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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상자 님의 서재입니다.

최강자의 탑 등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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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별상자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5.23 17:06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562
추천수 :
45
글자수 :
90,428

작성
24.05.13 04:28
조회
184
추천
4
글자
12쪽

1층(5)

DUMMY

<등반자 정보>


이름 : 최강혁

출신 : 지구(35742행성)

층수 : 1층(2일차)

능력치 : [근력-78] [체력-72] [민첩-54] [마력-0]

스킬 : -



“근력 78, 체력 72, 민첩 54, 마력 0이네.”


내가 정보창을 보고 능력치를 말하자 이기환이 눈을 껌뻑이며 되물었다.


“······네?”

“못 들었어? 근력 78, 체력 72, 민첩 54, 마력-”

“아뇨, 아뇨! 들었어요. 단지, 그, 수치가 말도 안 되게 높은 것 같아서······.”

“왜? 넌 얼만데?”


이기환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약간 뻘쭘한 표정이다.


“저는······ 근력이 15, 체력이 13, 민첩이 12, 마력이 1이요.”


음. 이렇게 비교해보니 확실히 내 수치가 넘사벽이긴 하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건 아니다.

이세계에서 최강자의 자리에 있던 나와 어제까지만 해도 현대사회에서 평범하게 살던 이기환.

압도적인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다.


“혹시 확인하지 못한다고 수치를 좀 더 높여 부르신 건-”


놀람 반, 의심 반인 얼굴로 중얼거리던 이기환이 힐긋 구멍 쪽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이내 수긍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것도 맨손으로 부쉈는데, 그 정도 차이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가. 오히려 부족한 감이 있는 것 같기도······.”


이기환도 이런 상황에 꽤 적응했는지, 투명 벽을 부쉈을 때보단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

나는 그런 그를 보다가 목을 꺾어 하늘을 확인했다.

좀 전에 봤을 때보다 확연히 늘어난 균열들.

이제는 거미줄 같은 검은 금들이 빽빽하게 하늘을 뒤덮은 상태였다.

슬슬 움직여야 한다.

서둘러야 할 정도로 급한 건 아니지만 마냥 여유 부릴 정도로 시간이 많이 남은 것도 아니니.

나는 이기환 옆으로 이동해서 팔로 굵직한 허리를 휘감았다. 그리고 떨어지지 않도록 힘을 주어 내 옆구리에 단단히 끼워 넣었다.


“혀, 형님?”


대롱대롱 지면과 평행하게 매달린 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날 올려다본다.


“입 다물고 있어. 혀 씹기 싫으면.”

“네? 그게 무슨······ 흐으읍?!”


가볍게 발을 굴렀다.

공기가 갈라지며 주변 경관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안전지대에 진입하였습니다.]


순식간에 비석이 있던 공터에 도착한 나는 팔의 힘을 풀고 이기환을 내려놨다.

지면에 닿은 그의 두 발이 후들거린다. 우읍, 하고 구역질을 몇 번 삼키다가 결국 못 참겠는지 철퍼덕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시원하게 속을 게워낸다.


“우웨에에에에에에에엑!”


멀미가 심한 타입인가?

토사물이 묻을까 봐 한 발자국 옆으로 물러나는데, 이기환이 토하는 소리를 들은 건지 한곳에 모여서 심각한 얼굴로 떠들던 사람들이 우리 쪽을 돌아봤다.


“······으아아아아악!”

“까, 깜짝이야?! 대체 언제부터 뒤에 있던······.”

“저 남잔 뭐야?! 왜 여기서 토하고 있는 건데?”


너무 예고도 없이 왔나?

다들 귀신이라도 본듯한 얼굴이다.


“잠시, 잠시 지나가겠습니다.”


갈라진 인파 사이로 어떤 남자가 걸어온 것은 그때였다.

정장이 잘 어울리는 훤칠한 30대 남자.

그가 내 얼굴을 보고 반색했다.


“아, 마침 잘 오셨습니다. 안 그래도 지금 막 오크 전사 사냥을 위해 출발하려던 참이었는데, 저희랑 함께 가시죠. 두 분께서 합류하신다면 분명 큰 힘이 될 겁니다. 시간이 없으니 나머지 얘기는 가면서-”

“얘기? 갑자기 무슨 얘기? 나는 너희랑 딱히 할 얘기가 없는데.”


