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샅 님의 서재입니다.

하수구정령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샅
작품등록일 :
2012.04.14 13:35
최근연재일 :
2012.04.14 13:35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36,832
추천수 :
1,754
글자수 :
108,406

작성
11.02.10 16:30
조회
19,064
추천
53
글자
8쪽

하수구 정령사 - 1

DUMMY

미슐랭은 가르투스 공작령의 거점도시중 하나로. 수도와 몬스터 랜드의 중간 지역으로 많은 상인들과 용병들이 유동한다. 내성은 공작을 비롯한 귀족의 거처와 편의시설이 마련되어있고 외성은 상인길드와 용병길드등 다양한 조합이 들어섰는데 어느정도 부유한 상인이나 용병들이 사는 곳이었다.


어린시절 부모를 일찍 여의고 고아가 된 자일은 부모의 먼 친척이 오갈데 없는 그를 잠시 키우다 사정이 여의치 않자 미슐랭으로 데려가 버렸는데, 자일을 처음 발견한 경비대는 울며불며 친척을 찾는 자일에게 싸늘한 현실을 말했다.


"넌 버려진거다"


처음엔 밑기지 않다 시간이 점점 흐르자 자일은 자신이 버려진 것을 깨달았다. 그나마 위안은 노예로 팔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비병들은 오히려 그를 노예로 팔지 않았다는 사실에 일말의 양심이 있었다고 했다.


천성적으로 몸이 약하고 깡마른 자일은 아이 특유의 귀염성이 없었다. 늘 웅크리고 의지하기를 원했지만 현실은 냉담했다. 경비병들은 자일이 버려졌다 판단되자 가차없이 그를 내쳤다. 고아들은 넘쳐나고 할 일은 많았다. 그들을 관리하는 것은 뒷골목 패거리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버려진 녀석이다"


경비대들은 최근 뇌물 씀씀이가 괜찮은 뒷골목 패거리에게 자일을 넘겨주었다. 패거리들은 깡마른 자일을 못마땅했지만 구걸시키기에는 괜찮다 싶어 그들의 구역에서 비렁질을 시켰다. 하지만 세상은 만만치가 않았다. 넙죽 엎드려서 구걸해도 인심은 야박했고, 패거리들은 알아주지 않았다.


몰매맞는 일이 다반사였으며 입은 옷은 넝마에 몸은 항상 얻어 맞아 부은 퍼런 멍이 가득했다. 자일은 밤만 되면 휘엉차게 뜬 보름달을 보며 엉엉 울었다. 아무도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배는 너무나 고팠다. 오죽했으면 잘못먹으면 며칠을 복통에 시달리는 음식쓰레기를 뒤진적도 많았다. 하지만 어떤 거지가 그것을 먹고 죽은 것을 보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흑흑..배고파..엄마,아빠..."


자일은 매일같이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렸다. 따스한 품에 안겨 엉엉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매일같이 소득은 거두지 못하고 몰매만 맞는 자일을 보다못한 패거리들은 도저히 일을 못한다 여겼다. 그들이 봐도 아이의 얼굴은 못생긴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는 외모가 아니었다.


"도저히 안되겠다. 갖다 버려라"


패거리의 리더가 결정을 내렸고, 아이는 힘없이 끌려가 죽을, 아니 이미 죽은 사람들의 최후의 장소라고 불리우는 하수구에 버려졌다. 이 곳은 시체들로 가득했다. 불법적인 일을 꾸미는 자들이 몰래 시체나 곧 죽을 사람들을 버리기 가장 좋은 것이었다. 그렇게 자일이 버려졌다.


"흑흑흑"


직감적으로 버려진 자일은 하수구에 버려진 사람들의 죽은 시선을 보며 공포에 떨었다. 그들과 같이 되버리자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다. 그런 자일에게 따듯한 손길이 다가왔다.


"안녕"


힘 없는 목소리지만 너무나 따듯했다. 꿈에서 매일 그리던 엄마의 목소리같은 울림에 자일은 웅크린 얼굴을 내밀자 힘없이 웃는 여인이 보였다.


