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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깡패국가의 왕이 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18.08.1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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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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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3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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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훌리

DUMMY

타발 왕궁에 도착한 필레세르3세는 사신을 보내서 항복을 권유했다. 항복하고 협상을 통해서 몇 가지 조건을 받아들이면, 타발을 병합하지 않고 군사를 물리겠다고 제안했다.


와수르메가 사로잡히고 군대가 궤멸된 타발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필레세르3세가 제안하는 대로 받아들이는 방법뿐이었다. 재상 훌리는 회의를 소집해서 왕족들과 귀족들의 의견을 물었다.


귀족들은 겁에 질려서 아무도 나서서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연히 말을 꺼냈다가 말꼬투리를 잡히면 두고두고 곤욕을 치를 수 있었다.

왕족들 중 몇몇은 그 와중에도 와수르메 대신 자신이 왕위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다. 하지만, 섣불리 나섰다가는 필레세르3세가 와수르메를 풀어주거나, 타발을 계속해서 공격하는 상황이 되면, 되려 궁지에 몰릴 수 있었다. 그들은 마음속 야심을 감추고 말을 아꼈다.


결국 재상 훌리가 나서서 의견을 냈다.

“항복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만, 다행히 전하께서도 아직 무사하시니, 필레세르3세에게 몸값을 바치고 우리의 왕을 돌려달라고 협상을 해보면 어떻겠습니까?”


그의 말에 대놓고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타발의 충성스러운 신하라면, 다른 조건을 말하기 전에 당연히 왕을 풀어달라는 것을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옳았다. 왕족들이 아쉬운 듯 입맛만 다시고, 대신들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시하자, 훌리는 필레세르3세를 찾아갔다.


왕도 협상 내용을 고민하고 있었다. 와수르메를 사로잡기는 했지만, 그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너무 위험한 자였다. 놓아주면 반드시 다시 군대를 모아서 아시리아를 쳐들어 올 것이다.


훌리는 필레세르3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땅에 양팔을 짚고 호소했다.

“저희들의 왕을 풀어주십시오. 항복이든 조공이든 무엇이든지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습니다.”


필레세르3세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와수르메를 풀어달라고?”

“그렇습니다.”


타발은 와수르메를 풀어달라고 하고, 왕은 그를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며 턱을 문질렀다.

“와수르메를 풀어줘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타발의 첫 번째이고, 유일한 요구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와수르메를 구하겠다는 훌리의 완강한 의지를 느낀 왕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을 느꼈다. 신망을 얻고 있는 와수르메를 죽여서는 타발 사람들의 적개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

“아시리아가 제시하는 화친 조건은 다음과 같소. 첫째, 아시리아에 조공을 바칠 것. 둘째, 우라르투와 관계를 끊을 것. 셋째, 아시리아와 무역 시에 세금을 면제할 것.”

“그것뿐입니까?”


왕은 단호하게 말했다.

“넷째. 와수르메를 폐위할 것.”

“예?”

와수르메를 돌려받기 위한 협상을 하러 온 훌리는 말문이 막혀서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난감했다. 왕은 물러설 뜻이 없음을 밝혔다.

“원래는 와수르메를 니무르드의 감옥에 수감할 생각이었소. 허나 반드시 와수르메를 풀어주기를 원하면 풀어줄 수는 있소. 하지만, 타발의 왕은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협상은 결렬이오.”


협상이 결렬되면 아시리아군의 공격에 민간인들이 약탈당하고 노예로 끌러가게 될 것이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에서 훌리는 좀 더 생각해 볼 시간을 달라고 했다.


“왕을 결정하는 일을 그렇게 성급하게 추진할 수는 없습니다.”


훌리의 말을 듣지 않고 필레세르3세는 마지막 조건을 말했다.

“마지막 다섯째, 타발의 새로운 왕은 내가 정할 것이오.”


얼어붙어서 머리가 멍해진 훌리에게 왕이 덧붙였다.

