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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학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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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학생™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4
최근연재일 :
2024.05.15 10:0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879
추천수 :
203
글자수 :
58,427

작성
24.05.08 10:07
조회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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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3쪽

4화 - 너넨 다 뒤졌다.

DUMMY

복받쳐오는 감정을 진정시킨 신우는 그제야 집 안으로 들어섰고, 거실 테이블 앞에서 그간의 화포를 풀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신우는 가족의 변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달았다.

어머니는 기억과는 다르게 흰머리가 잔뜩 나고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했다. 오히려 시아 쪽이 기억 속의 어머니와 똑 닮은 모습이었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단 증거였다.


그리고 이쯤에서야, 신우는 또다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왜 세 사람이 한 집에 같이 살아? 뭔 이유라도 있어?”


혹시 자신이 죽었다고 판단된 이후 정부에서 가족에 대한 예우가 계약서에 명시된 것과 다른 것인가?

만약 이게 맞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대통령실을 찾아가 한바탕 뒤엎고 나오리라.


이 생각을 읽은 용현이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신우를 말렸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니까, 진정해라.”


“그럼 왜 같이 사는 건데?”


“그야..”


용현은 대답을 피하며 거실 한켠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눈동자 끝에는 벽 한켠에 달린 단란한 결혼 사진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뭐, 눈치가 없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두 남녀. 용현과 시아였다.


“뭐야, 너네 둘, 결혼? 했어?”


“응 오빠, 우리 결혼했어.”


대답이 나온 곳은 용현이 아닌 시아쪽이었다. 옅게 미소짓고 있는 그녀의 약지에 끼워진 고급스런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당연히, 용현이 끼고있는 반지와 같은 것이었다.


“어.. 어, 그래, 그래.. 결혼..이라. 축하..”


얼마나 당황했으면 말까지 더듬을까? 지금 자신이 말을 더듬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긴 할까?

용현이 신우를 딱하게 생각하기도 잠시, 그의 눈앞으로 주먹이 날아왔다.


“축하는 개뿔!”


“우왁!”


간신히 날아온 주먹을 피한 용현이 소파에서 내려와 그의 앞으로 양손을 들며 다가섰다.


“시, 신우야? 잠깐 우리 진정을 해보고..”


“진정은 개뿔. 너랑 시아 나이 차이가 10살인데, 결혼? 결호오오온? 미쳤냐, 진짜로?”


신우는 전혀 진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용현이 빠르게 장모님께 눈빛으로 도움을 청했고.


“신우야, 기왕 이렇게 됐는데 어쩌겠니. 그냥 받아들이려무나.”


착한 이진숙 여사는 기꺼이 사위를 위해 한마디를 거들었지만.


“엄마는 잠시 방에서 쉬고 계세요. 이 자식은.. 잠깐 교육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요.”


이는 흥분한 신우를 막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자, 장모님! 살려주십쇼!”


용현은 거대한 몸집을 기어이 이진숙 여사 뒤에 욱여넣으며 신우의 마수로부터 벗어나려고 했지만.


“흐음.. 김 사위.”


“옙!”


“그냥 신고식이 조금 늦었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게 좋을 것 같은데..? 신우도 적당히 하고. 이제 우리 사위도 늙었는데, 허리 다쳐.”


“···장모님!”


청천벽력같은 소식과 함께 이진숙 여사가 몸을 일으켰고, 신우는 분노한 와중에도 안방으로 노쇠한 어머니를 모셔드린 뒤, 다시 거실로 나왔다. 그의 몸 주변의 살기는 한 층 더 진해져 있었다.


“사위, 사위라.”


계속해서 무언가를 웅얼거리는 친구를 보며 용현은 빠르게 타깃을 바꿔 아내 앞에 무릎꿇었다.


“여보, 한 번만 살려줘. 나 죽고 싶지 않아. 제발..”


인자한 미소를 짓던 시아는 처량한 표정의 남편과 분노한 표정의 오빠를 보며 작게 말했다.


“오빠, 불쌍하니까 맨살은 때리지 마.”


“오냐. 접수.”


“여보오오!”


그 날, 용현의 집에서는 집주인의 알 수 없는 비명이 밤새 울려퍼졌다.


***


날이 밝았다. 용현은 온통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고 아침상 앞에 앉았다. 세 사람은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부자였지만, 특이하게 가정부를 고용하지 않았다. 대신, 이진숙 여사와 성시아가 집안일을 분담했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몸이 상한다는 이진숙 여사의 고집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제 성신우가 더해져 네 명분으로 늘어난 아침 식사가 밤새 폭행(?)에 시달린 용현 앞에 차려졌다.


전날 용현과 시아의 결혼에 대한 해프닝 때문에 이루지 못한 신우의 환영 파티일까? 식탁 위에는 아침이라고 하기엔 과할 정도로 많은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것도 잡채, 불고기, 김치전, 김치찌개 등등, 신우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가득했다.


“키야, 울엄마 손맛 여전하시네!”


어젯밤 친구에게 저지른 죄에 대한 회개일까? 밥을 먹는 와중 신우의 눈가에 눈물이 연신 흘러내렸다.


