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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상자 님의 서재입니다.

최강자의 탑 등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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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별상자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5.23 17:06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564
추천수 :
45
글자수 :
90,428

작성
24.05.17 21:06
조회
113
추천
2
글자
12쪽

2층(4)

DUMMY

날이 밝자마자 떠날 채비를 갖췄다.

챙긴 건 안전지대에 왔을 때랑 똑같이 식량 주머니와 물병, 그리고 이것들을 넣을 작은 가방이 다다.

이 이상은 챙겨봐야 불편한 짐밖에 되지 않는다.


“어젯밤과 새벽의 출입기록까지 살펴봤지만, 이기환이란 이름은 안 적혀있더군.”


목책 밖으로 나오자 조장 아저씨가 알려줬다.

이걸로 이곳, 동쪽 안전지대에는 이기환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

남은 곳은 서쪽 안전지대와 남쪽 안전지대.

그리고 어쩌면 2층 필드 어딘가에 떨어져 이미 죽었을 수도 있겠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3층에 올라가기 전에 만나면 데려가는 거고, 못 만나면 나 혼자 올라갈 생각이니까.


조장 아저씨와 간단히 작별인사를 하고 출발했다.

만약 삼왕과 만나지 못하거나 얘기가 잘 마무리된다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라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이쪽입니다.”


조장 아저씨가 붙여준 길잡이가 앞장선다.


[안전지대를 벗어났습니다.]


길잡이를 따라 안전지대를 벗어나자 새까만 숲이 나온다.

나와 길잡이는 적당한 속도로 이동하며 주위 풍경도 구경하고, 길을 가로막는 오크 전사랑 오크도 터트리고, 수상해 보이는 나무와 바위도 부수고, 큰 의미 없는 잡담도 나눴다.

잡담 중간중간에 은근슬쩍 서쪽 안전지대 집단의 흉악함과 악랄함을 강조하는 게 조장 아저씨한테 사주라도 받은 것 같았다.

그래 봤자 소용없는데.


어쨌든, 이동하면 할수록 서서히 높아지는 기온이 절정에 달해 일대의 공기가 후끈하다 느껴질 즈음.

우리는 1차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서 용암 거인이 튀어나온다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저 밑바닥에 붉고 노란 마그마가 호수처럼 고여있다. 표면에 작은 폭발이 일어나며 불똥이 튀고 화끈한 열기가 훅 끼쳐온다.

멀찍이 떨어져 있는 길잡이가 이마의 땀을 훔치며 대답했다.


“네. 활동기가 아닌 시간에는 이곳에 잠들어있다가 활동기가 되면 화산 폭발과 동시에 깨어납니다. 활동기가 끝나면 언제 날뛰었다는 양 다시 용암 안으로 들어가서 잠들고요.”


2층 중심부에 자리한 중앙 화산.

남쪽 안전지대와 동쪽 안전지대 사이에 있다길래 중간에 잠깐 구경이나 하려고 들렸는데······ 딱히 볼 건 없다.

마그마 깊숙이 잠수해 있는지 용암 거인은 머리꼭지도 보이지 않을뿐더러.

주변에 있는 거라곤 마그마 호수랑 용암이 굳은 흔적이 전부라.


“구경 다 했으니까 가자.”

“네.”


이동을 재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길잡이가 멈춰섰다.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이 이상은 삼왕의 영역 초입부를 넘어서는지라······.”


이미 출발하기 전에 얘기를 나눈 사항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남쪽 안전지대로 가는 방향만 알려줘.”

“이쪽으로 일직선으로 쭉 가시면 됩니다.”


길잡이와 헤어지고 나 혼자 알려준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동하면 이동할수록 까만 나무들이 많아진다. 가지 끝에는 동쪽 영역에서 보기 힘들었던 열매들도 많이 달려있다.


“폭탄 열매라고 부른다고 했었나?”


나무색과 똑같이 검은색에 솔방울만 한 크기의 열매를 따서 바닥에 던져보았다.


펑!


땅과 부딪친 열매가 폭발한다.

대단한 위력은 아니었다.

평범한 일반인이 맞아도 조금 따끔하다고 느낄 정도밖에 안 된달까.

딱히 전투에 활용될 구석은 보이지 않는다.


“근데 목왕은 이걸 모은다고 했었지.”


그래서 동쪽 지역과 서쪽 지역에는 열매가 없는 거고.