“다른 왕을 선택해서 결과를 알려주겠소. 우리가 추천한 자를 타발의 새로운 왕으로 추대하고 아까 말한 조건을 받아들이면 군사를 물리고 화친을 맺겠소. 그렇지 않으면 다시 전쟁을 계속 할 수밖에 없소.”



힘없이 물러나온 훌리는 왕궁으로 돌아가기 전에 레아를 찾았다. 그녀는 타발의 재상인 훌리의 뜻하지 않은 방문에 놀라서 그를 맞았다.

“안녕하십니까. 사정이 다급해서 염치불구하고 찾아왔습니다.‘

훌리는 레아에게 고개를 숙이며 부탁했다.

“듣자하니 아시리아의 레아 신녀님은 인정이 많으시다고 하더군요.”


레아는 처음 보는 자신에게 몸을 낮추며 부탁하는 훌리에게 당황해서 공손하게 말했다.

“저는 아무런 권한이 없습니다. 모든 결정은 폐하께서 하십니다.”


그는 그녀의 동정심에 호소했다.

“와수르메 왕을 풀어주십시오. 타발의 다른 왕족들 중에는 왕이 될 만한 자질이 있는 자가 없습니다. 타발의 백성들을 위해서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그의 충성심에 마음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가 보기에도 와수르메는 살려준다 해도 감사함을 느끼기보다는 복수의 칼을 갈 사람으로 보였다.


“폐하께서도 타발을 위해서 가장 마땅한 사람을 고심하고 계십니다. 백성들을 잘 다스릴 자질이 없는 사람을 타발의 왕으로 세우시지는 않을 겁니다.”


“백성들은 이미 와수르메 왕을 따르고 있고, 그보다 더 훌륭하신 분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한번만 더 재고해달라고 필레세르3세께 말씀드려주시면 그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얼마나 다급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에게까지 부탁을 할까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폐하께 말씀은 드려보겠습니다. 바라시는 대로 안 되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폐하께서는 사람을 보는 안목이 있으시니, 타발의 백성들이 잘 따를 수 있는 사람을 고르실 겁니다.”


훌리는 어떤 사례도 받지 않고 도와주겠다는 레아에게 거듭 고개를 숙여 감사하며 돌아갔다.



필레세르3세는 이미 콤마게네와 타발 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나라들에 정보를 수집해오고 있었다. 아쉬쿠르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고 교역을 하면서 소문과 정보를 수집해왔다. 중요한 나라들은 아예 그 나라에 거주하는 정보원을 두었다. 그 나라의 왕과 왕족들, 주요 대신들의 성격이나 행동, 말, 생각 등을 평소에도 지속적으로 관찰해서 보내도록 하고 있었다.


왕은 타발에 거주하고 있던 정보원을 불러서 타발의 왕족과 귀족세력에 대한 상황을 파악했다. 타발 왕족들의 족보를 들여다보았지만, 다들 탐욕스럽거나 무능하거나 난폭하거나 인기가 없거나 너무 어렸다.


필레세르3세에게 금은보석을 바치며 자신을 왕으로 선택해달라고 찾아오는 왕족들도 있었다.

“저를 왕으로 만들어주신다면 아시리아에 절대적으로 충성하겠습니다. 매년 막대한 조공을 바치겠습니다.”

한 명이 갔었다는 소문이 돌자 다른 왕족들도 너도나도 필레세르3세에게 뇌물을 들고 찾아와서 필사적으로 청탁을 했다.

“제발 저를 타발의 왕으로 삼아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저를 못 믿으신다면 제 아들딸을 인질로 아시리아로 데려가셔도 좋습니다.”

왕은 한숨을 쉬며 나가라고 손짓했다. 어느 누구도 마음에 드는 자가 없었다. 훌리의 말대로 지금 타발의 왕족 가운데는 믿을 수 있는 자가 없었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지만, 그 탐욕스런 속내가 뻔히 드러나 보였다. 그런 자들을 왕으로 삼아 놓으면 결국 아시리아에 대한 반대 여론이 일어나고 머지않아 반란이 일어날 것이었다.


레아가 필레세르3세를 찾아갔을 때 왕은 여전히 고민 중이었다.


