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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6.22 21:55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137,596
추천수 :
3,292
글자수 :
1,713,963

작성
19.03.08 00:20
조회
1,866
추천
43
글자
7쪽

첫 퀘스트를 받다

DUMMY

마왕이 된 내 몸은 수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잠을 아예 자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힘을 빼고 누워있는 것은 그것대로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다.


이제부터의 계획에 대해 동이 틀 무렵까지 생각하고 있자니 부엌 쪽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들뜬 소녀의 콧노래 소리도 들렸다.


“아침부터 열심이군.”


프라이팬에 베이컨을 올리던 이스가 돌아보더니 상큼하게 웃었다.


“아, 류셀 씨! 어제는 시이나 씨의 허락이 없어서 관뒀지만 오늘은 미리 허락을 받아놨어요. 역시 아침을 먹어야 든든하죠.”

“시이나는 아직 꿈나라인가 보군.”

“그러네요. 류셀 씨가 깨워주실래요?”


이 좁은 집에 방은 단 두 개 뿐. 그 중 하나는 시이나가, 나머지는 이스가 쓰기로 했다.


잠을 자지 않아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나와는 달리 둘은 수면이 필요하니까. 본인과 같은 침대를 써도 된다는 이스의 주장은 시이나에게 묵살되었다.


예상대로 시이나는 아직 침대에 뻗어있었다. 원래부터 잘 때 옷을 벗는 습관이 있는지, 오늘따라 그 무방비한 몸을 가리는 건은 팬티 한 조각밖에 없었다.


“시이나. 아침이다. 일어나.”

“...쿨...”


나는 신사적이기에 10분이 넘도록 말로 깨우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마법으로 찬바람을 만들어 시이나의 얼굴에 불게하고 나서야 깨울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고 있는데 마법을 쓸 생각을 하다니... 류셀, 너무한 거 아니야?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여자아이의 방에 맘대로 들어온 건 둘째 치고.”


시이나는 식탁에 앉아서도 연일 뾰로통했다.


“괜찮아. 네게 그런 마음은 품고 있지 않다. 겉보기와 달리 너무 연상이기도 하고.”

“뭐...뭣이라?!”


흥분하려는 시이나를 가라앉힌 건 그 앞에 놓인 계란과 베이컨 한 접시.


“두 분, 그러고 있으니 꼭 부부 같네요.”


이스가 터무니없는 말을 늘어놓으며 내 앞에도 접시를 내려놓았다.


“무슨 이상한 소리야... 어쨌든, 잘 먹겠습니다!”


역시 개과. 시이나는 입에 고기가 들어가자마자 귀를 쫑긋 세우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이스는 그걸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마치 개와 조련사를 보는 기분이다.


“류셀, 방금 엄청나게 실례되는 생각했지?”


그렇게 먹는 것에 열중하면서도 강아지의 특유의 감을 백번 발휘하는 시이나에 나는 혀를 내두르며 주제를 바꿨다.


“그러고 보니 묻지 않은 게 있었군. 시이나는 여태 모험자 등록을 하지 않았었다고 했지? 그러면 어떻게 여태 왕국에서 살아왔나.”

“그건 저도 궁금하네요.”

“으음...”


시이나는 계란을 씹다 말고 생각에 잠겼다.


“하급 모험자가 하는 일과 별반 다른 건 없어. 약초 채집이라든지 광물 캐기라든지.”

“길드에 가입이 되어있지 않아도요?”

“굳이 모험자만 할 수 있는 일들은 아니야. 물론 모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퀘스트가 배정되지만, 따로 도움을 조금 받았거든.”


그 말에 나는 길드의 접수원을 떠올렸다. 마족에게 퀘스트까지 배분해줄 사람은 아마 그녀밖에 없겠지.


“시이나 씨는 스물 후반인데 사귀는 사람은 없나요? 스물 후반인데 결혼이라든가...”

“자꾸 스물 후반이라 하지 마! 수인의 나이는 인간이랑은 다르다고. 인간으로 치면 난 아직 10대야.”

“그래서 연애는요?”

“거참, 끈질기네.”


시이나는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조금 더듬거렸다.


“없어, 그런 건. 애초에... 여긴 그렇게 마족이 연애질도 하고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아니야, 여긴. 괜한 범죄자로 몰리지 않는데만 얼마나 고생이라고. 물론 나 말고도 마족은 있지, 하지만 말했다시피 여유가 없어.”

“그럼 여유가 생기고 짝이 생기면 되겠네요! 류셀 씨가 돈을 벌어오고 남편이 되면 되지 않을까요? 류셀 씨도 마족이라면서요.”

“시끄럽네! 빨리 먹기나 해.”


정말, 시끄러운 아침이다. 나는 마지막 베이컨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네?? 아무래도 제가 잘못들은 모양인데 지금 뭐라고...”

“드래곤을 잡으러 갈 거예요.”


이스가 천진난만하게 말하자 접수원이 미친 사람을 보는 것처럼 이스를 한 번 보고, 나를 보았다. 내 입에서 부정의 말이 나오지 않자 입가에 손을 가져갔다.


물론, 똑같은 표정이 시이나의 얼굴에도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아무리 S급이 한 명 있어도 그렇지, 세 분은 모험자를 시작한 참이라고요? 첫 퀘스트를 그걸로 받겠다고요? 광맥의 자이언트 드래곤 퇴치로요?”