시큰둥한 내 말에 몸을 돌리려던 그가 우뚝 정지했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눈동자가 핥듯이 내 얼굴을 훑는다.


“설마······ 오크 전사를 잡으신 겁니까?”

“아니. 아직이야.”


말하면서 바로 옆에 박혀있는 바위를 잡았다.


“그렇다면 더더욱 저희와 함께······ 아니, 지금 뭘 하시는······?!”


후두둑.


거대한 바위를 땅에서 뽑자 밑면에 붙어있던 흙이 떨어진다.


“뭐, 뭐야?!”

“팔 힘이 무슨······?!”

“······스킬? 저건 무슨 스킬이지? 저 사람도 황태성 씨처럼 계약을 한 건가?”


바위를 적당히 흔들어 흙을 털어냈다. 그리고 곧바로 훌쩍 점프했다.

착지한 위치는 비석 꼭대기.

아래를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날 가리키며 뭐라 뭐라 떠들고 있다.


“네 조각이면 되려나?”


귓가에 흘러드는 소리는 신경 끄고, 커다란 바위를 네 조각으로 잘랐다.

한 조각만 손에 들고 나머지 세 조각은 비석 위에 내려놓았다.


“어디 보자. 어디에 오크 전사가 숨어있으려나······.”


고개를 쓱쓱 돌려가면서 멀리까지 내다보이는 풍경을 눈에 담다가 유난히 높게 자라 불쑥 솟아있는 나무 한 그루를 발견했다.


“좋아. 너로 정했다.”


던지기 편하게 바위를 고쳐잡고 미끄러지지 않게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그러다 불현듯 아까 이기환이 보여줬던 투구 동작이 떠올랐다.

뭘 던지는 데 특화된 자세이긴 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0.1초 만에 그럴 필요 없다고 판단을 내린 나는 대충 자세를 잡고 목표했던 방향을 향해 바위를 냅다 집어 던졌다.


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1층 전체가 흔들린다고 착각할 법한 거대한 파공음이 인다.

바위가 날아가는 동안 부서지지 않게 모종의 처리를 가했더니 유난히 더 잘 뻗는 느낌이다.

던진 자세 그대로 바위의 뒤꽁무니를 쫓았다.

운석처럼 일직선으로 뻗어 나간 바위는, 금세 목표했던 지점에 내리꽂혔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일대의 숲이 그대로 증발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푸르른 초목들이 가득 들어차 있던 자리에는 이제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크레이터와 거무튀튀한 색의 황무지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오크를 처치하였습니다.]

[1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오크를 처치하였습니다.]

[1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오크를 처치하였습니다.]

[1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오크를 처치하였습니다.]

[1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오크를 처치하였습니다.]

[1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오크를 처치하였습니다.]

[1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오크를 처치하였습니다.]

[1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

·

·

[오크를 처치하였습니다.]

[1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처리 용량을 초과한 컴퓨터에 과부하가 걸린 것처럼 살짝 늦게 귓속으로 메시지가 밀려 들어온다.

도대체 언제까지 울리려는 거야? 아니, 그보다 오크 전사를 처치했다는 메시지는 이미 지나간 건가? 아니면 아직 못 잡은 건가?

단번에 너무 많은 몬스터를 잡아서 그런지 메시지가 중첩되어 들려와서 알아먹기가 힘들다.

그냥 세 번 더 던질까?

잘못하면 1층이 붕괴될 것 같기도 한데, 일단 포탈이 열리자마자 재빠르게 진입하면 문제 될 건 없······.

생각하며 발밑에 놓여 있는 바위 조각을 집으려 했을 때였다.


[오크 전사를 처치하였습니다.]

[1,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기다리던 메시지가 들려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임무(1층)를 클리어하였습니다.]

[클리어 보상을 지급합니다.]

[5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2번 임무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추가 보상을 지급합니다.]

[10,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임무를 클리어하여 포탈이 개방됩니다.]

[포탈은 ‘5분’간 유지됩니다.]


비석 아래쪽에서 푸른 빛이 번쩍였다.

밑을 내려다보니 타원형의 공간이 푸른색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저게 포탈이구나.


탁.


비석에서 내려왔다.


