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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학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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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학생™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4
최근연재일 :
2024.05.15 10:0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880
추천수 :
203
글자수 :
58,427

작성
24.05.08 10:06
조회
541
추천
23
글자
12쪽

1화 - 오늘은 아니었다.

DUMMY

어두컴컴한 방 안. 한 남자가 가부좌를 튼 채 명상을 하고 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단단한 몸뚱이가 바닥에서 세뼘 정도 떠있다는 것 정도.

그는 항상 레이드 직전에 이렇게 명상을 즐기곤 했다.


끼익.


그때, 문이 열리며 한틈의 빛줄기와 함께 진한 청발의 남자가 방안에 드러섰다.


“가지 마라, 신우야.”


비장한 표정으로 신우라 불린 남자의 앞에 선 투박한 단발의 남자. 그는 남자의 오랜 친우였다.

신우는 지긋히 눈을 뜨고 친구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왜?”


신우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표정도 그러했다. 마치 모든 일에 해탈한 현자처럼, 세상의 멸망을 초래시킬 악과의 싸움 직전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평온함이었다.

설득이 전혀 먹히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에 더욱 애가 타는 건 남자, 용현이었다.


“신우야, 진짜로 다시 한 번만 생각해봐라. 너 이번에는 진짜로 죽을 수도 있어. 딴 놈이 아니라 그 레비아탄이라고!”


레비아탄.

10년 전, 불현듯 나타나 인류의 절반을 학살시키고 다시 돌아온다고 선언했던 괴물.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녀석이 보여주었던 임팩트와 포스는 어마어마했다.

그 누구보다도 친구를 신뢰하는 용현이 악까지 써가며 신우를 말릴 정도로 말이다.


“씨발, 진짜로 개죽음 당하고 싶은 거냐고!”


하지만 애석하게도 친구의 절규어린 만류도 신우를 멈출 수 없었다.


“용현아. 그러니까 내가 가는 거다.”


신우는 더 이상 명상을 할 생각이 없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방 한켠에 거치되어있던 지팡이를 집어들었다.


“내가 누군지 몰라?”


그가 지팡이 끝에 달린 오브를 한 번 쓰다듬자, 어두컴컴했던 방이 확 밝아지며 두 남자의 얼굴을 밝혔다.


“씹.. 모를 리가 없잖아.”


일인군단, 마에스트로, 마나의 주인.


여러 칭호가 있지만, 그를 지칭하는 최고의 수식어는 단연코 이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역대 최강의 대마법사, 성신우.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압도적인 무력을 과시하며 모든 헌터들의 우상이 된 초월적인 존재.


“그래, 나 누군지 알잖아.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신우는 용현을 안심시킴과 동시에 그의 머리를 지팡이로 가볍게 톡 두드렸다. 그러자, 항거할 수 없는 졸음이 몰려오며 용현의 정신을 잠재웠다.


“야, 너..”


털썩.


어느새 깊은 잠에 빠진 친구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신우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방을 나섰다.


***


“오셨습니까? 바로 모시겠습니다.”


집앞에는 협회에서 보내준 차와 수행비서가 신우를 마중나와 있었다. 신우는 익숙하게 차에 탔고, 차는 곧바로 레비아탄 레이드가 이루어질 백두산으로 향했다.

창밖에는 이미 십수년 전에 멸망해버린 북한땅이 펼쳐졌다.


“오늘 성신우님을 모시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첫 레이드 때부터..”


수행비서는 흥분해 그의 업적을 나열하며 자신의 팬심을 보여왔다.


신우는 잠시 그의 말에 경청하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그런데 조금만 쉬어도 될까요?”


“헙, 넵! 죄송합니다!”


그 말에 화들짝 놀란 수행비서가 빠르게 설정을 조작해 운전석과 뒷좌석의 공간을 분리해주었다. 차에 어떠한 장치가 되어있는지 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완전히 고요해진 차 안.


“죄송할 것 까지는 없는데.”


습관적으로 눈을 감은 신우는 다시금 명상에 들어서려 했다. 하지만, 그는 금새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가기 싫다.’


신우도 레비아탄에 대해 잘 알았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강적. 어지간한 랭커들도 단숨에 죽여버릴 수 있으리라 추정되는 녀석은 아마 그가 상대할 모든 적들 중에 가장 강력할 것임이 분명했다.