“맞아! 농담도 재밌어야 농담이지. 셋이 사이좋게 죽자는 소리로밖에 안 들려, 난.”


시이나가 접수원의 편을 들었다. 그나마 정상인 사람이 있다는 걸 보고 접수원은 조금 안심한 표정이었다.


“한 팀으로서의 전투경험을 쌓아야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어요. 보다 쉬운 퀘스트를 추천해요, 예를 들면 평원의 슬라임 퇴치라든가... 어쨌든, 그런 위험한 임무를 바로 내어드릴 순 없어요. 여러분이 다치시면 그것도 길드의 인적 자원의 손해니까요.”

“그럼 지금 받을 수 있는 것 중에서 제일 난이도 높은 걸 줄 수 있겠나.”


내가 타협안을 찾으려 끼어들었다.


“이쪽도 나름 사정이 있다. 너무 하위 퀘스트부터 진행하면 곤란해.”

“그렇네요... 국경 주변에 도적무리가 나타나서 의뢰가 하나 와있긴 한데.”


접수원은 셋 모두 볼 수 있도록 용지 하나를 들어보였다.


“3~40명 규모의 도적단. 주로 상인들의 짐마차를 노려 물건을 빼앗고, 간혹 귀족을 붙잡았을 때는 몸값을 요구한다. 퀘스트 달성 조건은 도적단 전원의 신병을 위병에 넘기거나 몰살하는 것.”


내가 의뢰서의 내용을 읽었다.


“보상은 15 실버인가.”

“40명을 처치하는 거 치고는 좀 적은 거 같은데... 리사, 안 그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시이나 씨. 이건 어느 귀족분이 의뢰한 건데...”


접수원은 내키지 않은 얼굴로 뒷사정을 얘기해주었다.


“네이아르 가문이라고, 선대 국왕 시절에는 공직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좌천된 귀족 가문이 있어요. 사병도 제대로 고용하지 못할 만큼 사정이 안 좋은데, 최근에 영애를 납치당했나 봐요.”

“납치요? 이 용지에 그런 내용은 없는데요.”

“인질을 가진 상대와 싸우는 건 더욱 성가시죠. 그래서 이 의뢰를 받아들이겠다는 분들도 의뢰주와 만나서 자초지종을 알고 나선 전부 거절했어요.”

“류셀의 의견을 들어봐야겠는데. 일단 S급 모험자니까.”

“어쩌죠, 류셀 씨?”


나는 그 무렵, 결론은 이미 내리고 다른 생각에 몰두하던 참이었다.


“받아들인다. 네이아르 가문의 사람과 면담을 잡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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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잃어버린 기억 +2 19.07.06 751 33 9쪽
48 노트북이 고장나서 잠시 휴재합니다 +3 19.06.18 819 1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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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살인 청부업자(11세) +1 19.06.02 808 17 9쪽
45 대(對)인간병기 +1 19.06.01 799 17 11쪽
44 전쟁의 피스 +1 19.05.30 809 17 11쪽
43 밤하늘 +1 19.05.26 869 21 10쪽
42 신화의 괴물 +2 19.05.25 903 20 11쪽
41 선전포고 +3 19.05.22 949 24 10쪽
40 헬하운드와 펜리르 +1 19.05.19 968 19 11쪽
39 카니앗 이그ㆍ시 피아 +2 19.05.17 936 23 8쪽
38 다크엘프 +2 19.05.16 1,014 22 10쪽
37 시찰 +1 19.05.12 1,007 23 9쪽
36 목적과 이유 +2 19.05.11 1,065 24 9쪽
35 전쟁의 준비 +4 19.05.09 1,132 24 9쪽
34 네이아르 백작 +2 19.05.06 1,158 29 10쪽
33 죄의 운반 +2 19.05.05 1,201 29 9쪽
32 유일한 생존자 +7 19.04.25 1,222 32 10쪽
31 앞으로의 연재 공지 및 1권 후기 +3 19.03.25 1,447 21 1쪽
30 모두 죽었다 +4 19.03.25 1,411 35 8쪽
29 피의 연회가 열렸다 +3 19.03.24 1,418 38 10쪽
28 명령을 내리다 +4 19.03.23 1,396 35 8쪽
27 연회는 시작되려고 했다 +2 19.03.23 1,448 37 9쪽
26 선배의 텃세는 통하지 않는다 +2 19.03.22 1,403 34 8쪽
25 한밤중의 불청객이 찾아오다 +6 19.03.20 1,524 3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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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금의환향하다 +3 19.03.19 1,523 3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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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던전의 주인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2 19.03.17 1,529 37 8쪽
20 한때 사람이었던 것을 만나다 +3 19.03.16 1,567 38 8쪽
19 광맥의 던전에 가다 +3 19.03.15 1,548 37 8쪽
18 그는 시비 걸어야 할 상대를 잘못 골랐다 +2 19.03.12 1,562 37 9쪽
17 사슬은 묶었다 +3 19.03.12 1,604 43 7쪽
16 그건 인간이 아니었다 +2 19.03.11 1,606 40 8쪽
15 대련을 하다 +2 19.03.11 1,727 37 8쪽
14 몰살은 성공적이었다 +6 19.03.10 1,722 36 8쪽
13 도적 소탕전을 시작하다 +3 19.03.09 1,778 3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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