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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상자 님의 서재입니다.

최강자의 탑 등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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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별상자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5.23 17:06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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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수 :
90,428

작성
24.05.1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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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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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층(1)

DUMMY

[탑 2층에 입장하였습니다.]


2층에 입장하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폐로 들어오는 공기가 싸늘하다는 것이었다.

기온이 1층과 비교해서 10도 이상 하락한 느낌.


태양은 우중충한 잿빛 구름에 먹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한밤중처럼 완전히 어둡진 않아 ‘태양이 떠 있는 낮이구나’라고 간신히 느낄 수 있는 밝기랄까.


“······.”


인근에는 1층처럼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숲이라면 나름 숲인데······ 한겨울의 숲처럼 모든 나무가 나뭇잎 없이 벌거벗고 있다.

속살은 탄 듯이 새까맣다.

높이와 두께만 다를 뿐 외형이 전부 똑같은 게 모두 동일한 품종 같다.


“음······.”


눈에 들어오는 것 중에 밝은 것이라곤 하나도 없어서 그런가,

전체적으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꼭 저주받은 숲에 들어온 기분이다.

그나저나······.


“얘는 대체 어디 간 거야?”


내가 분명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을 텐데, 암만 일대를 휘둘러봐도 이기환 같은 건 코빼기도 안 보인다.


설마 내가 산 물건들을 가지고 튄 건가?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애당초 짐가방에는 이기환이 탐낼만한 귀한 물건들이 들어있지도 않고.

내용물이라곤 어제 요리하고 남은 식재료와 요리 도구, 자잘한 편의용품 같은 게 다다.

그나마 가장 비싼 건 포션 정도인데, 이것도 1,000포인트를 넘지 않는다.


또 하루밖에 함께 하지 않았지만, 이기환이 그럴 수 있는 애도 아닌 것 같고.

생긴 것과 다르게 이기환, 얘 상당한 겁쟁이거든.


1층의 투명 벽을 박살 내고, 숲을 증발시키는, 그런 모습들을 봤는데도 감히 내 물건에 손을 댄다?

그만한 배짱 따위 이기환에게는 없다.


자, 그러니까 정리해보자면.

이기환은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사라졌다는 것인데······.

금세 여러 가지 가능성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포탈을 탔을 때 전송되는 위치가 이용자마다 랜덤, 즉 무작위라 이기환이 이곳에 없는 거라든가.


이기환은 제대로 잘 도착했지만, 이곳에 있던 누군가에게 강제로 끌려갔다든가.


1층과 2층의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흐르기에, 우리가 서로 다른 시간대에 떨어져 안 보이는 거라든가.


또······.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멈췄다. 굳이 이렇게까지 고민할 필요가 있나 해서.


고민한다고 뚜렷한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

이기환이 사라진 게 그렇게 큰일도 아니고.

물론 이기환이 해주는 요리를 못 먹는 것과 짐가방에 들어있는 물건들이 아쉽긴 한데······ 요리야 조금 맛이 떨어져도 내가 하거나 다른 사람한테 시키면 되고, 짐가방의 물건은 넘쳐나는 포인트로 상점에서 다시 사면 되니까.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임무창을 열었다.



<임무>


오크 광전사를 사냥하시오.



“······?”


임무창을 보고 나도 모르게 잠시 멍을 때렸다.

뭐야, 딸랑 이 한 줄이 다라고?

내 기억에 뭔가 문제가 있나? 분명 흑기사가 1층은 튜토리얼에 불과하고 2층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거짓말이었던 건가?

아니면 오크 광전사가 오크 전사와는 비교 불가 급으로 강하다든가, 내가 모르는 특별한 요소가 숨겨져 있는 건가?

눈을 좁힌 채 내가 놓친 부분이 있나 임무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을 때.

옆쪽에서 별안간 인기척이 느껴졌다.


저벅, 저벅.


여러 개의 발소리가 들린다. 두런두런 떠드는 소리와 함께.


“정지. 앞에 누가 있다.”

“몇 명인데?”

“한 명.”

“오, 신참인가? 여자야? 예뻐?”

“아니. 남자다.”

“에라이, 남자 새낀 여기도 넘쳐나는구만, 뭔······.”


곧 나무 뒤에서 장비를 찬 남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숫자는 총 다섯 명.

가장 먼저 서로 다른 피부색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황색부터. 이세계에서 흔하게 보던 백색. 그리고 흑색까지.

다인종 파티다.

옷차림은 기본적으로 현대복장에 금속 갑옷이나 보호대, 가죽조끼, 검, 활, 방패, 해머 따위를 중구난방으로 곁들인, 통일성 따위 개나 준 복장들.

