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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구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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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작품등록일 :
2012.04.14 13:35
최근연재일 :
2012.04.14 13:35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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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828
추천수 :
1,754
글자수 :
108,406

작성
11.09.20 05:32
조회
5,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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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
7쪽

하수구 정령사(가제) - 23

DUMMY

"웃기고 있네"


말루트는 자일의 결사적인 태도에도 눈썹하나 까닥않고 발을 접고는 그대로 달려오는 자일을 걷어찼다.


"악!"


고작 7살 아이가 덩치 큰 사내를 이길 리가 없었다. 자일은 볼성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미동이 없는 것이 기절한 것 같았다. 하지만 렉스는 달랐다.


찌지직!


렉스의 붉은 눈이 통나무처럼 굵은 다리의 궤적을 파악하곤 공중에서 몸을 돌렸다. 다리는 빈센트를 걷어찼지만 렉스는 부드럽게 땅에 착지했다.


거리가 좁혀졌다. 렉스가 빠르게 오두커니 서 있는 왼쪽 다리로 접근했다. 당황한 말루트가 뒤로 물러났다.


"저리 가!"


말루트가 뭉둥이를 붕붕 휘둘렀다. 워낙 어두운지라 재빠른 렉스를 맞추지 못했다. 그 사이 렉스가 말루트의 발치 옆까지 돌아들어갔다. 말루트가 비명을 질렀다. 고통이 가득했다.


"으아악! 아파! 아파!"


난생처음 겪는 고통에 말루트가 비명을 질렀다. 치열하게 칼을 부딪히던 앙헬과 칼츠가 쳐다볼정도였다.


"뭐하는거야?"


칼츠에게서 간격을 벌린 앙헬이 바닥에 정신없이 뒹구는 말루트를 보며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런데 말루트게 쥐어잡는 발목의 상태가 심상치않았다.


"독이다!"


막스가 소리쳤다. 말루트의 발목부터 시작한 푸르스름한 독이 서서히 발목을 거쳐 허벅지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종래에는 새까맣게 멍이든 것처럼 보였다.


"으아아악!"


말루트가 자신의 다리를 보더니 혼비백산하며 비명을 질렀다. 독은 계속 몸 위로 치고 올라갔다.


"꺼억! 꺼억!"


말루트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눈동자엔 핏발이 서렸고 온갖 구멍에서 검은 피를 줄줄 흘렸다. 잠시 후, 당나귀 울음소리처럼 숨을 내쉬던 말루트가 눈을 부릎뜬채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죽은 것이다.


"비열한 새끼! 독을 썼구나!"


앙헬이 외쳤다. 칼츠는 독을 쓰지 않아 영문을 몰랐지만 비열하다는 말에 발끈해 맞받아쳤다.


"다수로 몰아붙이는 네 놈들은 정정당당한가?"


"그건 네가 독을 쓸까봐 그런거야"


앙헬이 다시 부하들을 독려했다.


"빨리 저 놈을 죽여! 독까지 사용할 정도면 저 수레에 뭔가 있는게 분명해!"


"필시 귀중한 물건이겠지. 돈이나 보석같은거 말이야"


막스가 옷을 찢어 베인 상처를 감으며 말했다. 패거리들의 눈빛이 일변했다. 그들이야 원래부터 일확천금을 위해 불 속에 뛰어드는 부나방 같은 존재들이 아니던가.


돈만 있으면 병사로 끌려가지 않아도 되고 하루종일 일하지 않아도 된다.


탐욕이 머리를 가득채우자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무기를 꾹 쥔 그들의 분위기가 돌변하자 칼츠 역시 뼈를 묻을 각오로 무기를 쥐었다.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그의 비장한 외침은 비명으로 묻혀버렸다. 갑자기 부하 한명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뒹군 것이다.


"무슨 일이야!"


찌지직!


생쥐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스쳐지나갔다. 부하 한명의 얼굴에 검은 혈색이 타고 올라왔다.


"제길! 독이야!"


뜨거운 것에 데인것처럼 패거리들이 나자빠진 자에게서 떨어졌다. 그러나 비명은 끊이지 않고 패거리들을 덮쳐왔다.


"뭐,뭐야!"


독한 앙헬조차 기겁할 정도였다. 새벽의 어스름이 가득 차 있는 어둠 속에서 터지는 비명과 함께 나자빠지는 부하의 모습은 제 아무리 담이 큰 자라고 하더라도 견디기가 쉽지 않다.


"왜 죽은거야! 왜!"


소리를 지른 앙헬은 갑자기 발목이 따가운 것을 느꼈다. 벌이 쏜 침에 맞은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손으로 꾹 누른 것 같기도 하다.


앙헬이 발 아래를 내려다봤다. 붉은 눈빛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뭐야!"


렉스는 자일이 뒹굴때부터 활발하게 움직였다. 인간 처리장인 폐쇄된 하수구에서 사람의 시체를 먹을때부터 렉스의 이빨은 온갖 독과 들끓는 병균으로 가득했다.


