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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상자 님의 서재입니다.

최강자의 탑 등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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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별상자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5.23 17:06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565
추천수 :
45
글자수 :
90,428

작성
24.05.22 15:33
조회
60
추천
1
글자
13쪽

2층(9)

DUMMY

“야, 지금 저 새끼가 뭐라 한 거냐?”

“제가 듣기론 한꺼번에 덤비라는데요?”

“그치?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예. 그냥 미친놈 같습니다. 같은 편을 공격하는 것도 그렇고.”


두목과 부하가 사이좋게 웃음을 터트린다.

뒤쪽에 있는 부하들도 따라 낄낄거린다.


“근데 저놈 진짜 폭왕은 아닌 거 같지?”


웃음을 그친 두목의 시선이 기절한 헨리 쪽으로 옮겨갔다.


“아니겠죠. 운 나쁘게 안 좋은 곳에 맞았다 한들 폭왕이 저리 쉽게 기절할 리 있겠습니까.”

“그렇지? 그나저나 간땡이가 배 밖으로 튀어나온 미친놈들이라 그런가? 겁도 없이 삼왕을 사칭하네. 암왕 무서운 줄 모르고.”

“아마 소문만 듣고 비슷한 가면을 만든-”

“너희 뭐 하냐?”


기다리다 지쳐 끼어들었다.

그제야 떠들던 두목과 부하가 입을 다물고 날 돌아본다.


“덤비라니까 계집애 마냥 수다나 떨고. 쫄았냐? 그럼 길 막고 있는 부하들이나 치우던가. 여기 구경만 좀 하고 가줄 테니까.”

“하. 이 새끼 봐라.”


두목이 송충이 같은 눈썹을 들썩이곤 뒤에 있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너희 중 아무나 한 명 나가서 저 미친 새끼 주제 파악 좀 시켜줘라.”

“진짜 말귀를 못 알아듣네.”


분명 내가 다 같이 덤비라고 했을 텐데.

뭐, 됐다.

견적을 보니 말로는 절대 안 끝날 것 같고.

다 함께 안 덤빈다면 다 함께 덤비도록 만들면 되지.


탁.


가볍게 땅을 박찼다.

두목을 향해.


“······?!”


그래도 두목 자리는 거저 딴 것이 아닌 듯 놀라면서도 재빠르게 검을 뽑아 든다.


“이 미친 새끼가······! 뒤지려고 날 노려!”


인상을 와락 구긴 두목이 냅다 검을 휘두른다.

어, 근데······ 공기를 가르며 가까워지는 검이 뭔가 익숙한 외형이다.

내가 이걸 어디서 봤더라?

달려들던 속도를 줄이고 덥석, 검날을 붙잡았다.

그 순간 데자뷰 같은 느낌을 받으며 떠올랐다.

주설아가 버리고 간 검이다. 그리고 내가 무겁다고 버렸던 검이고.

이걸 왜 얘가 가지고 있는 거지?

생각하며 일단 주설아한테 했던 대로 검을 잡아끌었다.


“어어, 어······!”


두목이 균형을 잃고 내 쪽으로 넘어진다.

주설아는 단검을 뽑아 대응이라도 했는데, 이놈은 그딴 것 따윈 없다.

그냥 순순히 목을 내준다.

뭐야, 프리패스야?

뭐 이러면 나야 편하긴 한데.

내 쪽으로 총알 배송된 목을 붙잡아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어억! 이 새, 커억······!”

“조용히-”

“두 손 다 묶인 지금이 기회다! 모두 달려들어!”


얼씨구.

두목이 잡혔는데도 상관 않고 덤빈다. 그러다 두목이 죽으면 어쩌려고.

바지 두목인가?

그리고 두 손이 묶이긴 했지만, 아직 두 발은 자유롭거든?

절호의 기회인 양 뛰어드는 부하들을 보며 지면을 강하게 내리밟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날 중심으로 지각이 솟구친다. 쓰나미처럼.

흔들리고. 무너지고. 갈라지고. 튀어 오르고. 솟구쳐 오르고. 덮쳐 버리고.


