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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님의 서재입니다.

하수구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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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작품등록일 :
2012.04.14 13:35
최근연재일 :
2012.04.14 13:35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36,833
추천수 :
1,754
글자수 :
108,406

작성
11.05.15 01:50
조회
8,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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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글자
7쪽

하수구 정령사 - 21

DUMMY

고즈넉한 달빛이 세상을 비췄다. 그러다 이내 시커먼 구름이 슬금슬금 지나가자 다시 사방은 깜깜해졌다. 그때, 어둠을 뚫고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자일, 가다가 수상쩍은 움직임이 보이면 즉각 내게 알려야한다"


어둠 사이에서 자일의 귀에 들리는 낯익은 목소리는 칼츠였다.


"알겠어요"


"가다가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내 뒤를 잘 달라붙어라"


만드라고라의 기운은 칼츠의 전신에 가득 퍼져 마나홀이 복구되는 것과 동시에 충만한 마나를 얻게 해주었다. 칼츠는 마치 대낮을 걷는 것과 같아 어둠이 내려앉은 빈민가를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알겠어요"


자일은 어둠에 익숙했다. 칼츠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두운 길을 무리없이 빠져나갔다. 그 뒤로 칼츠가 싫어하는 렉스와 새끼들이 부지런히 뒤따랐다.


찌직!


어둠이 반가운듯 렉스가 수염을 부르르 떨었다. 자일이 재빨리 뒤돌아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쉬잇! 조용히 해야돼"


그 말에 렉스가 울음을 멈췄다. 자일은 흐뭇하게 웃으며 칼츠가 끄는 수레를 조용히 뒤따랐다.


하인츠의 행동은 재빨랐다. 궤짝에 든 금화를 수북히 챙긴 그는 곧장 마시장으로 향했고 약속된 장소에 마차를 끌고 나타날 것이다. 칼츠는 렉스와 새끼들의 거처였던 수레를 다시 원래대로 복구하고 자일의 스승인 레논의 시체와 죽은 듯 자고 있는 라쉬. 그리고 궤짝을 실어 빈민가 깊숙히 자리하고 있는 구덩이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혹시라도 움직이는게 보이면 재깍 알려야한다"


여전히 불안한지 칼츠가 계속 자일에게 속삭였다. 수레를 끄는 그의 움직임은 조심스러웠다. 자일은 바닥을 보았다. 질척한 흙내음이 느껴졌다. 무거운 궤짝을 실은 수레의 바퀴가 흙자국을 남기며 나아가고 있었다.


"칼츠 아저씨. 수레바퀴가 땅을 계속 파고 있어요"


"무거워서 그래. 그리고 나 아저씨 아니라니까"


긴장한 와중에도 할 말은 하는 칼츠였다. 움막같이 초라한 집사이를 지나치는데 주위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빈민들은 하루 반나절을 노역으로 하루를 먹고 살아간다. 몸이 고단하니 잠에 푹 빠져 조용한 것도 이해할만했다.


하지만 야심한 밤에 활동하는 빈민들도 있었다. 그들은 빈민이 아닌 패거리들이었다. 칼츠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육체적 고단함보다 긴장이 그를 휘감았기 때문이다.


'느낌이 좋지 않은데...'


칼츠의 불안한 예견은 맞아 떨어졌다. 꽤나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그런 칼츠를 조용히 쫓는 이들이 있었다.


"움직이고 있습니다. 경로를 볼때, 빈민들이 파놓은 구덩이로 가는뎁쇼?"


오후에 보았던 돼지처럼 뚱뚱한 사내. 마일드는 수레바퀴가 길게 판 흙자국을 가리키며 앙헬에게 말했다.


"그렇단 말이지? 이 놈들이 한밤중에 수레를 끌고 성 밖으로 나가려고 한단 말이지?"


앙헬은 부하를 시켜 앙헬의 집 주위를 감시하라 일렀다. 부하들은 칼츠가 수레를 끌고 어디론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앙헬에게 알렸다.


앙헬은 그 즉시 부하들을 소집했다. 순식간에 20명이 넘는 패거리들이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놈이 왜 한밤중에. 그것도 빈민들이 파놓은 구덩이로 가려는걸까?"


앙헬이 자문하듯 중얼거렸다. 의심이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아까 보았던 수레에 뭔가 든게 분명합니다"


마일드의 확신에 앙헬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 사람들의 눈에 띄면 안되는 아주 귀한걸꺼야"


"지금 바로 처리하죠?"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는 사내. 막스가 날카롭게 벼린 단검을 들어올렸다. 어둠 속에서도 단검을 던지면 백발백중으로 목표를 맞출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사람들이 깨면 곤란하니 좀 더 조용한 곳까지 들어가면 그때, 처리하자"


막스를 달랜 앙헬이 음험한 눈동자를 빛내며 칼츠를 추격했다. 그 뒤로 20명의 사내들이 은밀히 쫓았다.


찌직!


자일과 칼츠를 쫓는 앙헬의 존재를 눈치챈건 렉스였다. 렉스는 자일이 생각한 것보다 더 영활했다. 렉스는 흙바닥에 코를 킁킁거렸다. 수많은 냄새들이 렉스의 코끝을 거치다가 앙헬을 비롯한 패거리들의 땀내음이 스쳤다. 렉스의 사이한 붉은 눈이 진해졌다.


"응? 무슨 일이야 렉스?"


자일과 렉스의 유대감은 깊었다. 렉스가 어둠을 빤히 주시하자 미세한 변화를 눈치챈 자일도 고개를 돌렸다. 자일은 눈을 감고 흙바닥에 귀를 가져다댔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선 시각보다는 청각과 후각에 의지하는 것이 낳았다.


"누군가 오고 있어!"


