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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6.22 21:55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137,458
추천수 :
3,292
글자수 :
1,713,963

작성
19.03.09 01:20
조회
1,776
추천
39
글자
9쪽

도적 소탕전을 시작하다

DUMMY

“알겠습니다.”


접수원이 알려준 주소까지 가는 데는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전이 마법은 쓰지 않네요? 왕국 내에서도 전이마법의 사용은 금지인가요?”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아닛, 류셀. 전이마법도 쓸 수 있었어?”

“이미 가본 곳이 아닌 이상, 정확히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곳으로는 전이할 수 없다.”


의뢰해온 건 네이아르 당주 본인으로, 마법으로 전언을 보내지 않아도 길드에서 왔다고 하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


한 때 왕국을 휘어잡았다던 귀족의 저택이었지만, 담장에는 덩굴이 내려앉고 철제 게이트는 제대로 손질이 되지 않아 녹슬어 있었다.


“의뢰 때문에 왔다고? 어서 들어오게.”


우리를 맞이한 건 당당한 풍채의 중년남성이었다.


그는 서둘러 응접실로 우리를 안내했다. 구석에서 대기하고 있던 무표정한 얼굴의 메이드는 고개를 한 번 숙이더니, 금세 차를 가져다주었다. 내 앞에 찻잔을 내려다 놓는 메이드를 보자니, 이스의 것보다 진한 은발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숙련된 솜씨로 손님과 시선이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은색 단발이 찰랑이고, 메이드가 원 위치로 돌아간 것을 확인한 남성은 입을 열었다.


“내가 네이아르 가문의 당주, 페르난도 폰 네이아르 백작이라네.”

“백작님 본인이신가요?!”


시이나는 놀란 눈치였다.


“사용인도 거의 다 해고한 마당에 어쩌겠나. 초라하지만 이해해주길 바라네. 우리 가문도 예전 같지가 않아.”


그가 입은 옷은 하나같이 질이 좋은 고급품이었지만, 세월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삭아있었다.


“바로 의뢰 얘기로 들어가지. 미리 얘기를 안 해서 미안하다만 사실은...”

“알고 있다.”


내가 불쑥 끼어들자 백작이 당황해 말을 멈췄다.


“영애가 납치당했다고. 그래서 의뢰의 본질은 납치당한 영애를 구하는 것이겠지. 도적단을 어떻게 하는 건 2순위고. 어려운 의뢰로 낙인찍힐 것을 두려워 해 그 내용을 일부러 싣지 않았다.”

“류셀, 상대는 귀족이라고! 말을 조심하지 않으면ㅡ”


시이나가 내게 주의를 주려 한 순간,


“...그래. 전부 맞는 말이야. 이렇게 사죄하겠소.”


백작이 내게 머리를 숙였다. 그는 패닉에 빠진 시이나와 진지하게 경청하는 이스를 보더니 나와 시선을 맞췄다.


“하지만 로자리아를 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소...”


백작은 목이 메는 듯 말을 겨우 자아냈다.


“나는 귀족이라면 가지고 있을 것을 다 잃었지. 명예도, 지위도, 재산도. 예전이었다면 굳이 의뢰를 하지 않고도 군대를 움직여서... 아니, 애초에 그 아이를 빼앗길 일도 없었지. 내게 힘만 있었다면...”


그의 표정은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것에서, 분노에 일그러진 것으로 변했다.


“로자리아는 할머님을 뵙기 위해 교외로 가는 중이었지. 당연한 일이지만, 마차는 위병들도 여럿 경호하고 있었네. 하지만 도적들의 습격현장을 본 마을사람이 말해주었지. 그건 습격 따위가 아니었다고!”


백작이 쾅, 하고 주먹 쥔 손을 티 테이블에 내리쳤다.


“도적들이 나타나자 미리 입을 맞춘 듯 위병들이 마차를 건네주고 돌아갔다고, 그 사람은 말했네. 진실을 말한 것에 본인도 위협을 받을까 두려워하면서도.”

“위협?”

“나는 비록 영향력은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백작 작위를 가진 자라네. 아무리 현 국왕이 내가 마음에 들지 않다고 해도 아무런 명분 없이 작위를 빼앗지는 못해. 그래서 이번 일을 꾸민 것이겠지. 나와 내 딸을 속히 처리하고 작위를 회수하기 위해서.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결국 내가 직접 도적들에게 가는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 말은... 국왕이 꾸몄다는 말인가. 이 전부를.”

