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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학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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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미국유학생™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4
최근연재일 :
2024.05.15 10:0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884
추천수 :
203
글자수 :
58,427

작성
24.05.08 10:07
조회
425
추천
21
글자
11쪽

3화 - 다녀왔습니다.

DUMMY

“야, 왔냐?”


짧게 친 흑발과 흑안. 진중한 듯 보이지만, 필사적으로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감추고 있는 모습. 본인이 기억하는 친구의 모습에 용현이 입을 쩍 벌렸다.


“야, 너..”


“새끼가, 뭔 죽은 사람 본 얼굴을 하고 있어. 기분 더럽게.”


“아니, 그게 아니라..”


죽은 거 아니었어? 차마 그렇게 물어보지 못한 용현이 가까이에서 그의 모습을 관찰했다. 몸이 조금 야위긴 했지만 정말 자신의 친구였다.


“그만 봐라. 나 좋아하냐?”


정말 친우가 생환했음을 받아들이게 된 용현이 피식 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헛소리 하지 마라.”


이에 신우의 입가에도 진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 이게 내가 아는 김용용이지. 그보다 너, 꽤 삭았다? 하하!”


용현의 얼굴에 미세하게 난 주름을 재밌다는 듯 주무르며, 신우가 폭소했다.


“그래, 나 늙었다. 25년이나 지났는데, 당연하지. 그보다 넌..”


25년 전 마지막 레이드를 떠나기 전,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다. 옷마저도 해지긴 했지만, 그때 그 옷이 맞았다.

웃음기를 팍 지운 용현이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일이 있던 거냐? 그동안.. 살았으면 살았다고 이야기라도 해주지 그랬어?”


“그럴 수가 없었어.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보다, 우리 가족은, 살아..있냐?”


25년만의 극적인 귀환 끝에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가족에 대한 질문이라.


“역시 너답네. 어머님이랑 시아 둘 다 무사해.”


“후··· 다행이다.”


하기 싫었던 레비아탄 레이드를 수락한 가장 큰 이유가 가족이었던 만큼, 그들의 소식은 돌아온 신우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렇게 가장 큰 궁금점을 해결한 신우의 눈빛에 약간은 깃들어있던 긴장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직후, 신우는 용현에게 지난 25년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러니까, 레비아탄과의 동귀어진 이후, 죽은 줄 알았는데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리고 땅속에서 무수하게 튀어나오는 몬스터와 싸웠고?”


“엉. 나중에 보니까 게이트 하나가 땅 아래에 묻혀있더라고. 그거 부수니까 이제 안나오더라. 물론, 25년이나 지났을 줄은 꿈에도 몰랐고 말이야.”


“그래, 그보다 잠깐만, 게이트? 땅속에? 색은?”


“검은색.”


“미친.”


몬스터를 뿜어내는 게이트의 색은 총 다섯 가지.


흰색, 초록색, 푸른색, 붉은색, 그리고 검은색.


푸른색 게이트까지는 어렵지 않게 공략이 가능하지만, 붉은색 게이트부터는 공략을 위해 수많은 최상위 플레이어의 힘이 필요했다.

검은색은 과거나 지금이나 성신우 아니면 공략이 불가능했고 말이다.


당장 그 레비아탄이 나타난 게이트 또한 검은색이 아니었던가?


‘물론 레비아탄 이후로 검은색 게이트가 출몰한 적이 없지만, 그 아래에 하나가 더 있었을 줄이야. 얘기를 들어보니 물량에 집중한 게이트였던 모양이고.’


땅 위에 나타났다면 한국은 물론 아시아의 멸망을 초래할 수도 있는 재앙임이 분명했다.


‘그걸 저 녀석이..’


그렇다.

자신의 친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죽음 안에서조차 나라를 위해 싸워왔던 것이다.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려는 찰나, 신우가 창밖에서 아직까지 기자들과 씨름중인 경비대원들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그보다, 너 말고 세상도 많이 변했더라.”


그래, 세상은 변했다.

성신우가 레비아탄을 죽인 이후, 몬스터들이 나타나는 주기는 현저히 줄어들었고, 멸망 직전까지 내몰렸던 세계는 간신히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물론 이전의 사회와는 다른 것이 있었으니, 바로 헌터들.

