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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님의 서재입니다.

하수구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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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작품등록일 :
2012.04.14 13:35
최근연재일 :
2012.04.14 13:35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36,963
추천수 :
1,754
글자수 :
108,406

작성
11.05.08 13:01
조회
9,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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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글자
6쪽

하수구 정령사 - 20

DUMMY

어느덧 밤이 찾아왔다. 미슐랭의 외곽지역에 어둠이 가라앉자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만큼 어두웠다. 이 근방에 멋모르고 여행자들이 돌아다녔다간 주인없는 칼에 비명횡사하기 일쑤라 아무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치안이 험악했다.


"자일, 이리 와봐라"


칼츠가 여전히 문 밖에서 렉스와 새끼등과 노는 자일을 불렀다. 자일이 칼츠를 따라 문 안에 들어가자 렉스등이 아쉬워서인지 닫힌 문을 벅벅 긁었다.


"저 놈들이..."


칼츠가 이를 갈았다.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 문짝이라도 뜯어지면 렉스를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자일, 너 올해 몇살이냐?"


"7살이요"


자일이 낭랑하게 말했다. 오늘 하루는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예전의 침울한 기색은 온데간데 없었다.


"너 아직 정령술을 익히지 않았지?"


"그런데요"


"정령술을 운용하는 마나연공법은 배웠겠지?"


"배웠어요"


"오늘 한번 그 마나연공법을 해보자"


칼츠가 결심하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칼츠는 자일을 이끌고 라쉬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하인츠가 탐탁치 않은 얼굴로 자일을 내려보고 있었다.


"정말 이 꼬맹이가 정령술을 배웠다고?"


"자일이 직접 말했소"


"보지 않고서는 믿지 못하겠는데?"


"일단 네 스승님께 배웠다는 마나연공법을 해보거라"


칼츠가 자일을 보며 말했다. 자일이 바닥에 주저앉아 가부좌를 틀고 두 손을 안으로 당겨 마나홀이 있는 배꼽 아래에 손을 말았다. 자세는 칼츠와 미묘하게 달랐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슷해보였다.


"어? 자세는 그럴듯 하군"


자일의 귀에 하인츠의 목소리가 점점 사라졌다. 자일은 정령술을 익히고 더 나아가 마나연공을 대성하려면 자신의 존재를 잊고 저 하늘을 가득 메우는 우주의 삼라만상에 따르라고 배웠다.


자일은 서서히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눈을 감았지만 자일은 눈을 뜨고 있었다. 하인츠의 거처를 떠난 자일이 허공에 올라 부드럽게 세상을 유영하기 시작했다.


밤하늘처럼 푸르른 은하수 아래에서 바람이 되어보기도 하고 땅이 되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따듯한 불빛이 되었고 어느순간 시원한 시냇물에 떠다니는 물방울이 되기도 했다.


자일은 그 모든 순간 하나하나가 신나고 즐거웠다. 밝은 자일의 가슴에 그 모든 세상이 담겼다.


그리고 때가 되었다는 듯 자일은 정신을 일깨웠다.


"느꼈냐?"


자일이 눈을 뜨자마자 칼츠가 대뜸 물었다. 자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요?"


"마나 말이야. 마나. 너 방금 마나연공법을 하지 않았냐?"


"아, 맞다. 마나 연공"


"마나를 느꼈어? 안느꼈어?"


"못느꼈어요"


자일이 시무룩한 얼굴로 대답했다. 칼츠는 괜찮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뭘 그런걸 가지고 실망하고 그러냐. 첫 술에 배부른 사람이 없다고 오히려 네가 마나연공법을 익히자마자 마나를 느꼈다는게 더 이상한거야"


칼츠는 자일을 위로하면서 하인츠를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 탓이다.


"마나를 느끼고 몸에 축적하면 시술을 하도록 하는게 좋겠소"


"뭐, 믿기지는 않겠지만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라. 그나저나 저 궤짝에 든 금화는 어찌 할 생각이냐?"


하인츠가 문 밖으로 천천히 나가면서 궤짝이 든 방으로 들어갔다. 칼츠와 자일이 뒤따르면서 곰곰히 생각했다.


"내가 볼땐 이건 귀족의 것이오. 그냥 귀족도 아니고 이 미슐랭을 다스리는 카스트로 공작의 것인게 분명하오"


칼츠는 치료를 받으면서 생각한 결과 결론을 도출했는데 아무리 짐작해봐도 누군가 숨겨놓은 보물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만한 재물을 거둬들일만한 자는 단 한명 밖에 없었다.


근래에 떠들썩한 소문을 끌고다니는 카스트로 공작!


"내 생각도 그래"


칼츠는 자신의 짐작을 하인츠에게 말해주자 그도 맞장구를 쳤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하느냐 인데..."


"뭘 어째? 꿀꺽 삼켜야지. 설마하니 훔쳤다가 되돌려주면 공작이 얼씨구나 좋다 하고 웃으면서 받아줄 것 같으냐? 네 짓이라는게 발각되면 나는 물론이고 이 방안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죽을거다"


하인츠가 냉랭하게 말했다. 자일은 죽는다는 말에 금방 겁을 먹고 몸을 움츠렸다.