렉스는 독을 이용할 줄 알았다. 그리고 영활하게 자일과 칼츠의 적을 쓰러트렸다. 앙헬이 멍한 얼굴로 자신의 발목 부위를 쳐다봤다.


"안돼.....안돼!"


그의 긴 비명이 울려퍼졌다. 죽고 싶지 않은 발악이었다. 허나 마나를 익히지 않은 평범한 인간이 독을 받고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털썩!


자일을 괴롭히고 나아가 칼츠를 겁박한 앙헬이 천천히 바닥에 몸을 뉘였다. 그 옆에는 막스가 원독한 눈으로 죽어 있었다.


"놀랍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의 눈에 앙헬 패거리들의 차가운 죽음이 보였다.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다.


허탈하게 중얼거린 그는 아래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에 발치를 내려다봤다. 렉스가 앞다리를 들고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 임마..슬슬 마음에 드는데?"


칼츠가 웃음을 지으며 엄지를 딱 치켜세웠다. 이번 전투의 일등공신은 뭐니뭐니해도 렉스였다.


"정말이요? 렉스가 패거리들을 쓰러트렸다구요?"


정신을 차린 자일이 얼떨떨한 눈으로 물었다. 칼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임마, 소리만 큰 너보다 훨씬 낫더라"


어린 아이답지 않은 쩌렁쩌렁한 외침이었다. 속 빈 강정이라고 자일은 비장하게 달려들었다가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싸움은 더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이기는게 아니다"


그가 웃으며 수레의 손잡이를 잡아갔다. 어서 구덩이로 가야했다. 자일은 얼굴이 붉어졌다. 렉스가 나란히 움직였다. 몸짓이 큰게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렉스, 정말 네가 앙헬 패거리들을 쓰러트렸어?"


찌직!


렉스가 힘차게 울었다. 그에 반해 자일은 시무룩했다.


"렉스가 나보다 세구나"


이 중에서 가장 약한 일행이 바로 자신이었다. 아니면 렉스의 새끼라던가. 하지만 렉스의 새끼들도 하수구에서 그 커다란 궤짝을 끌지 않았던가. 어쩌면 자신이 제일 약할지도 모른다.


결론이 도출되자 자일은 더 우울해했다. 칼츠가 금새 자일의 기분을 읽곤 위로했다.


"자일. 너는 아직 어려. 성인 장정들은 커녕 동년배 친구들과 싸워도 질 거다. 그래도 지금은 약하지만 나중엔 강해지면 되니 너무 상심해하지마라"


"네. 열심히 수련해야겠어요"


자일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점점 빈민가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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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하수구 정령사 1,2권 출간했습니다. +12 12.04.14 2,362 17 1쪽
33 하수구 정령사(가제) - 33 +19 11.09.27 5,623 48 8쪽
32 하수구 정령사(가제) - 32 +10 11.09.26 4,808 44 7쪽
31 하수구 정령사(가제) - 31 +14 11.09.25 5,600 46 8쪽
30 하수구 정령사(가제) - 30 +9 11.09.24 5,252 36 7쪽
29 하수구 정령사(가제) - 29 +15 11.09.23 5,172 46 7쪽
28 하수구 정령사(가제) - 28 +9 11.09.21 5,441 38 7쪽
27 하수구 정령사(가제) - 27 +4 11.09.21 5,191 44 8쪽
26 하수구 정령사(가제) - 26 +4 11.09.21 5,181 47 7쪽
25 하수구 정령사(가제) - 25 +14 11.09.20 5,817 41 7쪽
24 하수구 정령사(가제) - 24 +3 11.09.20 5,417 42 7쪽
» 하수구 정령사(가제) - 23 +6 11.09.20 5,794 40 7쪽
22 하수구 정령사 - 22 +24 11.05.22 8,361 57 9쪽
21 하수구 정령사 - 21 +20 11.05.15 8,554 61 7쪽
20 하수구 정령사 - 20 +32 11.05.08 9,297 62 6쪽
19 하수구 정령사 - 19 +20 11.05.01 9,486 62 8쪽
18 하수구 정령사 - 18 +18 11.04.24 9,557 58 8쪽
17 하수구 정령사 - 17 +29 11.04.17 10,266 62 10쪽
16 하수구 정령사 - 16 +12 11.04.09 11,190 55 7쪽
15 하수구 정령사 - 15 +18 11.04.02 11,175 63 8쪽
14 하수구 정령사 - 14 +11 11.03.27 11,315 54 9쪽
13 하수구 정령사 - 13 +10 11.03.19 11,700 49 8쪽
12 하수구 정령사 - 12 +9 11.02.20 12,018 49 9쪽
11 하수구 정령사 - 11 +7 11.02.13 12,088 54 6쪽
10 하수구 정령사 - 10 +7 11.02.10 12,356 58 6쪽
9 하수구 정령사 - 9 +7 11.02.10 12,206 51 7쪽
8 하수구 정령사 - 8 +7 11.02.10 12,513 57 9쪽
7 하수구 정령사 - 7 +6 11.02.10 12,666 56 6쪽
6 하수구 정령사 - 6 +5 11.02.10 12,721 6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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