“으아아아아아아······!”

“피해!”

“뒤로! 뒤로 물러나!”

“비키라고, 씨발!”


거대하게 솟구친 흙과 돌의 파도가 부하들을 단숨에 휩쓴다.

승냥이 떼처럼 내게 달려들던 이들이 되감기를 돌린 것처럼 뒷걸음질 친다.

하지만 달려오던 관성이 있는데 그게 잘 될 리가 있나.

후방에 있던 이들은 어떻게 잘 대피했지만, 선두에서 달려들던 이들은 뒤에서 달려들던 이들에게 막혀 우왕좌왕하다 흙더미에 파묻혔다.

나는 절반쯤 남은 부하들을 슥 둘러보며 말했다.


“더 할 사람?”

“······.”

“······.”

“······.”


아직 절반이나 남았지만, 싸우려는 자는 없었다.

모두 전의를 상실한 얼굴이다.

그때, 손에서 뭔가가 꿈틀대는 것이 느껴졌다.

두목이 새빨개진 얼굴로 입을 벙긋거리고 있었다.

얘는 뭐라고 하려나?

궁금해진 나는 손에 힘을 풀었다.

헐떡거리며 숨을 들이마신 두목이 시끄럽게 소리친다.


“이 새끼들아, 안 싸우고 뭐 하고 있어! 당장 날 구하란······ 큽!”


다시 손에 힘을 주고 주위를 돌아봤다.


“구해달라는데? 덤빌 사람?”

“······.”

“······.”

“······.”


여전히 나한테 덤비려는 자는 없었다.

역시 이게 보통의 반응이지.

고개를 끄덕이며 이젠 뭘 할까 고민하던 중.

문득 코끝에 음식 냄새가 스쳤다.

아, 맞다. 점심 먹어야지.

솥이 있던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반쯤 엎어진 솥 근처에는 이기환과 염소수염이 엉거주춤 서 있었다.

남아있는 음식이 있는지 살피며 걸음을 옮기는데, 느닷없이 흠칫거린 염소수염이 이기환을 잡아끌어 목에 칼날을 갖다 댔다.


“거, 거기 멈춰! 이놈이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다가오지 말라고!”


이건 또 뭐 하자는 거지?

고개를 갸웃하며 한 걸음 걷자 이기환의 목줄기에 붉은 실선이 그어진다.


“씨발!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내가 못 죽일 것 같아?! 어?! 한 걸음만 더 가까이 오면 그 즉시······!”


나는 픽 웃으며 염소수염을 바라봤다.

겁에 질린 소형견 같은 얼굴이다. 두렵기 때문에 더 크게 짖는.

그러니까, 고작 그 정도라는 거다.

인질극도 어느 정도 수준 차이가 나야 통하는 거지. 이렇게 극명하게 차이가 나면 아무 소용없다.


“뭘 처 웃고 지랄······!”


툭!


염소수염이 제 딴에는 심각하게 발악하는 사이, 나는 빠르게 발밑의 돌멩이를 걷어찼다.


퍽!


“······억!”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간 돌멩이는 제대로 명중했다. 염소수염의 코에.

코가 뭉개지며 그가 뒤로 넘어갔다.

나는 여유롭게 걸어 솥 앞에 섰다.


“아직 남아있지?”

“네?”


목에 상처 난 부위를 잡고 있던 이기환이 날 올려다봤다.


“스프 남아있냐고.”

“어, 어, 남아있습니다, 형님.”


숨이 막혀 기절한 두목을 땅바닥에 던져버리고 솥 앞 적당한 크기의 바위 위에 앉았다.


“그럼 한 그릇 줘 봐.”



***



“내가 널 버린 줄 알았다고?”

“완전히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고요. 살짝, 아주 살짝, 혹시나 하는 의혹이 들었다는 거죠. 포탈 통과하고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안 오시니까.”


어쩐지.

날 다시 만났을 때 반응이 좀 이상하더니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구만.

스프를 떠먹으며 말했다.