"어떻게 하면 좋겠소?"


칼츠가 자문을 구하듯 하인츠에게 질문했다. 하인츠가 두고볼 것도 없다는 듯이 딱 잘라 말했다.


"여길 떠나야한다. 그것도 아주 멀리. 공작의 입김이 닿지 않는 제국으로 떠나는게 좋겠다"


"발각되자마자 성 밖을 떠난 자들을 쫓을게 분명한데"


"그러면 입 싹 닦고 모른척 하자고? 이 어리석은 놈아. 말이 될 법한 소리를 해라. 카스트로 공작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데. 제 집에 도둑이 숨어있는걸 모를 줄 아냐? 사람들의 말마따라 왕국을 거머쥐려는 사람이다. 너는 이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아직도 모르겠냐? 공작은 정말로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어. 얼마전에 병사들이 내게 찾아와서 공작가에서 치료사로 일해달라고 하더라. 평상시에는 무관심한 자들이 시국이 어수선할때 나 같은 치료사들을 징집하려고 하겠냐. 전쟁은 반드시 일어난다. 그 전에 몸을 빼야 그나마 살 희망이 생길거야"


하인츠는 미슐랭의 외곽에서 주로 빈민들의 병을 고쳐주는 치료사였지만 실력은 제법 유명해서 근방에 모르는 이가 없었다. 덕분에 병사들은 수소문해 하인츠를 찾아와 공작가로 들어오라는 회유아닌 협박을 받았었다.


"도망쳐야 산다"


하인츠의 마지막 말이 비수처럼 칼츠의 가슴을 찔렀다.


"어떻게?"


칼츠가 눈을 굴리며 물었다. 하인츠가 비릿한 미소를 띄웠다.


"너는 모르겠지만 빈민들은 얄팍한데가 있어서 징집이 떨어지기 전에 도망치려고 이미 계획을 짜두고 있었다. 남쪽 끝에 작은 구덩이가 있는데 그 곳은 성벽 밖과 연결되어있다. 일단 마차를 성내에서 사두고 밖으로 빠져나오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굴 밖으로 나온 우리가 마차에 올라타기만 한다면 그대로 제국으로 도망 칠 수 있다"


"그 계획은 언제 실행할거요?"


"지금 당장"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초보 글쟁이 고샅입니다.
제목 때문에 골머리가 쌓입니다. 이 놈의 제목을 뭘로 바꿔야 될까 진지하게 생각중입니다.
뭐가 좋을까요? 제목 괜찮게 올려주시는 분들 계시면 나중에 책 증정본 드리도록 하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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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하수구 정령사 1,2권 출간했습니다. +12 12.04.14 2,368 17 1쪽
33 하수구 정령사(가제) - 33 +19 11.09.27 5,627 48 8쪽
32 하수구 정령사(가제) - 32 +10 11.09.26 4,810 44 7쪽
31 하수구 정령사(가제) - 31 +14 11.09.25 5,604 46 8쪽
30 하수구 정령사(가제) - 30 +9 11.09.24 5,254 36 7쪽
29 하수구 정령사(가제) - 29 +15 11.09.23 5,176 46 7쪽
28 하수구 정령사(가제) - 28 +9 11.09.21 5,444 38 7쪽
27 하수구 정령사(가제) - 27 +4 11.09.21 5,196 44 8쪽
26 하수구 정령사(가제) - 26 +4 11.09.21 5,184 47 7쪽
25 하수구 정령사(가제) - 25 +14 11.09.20 5,819 41 7쪽
24 하수구 정령사(가제) - 24 +3 11.09.20 5,422 42 7쪽
23 하수구 정령사(가제) - 23 +6 11.09.20 5,798 40 7쪽
22 하수구 정령사 - 22 +24 11.05.22 8,365 57 9쪽
21 하수구 정령사 - 21 +20 11.05.15 8,561 61 7쪽
» 하수구 정령사 - 20 +32 11.05.08 9,302 62 6쪽
19 하수구 정령사 - 19 +20 11.05.01 9,490 62 8쪽
18 하수구 정령사 - 18 +18 11.04.24 9,560 58 8쪽
17 하수구 정령사 - 17 +29 11.04.17 10,270 62 10쪽
16 하수구 정령사 - 16 +12 11.04.09 11,194 55 7쪽
15 하수구 정령사 - 15 +18 11.04.02 11,181 63 8쪽
14 하수구 정령사 - 14 +11 11.03.27 11,320 54 9쪽
13 하수구 정령사 - 13 +10 11.03.19 11,706 49 8쪽
12 하수구 정령사 - 12 +9 11.02.20 12,021 49 9쪽
11 하수구 정령사 - 11 +7 11.02.13 12,093 54 6쪽
10 하수구 정령사 - 10 +7 11.02.10 12,360 58 6쪽
9 하수구 정령사 - 9 +7 11.02.10 12,209 51 7쪽
8 하수구 정령사 - 8 +7 11.02.10 12,518 57 9쪽
7 하수구 정령사 - 7 +6 11.02.10 12,671 56 6쪽
6 하수구 정령사 - 6 +5 11.02.10 12,727 6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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