"누,누구세요"


자일은 겁에 질렸다. 그도 그럴 것이 여인의 얼굴엔 온갖 화상이 가득해 흉측하고 머리는 민머리에 팔하나가 잘려있었다. 외모보다 단지 목소리가 어머니와 같았지 외관은 어린 자일에게 괴물처럼 보였다.


"내 이름은 라쉬야. 넌 이름이 뭐니?"


그녀의 입가가 웃는 것 같았다. 안심시켜줄려고 그런 것일까. 자일은 목소리를 낮추며 입을 열었다.


"자일이요"


"예쁜 이름이네"


"라쉬도 예뻐요"


자일은 라쉬가 건네오는 말에 마음이 점점 따뜻해졌다. 라쉬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아주 길었다. 창녀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여인으로 마법사의 꼬임에 넘어가 실험체가 되다 버려진 것이라고 했다.


"자일. 넌 아직 어리니까 이곳에서 꼭 살아나야해"


이야기를 마칠때쯤이면 라쉬는 메말라가는 목소리를 흘렸다. 자일은 그녀가 죽을까봐 걱정되었다. 라쉬의 모습은 하수구에서 죽어나가던 사람들과 별반다르지 않았다.


"라쉬, 죽으면 안돼요. 조금만 더 힘을 내요"


"아냐, 난 틀렸어. 더 이상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은걸"


"아니에요. 라쉬는 죽지 않을거에요. 내가 라쉬를 보살펴줄거에요"


그때부터 수동적이던 자일의 행동이 능동적으로 바뀌었다. 건강한 사람들은 깨끗하단 것을 상기하며 라쉬를 힘겹게 그나마 덜 더러운 장소에 눕히고 음식을 구하러 움직였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버려지는 이유는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버려지며 아무것도 없는 그들은 한낮 쓰레기일뿐. 유용하지가 않았다.


음식을 구해야 했다.


하수구에서는 결코 깨끗한 음식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바깥으로 나가야했다. 그러나 위로 올라가는 길이 없었다. 머리를 써야했다. 위로 올라가려면 도구를 사용해야한다 그렇게 판단한 자일은 이미 죽어버린 시체들의 옷가지등을 뒤적거렸다. 시체썪는 냄새가 머리를 강하게 쑤시고 고통스러웠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찾았다"


가늘지만 길다란 밧줄과 녹이 슨 단검 여러개를 발견했다. 하수구를 타고 올라가는 벽을 만져보니 습기가 찬 흙이었다. 밧줄을 허리와 단검에 묶고 두손으로 단검을 벽에 박았다. 벽에 잘 들어가자 단검 한정을 디딤대로 밟고 올라갔다. 떨어질때도 몇번 있었지만 밧줄이 그나마 느슨하게 버텨주어 바닥에 떨어지는 충격은 덜했다. 그렇게 몇번을 시도하니 하수구에서 나오게 되었다.


"올라왔다!"


자일은 스스로 해낸 일에 기뻐하며 대견했다. 그러나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라쉬는 이 순간에도 죽어가고 있었다. 항상 어두운 하수구와 달리 지상은 땡볕이 쬐고 있었다. 자일은 단검과 밧줄을 품에 챙긴뒤, 패거리들의 눈에 안띄는 곳으로 이동했다.


근처에 상인들이 좌판에 늘어트린 과일과 먹을거리가 가득했지만 훔쳤다가는 뼈도 못추리라. 자일이 돈을 버는 방법은 패거리들이 가르쳐준 구걸밖에 몰랐다. 하지만 예전의 구걸과는 달랐다.


"제발 도와주세요. 라쉬가 죽어가고 있어요. 제발 한푼만 주세요"


자일은 예전 어떤 사람의 바짓자락에 달라붙다 걷어차인적이 있어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다가가진 못했지만 근처에서 울듯한 얼굴로 엎드리며 열연을 펼쳤다. 예전같으면 하지못해 억지로 했지만 지금은 진심이 가득했다. 게다가 사람의 심리가 묘한 것이 자일이 라쉬라는 이름을 꺼냈을때, 어떤 사람은 부모의 이름을 누나의 이름을 혹은 여동생일지도 모른다는 측은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것이 효과를 보았다.