내가 그들을 쭉 살피는 동안, 저들도 나를 살폈다. 나보다는 내 주변 위주로.

검과 조그만 라운드 방패를 든 선두의 백인 남자가 말했다.


“매복은 없는 것 같다. 막 올라온 신참이야.”

“킥킥킥. 이 새끼 완전 웃기네. 1층에서 대체 얼마나 꿀을 빨았으면 맨몸에 맨손이냐. 보통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라도 하나 들고 있기 마련인데.”

“생긴 거 봐봐. 반반한 게 험한 일이나 한번 해봤겠어? 1층에서 며칠 있었을 텐데도 피부에 반들반들 광이 나잖아. 분명 탑 밖에서 좋은 거만 처먹고 편한 일만 하면서 살았을걸.”

“아마 1층에서도 샌님처럼 구경만 하다가 올라왔겠지. 우린 여기서 죽기 살기로 개고생하는 동안에 말야.”

“하, 생각해 보니 괘씸하네.”


황인 남자가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고 앞으로 나왔다.

그때, 백인 남자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쓸데없는 잡담은 그만하고. 루소, 포박용 밧줄 있지? 묶어. 데려가서 노예로 쓴다.”


백인이 맨 뒤쪽에 서 있는 흑인한테 말했다.

흑인이 날 보고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알았어. 금방 처리할 테니까 좀만 기달······ 컥?!”


한 걸음 앞으로 나오던 흑인의 움직임이 덜컥 멈췄다.

그가 고장 난 기계처럼 덜덜거리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어, 어어······?”


삐죽 가슴팍에 튀어나와 있는 은빛 검날.

그걸 확인한 흑인이 힘겹게 뒤를 돌아보려다 결국 힘을 다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루소?!”


나머지 멀쩡한 넷이 동료의 죽음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이 황급히 무기를 빼 들었다. 몸을 홱 돌려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도록 전투태세를 갖춘다.

한눈에 봐도 초 단위를 다투는 다급한 상황.

그래. 그런, 그런 다급한 상황이긴 한데······.


“음, 뭐지?”


이상하게 내 주변만 평화롭다.

어디 외딴 섬에 떨어지기라도 한 듯 아무도 나한테 신경을 안 쓴다. 저기 사람이 습격자 포함 다섯 명이나 있는데도.

공기 중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긴박함이 흐르곤 있지만, 오직 나에게만은 딴 세상 얘기였다.


“쩝.”


어쩐지 방해꾼이 된 것만 같아 조용히 뺨만 긁적이고 있을 때.

습격자를 확인한 남자가 믿기 힘들다는 듯 소리를 냈다.


“검은 가면?!”

“암, 암왕이다! 모두 제대로 자리 잡아!”

“왜 여기에 암왕이······?!”


암왕?

이름은 아니겠고, 저 검은 가면의 이명인가?

검은 방어구와 검은 가면. 검은 머리카락.

하얀 피부색만 제외하면 온통 검은색이라 제법 그럴듯한 이명이긴 한데······.


후웅!


그때, 근육질의 백인이 암왕에게 해머를 휘둘렀다.

그에 흑인을 죽인 후 검을 늘어뜨리고만 있던 암왕이 드디어 움직였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어울리는 가볍고 변칙적인 스텝.

육중한 해머가 암왕의 어깨 옆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반대로 암왕의 반격은 다른 이들의 후속 공격마저 손쉽게 피해내고 적중했다.


서걱.


깔끔한 절삭음과 함께 금발의 머리통이 허공을 난다.


“카일!”

“젠장! 젠장! 젠장!”

“모두 좀만 버텨! 내가 자리 잡고 곧바로 지원해줄 테니까!”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내 쪽으로 뛰던 궁수가 뒤를 보곤 외쳤다.


푹.


그새 한 명이 더 죽었다. 목이 관통당해서.


“비켜, 새꺄!”


궁수가 나를 보고 소리친다.

얼핏 활을 쏠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발을 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색은 이미 창백하게 질려있다. 전투 의지라곤 눈곱만큼도 안 보인다. 혼탁한 두 눈에는 공포와 두려움만이 가득하다.

설마 동료를 버리고 혼자 도망치려는 건가?


“그러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이 새끼가 비키라니까, 뭐라고 쫑알거리는 거야! 죽고 싶냐!”


아니. 죽고 싶은 건 너인 거 같은데.

나는 궁수의 뒤쪽을 바라봤다.

어느새 궁수의 일행을 모두 처리한 암왕이 등 뒤로 접근해서 검을 뻗고 있었다.


푹.


“끄어억······!”


첫 번째로 죽은 흑인과 똑같이 가슴이 꿰뚫린 그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러자 암왕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장애물이 사라지며 자연히 눈이 마주쳤다.


