이나도 반쯤 농담이다. 그 거대한 용의 머리 정도는 웨어울프에게 버거운 무게가 아니니까.


일단 길드로 가야겠지. 목을 증거로 보여줘야 보상금을 받는다.


“대단해!”

“드래곤을 바로 쓰러뜨린 구국의 용사님!”

“이제 왕국도 뭔가 바뀔 거야...!!!”


계속되는 시끄러운 환호는 별로 달갑지 않았다.


어린아이부터 겨우 서있는 노인들까지 길거리에 나와 손을 흔들고, 별 지랄을 다해대고 있다. 짜증난다고 하는 표현이 더 올바를 것이다.


저런 놈들한테 인정받아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 당장이라도 전이마법을 써서 길드 앞으로 가는 걸 겨우 참고 있는 것이다.


“근데 아까도 물어봤지만 말이야, 류셀. 어떻게 자이언트 드래곤을 혼자서 쓰러뜨린 거야?”


시이나는 영 신경 쓰이는지 물었다.


“우리 둘은 정신을 잃고 있었잖아. 도움이 전혀 안 된 건 분하지만... 그때 그 마법을 쓴 거야?”


시이나가 넌지시 얘기한 건 버스트겠지. 내가 적당히 대답하려 하자 이스가 선수를 쳤다.


“류셀 씨에겐 비장의 수가 있으니까요. 드래곤 열 마리, 아니 백 마리가 온다 해도 괜찮을 거예요.”


내 눈에 잠깐 살의가 비친 것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


왜 이제까지 깨닫지 못했던 것인가?


방심했다.

방심했다.


이제까지 너무 방심하고 있었다.


내가 마왕이라는 존재인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스는 내 고유스킬의 존재를 알고 있는 건가? 아니면 드래곤과의 싸움에서 내가 이스와 싸울 때 그랬듯이 마력으로 몸을 방어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인가.


“비장의 수? 그게 뭔데?”


시이나가 눈치 없이 물어본다. 이스는 웃어 보일 뿐이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내가 너무 섣불렀던 것이다.

이 세계의 생명체들은 고유스킬의 ‘고’ 자와도 연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


물론 고유스킬을 가지고 있다고 바로 마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왕이나 용사에 준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허나 고유스킬의 존재는 사실 마왕인 내 정체처럼 알려져서 좋을 게 없다. 이스를 죽일 것을 전제하고 고유스킬을ㅡ전생의 고향 마을 언덕 공기를 둘렀던 건 실책이다. 아직 고유스킬을 완성시키기 전의, 검은 실루엣을 보여준 건 이스 뿐이다.


당시엔 스틱 피규어처럼 보인다는 느낌이 기분 나빠 바로 해제하긴 했지만, 그 잠깐의 순간동안 그게 뭔지 간파했다면.


고유스킬은 가지고 있는 이가 이 세상에 몇 사람 없는, 그야말로 신이 내린 권능에 가까운 것이다.

그걸로 내가 마왕이라는 걸 어떻게든 유추해냈다면.


게다가 아직 계약은 유효하지 않다. 국왕 암살이라는 조건이 달성되어야 마의 계약은 성립되고 이스는 내 노예가 된다.

즉 지금의 이스는 내 어떤 명령도 거부하지 못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절대무적의 보호막을 두르는 마왕이 현현했다는 게 알려지면 내 계획이 틀어진다. 상대는ㅡ인류는 방심한 채로 있어줘야 하는 것이다.


레이븐에게도 보여줬으며 내가 누구인지 대략 눈치도 챈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아닌 원령. 게다가 약점을 파악해 사슬을 묶어두었으니 당장의 염려는 없다. 문제는 인간인 이스다.


정말 간파했다한다면.


그러면 이스는 살아있으면 안 된다. 진위 여부를 어떻게 파악할지가 문제인데...

내가 그런 생각에 잠겨있는 걸 모르는 둘은 대화를 이어갔다.


“시이나 씨, 축하해요.”

“축하, 내가 왜?”


이스는 수레를 끄는 시이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지인 분의 원수, 갚으신 거잖아요?”

“...”


시이나는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내가 시이나가 있는 수레 쪽을 돌아본 건 아니지만 탐지 마법으로 뭔가 느꼈다.


나는 앞을 바라본 채 물었다.


“시이나, 슬픈가?”

“따, 딱히... 인간... 그 사람은 이... 인간이었고...”


그렇게 말하는 시이나의 눈에는 하는 말과 달리 눈물이 고여있었다. 인간을 증오하는 시이나도 정이 붙은 인간의 죽음에는 슬퍼한다는 건가. 인간에게 그런 취급을 받고도 인간의 죽음에 마음에 동요가 인다는 것인가.


그건 모순이라고 생각하지만 입에 담지는 않았다.


“자, 자.”


