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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님의 서재입니다.

하수구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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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작품등록일 :
2012.04.14 13:35
최근연재일 :
2012.04.14 13:35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36,829
추천수 :
1,754
글자수 :
108,406

작성
11.02.13 20:25
조회
12,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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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글자
6쪽

하수구 정령사 - 11

DUMMY

자일은 사내를 이끌고 거리를 지나치고 있었다. 비오듯 땀을 흘리면서도 걸음을 재촉한다. 사내가 적지않이 감탄했다.


'어린나이에 강단이 제법이구나'


부모한테 한창 응석부릴 어린 나이인데 아픈 내색도 않는다. 사내가 어떤 시선으로 보건 자일은 바지런히 발을 움직였다. 한 걸음 한걸음이 철근보다 무겁고 온 몸이 뜨거웠다.


당장이라도 눈을 감고 편히 쉬고 싶었지만 자일은 가족이 있었다.


'라쉬! 조금만 기다려요'


자일의 걸음이 바빠졌다. 라쉬의 추레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를 볼때마다 자일은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그녀는 자신보다 더 약한 존재였다. 자일은 라쉬를 지켜야한다는 마음가짐에 절로 비장해졌다.


"여기에요"


자일이 쥐어짜듯 말했다. 사내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구석진 골목으로 간다 싶더니 바닥에 얹어진 짚을 치우자 시커먼 구렁텅이가 나타났다.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한 걸음 물러났다.


갖은 악취가 그 구렁텅이에서 흘러나왔다.


"여기가 어디냐?"


사내는 이 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미슐랭의 뒷골목 사람들에게 은연중에 알려진 폐쇠된 하수구에 대해서 몰랐다.


"하수구에요"


자일이 말하며 사내에게 도움을 청했다. 단검과 밧줄을 챙겨 온 사내가 알 수 없는 얼굴로 건네주었다.


"이 걸로 뭘 하려고?"


자일이 이제까지 써왔던 단검과 밧줄과 달리 깨끗한 상태였다. 자일이 밧줄을 허리에 묶었다. 힘이 없어 자꾸만 떨어트리자 사내가 도와주었다.


허리에 묶은 밧줄의 끝자락에 단검을 묶고 그대로 하수구 아래로 몸을 집어넣었다. 사내가 대경실색하며 내려가려는 자일을 잡아끌었다.


"거기를 왜 들어가려고 하냐"


"여기가 내 집이에요"


자일의 말에 사내가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었다. 길거리에 구걸하는 아이들조차 다 쓰러져가는 집구석은 있다. 미슐랭의 외성은 넓어 남는게 땅이었다. 그런데 이 아이는 그런 집조차 없이 냄새나는 하수구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거기서 나와라. 그곳에 하루만 더 있다간 코가 썩어 죽겠다"


사내가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자일의 사정을 모르는 그는 앙헬 패거리를 무서워해서 하수구로 몸을 피한거라고 생각했다. 사내는 성격상 물러날 줄 몰랐다. 자일의 속셈이 마뜩찮았다.


"라쉬 누나가 여기에 있어요"


자일의 얼굴이 땀범벅이었다. 말을 하고 움직이려니 온몸이 쑤셔왔다.


"누나가 있다고?"


사내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물었다. 보기만해도 구역질 나는 냄새 속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 황당했다.


"도와주세요"


자일이 밧줄 한쪽 끝자락을 사내에게 내밀었다. 사내는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밧줄을 움켜쥐었다. 자일이 그의 눈을 뚫어져라 응시하다 이내 하수구 아래로 내려갔다. 사내의 팔뚝에 핏줄이 올라왔다. 힘을 준 것이다.


"깃털을 잡은 것 같군"


자일은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질척한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은자일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았다.


"라쉬누나! 라쉬누나!"


자일이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머리 속이 앵앵 울리며 두통이 몰려왔다. 자일 감기려는 눈을 부릅뜨고 라쉬를 찾았다. 예민한 자일의 귓가에 가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라쉬!"


자일은 하수구 구석진 곳에 쓰러져 신음하는 라쉬를 발견했다. 그녀가 가는 숨을 내쉬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아팠던 기색이 온데간데 사라지고 다급하게 그녀에게 달려간 자일이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라쉬누나!"


자일이 그녀를 세차게 흔들었다. 작은 몸에서 어찌 그런힘이 나오는지 그녀의 머리가 덜렁덜렁 흔들거렸다. 가는 숨을 몰아쉬던 라쉬가 눈을 부르르 떨었다. 힘없이 올라오는 눈꺼풀 위로 벗겨진 머리에서 진물이 흘러내렸다.


"....자...일..."


그녀의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얼굴은 창백했다. 자일이 소리쳤다.


"누나! 정신차려요! 죽으면 안되요!"


"...난 이미..."


