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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님의 서재입니다.

하수구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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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작품등록일 :
2012.04.14 13:35
최근연재일 :
2012.04.14 13:35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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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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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8,406

작성
11.09.27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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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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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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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하수구 정령사(가제) - 33

DUMMY

뚜걱뚜걱!


말발굽 소리가 조용한 길에 들려왔다. 하인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힘없이 나아가는 말들을 보며 말했다.


"말을 바꿔야겠다. 잠을 못재웠더니 힘이 없어"


"근처에 마을이 있을테니 들러서 곧장 갑시다"


잠에서 깨어나 칼츠가 말했다.


"가서 여분 식량이랑 지도도 구하고 곧장 가자. 지금도 공작가가 추격하고 있을거다"


마을은 멀리 있지 않았다. 산 고개를 넘으니 마을이 보였다. 그들은 곧장 입구로 다가갔다. 마부는 칼츠로 바뀌었다. 피곤하다며 마차 안으로 들어간 하인스 때문이었다.


"정지!"


마을은 병사 대신 자경단이 지키고 있었다.


"무슨 용무로 오셨소?"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했소. 치료를 받기 위해 제국으로 가고 있지"


칼츠는 이럴때를 대비해 이야기를 꾸몄다.


"음. 신분증을 보여주시오"


자경단원이 마차를 돌아 천을 걷으며 말했다.


"잠시 마차 안을 좀 수색하겠..윽!"


천을 걷던 그가 얼굴을 찡그리며 코를 움켜쥐었다. 말똥 냄새는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안에는 아이 한명과 죽은 듯 누워있는 두 사람. 그리고 허리는 구부정하고 후드를 걸친 자가 보였다.


"모두 환자요?"


자경단원의 눈에는 마차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어딘가 빠진듯한 모습으로 비춰보였다.


"그렇소"


칼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분증을 꼼꼼히 검사하던 자경단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통과!"


칼츠의 신분은 용병이었다. 일행은 무사히 마을 안으로 진입했다. 하인스가 마차 안에서 낮게 속삭였다.


"말부터 바꿔라"


"알겠습니다"


마시장은 입구에서 가까웠다. 칼츠는 상인과 흥정을 대충하고 말을 교체했다.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튼실한게 긴 여정도 끄덕없이 견뎌 줄 듯 했다.


"지도를 사오마"


하인스가 흥정하는 사이 자일과 함께 마차 밖으로 나섰다. 그는 여전히 후드를 깊게 눌러 쓰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의심하는 기색없이 하인스를 스쳐지나갔다.


그는 상점에 들러 지도와 식량을 포대에 담았다. 자일은 오랜만의 사람 구경이 신기한듯 여기저기 둘러봤다. 그때, 자일이 하인스의 바지를 잡아당겼다.


"할아버지. 저기 좀 봐요"


"왜 그러냐?"


하인스가 고개를 돌려 자일이 가리킨 방향을 쳐다봤다. 마을 광장 한 가운데에 세워진 기둥에 벽보가 붙어있었는데 거기에 그려진 그림이 하인스와 판박이였다.


"할아버지랑 똑같이 생겼어요"


자일이 소곤거리며 말했다. 눈치가 빨라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을 직감했다. 하인스가 자일의 손을 잡았다. 잡은 손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자일이 하인스를 쳐다봤다.


"어서 가자"


하인스가 애써 침착하게 말하곤 마시장으로 돌아갔다. 고리가 채워지고 고삐를 맨 말을 점검하던 칼츠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두 사람을 보며 물었다.


"물건은 다 구입했습니까?"


"어서 가자!"


하인스가 칼츠의 말을 끊고 마차에 올라탔다.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칼츠는 얼른 대금을 치루고 마부석에 올랐다.


"무슨 일입니까?"


마을을 벗어나 칼츠가 묻자 하인스가 씁쓸하게 말했다.


"내 얼굴이 벽보에 붙어있더군. 현상금이 걸렸다"


"정말입니까?"


칼츠의 눈이 커졌다. 하인스가 재촉했다.


"내가 말했잖아. 공작가의 저력을 무시하면 안된다고. 하루도 안되어 전역에 내 얼굴이 깔린걸 봐라. 놈들은 작정하고 왕국 전체를 이잡듯이 뒤질거야"


"얼른 갑시다!"


칼츠가 채찍을 빠르게 쳤다. 긴 울음을 낸 말들이 대로를 빠르게 질주했다.





산 속의 공터에 오십 여명 가량의 사내들이 모닥불에 둘러앉아 있었다. 가운데에는 커다란 멧돼지가 바싹 익혀 있었고 한 손엔 맥주를 그리고 다른 손엔 멧돼지 고기를 쥔채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그런 그들 사이로 날렵하게 생긴자가 종이를 흔들며 달려왔다.


"대장! 건수 하나 물어왔습니다!"


"어디 보자!"


사내들 중 턱섭부리의 거한이 몸을 일으켰다. 체구가 워낙 장대해 마치 커다란 곰이 기지개를 켜는 듯 했다.


"음!"


막내가 물어 온 전단에 적힌 현상금을 보자 절로 만족스러웠다.


"카스트로 공작의 수배령이라고?"


"예. 오늘 아침 나절에 붙은 것으로 보아 그 수배범은 아직 이 지방에 있는 것 같습니다"


"좋아!"


거한이 호기롭게 외쳤다. 그가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일할 시간이다!"


"돈을 벌 시간이다!"