제법 먼거리였으나 여러 사람의 발자국 소리까지 감출 순 없었다. 눈을 빛낸 자일이 칼츠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이 오고 있어요"


"뭐? 이 시각에?"


"네! 그것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어요"


"뭐? 누구지? 공작가에 들킨건가?"


그때, 앞의 변화를 눈치챈 앙헬은 주저없이 내달렸다. 타닥거리는 발소리가 길어질수록 칼츠의 얼굴은 당황으로 일그러졌다.


"엇!"


뒤돌아 전방을 주시하던 칼츠의 눈이 커져 있었다. 음험한 미소를 흘리며 살기를 풍기는 사내. 앙헬이었다.


"네가 여기엔 어떻게!"


"이봐 칼츠. 자넨 아직 내 패거리 밑의 부하야. 리더에게 말을 함부로 하면 못쓰지"


앙헬이 친근한 미소를 지었다. 앙헬의 뒤로 부하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야심한 밤 중에 어딜가시나?"


이까지 훤히 드러내며 묻는데 칼츠가 코웃음을 쳤다.


"쫓는 이들이 누군가 했더니. 그나마 네 놈이라 다행이다. 언젠가 손봐주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 발로 죽을 길을 찾아왔구나"


"이봐, 난 네 리더라니까"


"그 깟 허접스레기 놈들이나 모여있는 패거리 따위 관둔지 오래다. 내게서 리더 대접받을 생각보다 죽을 걱정이나 하시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군. 혼자서 뭘 할 수 있다는거야? 첫날부터 시시껄렁한 놈이라 뒷조사 좀 해봤는데 제법 유명하더군. 하지만 그 위세를 지금도 유지할 수 있을까? 예전 같지 않은 네 놈의 몸뚱이로 뭘 할 수 있는데?"


앙헬이 비릿하게 웃으며 한껏 조롱하는데 칼츠가 자일을 당겨 등 뒤로 오게 한뒤 빠르게 속삭였다.


"자일 숨어 있어라. 내가 나오라고 할때까지 절대 나오면 안된다"


"저도 도울게요"


자일이 입술을 앙다물고 고집스럽게 말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헛헛하게 웃었을 칼츠의 눈이 엄해졌다.


"쓸데없는 소리 말아라. 고작 7살밖에 되지 않은 네가 뭘 할 수 있을라고. 나만 믿고 숨어 있어라"


"알겠어요"


"자일. 잘 보아라. 지금부터 보여줄 모습은 내가 이제까지 감춰온 내 진실된 모습이다"


칼츠가 성큼 한 발을 내딛었다. 칼츠는 비열한 앙헬을 기필코 죽일 생각이었다. 자일은 칼츠가 제발 무사하길 기도하며 수레 뒤로 숨어 초조하게 지켜보았다.


심해처럼 조여오는 긴장감이 사위를 휘감았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초보 글쟁이 고샅입니다.
언제나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간 연재라 참 연재해놓고도 죄송스럽습니다.
이럴거면 나중에 포풍처럼 연재할 걸 그랬나봐요.
다음에 차기작을 내놓을때는 충분히 준비하고 연재해야겠습니다.
물론 차기작을 쓸 기회가 된다면요...처음이자 마지막이란 각오로 임하며 독자분들께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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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하수구 정령사 1,2권 출간했습니다. +12 12.04.14 2,362 17 1쪽
33 하수구 정령사(가제) - 33 +19 11.09.27 5,623 48 8쪽
32 하수구 정령사(가제) - 32 +10 11.09.26 4,808 44 7쪽
31 하수구 정령사(가제) - 31 +14 11.09.25 5,600 46 8쪽
30 하수구 정령사(가제) - 30 +9 11.09.24 5,252 36 7쪽
29 하수구 정령사(가제) - 29 +15 11.09.23 5,172 46 7쪽
28 하수구 정령사(가제) - 28 +9 11.09.21 5,441 38 7쪽
27 하수구 정령사(가제) - 27 +4 11.09.21 5,191 44 8쪽
26 하수구 정령사(가제) - 26 +4 11.09.21 5,181 47 7쪽
25 하수구 정령사(가제) - 25 +14 11.09.20 5,817 41 7쪽
24 하수구 정령사(가제) - 24 +3 11.09.20 5,417 42 7쪽
23 하수구 정령사(가제) - 23 +6 11.09.20 5,794 40 7쪽
22 하수구 정령사 - 22 +24 11.05.22 8,361 57 9쪽
» 하수구 정령사 - 21 +20 11.05.15 8,555 61 7쪽
20 하수구 정령사 - 20 +32 11.05.08 9,297 62 6쪽
19 하수구 정령사 - 19 +20 11.05.01 9,486 62 8쪽
18 하수구 정령사 - 18 +18 11.04.24 9,557 58 8쪽
17 하수구 정령사 - 17 +29 11.04.17 10,266 62 10쪽
16 하수구 정령사 - 16 +12 11.04.09 11,190 55 7쪽
15 하수구 정령사 - 15 +18 11.04.02 11,175 63 8쪽
14 하수구 정령사 - 14 +11 11.03.27 11,315 54 9쪽
13 하수구 정령사 - 13 +10 11.03.19 11,700 49 8쪽
12 하수구 정령사 - 12 +9 11.02.20 12,018 49 9쪽
11 하수구 정령사 - 11 +7 11.02.13 12,089 54 6쪽
10 하수구 정령사 - 10 +7 11.02.10 12,356 58 6쪽
9 하수구 정령사 - 9 +7 11.02.10 12,206 51 7쪽
8 하수구 정령사 - 8 +7 11.02.10 12,513 57 9쪽
7 하수구 정령사 - 7 +6 11.02.10 12,666 56 6쪽
6 하수구 정령사 - 6 +5 11.02.10 12,721 6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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