“이런 말을 했다는 게 퍼지면 내 목이 쉽게 날아가겠지. 하지만 나는 그만큼 절박하다네.”


백작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모두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가족은 내 버팀목이 되어주었어. 그 아이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내 보물이야. 로자리아까지 잃어선...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네.”


그 말로도 부족한지 백작이 일어서서 재차 고개를 숙였다. 별 명령이 없었지만, 대기하던 메이드도 같은 동작을 취했다.


“지금이야 나이에 무너졌지만, 나는 과거 많은 전장에 나가보았지. 그래서 알 수 있네. 자네는 왕국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걸.”

“어떻게 단언할 수 있지?”

“감이라고 할까... 물론 이건 나만의 의견이 아닐세. 레이븐도 창가에서 자네를 보고 같은 말을 했지.”

“레이븐?”

“아, 소개가 늦었군. 우리 가문의 유일한 사용인인, 레이븐이네.”


백작이 가리키자 메이드가 나를 향해 예를 표했다.


“그녀는... 뭐라고 할까. 과거에 여러 전투에 참가한 적이 있는 것 같아. 나는 그녀의 감을 믿는다네.”

“전투능력이 있다라, 그렇다면 메이드를 써서 구출하면 되는 게 아닌가? 난 잘 이해가 안 되는데.”


백작을 스스럼없이 대하는 태도에 시이나의 표정이 점점 창백해져 갔다.


“그게... 그녀는 희귀한 병을 앓고 있어서 말이지. 그녀를 보낼 수 있다면 보내겠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상황이네.”


나는 그런 설명을 들으면서 메이드ㅡ레이븐 쪽을 바라보았다.


“흥.”

“돈이 부족한 건 알고 있네. 하지만 제발, 부탁하겠네. 로자리아를, 내 하나뿐인 딸을 구해다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지 하겠네...”


이스와 시이나를 차례로 보았다.


“뭐, 나는 받아들여도 상관없어. 좋은 일을 하는 거고.”

“류셀 씨 결정에 따를게요.”


아무래도 결정이 난 듯하다.


“알겠다, 받아들이지.”

“그, 그래주겠는가? 감사하네!”


아직 딸을 되찾은 것도 아닌데, 일의 실마리가 하나 풀린 것으로 백작은 매우 기뻐했다.


“저, 그럼 도적단의 위치를 알 수 있을까요?”


시이나가 조심스레 말했다. 왕국에서 마족으로 살아온 그녀는 귀족이란 자를 대하는 게 매우 껄끄러운 것이겠지.


“그게... 국경부근이라는 것만 알고, 자세한 건 알지 못하네. 유일한 단서라고는 현장에 남은 이것밖에...”


백작은 분홍색 손수건을 들어보였다. 로자리오라는 이름이 새겨진, 아마도 영애의 것이리라.


나는 그것을 받아 시이나에게 건네주었다.


“어? 나보고 뭘 하라고?”


어리둥절해하는 시이나에게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강아지는 주인의 물건 냄새만 맡고 주인을 찾을 수 있다고 들었다. 아닌가?”

“난 강아지 아니거든! 이상하게 어제부터 나 놀리는데 재미들인 거야?!”

“물론, 농담이다.”


쀼루퉁해진 시이나에게서 다시 손수건을 받아들었다.


“류셀 씨, 어떻게 할 건가요?”


역시 이스도 궁금한지 몸을 더 가까이 붙인다.


“보고 있어.”


내 손이 빛남과 동시에, 손수건이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를 탐색하듯이 검은 색 빛이 맴돈다. 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던 메이드가 조금 놀란 것이 보였지만, 일단 무시했다.


“찾아라.”


내가 명령하자 빛은 쏜살같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세 사람이 몸을 움츠렸다. 잠잠해지고 나서야 백작이 물었다.


“지금은... 무얼 한 겐가?”


나는 한 눈을 감은채로 대답했다.


“탐색의 마법. 찾아내기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ㅡ찾았다.”


내 오른 눈에는, 입에 재갈을 물리고 손과 발이 묶인 채로 감금당한 소녀가 보이고 있었다.