“······.”

“······.”


가면 안에는 검은색의 눈동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피 묻은 검을 아래로 늘어뜨린 암왕이 날 위아래로 쓱 훑고는 말했다.


“신참?”

“신참······? 아!”


불현듯 죽은 저들 중 하나가 나보고 ‘막 올라온 신참’이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쟤들도 나보고 신참이라고 했었는데. 2층으로 막 올라온 사람을 신참이라고 부르는 거면, 맞아. 나 1층에서 올라온 지 10분도 안 됐거든. 그러니까······.”


뭐 좀 물어봐도 될까, 라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채 말을 끝맺기도 전에 암왕이 홱 몸을 돌렸다.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처럼.


“······이게,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데. 야! 거기 서 봐! 암왕! 검은 가면!”


1층에서 흑기사도 그렇고, 얘도 그렇고, 검은 것들은 죄다 예의라곤 없는 건가?

일단 붙잡자고 생각을 하며 발을 떼려던 순간, 암왕이 걸음을 멈추고 다시 나를 돌아봤다.


“오, 이제 얘기할 생각이 들-”

“건방져.”

“······뭐?”

“너. 신참이길래 살려주려고 했는데.”


암왕이 붉게 물든 검 끝으로 날 가리켰다.


“그러기엔 너무 건방지다고.”


말이 끝나자마자 암왕이 예리한 송곳처럼 쏘아져 들어왔다. 붉은 검 끝이 날 향한 채. 명백한 살의를 담아.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왜 이것들은 하나같이 대화를 하기도 전에 검부터 들이밀고 지랄인 건데.


쌔애액!


공기를 찢어 재끼며 검 끝이 접근한다.

마음 같아선 있는 힘껏 주먹을 날리고 싶지만, 흑기사 때와 같은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다.


덥석.


오른 주먹을 펴 내 목을 노리는 검을 붙잡았다.


“······!”


가면 안, 파르르 떨리는 검은 눈동자에서 당혹감이 엿보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줘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


암왕이 뒤늦게 검을 놓았지만, 한발 늦었다.

이미 균형은 내 쪽으로 기울어진 후니까.


빠드득.


가면 안에서 이를 가는 듯한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하얀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위치는 제 허리 부근.


번쩍.


단검이 빛살처럼 뽑혀 나왔다.

나름 예리한 한 수.

하지만 나에게는 소용없는 짓이었다.


쩌엉!


“윽!”


파리 쫓듯 왼손을 내젓자 충격을 버티지 못한 암왕이 단검을 놓쳤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손아귀를 펼치고 앞으로 쭉 뻗었다.

그리고 가느다란 목을 살쾡이처럼 단숨에 잡아챘다.


“컥······!”


발이 지면과 떨어진 채, 멱살을 잡힌 모양새가 된 암왕.

굳은살이 박힌 작은 손으로 내 손을 뿌리치려고 필사적으로 힘을 주지만······ 그게 될 리가 있나.


꽈악.


“커컥······! 컥!”


그만 반항하라고 손아귀에 힘을 더 주자 암왕이 고통스러운 듯 마구 발버둥 친다.

없는 손톱까지 세워가며 내 손목을 마구 긁어댄다.

내 의사가 잘못 전달된 건지 더 반항이 심해지길래 입을 열었다.


“얌전히 안 있으면 진짜로 죽인다? 내가 여기서 좀만 더 힘주면 어떻게 될지 알지?”


실제로는 그럴 생각 없지만, 얘는 내 속마음을 모를 테니까.

내 협박이 통한 건지 반항적이던 움직임이 줄어들었다.

표독스럽던 눈동자도 착 가라앉고, 내 손목을 긁던 손가락의 힘도 스르륵 빠진다.


“좋아. 이렇게만 하자고. 그럼 나도 뭘 할 생각은 없으니까. 내 질문에만 잘 대답해주면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풀어줄게. 어때?”


당근도 주며 묻자, 암왕이 힘겹게 고개를 주억였다.


“대신, 탈출 같은 이상한 생각 하면 어떻게 될지는······ 뭐,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눈에 살벌한 기세를 담아 다시 한번 협박을 해주고, 손에 힘을 일부 풀었다.

이대로는 말도 못 할 테니까.

암왕이 기침을 몇 번 토해냈다. 나는 안정될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잠시 후, 어느 정도 호흡이 안정된 것을 확인한 나는 고르고 고른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아니, 던지려 했으나 하지 못했다. 느닷없이 암왕이 읊조린 충격적인 단어 때문에.


“귀환자가, 여긴 무슨 일이지?”

“······뭐?”


귀환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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