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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님의 서재입니다.

하수구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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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작품등록일 :
2012.04.14 13:35
최근연재일 :
2012.04.14 13:35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36,964
추천수 :
1,754
글자수 :
108,406

작성
11.09.23 10:38
조회
5,176
추천
46
글자
7쪽

하수구 정령사(가제) - 29

DUMMY

덜컹!


돌부리에 부딪혔는지 마차가 크게 흔들렸다. 그 바람에 자일은 잠에서 깨어났다. 내부가 밝았다. 아침인 모양이다. 드르렁 소리에 옆을 보니 하인스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시끄러워서 깼구나?"


천을 걷으며 칼츠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자일이 하인스의 코골이 때문에 깼다고 생각했다.


"내가 한참 용병으로 날렸을때에도 가능하면 집에서 안자려고 했다. 자다가 깜짝놀라 벌떡벌떡 깰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아니에요. 그냥 아침이라서 깬거에요"


자일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 렉스와 새끼등도 서로 체온을 전달해주듯 옹기종기 모여 잠을 자고 있었다. 자일이 깨자 인기척을 느꼈는지 렉스가 얼굴을 내밀었다.


찌직!


아침을 깨우는 수탉의 울음처럼 소리를 낸 렉스가 어슬렁거리며 자일의 옆에 쭈구렸다.


"배고파?"


자일이 품에서 빵을 꺼내 뜯어주었다. 새끼들도 일어나더니 자일에게 달라붙었다. 식사시간은 귀신같이 알아내는 렉스의 새끼들이었다.


"좀 더 자지 그러냐? 얼굴이 말이 아니다"


비루먹은 사람처럼 초췌한 모습에 칼츠는 자일이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자일은 고개를 저었다. 하수구에 있을때부터 생긴 부지런함은 이제 버릇처럼 남아 자일을 채찍질했다.


"괜찮아요"


"그러지 말고 잠시 쉬었다 가자"


마침 숲 속의 개울소리가 들려왔다. 말들도 쉬어야할때다. 하인스와 번갈아 말을 몰았지만 말들은 쉴새 없이 달려 지쳐있었다.


적당한 공터에 마차를 멈춘 칼츠는 말의 고삐를 풀고 개울 가로 끌고갔다. 목말랐는지 벌컥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숲 속에 퍼졌다. 나무의 밑둥에 묶어두자 말들이 알아서 풀을 뜯어먹었다.


"식사를 마치면 곧장 가야겠다"


하인스는 마차를 모는 내내 카스트로 공작이 위협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칼츠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몸이 상하면 여정이 느려진다.


찌직!


자일은 렉스와 새끼들을 땅에 내려주었다. 어둠 속에선 활발하던 렉스등이 빛을 보자 웅크렸다. 그러나 빛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잠시였다. 이내 부산스럽게 움직이더니 마차를 중심으로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자일, 이리와서 밥 좀 먹어"


칼츠가 손짓했다. 자일은 그가 건네준 빵을 받아 먹었다.


"네 얘기 좀 해봐라"


칼츠의 말에 자일이 멀뚱멀뚱 그를 쳐다봤다.


"무슨 얘기요?"


"어떻게 미슐랭에 들어왔고 하수구에서 살게 됐는지. 사실 네 이야기는 꽤나 흥미진진하거든. 그 곳에서 정령술도 배웠잖아"


"그랬죠"


자일은 빵을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꺼내기 시작했다.


"제가 살던 마을은 작았어요"


작은 마을. 밭농사로 하루를 연명하며 사는 사람들이 모여살던 곳이었다. 자일이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은 돌아가셨다. 친척들은 전염병 때문이라고 했다. 병이 옮길까봐 시체를 태웠기 때문에 그리워 할 무덤도 없었다.


자일은 또래 아이들과 놀지 못하고 매일같이 중노동에 시달렸다.


하루를 밭에서 시작해 밭에서 끝났다. 매일같이 손으로 땅을 파고 나면 피투성이였다. 자갈이 섞인 땅을 파내기란 자처해서 고문받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매일같이 밭을 갈았다. 자일이 살던 마을에 사람이 적은 이유는 근방의 땅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마을의 수확물보다 부피가 작고 틈만 나면 썪기 일쑤였다.


친척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지 자일을 혹사시켰다. 하루종일 밭을 갈다가 우연히 마을 어귀를 쳐다볼때가 있었다. 또래의 아이들이 숨박꼭질을 하며 놀고 있었다.


자신도 같이 어울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냉엄한 눈으로 노려보는 친척들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밤에는 헛간에서 잠을 잤다. 썪은 내가 풍기는 눅눅한 짚에 눕다보면 다음날 온 몸이 가려웠다.


그래도 친척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밥을 먹여주었기 때문이다. 주로 음식 찌꺼기나 곰팡이난 빵이었지만 살 수 있었다.


"나쁜 새끼들이네"


듣다 못한 칼츠가 욕설을 뱉었다. 자일은 그런 칼츠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왜요?"


"왜냐니? 고작 대여섯살 먹은 아이를 밭에서 일을 시킨다는 것 자체가 못된거야"


"그래도 밥은 줬어요"


"제대로 된 밥도 아니라면서?"