친구 앞에서는 일부러 강하게 말하긴 했지만, 솔직히 할 수만 있다면 이 레이드를 남에게 떠넘기고 싶었다. 죽기는 싫으니까.


‘그래도,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신우만한 무력을 가진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새로운 랭킹 2위로 급부상한 헌터조차 그의 손가락 하나에 담긴 힘을 감당하기 어려워했다.


‘그러니까, 내가 해야 해.’


“나는 이들의 영웅이니까.”


신우는 겨우겨우 마음을 붙잡으며 곧 있을 치열한 레이드에 온 정신을 집중시켰다.


***


예상대로, 레비아탄과의 레이드는 굉장히 치열했으며, 또 처절했다.

백두산 일대는 이미 완전히 파괴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지 오래다.


“허억, 헉.”


신우의 손에 들린 지팡이는 반으로 부러져 나뭇조각이 튀어나와 있었고, 그의 전신은 피로 점철되어 흰옷이 붉게 보였다.


“크륵.. 인간.. 강하구나.”


물론 레비아탄 또한 정상은 아니었다. 거대하고 길쭉한 몸뚱아리에는 크고작은 상처들이 가득했으며, 오른눈이 시커맸다.


“너같은 놈이 생겨날 줄 알았으면, 지금이 아니라 5년 전에 왔어야 하는 것이건만. 크르륵.”


레비아탄은 진심으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도 신우의 존재는 미지수이자 최악의 변수였다.


“끄륵, 이대로 가면 우리 둘 다 제명에 살지 못할 터. 아직 나의 제안은 유효하다. 선택해라, 인간.”


“···”


전투가 어느정도 무르익었을 무렵부터 녀석은 계속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건네왔다.


‘인류를 떠나 우리에게로 와라. 우리는 너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그 말이 정말이라는 듯, 레비아탄은 전투 와중에도 간간히 자신의 성의라며 이런저런 재물과 보화들을 꺼내기도 했다.


하지만 신우는 이번에도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곧 죽어도 필요없으니까, 엿이나 까잡숴.”


친구, 가족,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 수년간 목숨걸고 지킨 사람들을 두고 떠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레비아탄 또한 신우의 결연한 의지를 읽었는지, 더 이상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 않았고, 그저 새로운 일격을 준비할 뿐이었다.


“크륵, 안타깝구나. 인간. 이게 내가 너에게 선사하는 마지막 자비다. 고통없이 보내주지.”


레비아탄의 주둥이에 모이는 거대한 마력의 덩어리를 보며, 신우 또한 최후의 일격을 준비했다.


“저승 길동무로 데려가 주지. 레비아탄.”


죽음은 진작에 각오했다. 남은 것은 녀석을 죽이는 것 뿐.


휘잉, 파지직! 쾅!


강대한 두 마력의 집합에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요동쳤다.


그리고 두 공격이 부딪힌 그 순간.


콰-앙!


굉음과 함께 핵폭발을 연상시킬 거대한 충격이 일대를 휩쓸었고, 흙이나 돌 따위가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 겨우 남아있는 건물 잔해들마저 부숴버렸다.


“미친, 빨리 확인해!”


전투의 근원지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는 한 폐건물 안.

성신우와 레비아탄의 전투를 지켜보던 헌터들과 정부 관계자는 폭발이 멎자마자 여러 장비들을 만지며 두 사람과 괴물이 맞붙은 장소의 실시간 화면을 송출시켰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웅장한 자태를 보여주던 백두산도, 푸른 산천초목도, 싸우던 두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화면 속에는 그저 크기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구멍에 바닷물이 채워지는 광경만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런 미친..”


그것이 방금 폭발의 여파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린 헌터들은 신음을 삼켰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저런 광경이 펼쳐질 수 있는 거지?


그리고 또 확신했다. 성신우는 레비아탄과 함께 죽었다.


‘저런 폭발에서 살아나올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아무리 성신우 님이라도..’


현실을 자각한 헌터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거나 고개를 푹 숙였다.


“성신우 님.. 크흑.”


급기야 진심으로 그를 존경하던 마법사 헌터들이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그들의 영웅은 간단하게 적을 제압하고 웃으며 돌아올 줄 알았건만, 오늘은 아니었다.