몬스터와의 싸움에서 비교적 안정을 찾은 그들은 새로운 자극과 잊었던 유흥에 대해 찾아 헤메기 시작했으니.


그것이 바로 헌터 대항전. 강한 헌터끼리의 싸움은 사람들에게 강한 자극을 선물해주었고, 이는 새로운 돈벌이, 스포츠로 발전했다.


“명칭도 변했어. 레비아탄 이후의 헌터들은 모두 플레이어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이야.”


“안그래도 그건 너 오기 전에 이걸로 질리도록 찾아봤다.”


신우가 경비대 대장에게서 ‘잠시 빌린’ 휴대폰을 흔들었다.


[헌터와 플레이어, 누가 더 위인가?]


[새로운 역사를 쓰는 플레이어들!]


[플레이어들이 최고인 이유 설명해드림 ㅇㅇ]


그 기사와 게시글들의 제목을 본 용현의 셔츠 아래로 식은땀이 흘렀다.


‘저 정도 찾아본 거면 설마 봤나?’


“그리고, 요즘 사람들이 이렇게 재밌는 얘기도 하더라고.”


[플레이어 랭킹 1위 갱신한 빅터 오르테가. 과거의 성신우를 뛰어넘는 최고의 플레이어!]


신우가 보여준 기사 제목에 용현이 침을 꿀꺽 삼켰다.


‘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의 영웅이니, 정의의 성자니 불리던 신우였지만, 용현 앞에서는 그의 본모습을 한없이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뒤끝있거나, 툴툴거리고 잘 삐지는 그런 모습 말이다.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우가 빅터에 대한 기사 내용을 읊조렸다.


“이번에 새로 플레이어 랭킹 1위에 올라선 빅터 오르테가에 대한 기대가 크다. 과거 영웅 성신우가 보여줬던 임팩트를 진작에 뛰어넘은 그는.. 얘가 그렇게 강해?”


“그..렇지? 1등이니까? 적어도 지금은 상대할 플레이어가 없지.. 근데 왜?”


용현이 신우의 눈치를 살피며 말꼬리를 올렸다. 그의 걱정을 알아챈 신우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야, 아무리 몬스터랑 25년간 한솥밥을 먹었지만, 나도 사람이야. 그동안 성장을 했다고. 예전의 나를 생각하면 오산이야.”


“어? 그, 그렇지?”


어쩐 일로 제 친구가 저렇게 믿음직스러운 말을 하는 거지? 불안함에 몸을 떠는 그때.


“맞으면 축하해주면 되는 거고, 아니면 뭐.. 쳐맞는 거지.”


“어?”


“헛소문이면 뼈 하나만 부러뜨린다고. 이 정도는 괜찮잖아?”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그걸 깨달은 용현이 이마를 탁 짚었다.


“너..”


“왜? 내가 애를 죽기 직전까지 팬다고 했어? 아니면 비오는 날 먼지나게 팬다고 했어? 아니잖아?”


“둘다 똑같잖아.”


“뭐, 잘못은 저쪽이 한 거니까. 아, 기자놈도 족칠까. 이런 사행성 찌라시를 유포하다니. 어디 보자, 이름이..”


투덜대며 기자 이름을 외우고 있는 친구를 보며, 용현은 아찔해하면서도 내심 안심했다.

아무리 그래도 25년만에 돌아온 친구인데,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나름 보기 좋았다.


‘레비아탄 레이드 전에는 조금 불안했는데, 나아진 것 같네.’


레비아탄 레이드 전, 성신우는 정신적으로 많이 우울해했다.

세상의 유일한 희망, 정의의 사도 등에서 오는 압박감은 그를 어둡게 만들었고,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폭탄으로 만들었다.


심지어 몬스터를 잡으며 25년을 버텼다 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지금 그의 정신 상태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지만.


“박유천? 오케이, 기억했어. 나중에 보기만 해봐. 머리털을 다 뽑아주겠어.”


옛날처럼 돌아온 저 모습을 보면 한동안 이 걱정 또한 뒤로해도 될 듯했다.


“그래, 뭐 그건 너 알아서 하고, 배 안고프냐?”