남쪽 지역인 여기에 남아있는 건 본인의 영역이니 서둘러 챙길 필요가 없어서 좀 남겨둔 것 같고.

길잡이가 중간에 떠난 것처럼 제정신이 박힌 놈은 삼왕의 영역 안에 절대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니까.


조장 아저씨의 추측대로 정말 이 열매가 폭왕의 능력과 관련이 있으려나?

폭발하는 거 보면 있는 것 같긴 한데······.

폭탄 열매를 가볍게 던졌다 잡았다 하며 계속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나는 남쪽 안전지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전지대에 진입하였습니다.]



***



안전지대의 안과 밖을 구분 짓는 반투명한 반구형 장막을 통과하자 장막과 똑같은 형태의 구조물이 나타났다.

두껍고 단단한 나무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진입을 막고 있는 반구형 나무 벽.


“또 벽이야?”


잠깐 멈춰 서서 전체를 눈에 담다가 가까이 다가갔다.

손바닥을 뻗어 표면을 만져봤다.

나무 특유의 거칠고 우둘투둘한 감촉이 느껴진다.

혹시 입구가 따로 있을까 싶어 벽을 따라 돌아봤지만, 그런 건 안 보였다.

나무 벽이 진동할 정도로 세게 노크도 해보고, 소리를 높여 암왕과 목왕, 폭왕도 각각 불러봤지만 묵묵부답이다.


콰아아아아앙!


부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아서 그냥 부쉈다.

나무 벽이 무너지며 내부가 드러난다.

내부는 의외로 어둡지 않았다.

일정 간격을 두고 천장에 자라있는, 빛나는 꽃들이 조명 역할을 하고 있다.

저거 진짜 살아있는 꽃인가?


잠시 천장을 구경하다가 안으로 들어가 내부 전경을 둘러봤다.

삼왕이 여기 살긴 하는지 나무로 지어진 집이 몇 채 있긴 하다.

안전지대에는 꼭 있는 거대한 비석과 커다란 나무도 몇 그루 심겨 있고.

다만 그 외에는 드넓은 부지가 썰렁하게 느껴질 정도로 텅 비어있다.


어쩐지 삭막하게 느껴지는 길을 지나 외곽에 자리한, 가장 가까운 집에 노크했다.

돌아오는 소리는 없다.

나무문의 문고리를 돌리자 저항 없이 문이 열린다.

안에 들어가서 실내를 확인했다.


“아무도 없네.”


얼마 전까지 사람이 산 흔적은 남아있지만 정작 집 안에는 한 사람도 없다.

이후 다른 집들도 확인해봤지만 전부 똑같은 상황이었다.

다들 어디 급하게 피난이라도 갔나?


“······.”


집 밖으로 나와 생각해 보았다.

삼왕은 잠깐 외출을 나간 걸까?

아니면 내가 오는 줄 알고 필요한 것들만 챙겨서 도주한 걸까?


아마도 후자 쪽이겠지?

목왕의 능력은 나무를 조종하는 거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그 능력으로 오크 광전사를 탐색해 사냥한다고 했으니까.


당연히 나무를 이용해 주변을 감지, 감시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오는 동안 지나친 나무는 일일이 세기도 힘들 정도로 많았으니 내가 이곳을 향한다는 것은 진작 알아챘을 것이고.

어쩌면 지금도 날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내 짐작이 맞다면 내가 여기 있는 이상 삼왕은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안전지대 밖으로 나가 삼왕을 추적해도 목왕과 암왕의 능력을 생각하면 잡기는 힘들 것 같고.


뭔가 좋은 방법이 없나?


곰곰이 생각하던 와중, 문득 안전지대 중심부에 자리한 거대한 비석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저 비석······.”


한번 부숴보고 싶었는데.

정확히는 비석과 안전지대가 서로 연관이 있는지, 그리고 포탈과 서로 연관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1층에서부터 쭉 궁금했던 점이다.


하지만 1층에서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비석을 부수는, 그런 시도는 해보지 못했다.

1층에는 비석이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부쉈다가 포탈이 안 열리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


하지만 여기 2층은 안전지대가 무려 3개나 존재했다.

당연히 비석도 3개일 테고.

여기 남쪽에 하나. 동쪽에 하나. 그리고 직접 확인하진 못했지만 아마 서쪽에도 하나 있겠지.

그러니 하나쯤은 부서져도 괜찮을 것 같은데.