“너는 지금 밥이 넘어가냐..”


“닥쳐. 밥 먹는 중.”


가볍게 친구의 말을 씹은 신우는 한동안 식사에 집중했다. 25년만의 제대로 된 식사다. 식탁에 차려진 수많은 음식들을 전부 해치운 신우는 기어이 이진숙 여사가 점심 분으로 남겨놓은 음식들까지 전부 해치워버렸다.


“아이구, 오랜만에 아들 먹는 모습 보니까 좋네.”


그 모습에 이진숙 여사가 흐뭇하게 웃었고.


“오빤 여전하네.”


시아 또한 처음으로 다 함께 모인 가족을 보며 밝게 웃었다.


“왜 나만..”


웃지 못하는 건 용현 뿐.


여느 다른 가정처럼 화목한 아침 식사 풍경이었다.


***


“후아, 잘 먹었습니다.”


배불리 먹은 신우는 어머니가 음식을 더 만든다는 걸 겨우겨우 말린 뒤, 본격적으로 용현의 집을 구경했다.


“확실히 돈이 좋긴 좋아?”


안방, 운동방, 명상방, 휴식방, 사우나, 등등을 구경하며 감탄을 내지르던 신우는 어느새 도착한 용현의 서재에 눌러앉았다.


“이야, 의자 좋다!”


“비싼 거야, 그거..”


아직도 아픈 등허리를 꾹꾹 누르며, 용현이 작게 투덜거렸다.


“넌 나이도 먹은 놈이 엄살 그만 피우고.”


터무니없는 발언에 드물게 용현이 욱했다.


“너랑 나랑 동갑이거든? 그리고 엄살이 아니라.”


“오, 이거 뭐야?”


하지만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신우는 책장의 책을 달칵이자, 책장 뒤가 열리며 비밀의 공간이 드러났다.


“···야! 들어가지 마!”


하지만 친구의 말에 가볍게 가운데 손가락으로 대답을 대신한 신우는 또 귀신같이 자물쇠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비밀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오.”


비밀의 공간 내부는 단순했다. 거대한 타원형 테이블과 프레젠테이셔 기구들, 그리고 보드와 마카들, 마지막으로 여러 남녀의 사진까지. 사진 속 인물은 동양인과 서양인 등등, 인종을 막론하고 다양했다.


“여기가 뭐하는 곳이냐?”


“···작전회의실.”


“작전회의?”


“나, 이래뵈도 국가대표팀 감독이니까.”


국가대표팀 감독.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로까지 발전해버린 플레이어 대항전에는 여러 대회가 존재했고, 이전의 월드컵이 그랬던 것처럼, 각 나라가 출전해 자웅을 겨루는 국가 대항전은 전 세계인의 축제이며, 자존심 싸움이었다.


용현의 직책은 대한민국 플레이어 국가대표들을 이끄는 사령탑. 그 막중한 임무와 비밀 엄수 때문에 마력이나 특정 가능한 정보가 최대한 새어나오지 않게 특수한 장소까지 만들어가며 소수에게만 개방해 주었건만, 이 망할 친구놈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찾아버렸다.


“아오, 진짜로.”


“이 정도야, 껌이지. 그보다, 국가대표팀이란 말이지..”


신우는 신기한 듯 국가대표 작전회의실 안을 살폈다.


책상 위에 뭉터기로 쌓인 자료들을 살피던 신우가 감탄했다.


“이건 선수 정보? 스탯? 평가? 와 진짜 스포츠구만.”


A, A+, B-, S- 등등, 수많은 스탯들과 자잘한 주석과 장점, 약점들, 영락없는 선수 평가였다.


“너는 지금 기준으로 따지면 어느 정도냐?”


또 막상 보니 궁금해지기도 했다. 과거의 자신들의 스탯은 어떨지? 제 친구야, 비록 자신에게 미치진 못하지만 최상위권의 실력을 지녔던 헌터였던 만큼, 알면 좋은 공부가 될 것이었다.


“뭐, 작년에 잰 거 기준으로 보여줄게.”


용현 또한 책상을 뒤지더니, 큰 거리낌 없이 자신의 스탯 용지를 보여주었다.


[김용현]

[전사 - 탱커]

[스테이터스]

[힘 : S-]

[내구 : SS-]

[민첩 : A+]

[체력 : S+]

[마력: A-]


“오.”


하나같이 높으면서 어디 하나 모난 곳 없는, 딱 이상적인 스탯의 표본이었다.


‘뭐, 어제 때려보니까 딱히 옛날에 비해 약해진 것 같지도 않았는데, 확실히 높아.’


그런데, 문득 이 용지를 보니 문득 다른 의문이 생겼다.


“지금 너가 국대 뛰어도 될 거 같은데, 왜 감독 하고 있어? 머리 좋은 편도 아니었잖아. 너.”


쓱 훑어본 결과, 대한민국 국가대표 플레이어들의 평균 스탯은 B+에서 A+ 사이. 가장 높은 스탯은 다들 S에서 SS 사이였지만 나머지 스탯까지 종합했을 땐 용현에 비해 나은 것이 전혀 없었다.