“내가 널 왜 버려? 나는 너 포탈 탄 후에 바로 따라서 포탈에 들어갔어. 그런데 하필이면 1층 포탈이 도착 장소를 랜덤 전송시키는 유형이라 헤어지게 된 거야.”


조장 아저씨가 말하길, 그렇다더라.


“아, 그런 거예요?”


이기환이 안도한 기색으로 수저를 들었다.

나는 그의 허름한 차림새를 훑으며 물었다.


“짐가방은 어디 갔어?”

“······뺏겼어요.”

“쟤네들한테?”


파묻힌 동료들을 꺼내기 위해 열심히 흙더미를 파헤치고 있는 녀석들을 눈으로 가리켰다.

이기환이 죄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반드시 사수했어야 했는데······.”

“됐어. 너도 고생 많이 한 것 같은데.”


아까도 염소수염한테 처맞기도 했고.


“쟤라도 몇 대 때릴래?”


여전히 기절해 있는 염소수염을 가리키자 이기환이 두 손을 들고 도리질을 쳤다.


“아, 아뇨! 괜찮아요. 그리고 저 별로 고생 안 했어요.”

“고생을 안 했다고?”


보이는 멍 자국만 해도 한 두 개가 아닌데?

내 시선을 눈치챈 그가 피부를 문지르며 말했다.


“이건 잡히기 전에 도망가다가 생긴 거고요. 여기로 오고 나선 그래도 꽤 편하게 지냈어요. 운 좋게도 요리할 기회가 생겨서 이쪽으로 빠지기도 했고······. 고생은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이 많이 했죠.”


다른 사람?

저기 흙을 파헤치고 있는 녀석들을 말하는 건 아닐 테고.

누가 더 있나?

물어보려고 할 때.

내 눈치를 살피던 이기환이 수저를 놓고 먼저 말했다.


“저 말고도 여기에 잡혀 온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말인데요, 형님. 그 사람들 풀어줘도 될까요?”

“마음대로 해.”


나랑은 상관없는 사람들이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나한테 허락받을 일도 아니고.

아무튼, 내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이기환이 그릇을 놓고 일어났다.


“그럼 저는 사람들 풀어주고 오겠습니다.”


이기환이 천막들 사이로 사라지고.

흙더미를 뒤집고 있는 녀석들을 한가롭게 구경하며 밥을 먹을 때.


“으으······?”


기절해 있던 헨리가 깨어났다.

나한테 맞은 뒤통수를 부여잡고 일어난 그가 흙 묻은 가면을 벗었다.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이다.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운 그의 시선이 주위를 돌아보다 내게 닿았다.

그 순간 물음표가 반쯤 느낌표로 변했다.

긴가민가한 투로 날 부른다.


“······최강혁 님?”

“왜?”

“설마······ 아니죠?”


뒤통수를 문지르며 하는, 앞뒤 다 잘라먹은 질문을 나는 찰떡같이 알아듣고 대답했다.

그야 얼굴과 표정에 뭘 묻는지 다 드러나니까.


“맞아. 내가 했어.”

“그, 그런······! 제가 얼마나 최강혁 님을 믿고 있었는데 어떻게······!”

“나도 널 믿고 있었는데. 설마 곧 싸울 적하고 농담 따먹기나 할 줄은 몰랐지.”

“그, 그건······ 그 자식이 먼저 절 농락하니까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는 것치고는 아주 즐거운 목소리였는데?”

“······.”


정곡을 찔렸는지 헨리가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구만.


“어쨌든 상황은 다 끝났으니까 밥이나 먹어.”

“······저는 입맛이 없어서.”


그가 댓 발 튀어나온 입을 움직여 말했다.

살짝 돌아간 얼굴에 토라진 기색이 가득 얹혀있다.

여태 올린 호감도가 도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올리기 쉬운 만큼 떨어지는 것도 쉽다는 건가?

나 참. 무슨 애도 아니고.

헛웃음을 지으며 솥 옆을 가리켰다.


“저거나 봐.”

“전 안 먹어도 괜찮다고······ 어?”