"이거라도 보태라"


"쯔쯧"


사람들은 혀를 차거나 안쓰러운 얼굴로 한푼두푼 구리빛 동전을 던져주었다. 어떨때는 은빛 동전을 주기도 했다. 화폐의 개념을 모르는 자일은 주는 받은 화폐을 모아모아 상인들에게 갔다. 상인들은 땟국물이 흐르다 못해 시커멓고 깡마른 자일의 행색이 딱해 제값을 치뤄주고 덤으로 주기도 했다. 그렇게 올때처럼 밧줄과 단검을 이용해 하수구로 내려온 자일은 라쉬에게 음식을 먹여주었다.


"음, 이 귀한걸 어떻게 구했니"


라쉬는 몇일을 굶주린듯, 빵과 과일을 걸신들린 사람처럼 해치웠다. 자일은 배가 너무 고팠지만 그녀가 먹는 모습을 보며 배가 저절로 부르는 것 같았다. 자일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내가 구걸해서 모았어요"


"아아, 자일. 정말 고마워"


라쉬가 눈물을 흘렸다. 얼마만에 먹어보는 제대로 된 음식이던가. 그녀가 눈물을 터트리자 자일도 엉엉 울었다. 그녀와 자신의 처지가 딱했던 것이다. 한바탕 울음을 터트리다 서로를 마주보다 웃음이 터졌다. 자일은 더 이상 그녀가 흉측하지 않았다. 그날 밤 둘은 서로를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포근한 그녀의 가슴에 자일은 오랜만에 부모를 찾지않고 편한 잠을 청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수구정령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녕하세요. 초보글쟁이 고샅입니다. +12 11.02.21 16,814 33 -
34 하수구 정령사 1,2권 출간했습니다. +12 12.04.14 2,362 17 1쪽
33 하수구 정령사(가제) - 33 +19 11.09.27 5,623 48 8쪽
32 하수구 정령사(가제) - 32 +10 11.09.26 4,808 44 7쪽
31 하수구 정령사(가제) - 31 +14 11.09.25 5,600 46 8쪽
30 하수구 정령사(가제) - 30 +9 11.09.24 5,252 36 7쪽
29 하수구 정령사(가제) - 29 +15 11.09.23 5,172 46 7쪽
28 하수구 정령사(가제) - 28 +9 11.09.21 5,441 38 7쪽
27 하수구 정령사(가제) - 27 +4 11.09.21 5,191 44 8쪽
26 하수구 정령사(가제) - 26 +4 11.09.21 5,181 47 7쪽
25 하수구 정령사(가제) - 25 +14 11.09.20 5,817 41 7쪽
24 하수구 정령사(가제) - 24 +3 11.09.20 5,417 42 7쪽
23 하수구 정령사(가제) - 23 +6 11.09.20 5,794 40 7쪽
22 하수구 정령사 - 22 +24 11.05.22 8,361 57 9쪽
21 하수구 정령사 - 21 +20 11.05.15 8,554 61 7쪽
20 하수구 정령사 - 20 +32 11.05.08 9,297 62 6쪽
19 하수구 정령사 - 19 +20 11.05.01 9,486 62 8쪽
18 하수구 정령사 - 18 +18 11.04.24 9,557 58 8쪽
17 하수구 정령사 - 17 +29 11.04.17 10,266 62 10쪽
16 하수구 정령사 - 16 +12 11.04.09 11,190 55 7쪽
15 하수구 정령사 - 15 +18 11.04.02 11,175 63 8쪽
14 하수구 정령사 - 14 +11 11.03.27 11,315 54 9쪽
13 하수구 정령사 - 13 +10 11.03.19 11,700 49 8쪽
12 하수구 정령사 - 12 +9 11.02.20 12,018 49 9쪽
11 하수구 정령사 - 11 +7 11.02.13 12,089 54 6쪽
10 하수구 정령사 - 10 +7 11.02.10 12,356 58 6쪽
9 하수구 정령사 - 9 +7 11.02.10 12,206 51 7쪽
8 하수구 정령사 - 8 +7 11.02.10 12,513 57 9쪽
7 하수구 정령사 - 7 +6 11.02.10 12,666 56 6쪽
6 하수구 정령사 - 6 +5 11.02.10 12,721 6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