25년간의 지하 전투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었을 리가 전무했다. 이에 반응하듯 신우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안 그래도 그 말 하려고 했는데. 진짜 배고파 뒤지겠다. 너 25년 동안 몬스터 고기 먹어본 적 없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리고 지낼 곳도 없을텐데, 우리 집에서 쭉 지내라.”


“지낼 곳이 왜 없어? 우리 집은?”


“당연히 팔렸지. 25년이나 지났는데.”


“까비. 나중에 찾으러 가야겠다.”


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에 할 일을 기억해두었다.


“아내한테 말해서 맛있는 것 좀 해놓으라고 할게. 너 좋아하는 한식으로만.”


“오 좋아, 좋아. 역시 우리 용용이, 내 맘을 아주 잘 아는구만!”


신우가 호탕하게 웃으며 반쪽 난 에테르나를 챙겼다. 그런데, 주섬주섬 짐을 싸던 그가 돌연 고개를 돌리더니 용현을 쳐다봤다.


“잠깐만.. 뭐라고? 아내?”


“응, 아내.”


태연하게 말하는 용현의 모습에 신우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너, 결혼했냐?”


“나도 이제 예순이 다돼가는데. 이상할 건 없잖아? 애들도 있어. 사진 보여줄까?”


싱글벙글 웃으며 가죽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가족 사진을 자랑하려는 용현. 전형적인 가장의 모습이었다.


“애들까지 있다고, 허? 뭐, 됐다. 그래, 너도 늙었는데. 사진이야 뭐, 좀있다 집가서 보면 되지.”


신우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손을 내저었다. 그런 신우를 보며, 용현은 어딘가 미묘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아마.. 깜짝 놀랄 거다.”


“엉? 왜?”


“그게.. 있다.”


“뭐야?”


신우는 그때까지만 해도 친구가 한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


헌터 시절, 용현은 레비아탄 잔당을 처리하는데 큰 공을 세워 막대한 부와 명예를 축적했고, 그 명성에 걸맞는 거대한 집에 살고 있었다.


“이야, 집 한 번 으리으리하네.”


늦은 밤, 용현의 집 앞에 선 신우는 성처럼 웅장한 대저택 앞에 잠시 감탄했고, 현관이 열리자 조심스레 집안에 들어섰다.


“그보다, 와이프분은 괜찮대냐? 나 지내는거?”


차로 이동하며 핸드폰으로 검색해본 결과,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내들은 남편이 함부로 집에 친구를 데려오는 걸 싫어하는 듯 했으니.


그럼에도 친구는 고개를 저으며 단언했다.


“오히려 좋아할걸?”


“왜? 내 팬인가?”


“팬.. 그래. 세상 그 누구보다 열렬한 네 팬.”


잠시 후, 정원을 걷던 신우는 친구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신우?”


현관 앞에 선 두 여인을 본 신우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엄마? 성시아?”


기억 속의 모습과 조금 달랐지만, 그토록 보고싶은 가족의 얼굴을 까먹을 만큼 멍청하진 않았다.


“신우야..”


어머니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신우의 가슴 속의 감정이 확 벅차올라왔다.


“어, 엄마.”


어느새 달려가 안긴 어머니의 품은 기억보다 많이 초라했지만, 그 무엇보다 크고 따뜻했다.


“우리 아들, 잘 돌아왔다.”


잘 돌아왔다.

이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난과 역경을 건너왔던가?


정체불명의 괴충에게 팔이 뜯길 뻔했을 때 이를 악물고 주먹으로 녀석을 때려패며 쫓아냈던 것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며 사방에서 몰려오는 몬스터 떼를 학살했던 것도.

따뜻한 쌀밥 한 번 먹어보지 못해도 억지로 탄 몬스터의 고기를 씹어가며 버텨왔던 것도.


모두 이 한 순간을 위해서다.


“끄윽..”


25년동안 끝없는 싸움으로 시간을 보내던 시절, 만약 한 번이라도 두 사람을 다시 보게 된다면 울지 않겠다고 수도없이 다짐했는데. 메말랐다고 생각했던 눈물샘이 열리며 봇물이 터지듯 눈물이 흘러내렸다.


세상을 구한 영웅도, 친구 앞에서는 풀어지는 망나니도, 어머니 앞에서는 어린 아이나 다름없었다.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지구의 영웅이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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