"그때는 모두가 가난했어요. 사람들이 마을을 떠날땐 그런 음식조차 먹지 못했어요"


사람들이 마을을 떠났다. 흙의 양분이 워낙 없었다. 희망이 없었다. 사람들이 떠나자 친척들은 신경질을 내며 자일을 구박했다. 그때부터 매질이 시작했다. 이유도 없었다. 자일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웅크리는 것 뿐이었다.


자일은 통증을 견디면서 울음을 참았다. 친척들은 독한 놈이라고 중얼거렸다. 밤이 되면 자일은 참았던 눈물을 왈칵 터트렸다. 얼굴도 모르는 엄마 아빠가 생각나면 매질보다 더 고통스러웠고 슬펐다.


칼츠의 눈에 안타까움이 스쳤다. 홀홀단신으로 내몰린 자일은 온갖 역경을 거쳤다.


"마을이 살기 어려워져서 사람들은 도시를 찾아 떠났어요. 저도 친척들과 미슐랭에 오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버려졌구나"


"네, 그러다가 앙헬 패거리한테 잡혔어요. 그리고 구걸을 시켰는데 못한다고 하수구에 버려졌어요"


그리고 만나게 된 라쉬, 그리고 로멘. 두 사람은 자일에게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주었다. 바로 사랑이었다.


자일은 로멘에 대해 입을 열때마다 눈물을 글썽거렸다. 로멘은 죽을때까지 자신을 가르쳤다. 다 죽어가는 상태에서.


"스승님은 과거를 이야기해주지 않으셨어요. 하지만 내가 직접 스승님의 과거를 알아낼 거에요"


"알아내서 어쩌게?"


"저는 그 분의 마지막 제자에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제 존재를 당당히 알릴거에요"


그러다가 다시 시무룩해졌다.


"정령사가 되고나면요"


"아직 마나도 느끼지 못했는데 너무 앞선 것 같다. 일단 정착해서 수련을 해보면 알겠지"


그러다가 주변을 둘러봤다. 공기는 하수구와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맑았고 시원했다.


"여기서 해보는게 어때?"


"여기서요?"


자일도 칼츠를 따라 주변을 둘러봤다. 폐부를 거치는 공기가 맑았다.


"시도라도 해봐. 어쩌면 될지도 모르잖아"


칼츠가 잔뜩 기대하며 말했다. 자일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해볼게요!"


바로 가부좌를 튼 자일이 눈을 감았다.


히히힝!


묶여있던 말들이 놀라 앞발을 들었다. 렉스와 새끼들이 말을 가지고 장난치고 있었다. 덩치가 훨씬 컸지만 말은 겁이 많은 동물이다. 칼츠는 시끄러워서 렉스와 새끼들에게 소리쳤다.


"조용히 해라!"


렉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쪼르르 칼츠에게 다가왔다. 칼츠가 자일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부터 가만히 있어. 중요한 순간이니까"


될 것 같다는 기대가 잔뜩 부푼 상태였다. 렉스와 새끼들도 옹기종기 모여 자일을 쳐다봤다. 칼츠는 돌연 머리를 스친 생각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고보니 나도 저 쥐같지도 않은 것들에게 말하고 있었네'


정말 말을 알아듣는걸까? 칼츠가 렉스를 빤히 쳐다봤다.


"너 내 말 알아듣냐?"


찌지직!


렉스등은 얼굴을 비비는 것으로 칼츠의 말을 무시했다.


작가의말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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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하수구 정령사 1,2권 출간했습니다. +12 12.04.14 2,368 17 1쪽
33 하수구 정령사(가제) - 33 +19 11.09.27 5,627 48 8쪽
32 하수구 정령사(가제) - 32 +10 11.09.26 4,810 44 7쪽
31 하수구 정령사(가제) - 31 +14 11.09.25 5,604 4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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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하수구 정령사 - 22 +24 11.05.22 8,365 57 9쪽
21 하수구 정령사 - 21 +20 11.05.15 8,561 61 7쪽
20 하수구 정령사 - 20 +32 11.05.08 9,302 62 6쪽
19 하수구 정령사 - 19 +20 11.05.01 9,490 62 8쪽
18 하수구 정령사 - 18 +18 11.04.24 9,560 58 8쪽
17 하수구 정령사 - 17 +29 11.04.17 10,270 62 10쪽
16 하수구 정령사 - 16 +12 11.04.09 11,194 55 7쪽
15 하수구 정령사 - 15 +18 11.04.02 11,181 63 8쪽
14 하수구 정령사 - 14 +11 11.03.27 11,320 54 9쪽
13 하수구 정령사 - 13 +10 11.03.19 11,706 49 8쪽
12 하수구 정령사 - 12 +9 11.02.20 12,021 49 9쪽
11 하수구 정령사 - 11 +7 11.02.13 12,093 54 6쪽
10 하수구 정령사 - 10 +7 11.02.10 12,360 58 6쪽
9 하수구 정령사 - 9 +7 11.02.10 12,209 51 7쪽
8 하수구 정령사 - 8 +7 11.02.10 12,518 5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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