여기저기 고함이 터져나왔다. 짐승 가죽으로 엮은듯한 허름한 차림새로 어슬렁거리던 자들이 거한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건수가 들어왔다. 이름은 하인스. 카스트로 공작령의 미슐랭 도시 출생으로 나이는 50대 후반이고 생김새는 대략 이렇게 생겼다"


거한이 전단에 그려진 그림을 펼쳐 보여주었다. 바짝 마른 매부리코 노인의 얼굴이 그들의 눈에 각인되었다.


"현상금은 10만 골드다. 이 만한 수배금이면 평생 놀고먹고 살아도 된다"


거한의 눈빛에 탐욕이 스쳤다.


"수배범은 우리가 차지한다!"


"좋아!"


"가자!"


부하들이 힘차게 외쳤다. 거한이 휘파람을 불었다. 조용하던 숲 속이 부스럭 거리더니 말들이 몰려왔다. 그는 말에 올라타며 소리쳤다.


"출진이다!"


"와아아!"


토든 왕국의 현상금 사냥꾼들이 가르투스 공작령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토든 왕국과 접경을 이루는 루딘 제국령의 변경백.


무스리히 백작은 집무실에 서류를 검토하다 노크소리와 함께 들어선 장자 메테르니를 보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쳐다봤다.


"이 시간에 왠 일이냐?"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악동스러운 표정을 진 메테르니가 양피지를 무스리히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치료사가 뭘 어쨋길래 카르고마 공작의 분노를 산거지?"


양피지에 적힌 내용을 읽은 무스리히 백작이 호기심을 드러냈다. 메테르니도 눈을 빛냈다.


"이 수배지는 오늘 아침경부터 일어났다고 합니다. 사건의 발원지는 미슐랭인데 지금 그 곳은 병사들이 통제하고 있어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는군요"


"얼마 되지 않았군"


그가 양피지에 적힌 숫자를 가리켰다.


"현상금이 너무 많아. 이 치료사가 공작의 아끼는 개를 죽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카르고마 공작에겐 그 치료사의 신변 확보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스리히 백작이 곰곰히 생각했다. 아침경에 수배 전단지가 돌려졌다면 전날 하인스라는 치료사가 무슨 일이든 저질렀을 것이다.


"이거 자꾸 궁금해지는데?"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법한데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궁금증은 긁어도 긁어도 지워지지 않았다.


"이 치료사가 공작의 입김을 피할 곳은 오직 한 군데 뿐입니다"


코드레이 제국과 토든 왕국은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은 동맹국이다. 당연히 카르고마 공작의 영향이 코드레이 까지 미쳐 있었다.


하인스라는 치료사가 조금만 생각이 있다면 도망 칠 곳은 한 군데 밖에 없다.


루딘 제국! 그리고 바로 영지가 맞닿는 무스리히 변경백으로 향할 것이다.


"직접 물어봐야겠다"


무스리히 백작이 결정을 내렸다. 메테르니가 물었다.


"누굴 데리고 갈까요?"


"인원을 많이 책정하면 시선을 끌거야. 실력이 뛰어난 자로 추스려서 몰래 토든으로 잠입시켜. 할 수 있으면 이 치료사를 우리 쪽으로 몰래 빼내오고"


"물 먹일 생각이시군요"


즐거운듯 메테르니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무스리히 변경백과 카르고마 공작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철면피같은 카르고마 공작의 얼굴이 일그러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흡족하게 웃은 무스리히 백작은 메테르니를 보내고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뭔가 숨기는게 있어'


그리고 그 비밀은 수배범인 하인스라는 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작가의말

여기까지 연재 완결입니다.

곧 책으로 뵙겠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고로 연재분과 책의 내용은 다소 틀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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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하수구 정령사 1,2권 출간했습니다. +12 12.04.14 2,368 17 1쪽
» 하수구 정령사(가제) - 33 +19 11.09.27 5,628 48 8쪽
32 하수구 정령사(가제) - 32 +10 11.09.26 4,810 44 7쪽
31 하수구 정령사(가제) - 31 +14 11.09.25 5,604 46 8쪽
30 하수구 정령사(가제) - 30 +9 11.09.24 5,254 36 7쪽
29 하수구 정령사(가제) - 29 +15 11.09.23 5,177 46 7쪽
28 하수구 정령사(가제) - 28 +9 11.09.21 5,444 38 7쪽
27 하수구 정령사(가제) - 27 +4 11.09.21 5,196 44 8쪽
26 하수구 정령사(가제) - 26 +4 11.09.21 5,184 47 7쪽
25 하수구 정령사(가제) - 25 +14 11.09.20 5,819 4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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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하수구 정령사(가제) - 23 +6 11.09.20 5,798 40 7쪽
22 하수구 정령사 - 22 +24 11.05.22 8,365 57 9쪽
21 하수구 정령사 - 21 +20 11.05.15 8,561 61 7쪽
20 하수구 정령사 - 20 +32 11.05.08 9,302 62 6쪽
19 하수구 정령사 - 19 +20 11.05.01 9,490 62 8쪽
18 하수구 정령사 - 18 +18 11.04.24 9,560 58 8쪽
17 하수구 정령사 - 17 +29 11.04.17 10,270 6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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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하수구 정령사 - 15 +18 11.04.02 11,181 6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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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하수구 정령사 - 13 +10 11.03.19 11,706 49 8쪽
12 하수구 정령사 - 12 +9 11.02.20 12,021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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