“콤마게네는 왕을 그대로 두었는데, 타발은 어째서 왕을 바꾸시려는 겁니까?”

“콤마게네는 아시리아와 친하고자 하는 세력이 있고, 왕도 그럴 마음이 없지 않았지. 하지만, 와수르메는 스스로 제국의 황제가 될 꿈을 꾸는 자야. 그자를 그대로 두면 분명히 프리기아로 가는 내 뒤통수를 칠거야.”


콤마게네는 병합하고 군대를 해산했으니, 콤마게네 왕도 이제는 아시리아의 관료였다. 하지만, 타발은 너무 넓고 니무르드로부터 멀어서 병합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그러니 믿을 수 있는 자를 왕으로 세우고 가신국가로 군신관계를 맺는 것이 최선이었다.


레아는 왕에게 훌리가 찾아왔었다는 사실을 말했다.

“훌리는 와수르메에 대한 충성심이 깊습니다. 와수르메를 설득해서 아시리아를 배척하려는 마음을 굽히도록 할 수는 없을까요?”


필레세르3세는 타발 왕가의 가계도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들어서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느냐는 듯이 그녀를 흘깃 보았다.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나? 그대는 신녀라서 동물들과 소통을 하니까 동물들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겠지. 하지만, 차라리 소통이 안되는 동물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 쉽지, 언어가 통하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 더 어려워.”


그녀는 얕게 한숨을 쉬었다. 왕의 말이 옳다고 생각되었다. 어째서 사람들은 서로 말이 통하는데도, 동물들보다 더 마음이 통하기가 어려운 것일까.


“나를 찾아온 타발의 왕족들 모두 말로는 내게 충성하겠다고 해.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그들의 말과는 전혀 달라.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어.”


경멸하는 투로 말하는 왕에게 그녀도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면 말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짧은 대화만으로도 그녀는 훌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그가 진심을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심이 담기지 않은 대화는 아무리 길게 해도 와 닿지 않는 법이었다.


왕은 손으로 턱을 괴고 그녀를 보았다.

“훌리가 그대까지 찾아왔었다고?

“예. 책임감이 있고 백성에 대한 인정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돌려서 타발의 정보원에게 물었다.

“훌리는 귀족인가?”

“아닙니다. 그는 가문도 없는 평민출신인데 능력이 출중해서 와수르메의 아버지인 트와티2세가 발탁해서 중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백성들에게 인기는 좋은가?”

“당연히 좋습니다. 유능하고 성품도 온화하고 일반 백성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아시리아에 대한 견해는 어땠지?”

“아시리아의 사신이 우라르투와 관계를 끊고 조공을 바치라는 서신을 보내왔을 때, 다른 가신들은 다들 싸우자고 했지만, 훌리 만은 아시리아와 화친하자고 주장해서 왕의 분노를 샀습니다.”


왕은 레아를 쳐다보고 물었다.

“훌리를 타발의 왕으로 하면 어떨까?”

레아는 뜻밖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다만, 훌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짧은 만남에도 느낄 수 있었다.

“분명히 훌륭한 왕이 될 것입니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지.”

왕은 드디어 적임자를 찾았다는 후련함에 양손을 맞잡고 비볐다.


그것은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훌리를 타발의 왕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첫 번째는 와수르메에 대한 훌리의 충성심을 필레세르3세에게로 돌려야 햇다. 두 번째는 타발의 귀족들이 과연 평민 출신인 훌리를 왕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였다.


첫 번째로 훌리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와수르메보다 필레세르3세가 더 섬길만 한 왕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그리고 아시리아와 교류하는 것이 타발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했다.


두 번째는 보다 미묘한 문제였다. 아시리아가 강압적으로 훌리를 왕으로 세우면 타발의 귀족들과 백성들은 훌리에게 반발심을 가질 것이다. 그렇다고 훌리가 혼자 알아서 타발의 권력을 장악하도록 아시리아가 관여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한계가 있었다.

아시리아가 어느 만큼 관여할 것인지 적절한 선을 찾아야 했다.