슬쩍 솥을 확인한 그가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정확히는 솥 옆에 꽂혀있는 검을 보고.


“이게 왜 여기에 있어요?!”


헨리가 후다닥 달려가서 검을 뽑았다.


“쟤들이 가지고 있더라고. 바로 회수했지.”

“와, 무슨 타이밍이······.”

“그거 네가 찾았다고 해.”

“네?”


내 말에 헨리가 홱, 하고 날 쳐다봤다.


“제가, 찾았다고 하라고요?”

“어. 너 은근 골칫덩이 취급당하고, 무시당한다며. 너가 찾았다고 하면 네 대장이 칭찬해 주지 않겠어? 인정도 해 줄 테고.”

“아니, 그렇긴 한데······.”


흐물흐물 풀어진 눈이 날 바라본다.

떨어졌던 호감도가 순식간에 천장을 찍는 소리가 들린다.

진짜 쉽네, 얜.

나한테 달려드는 얘를 쳐내고 밥이나 먹으라고 했다.

나한테 밀려 엉덩방아를 찍고도 좋다고 헤실거리면서 스프를 퍼먹는다.

방금 전에 누가 입맛이 없다고 했더라?


“형님.”


남은 스프를 먹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이기환이 수십 명의 인파를 몰고 돌아왔다.

하나 같이 몰골들이 처참하다.

이기환이 오면서 뭐라고 한 건지 날 보고 감사 인사를 한다.

감사받을 이유가 없다고 하며 반대쪽을 보았다.

이쪽도 처참하긴 마찬가지다.

장비들은 죄다 흙투성이에 인원 절반 정도가 부상을 당했다. 멀쩡한 절반은 흙을 뒤집어엎다 녹초가 된 상태고.

내가 시킨 대로 흙에 파묻힌 동료들을 다 구했는지 내 쪽으로 힘없이 걸어온다.


“이 악마 새끼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튀어나간 것은 바로 그때였다.

이기환이 풀어주고 데려온 빼빼 마른 남자.

그가 손에 쥔 돌멩이를 휘둘렀다.


퍽.


온몸이 흙투성이에 다리를 절던 사내가 머리를 맞고 비틀거렸다.


“죽어! 죽으라고!”


퍽. 퍽. 퍽. 퍽.


울분에 찬 목소리와 타격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동료가 맞고 있는 와중에도 서쪽 집단 부하들은 내 눈치만 보며 머뭇거렸다.

그러는 사이 내 뒤에서 추가로 몇 명이 더 뛰어들었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이런 악독한 놈들!”

“내가 후회할 날이 온다고 했지!”


어느 순간 흐름이 만들어졌다.

이제는 이기환이 데려온 인원 중 절반에 가까운 수가 서쪽 집단 일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서쪽 집단 일원 중 하나가 결국 못 참고 폭발했다.


“씨발! 노예 새끼들이 돌았나!”


후웅! 퍽!


그가 휘두른 방패에 한 명이 나뒹굴었다.

그 순간, 서쪽 집단 일원들이 일제히 날 쳐다봤다.

나는 무심히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노예 년이 감히 주먹을 휘둘러?”

“우리가 너희가 무서워서 맞고 있는 줄 알아?”

“뒤지려고, 이 새끼들이. 겁도 없이.”


서쪽 집단 일원들이 내 눈치를 보며 참고 있던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노예였던 쪽이 다시 내 뒤로 도망쳐왔다.


퍽! 퍽! 퍽!


미처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이 서쪽 집단 일원들에게 구타당하고 있었다.

그때, 어떤 아저씨가 내 옷깃을 붙잡았다.


“왜 가만히 보고만 있어요! 저 범죄자 놈들이 지금 멀쩡한 사람을 죽이려고 하잖아요!”


그 옆의 아줌마도 한마디 했다.


“맞아! 왜 안 도와주고······! 빨리 도와줘요! 저러다 진짜 죽겠다고요!”


나는 무심한 눈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건지, 강요하는 건지 모를 아저씨와 아줌마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그리고 물었다.


“왜 내가 도와줘야 하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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