시이나를 다독이는 이스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신기한 것을 보는 꼬맹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겠지.


슬픔.


저게 슬픔이란 건가.

참 흥미로운 감정이다.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것처럼 느낀다는 건 내 짧았던 전생에서도 이해가지 않았던 부분이다. 내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었던 유일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이란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완전히 자신의 ‘밖’ 만을 보는 놈이 있다면 제발 내게 알려다오.


자원봉사를 하는 놈들도 결국 자신이 타인보다 우월하다는, 그 타인이 자신보다 아래에 있다는 인식을 깐 상태로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것에 불과하다. 나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애써 자신을 위로하는 딱한 행위인 것이다.


“따, 딱히 우는 건 아니니까...!”

“아무도 운다고 안 했어요.”


그래, 모든 것은 자기만족을 목적으로 행해진다. 진정으로 타인을 위해 하는 일이란 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드래곤에 의해 골렘으로 변한 순간부터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어요. 그렇죠, 류셀 씨?”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던 내 생각은 거기서 끊겼다.

아 그랬지. 시이나의 지인ㅡ골렘의 심장을 파괴한 건 나였지. 사회 통념을 지킨다면 지금 나는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어야 하는 걸까, 자기변명을 해야 하는 걸까?


“...그렇다.”


결정을 바로 내리지 못하고 그리 대답했지만 나는 역시 시이나의 슬픔에 공감하지도, 그 골렘을 죽인 것에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결국 타인은 타인일 뿐.


작가의말

제 실수로 한단계 건너뛰고 다음 화를 올려버렸습니다... 이게 올바른 순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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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첫 번째 함락 +1 19.07.22 647 13 10쪽
52 제국의 침공 +1 19.07.18 690 15 9쪽
51 환청 +1 19.07.14 660 14 10쪽
50 아침 +3 19.07.11 740 17 10쪽
49 잃어버린 기억 +2 19.07.06 750 33 9쪽
48 노트북이 고장나서 잠시 휴재합니다 +3 19.06.18 817 12 1쪽
47 빙의 능력자 +1 19.06.06 765 17 9쪽
46 살인 청부업자(11세) +1 19.06.02 808 17 9쪽
45 대(對)인간병기 +1 19.06.01 798 17 11쪽
44 전쟁의 피스 +1 19.05.30 807 17 11쪽
43 밤하늘 +1 19.05.26 869 21 10쪽
42 신화의 괴물 +2 19.05.25 902 20 11쪽
41 선전포고 +3 19.05.22 948 24 10쪽
40 헬하운드와 펜리르 +1 19.05.19 967 19 11쪽
39 카니앗 이그ㆍ시 피아 +2 19.05.17 936 23 8쪽
38 다크엘프 +2 19.05.16 1,014 22 10쪽
37 시찰 +1 19.05.12 1,007 23 9쪽
36 목적과 이유 +2 19.05.11 1,065 24 9쪽
35 전쟁의 준비 +4 19.05.09 1,132 24 9쪽
34 네이아르 백작 +2 19.05.06 1,157 29 10쪽
33 죄의 운반 +2 19.05.05 1,201 29 9쪽
32 유일한 생존자 +7 19.04.25 1,222 32 10쪽
31 앞으로의 연재 공지 및 1권 후기 +3 19.03.25 1,447 21 1쪽
30 모두 죽었다 +4 19.03.25 1,411 35 8쪽
29 피의 연회가 열렸다 +3 19.03.24 1,417 38 10쪽
28 명령을 내리다 +4 19.03.23 1,395 35 8쪽
27 연회는 시작되려고 했다 +2 19.03.23 1,448 37 9쪽
26 선배의 텃세는 통하지 않는다 +2 19.03.22 1,402 34 8쪽
25 한밤중의 불청객이 찾아오다 +6 19.03.20 1,524 36 9쪽
24 이제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3 19.03.20 1,467 36 8쪽
» 금의환향하다 +3 19.03.19 1,521 38 8쪽
22 모두 붉게 물들었다 +4 19.03.18 1,516 37 8쪽
21 던전의 주인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2 19.03.17 1,529 37 8쪽
20 한때 사람이었던 것을 만나다 +3 19.03.16 1,566 38 8쪽
19 광맥의 던전에 가다 +3 19.03.15 1,547 37 8쪽
18 그는 시비 걸어야 할 상대를 잘못 골랐다 +2 19.03.12 1,562 37 9쪽
17 사슬은 묶었다 +3 19.03.12 1,604 43 7쪽
16 그건 인간이 아니었다 +2 19.03.11 1,605 40 8쪽
15 대련을 하다 +2 19.03.11 1,727 37 8쪽
14 몰살은 성공적이었다 +6 19.03.10 1,722 36 8쪽
13 도적 소탕전을 시작하다 +3 19.03.09 1,777 3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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