필레세르3세는 협상을 하러 찾아온 훌리에게 아시리아군 진영을 구경시켜주었다. 병사들의 훈련 모습과 공성기와 투석기, 전차 등의 강력한 무기를 보여주고 저녁에는 식사를 대접했다.

“아시리아군을 살펴보니 느낌이 어떤가?”


훌리는 왕이 내려주는 술잔을 받고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타발의 군대도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시리아군을 보니 군기의 엄정함이 이렇게까지 대단할 줄은 몰랐습니다. 일개 병사들이 모두 왕의 바로 옆에서 호위하는 정예 호위병처럼 일사불란하게 명령에 따르고 무기에 숙련되어있는 것을 보니 어느 군대가 아시리아군을 이길 수 있을까 싶습니다.”


어느 정도는 듣기 좋게 표현한 말이겠지만, 아시리아군을 관찰한 그의 눈은 정확했다. 아시리아와 싸우려는 생각을 포기하게 만든다면 성공이었다.


“타발에 새로운 왕이 즉위하면 그에게 아시리아와 어떻게 지내라고 조언하겠는가?”


훌리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타발은 평지에 위치해서 사방의 어디로부터도 쉽게 공격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자원은 부족해서 직물과 금속과 목재를 사들여야 합니다. 티그리스 강을 따라서 아시리아와 교역을 하면 더욱 용이하게 백성들을 삶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아시리아와 군사동맹을 맺으면 외적의 침입에도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아시리아를 그저 물리치려 하지 마시고 그들과 교류하며 아시리아의 부와 군대를 이용하시라고 왕께 간할 것입니다.”


필레세르3세는 그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나서 다시 물었다.

“그렇군. 그렇다면 나에게는 뭐라고 조언해주고 싶나?”


계속되는 어려운 질문에도 훌리는 평소에도 생각하고 있었던 듯 막힘없이 말했다.

“어느 왕이나 넓은 영토를 갖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영토를 넓히더라도 백성들이 따르지 않으면 오래 가지 못합니다. 히타이트 제국이 융성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영토를 넓혔기 때문이 아니라 정복한 지역의 백성들을 존중하고 동등하게 대우했기 때문입니다. 아시리아가 그렇게만 해 주신디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훌리의 생각을 확인한 필레세르3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그대가 타발의 왕이 되어서 그렇게 해 볼 생각은 없는가?”


갑작스런 제안에 훌리는 펄쩍 뛰며 사양했다.

“저는 평민 신분에 재상이 된 것만 해도 과분합니다. 왕족 가운데서 새로운 왕이 나오는 것이 민심의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게다가 와수르메 왕의 부왕이신 트와티2세께서 저를 재상으로 발탁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찌 은혜를 배반하고 그 아들로부터 왕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겠습니까.”


왕은 그가 그런 대답을 할 줄 알았다는 듯이 선택을 강요했다.

“타발의 백성들은 그대와 같이 현명한 지도자가 필요해. 와수르메에 대한 신의와 백성에 대한 신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면 어느 쪽을 택할 셈인가?”


훌리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왕은 더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비밀을 알려주었다.

“지금 왕족들이 나를 찾아와서 서로 왕을 시켜달라고 난리요. 그들이 왕이 되면,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와수르메를 그냥 놔둘까? 반드시 누명을 씌워 죽이겠지. 그러니 와수르메의 목숨을 살리려면 그대가 왕이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오.”


훌리는 왕의 말에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왕이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데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타발과 저에게 이렇게 깊은 생각으로 배려를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허나, 저는 평민 출신이고, 신하로서 나라를 위해서 봉사하는 것이 제 본분입니다. 왕을 바꾸시려면 아직 어린 왕족 중에서 선택하시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입니다.”


훌리는 예의상 사양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왕이 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필레세르3세는 훌리의 말에 술잔을 만지작거리다가 단숨에 들이켰다.


“나 역시 평민 출신인데, 나도 왕족이 아니니 왕이 되지 말았어야 했군.”