저벅, 저벅.


내가 포탈로 걸어가는 동안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고요했다.

일대에 오직 내 운동화 소리만이 울릴 정도로.


“······.”

“······.”

“······.”


죄다 입을 떡 벌린 채 멍하니 나와 크레이터 중 하나를 보고 있다.


“야, 이기환. 거기서 뭐 해? 안 갈 거야?”


그사이에 자연스럽게 껴있는 이기환을 불렀다.


“네? 네, 네! 가야죠, 형님!”


움찔 몸을 떤 그가 큰 소리로 대답한 후 후다닥 달려왔다.

좀 적응했나 싶더니 도로 아미타불인가.

뭐 그래도 얘처럼 요리도 잘하고, 전투 센스도 뛰어나고, 짐도 불평불만 없이 잘 드는.

그런 엘리트 짐꾼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무조건 데려가야지.

내가 짐가방을 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빼먹은 건 없지?”

“예! 아침에 꼼꼼하게 확인하고 난 뒤 한 번도 몸에서 떼놓은 적 없습니다.”


이기환이 어깨의 짐가방 끈을 꽉 조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먼저 들어가 봐.”

“네! 알겠-”


힘차게 대답하던 그가 멈칫했다.


“어······ 저, 부터요?”

“어. 내가 연 포탈이니까 나만 사용 가능할 수도 있잖아. 확인해 봐야지.”

“아, 그, 그렇네요, 하하······.”


어색하게 웃던 이기환이 일렁이는 포탈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다시 물었다.


“바로 따라 들어오실 거죠, 형님?”

“포인트 버릴 일 있냐? 니가 메고 있는 거 다 내 포인트로 산 거다. 가서 얌전히 기다리고나 있어.”

“그렇죠? 그럼 저는 형님만 믿고······.”


크게 심호흡을 한 이기환이 포탈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1초, 2초, 3초······.

나는 가만히 포탈을 지켜보았다.

한 사람을 삼킨 포탈에는 딱히 변화랄 게 없었다.

아무래도 포탈은 연 당사자가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뭐, 그렇다고 해도 확신은 금물이지만.

1층 포탈만 이럴 뿐 다른 층의 포탈은 이러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포탈의 유지시간이 ‘4분’ 남았습니다.]


재촉하듯 포탈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나는 가만히 그 메시지를 바라보다가 눈가를 좁혔다. 동시에 생각했다.

이건 또 알려주네, 라고.

포탈은 몇 명이 이용할 수 있는지, 어디에 생성되는지, 이딴 정보는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상점에 판매 기능이 없다는 것도, 포인트 교환 기능이 있다는 것도 안 알려줬었지. 사람을 죽이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정보도 안 알려줬고.

사용자가 일일이 찾아보고 시행착오 해봐야 알 수 있는 시스템.

친절한 듯하면서도 묘하게 불친절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재밌는 걸지도?”


최소한의 정보만 주어질 뿐, 뭐하나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없는 탑.

누군가에겐 불편하고 머리 아프기만 한 장소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왠지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세상에 답을 아는 수수께끼만큼 허무하고 재미없는 건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2층은······ 상당히 기대 중이었다.

죽은 흑기사가 1층은 튜토리얼 같은 곳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고.

결국 1층이란, 가장 낮은 층수이자 맨 처음 시작하는 출발점이니까.


“······.”


나는 주위를 한차례 둘러본 뒤, 포탈 안으로 발을 밀어 넣었다.


꿀렁-


파도치듯 흐릿해지는 시야 너머.

불현듯 한쪽에 뭉쳐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땅이 갈라지는 와중에도 내 눈치를 보며 포탈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


어쩌면 저들에겐 내가,

신처럼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나는 전설 속 신처럼 전지전능하지도, 보유한 능력이 신과 어울리지도 않지만 말이다.


······하, 이건 너무 나간 생각인가? ‘신의 탑’에 들어와서 그런가 별 이상한 생각을 다 하게 되네.


실소를 흘리며 말 같지도 않은 잡념들을 털어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시야가 완전히 암전됐다.

그리고 잠시 후, 주위가 밝아지며 탑에 입장했을 때 들었던 메시지가 앞부분만 조금 바뀌어서 들려왔다.


[탑 2층에 입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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