포기한걸까. 희미하게 뜬 눈꺼풀이 점점 닫히려고 한다. 자일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안돼! 제발 죽지마요!"


"무슨 일이냐!"


비명소리가 밖에까지 들린듯 사내가 하수구 밖에서 소리쳤다.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음성에 자일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누나가 쓰러졌어요! 살려야해요!"


"밧줄로 묶어서 꺼내거라. 내가 당겨주마"


"알겠어요"


자일은 밧줄을 풀고 그녀의 허리에 칭칭 감아주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힘이 없어 툭툭 떨어트리는 것과는 달리 억센 손길이 느껴졌다.


"가요!"


자일이 그녀를 끌고 하수구 밖으로 빠져나왔다. 사내가 하수구에서 빠져나온 라쉬의 몰골을 보고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헉! 이게 뭐야!"


"라쉬 누나에요. 제발 도와주세요!"


자일이 애절한 얼굴로 말했다. 라쉬는 이미 정신을 잃어 숨조차 미미하게 느껴졌다. 정신을 차린 사내는 라쉬의 상태가 위급함을 깨닫고 상의를 벗어 그녀의 전신을 가려주었다. 그러면서 들처업었는데 자일이 초조하게 그 것을 지켜보았다.


"어서 가자!"


사내가 외쳤다. 흉물스럽다는 생각보다 자일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간절함에 자신도 모르게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일이 달려가는 사내의 등을 쫓으며 엉엉 울었다. 너무 가슴이 아프고 슬펐다.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누나 죽으면 안돼!"


자일이 눈물바람을 뿌리며 앙상한 다리를 움직였다. 자일의 앞으로 사내가 빈민촌과 약간 떨어진 판잣집에 문도 두드리지 않고 들어갔다. 안에서 노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자일은 부들부들 떨며 간신히 사내가 도착한 집에 도착했다.


"이 녀석아! 뜨거운 물이나 준비해라!"


"알았소"


평소라면 틱틱 거렸을 사내가 고분고분했다. 그만큼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자일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들을 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천근만근으로 무거워진 눈꺼풀은 일어날 줄 몰랐다.


'라쉬 누나! 꼭 살아야해요'


자일은 간절히 기도하며 정신을 잃었다. 혹사당한 아이의 육체가 쓰러진 뒤에도 잔경련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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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하수구 정령사 1,2권 출간했습니다. +12 12.04.14 2,362 17 1쪽
33 하수구 정령사(가제) - 33 +19 11.09.27 5,623 48 8쪽
32 하수구 정령사(가제) - 32 +10 11.09.26 4,808 44 7쪽
31 하수구 정령사(가제) - 31 +14 11.09.25 5,600 46 8쪽
30 하수구 정령사(가제) - 30 +9 11.09.24 5,252 36 7쪽
29 하수구 정령사(가제) - 29 +15 11.09.23 5,172 46 7쪽
28 하수구 정령사(가제) - 28 +9 11.09.21 5,441 38 7쪽
27 하수구 정령사(가제) - 27 +4 11.09.21 5,191 44 8쪽
26 하수구 정령사(가제) - 26 +4 11.09.21 5,181 47 7쪽
25 하수구 정령사(가제) - 25 +14 11.09.20 5,817 41 7쪽
24 하수구 정령사(가제) - 24 +3 11.09.20 5,417 42 7쪽
23 하수구 정령사(가제) - 23 +6 11.09.20 5,794 40 7쪽
22 하수구 정령사 - 22 +24 11.05.22 8,361 57 9쪽
21 하수구 정령사 - 21 +20 11.05.15 8,554 61 7쪽
20 하수구 정령사 - 20 +32 11.05.08 9,297 62 6쪽
19 하수구 정령사 - 19 +20 11.05.01 9,486 62 8쪽
18 하수구 정령사 - 18 +18 11.04.24 9,557 58 8쪽
17 하수구 정령사 - 17 +29 11.04.17 10,266 62 10쪽
16 하수구 정령사 - 16 +12 11.04.09 11,190 55 7쪽
15 하수구 정령사 - 15 +18 11.04.02 11,175 63 8쪽
14 하수구 정령사 - 14 +11 11.03.27 11,315 54 9쪽
13 하수구 정령사 - 13 +10 11.03.19 11,700 49 8쪽
12 하수구 정령사 - 12 +9 11.02.20 12,018 49 9쪽
» 하수구 정령사 - 11 +7 11.02.13 12,089 54 6쪽
10 하수구 정령사 - 10 +7 11.02.10 12,356 58 6쪽
9 하수구 정령사 - 9 +7 11.02.10 12,206 51 7쪽
8 하수구 정령사 - 8 +7 11.02.10 12,513 57 9쪽
7 하수구 정령사 - 7 +6 11.02.10 12,666 56 6쪽
6 하수구 정령사 - 6 +5 11.02.10 12,721 6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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