왕의 말에 그는 자신의 실언을 깨닫고 멈칫했다. 자신의 말은 필레세르3세의 정통성을 부정해버린 꼴이었다.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것이 아닙니다.”


왕은 씁쓸하게 말했다.

“아닌 건 알고 있소. 내가 왜 왕이 되었는지 그 마음을 이해해달라는 거였소.”


그는 왕의 말에 가슴 한 켠이 찌르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필레세르3세가 왕이 되기까지 지금 자신이 하는 고민을 모두 했을 것이고,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그대로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 왕이 되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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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이슈타르 18.12.28 370 7 12쪽
117 부하루 전투 18.12.27 360 6 12쪽
116 아라미안 기병 18.12.26 448 7 13쪽
115 흑마법 18.12.25 411 6 12쪽
114 라바시 18.12.24 341 7 13쪽
113 발라단 18.12.23 427 7 12쪽
112 재회 18.12.22 444 7 12쪽
111 무킨제리 18.12.21 473 6 12쪽
110 바빌로니아 18.12.20 422 6 12쪽
109 예언 18.12.19 432 6 12쪽
108 이스라엘 전쟁의 종전 18.12.18 475 7 13쪽
107 호세아 18.12.17 46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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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산사태 18.12.15 464 6 12쪽
104 나바투 18.12.14 46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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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강제 이주 +1 18.12.10 461 7 12쪽
99 갈릴리 18.12.09 478 6 12쪽
98 피앙키 18.12.08 488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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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공성탑 18.12.03 422 6 12쪽
92 다마스쿠스 18.12.02 506 6 12쪽
91 출정 18.12.01 50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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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반 아시리아 연합 18.11.29 49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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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조공 18.11.27 504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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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왕의 길 18.10.24 753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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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바다 18.10.09 810 23 12쪽
37 킬리키아 +1 18.10.08 817 20 11쪽
36 주술 18.10.07 873 23 13쪽
35 면세폐지 18.10.06 895 21 14쪽
34 재정개혁 18.10.05 1,035 23 12쪽
33 일식 18.10.04 945 28 13쪽
32 마이더스 18.10.03 937 22 14쪽
31 프리기아 18.10.02 1,018 21 14쪽
30 즉위식 18.10.01 1,051 24 12쪽
» 훌리 18.09.30 1,044 22 16쪽
28 와수르메 18.09.29 1,019 20 12쪽
27 타발 18.09.28 1,108 25 12쪽
26 공성기 18.09.27 1,091 23 12쪽
25 콤마게네 18.09.26 1,101 27 13쪽
24 18.09.25 1,217 28 13쪽
23 기우제 18.09.24 1,196 28 12쪽
22 18.09.23 1,268 29 14쪽
21 개선식 +1 18.09.22 1,309 34 14쪽
20 전투 18.09.21 1,357 32 12쪽
19 18.09.20 1,359 28 13쪽
18 메디아 18.09.19 1,450 29 12쪽
17 전차 18.09.18 1,490 31 13쪽
16 재건 18.09.17 1,549 34 12쪽
15 복구 +1 18.09.14 1,547 29 13쪽
14 해일 18.09.13 1,606 30 11쪽
13 지진 18.09.12 1,631 31 11쪽
12 티그리스 강 18.09.11 1,771 31 12쪽
11 신전 +2 18.09.10 1,908 38 13쪽
10 아르밧 공략 18.09.07 1,946 42 12쪽
9 공기 기둥 18.09.05 1,986 39 11쪽
8 신관 테프누트 18.09.03 2,020 39 11쪽
7 필레세르3세 18.08.31 2,044 42 11쪽
6 수도 니무르드 +1 18.08.29 2,201 39 12쪽
5 오아시스 +4 18.08.27 2,275 41 12쪽
4 여행 +1 18.08.24 2,551 43 11쪽
3 상인 아쉬쿠르 +2 18.08.22 2,957 48 11쪽
2 레아 +1 18.08.20 4,014 51 13쪽
1 새벽 +3 18.08.18 7,304 5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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