***


성신우의 장례식은 국가장으로 성대하게 치뤄졌다.

제아무리 무능하고 일처리를 못한다고 욕을 얻어먹는 대한민국 정부였지만, 그들의 터전을, 전 세계를 지키고 평활를 되찾아준 영웅에 대한 장례식만큼은 그 어느때보다 진심과 공을 들였다.


국립현충원 정중앙에 마련된 거대한 신우의 묘비 앞. 단아한 초로의 여인과 함께 서있던 용현은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다 제가 약해서, 신우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짙은 어둠에 잠긴 용현을 보며, 신우의 어머니, 박신혜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용현아. 다 우리 아들이 선택한 거지. 신우, 우리 아들..”


신혜는 애써 괜찮은 척 하려 했지만 그녀 또한 흘러나오는 눈물을 지체할 순 없었다.

용현은 그런 그녀를 달래며 조심스레 무언가를 물었다.


“그런데, 시아는 어디있습니까?”


성시아, 시우와 나이터울이 꽤 되는,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었다.


“시아? 여러번 불렀는데 도저히 방안에서 나오질 않더구나.“


대충 알아들은 용현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하늘이 유난히 어둡게 보이는 날이었다.


영웅을 잃은 사람들은 깊은 슬픔에 잠겼지만, 그 슬픔이 오래가진 않았다.


“길드 마스터, 슬슬 레비아탄 잔당 레이드를 나가실 시간입니다.”


“그래, 가지. 신우를 위해서라도 놈들은 한 놈도 빠짐없이 싹다 잡아족친다.”


“옙!”


사람들은 하나둘 일상속으로 돌아왔고, 대신 성신우라는 남자는 세계를 구하고 장렬히 자신을 희생한 영웅으로서 영원히 사람들의 가슴 속에 기억될 것이다. 그것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변함없을 것이 분명했다.


***


대한민국, 백두 인공섬 위에 마련된 성신우 박물관.

아리따운 인상을 자랑하는 큐레이터는 현장학습을 위해 박물관에 방문한 초등학생들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바로 이 자리가 성신우님이 레비아탄과의 최후의 일전을 마치시고 세계를 구하신 자리에요. 모두 25년 전에 세계를 구하신 성신우님에 대해 잘아시죠?”


여기저기서 긍정적인 호응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더니 자랑스럽게 무언가를 말했다.


“네, 근데 우리 아빠가 더 세요!”


”으, 응? 거기 친구, 뭐라고요?“


당황한 큐레이터의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말을 이어가는 아이.


“우리 아빠가 그랬어요. 물론 성신우님이 세계를 구한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지금 플레이어들이 훨씬 세다고!”


“친구..”


큐레이터는 빠르게 설명을 덧붙이며 정정해주려고 했지만, 곳곳에서 다른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저마다 한마디를 더했다.


”맞아. 우리 아빠도 그랬어. 지금 플레이어 수준은 옛날 헌터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헌터는 너무 구닥다리야!”


“나도! 우리 엄마 같은 플레이어가 되고 싶어!”


큐레이터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그저 코흘리개들이 내뱉은 헛소리로 치부하고 싶었지만, 요즘 세대를 생각해보면, 마냥 그럴 수많은 없었다.


성신우가 죽은 지 어느새 25년. 그에 대한 위상은 그가 죽은 직후에 비해 확연히 옅어져 있었다. 물론 그의 업적이 무차별적으로 폄하 당하진 않았지만, 플레이어라고 불리는 신세대들이 훨씬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끄응, 마음 같아선 정신 머리를 죄다 고쳐주고 싶지만..’


결국 진성 성신우 빠돌이인 큐레이터는 현실과 어느 정도 타협을 해야 했다.


“자자, 친구들. 알았어요. 모두 부모님 같은 훌륭한 플레이어가 되길 응원할게요! 그럼 다음 장소로 이동해볼까요?”


“네!”


그렇게 겨우 겨우 아이들을 진정 시킨 뒤 이들을 인솔하며 자리를 떠나려는 큐레이터.


쿠궁.


그들 중 누구도 방금까지 자신들이 머물던 자리에 조그마한 금이 생겨난 것은 보지 못한 채 그곳을 떠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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