게다가 만약 삼왕에게 이곳 남쪽 안전지대가 중요한 장소라면, 또는 중요한 무언가를 남겨뒀다면 이 행위로 삼왕을 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비석과 안전지대가 연관되어 있다고 추측하는 것처럼, 삼왕 또한 그렇게 추측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좋아.”


이내, 나는 결정을 내리고 비석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암왕! 폭왕! 목왕! 내 목소리가 들린다면 당장 튀어나와라!”


내 목소리가 돔구장처럼 생긴 나무 벽에 부딪혀 메아리친다.

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여기에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때까지도 삼왕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 안 나오겠단 말이지.”


이곳에 정말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왠지 나는 내 목소리를 듣고 있을 것만 같은데 말이지.

나는 더 기다리지 않고 오른 주먹을 말아쥐었다.

주먹을 뻗으면 닿는 데까지 비석 앞으로 접근해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일격.


콰아아아아앙!


주먹과 부딪친 비석이 우우우웅, 하고 울었다.

확실히 비정상적으로 단단하다.

느껴지는 강도가 단순한 비석은 아니었다.

내가 제대로 짚은 것 같은데?


“후우······.”


잠시 숨을 골랐다가 다시 주먹을 날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비석이 크게 흔들렸고, 천장의 꽃이 요동쳤다.

그리고 내가 나무 벽을 부수고 들어왔던 통로.

그 너머에 자리한 반투명한 장막이 잠깐 사라졌다가 나타난 것 같았다.

진짜 비석과 안전지대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데?

확실한 확인을 위해 다시 한번 주먹에 힘을 주었을 때였다.


“그만! 멈춰!”


오른편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주먹을 내리고 그쪽을 돌아보았다.

엘리베이터 문처럼 갈라진 나무 벽 틈새 너머.

내가 기다리던 세 사람이 서 있었다.

검은 가면, 암왕.

빨간 가면, 폭왕.

갈색 가면, 목왕.


뭐야, 역시 숨어있었잖아.

반가운 마음에 미소를 지으니, 암왕이 나무 벽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왔다.


“넌 뭐야? 왜 남의 집에 멋대로 쳐들어와서 깽판을 치고 있는 건데!”

“몰라서 물어?”


가만히 있는 날 먼저 건드린 건 분명 너인 걸로 아는데?

내가 그런 시선을 담아 물끄러미 쳐다보자 암왕도 내심 찔리는지 침묵했다.

침묵이 고여 어색함이 느껴진다 싶을 즈음, 암왕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 내가 널 먼저 공격한 건 사과할게. 원한다면 따로 보상도 할게. 그러니까 이곳에선 나가줘.”

“······대장?”


암왕의 반응이 놀라운지 빨간 가면을 쓰고 있는 폭왕이 암왕을 쳐다봤다.

암왕은 폭왕을 무시한 채 나만 바라보며 대답을 보챘다.


“볼일만 끝나면 나갈게.”

“볼일? 사과 말고 필요한 게 더 있어?”

“네가 알고 있는 귀환자에 대한 정보.”

“······.”


암왕이 다시 침묵했다.

다만 이번에는 고민을 위한 침묵이었다.

고민을 끝마친 암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오케이. 그럼 거래 성사된 거네.”


나는 몸을 돌려 다시 비석을 마주 봤다.

그리고 하던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주먹을 쥐었다.


“자, 잠깐! 너 지금 뭐 하려는 거야!?”

“이거? 부수려고.”


내가 태연하게 대꾸하자 암왕이 발작했다.


“뭐? 분명 네가 방금 거래 성사됐다고 했잖아!”

“그랬지.”

“그런데 왜 부순다는 말이 나오는 건데!”

“그야 거래는 내가 여기서 나가는 것과 귀환자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걸 말하는 거니까. 비석이랑 거래는 상관없어.”


그러니까 비석이 부서지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 보자고.

주먹을 말아쥐고 힘을 모았다.

멀리서 그만두라는, 당황한 외침이 들려왔지만.

나는 무시하고 주먹을 내질렀다.


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주먹이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대기층들이 저항하는 것처럼 겹겹이 압축된다.

하지만 수천, 수만 장까지 쌓이며 버티던 얇디얇은 대기층들은 곧 한계에 도달했고.

어느 순간 얇은 유리창처럼 산산이 조각나며 깨져버렸다.


대기의 저항마저 박살 내며 막힘없이 뻗어 나가는 주먹. 그 사이로 흩뿌려지는 날카로운 공기 파편들.

그리고 그 끝에는, 비정상적으로 단단한 비석이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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