수십 초 후, 우리는 산맥이 우거진 곳에 나있는 동굴 앞에 서 있었다.


“역시 전이마법은 편리하네~ 류셀은 대단해 역시.”

“맞아요, 류셀 씨는 대단하다고요.”


시이나와 이스가 입을 모아 나를 칭찬했다.


“영애는 제일 깊숙한 곳에 감금되어 있다. 빨리 끝내고 싶으니 들어가지.”

“네? 그냥요?”


얼마 전 정면으로 쳐들어가겠다던 본인에게 무안함을 안겨준 게 기억났는지, 이스의 눈썹이 한데 모였다.


“도적들 정도는 상관없어. 다른 곳에서 지원병력이 오는 것도 아닐 테고.”


나는 동굴 입구로 걸어갔다.


“잠깐만, 류셀!”


시이나가 외치고, 그 소리에 입구에서 졸고 있던 도적 서너 명이 나를 보았다.


“뭐야! 뭐하는 놈이야, 넌?!”


이스가 검을 소환해 전투태세를 취하고, 시이나도 등의 대검을 뽑았다. 하지만 둘은 뒤이어 벌어진 광경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금방이라도 내게 날붙이를 휘두르려던 도적들은 전부 무기를 떨어뜨리고 얌전해진 것이다. 내 눈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가서 네 동료들을 죽여라. 전부. 하나도 빠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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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첫 번째 함락 +1 19.07.22 647 13 10쪽
52 제국의 침공 +1 19.07.18 690 15 9쪽
51 환청 +1 19.07.14 660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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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대(對)인간병기 +1 19.06.01 798 17 11쪽
44 전쟁의 피스 +1 19.05.30 807 17 11쪽
43 밤하늘 +1 19.05.26 869 21 10쪽
42 신화의 괴물 +2 19.05.25 902 20 11쪽
41 선전포고 +3 19.05.22 948 24 10쪽
40 헬하운드와 펜리르 +1 19.05.19 967 19 11쪽
39 카니앗 이그ㆍ시 피아 +2 19.05.17 936 23 8쪽
38 다크엘프 +2 19.05.16 1,014 22 10쪽
37 시찰 +1 19.05.12 1,007 23 9쪽
36 목적과 이유 +2 19.05.11 1,065 24 9쪽
35 전쟁의 준비 +4 19.05.09 1,132 24 9쪽
34 네이아르 백작 +2 19.05.06 1,157 29 10쪽
33 죄의 운반 +2 19.05.05 1,201 29 9쪽
32 유일한 생존자 +7 19.04.25 1,222 32 10쪽
31 앞으로의 연재 공지 및 1권 후기 +3 19.03.25 1,447 21 1쪽
30 모두 죽었다 +4 19.03.25 1,410 35 8쪽
29 피의 연회가 열렸다 +3 19.03.24 1,416 38 10쪽
28 명령을 내리다 +4 19.03.23 1,395 35 8쪽
27 연회는 시작되려고 했다 +2 19.03.23 1,448 37 9쪽
26 선배의 텃세는 통하지 않는다 +2 19.03.22 1,402 34 8쪽
25 한밤중의 불청객이 찾아오다 +6 19.03.20 1,524 36 9쪽
24 이제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3 19.03.20 1,467 36 8쪽
23 금의환향하다 +3 19.03.19 1,520 38 8쪽
22 모두 붉게 물들었다 +4 19.03.18 1,516 37 8쪽
21 던전의 주인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2 19.03.17 1,529 37 8쪽
20 한때 사람이었던 것을 만나다 +3 19.03.16 1,566 38 8쪽
19 광맥의 던전에 가다 +3 19.03.15 1,547 37 8쪽
18 그는 시비 걸어야 할 상대를 잘못 골랐다 +2 19.03.12 1,562 37 9쪽
17 사슬은 묶었다 +3 19.03.12 1,604 43 7쪽
16 그건 인간이 아니었다 +2 19.03.11 1,605 40 8쪽
15 대련을 하다 +2 19.03.11 1,727 37 8쪽
14 몰살은 성공적이었다 +6 19.03.10 1,722 36 8쪽
» 도적 소탕전을 시작하다 +3 19.03.09 1,777 3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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