이 물음에 용현은 잠시 말이 없었다.

다만 25년 전, 그 말을 회상할 뿐이었다.


신우가 용현을 기절시키고 레비아탄을 잡기 위해 떠난 그 날.

한참 뒤에 깨어나고 신우의 사망 소식을 접한 용현은 한동안 큰 우울증에 시달렸다. 오죽 그것이 심했으면 마지막 토벌 작전이 끝난 후 곧바로 은퇴를 선언했을 정도.


그 이후로는 술에 찌든 삶의 연속이었다. 어찌저찌 슬픔을 극복하고 일어섰긴 했지만, 세상은 너무나도 변해있었다.


세상을 지키는데 사용하던 힘이 단순한 오락거리로 전락된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그것 때문에 헌터 중에서는 플레이어 사회가 도래하자 은퇴를 선언한 자들도 많았어. 네 기억 속의 이름도 많을 거야. 아무튼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그렇게 수많은 플레이어 연합들의 선수 제의를 거절하길 수 년. 대한민국 플레이어 협회에서 전령이 날아온다.


‘플레이어 국가 대항전 대표팀에 들어와달라.’


곧 쉰을 바라보는 노장에게 온 것 치고는 다소 뜬금없는 제안.


“물론 거절했지. 근데, 귀가 먹었는지 매일같이 사람을 보내더라고.”


‘우리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당신만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그래서?”


“결국 들어갔지. 사람 맘이 결국 약해지더라고.”


처음에는 괜찮았다. 나름 선전도 했다. 당시 전 세계에서 중위권에 머물던 한국의 순위를 상위권까지 높이며 다시금 유명세를 떨치길 몇 년.


“이 짓거리도 더는 못해먹겠더라고. 우리의 힘은 몬스터로부터 사람들을 지켜내기 위해 있는 것이지, 신이 자랑하라고 준 힘이 아니야.”


그 뜻을 한국 정부에게 전하며 은퇴를 준비하던 찰나였다. 그에게 찾아온 남자는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고작 그런 이유로 은퇴하시겠단 겁니까?’


‘고작 그런 이유? 말 조심하십시오.’


‘말을 조심해야하는 건 당신입니다. 플레이어 김용현. 방금 발언, 국민 여러분이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플레이어 김용현, 개인 사정으로 국가대표 은퇴. 그 뒷사정은?

신념을 위해 국가를 등지다.


‘그따위 협박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나?’


‘물론 처음에는 사람들도 인정하겠죠. 하지만 우리 나라의 순위가 떨어진다면? 당신이 그 화를 피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날 이해해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세간의 여론은 정부의 뜻대로 흘러갔다. 마치 그들이 여론이 이렇게 되도록 만든 것처럼.

어느새 자신은 알량한 자존심으로 국가를 져버린 매국노가 되어있었고.


“나만 욕먹으면 괜찮은데, 시아랑 장모님까지 욕먹는건 도저히 못버티겠더라고.”


가족마저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에 시달렸다. 이는 죽은 시우 또한 마찬가지.


“흐음.. 그랬단 말이지.”


“그렇게 사람이 나락까지 갔을때, 녀석들이 다시 제의했지. 선수가 되어달라고 하진 않을테니, 국대 감독을 맡아달라고. 그럼 여론도 잠잠해질 것이 분명하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선수가 되어달라고 하지 않은 것도 당시의 여론을 의식한 것 같긴 한데, 내겐 선택지가 없었지. 결과는 뭐..”


원체 좋지 않은 머리에서 나온 전술로 삽질이 이어지며, 다시 욕받이가 되고 있다.


“애초에 정부놈들 계획도 그거였을 거야. 자기들 대신 새로운 욕받이의 존재. 날 내쫓지 않은 이유도 욕받이 수명이 길면 좋잖아?”


“음..”


“뭐, 지금 경질설 보면 정부도 놓아주겠지. 나한텐 오히려 좋..”


“그래, 고생 많았고. 요는 정부가 널 상대로 협박을 했다?”


말을 확 끊고 들어온 신우의 질문에 용현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지? 근데 왜?”


“오케이, 접수.”


“엉?”


접수? 뭔 접수?


시우가 벌떡 일어났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용현이 급하게 그를 따라 작전회의실을 나섰다.


“왜, 어쩌게?”


용현의 물음에 신우는 대답 대신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했다.


“어디 보자, 대한민국 플레이어 협회.. 강남? 별로 안 머네?”


“거긴 왜? 야, 아니지? 나 괜찮아. 너, 하지마. 야, 성신우!”


안절부절 못하는 용현에게 신우는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너넨 다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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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 말했잖아? 죽이진 않는다고. 24.05.11 365 24 11쪽
6 6화 - 넌 곱게 못 끝나. 24.05.10 385 24 12쪽
5 5화 -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하자. 24.05.09 394 20 11쪽
» 4화 - 너넨 다 뒤졌다. 24.05.08 425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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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 야, 왔냐? 24.05.08 448 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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