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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님의 서재입니다.

하수구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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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작품등록일 :
2012.04.14 13:35
최근연재일 :
2012.04.14 13:35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36,827
추천수 :
1,754
글자수 :
108,406

작성
11.03.19 15:45
조회
1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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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글자
8쪽

하수구 정령사 - 13

DUMMY

"그녀는 잘해봐야 일주일을 넘기지 못할거다"


노인이 단념하라는듯 말했다. 하지만 자일은 요지부동이었다. 일주일이라는 말에 잠시 눈빛이 흔들렸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사내가 잠시 고민하더니 물어왔다.


"돈이 있는 곳을 알고 있다는게 무슨 뜻이냐"


"아서라. 헛된 희망을 품게 하면 나중엔 절망이 더 커진다"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하지 않겠소"


사내의 눈이 잔잔한 호수처럼 가라앉았다. 노인이 사내의 눈빛을 보고 툴툴 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마음대로 해봐라. 하지만 안되는건 안되는거야"


그러면서 노인이 라쉬의 상세를 살피는동안 사내는 자일의 옷매무새를 정리해주고 밖으로 함께 나갔다. 전에 챙겼던 밧줄과 단검도 함께 있었다.


"그러고보니 우리는 퉁성명을 하지 않았군. 내 이름은 칼츠다. 한때는 용병이었지"


칼츠가 말했다. 자일은 용병에게 적선을 많이 받았다. 칼츠는 용병 특유의 냄새가 났다.


"제 이름은 자일이에요. 부모님을 여의고 친척에게 맡겨졌다가 버려졌어요"


자일이 담담하게 말했다. 예전과는 달리 슬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슬프지 않느냐?"


"뭐가요?"


"친척들에게 버려졌다는거 말이야. 아니면 원망할 수도 있겠지"


칼츠가 호기심어린 얼굴로 물었다. 한참 어린 자일은 과연 어떤 대답을 할까.


"괜찮아요"


"뭐?"


"처음엔 슬프고 원망스러웠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제겐 라쉬가 있으니까요"


자일이 자신있게 말했다. 친척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뒷골목의 빈민가에는 버려진 아이들이 즐비하다. 그들의 기구한 인생은 자신보다 더했다. 그나마 자신은 그들보다 낳았다. 따듯하게 감싸주는 라쉬가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대단하구나"


칼츠가 감탄하며 말했다. 자일은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담담했다. 또한 라쉬에 대한 정성이 갸륵했다. 사람의 인성은 주위 환경에 의해 크게 변화된다고 했다. 자일은 하수구에서 살아 뒷골목을 전전하며 비렁질을 했다. 그런데도 저런 마음가짐을 가졌다는 것이 신기했다.


칼츠는 뒷골목의 세계가 얼마나 비정한지 알고 있다. 남녀노소 모두 위험했다. 연약함을 가장하여 등뒤에 비수를 꽂는 일이 다반사다. 성인 장정도 뒷골목의 아이들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언제 어느때고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빈민가 출신의 아이들은 대부분 독기가 가득하며 제 안위만 챙기기 급급하다. 눈을 뜨자 당장 먹어야 사는 현실이다. 독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헌데 자일은 성품이 올곧았다. 눈을 뜨면서부터 감기까지 라쉬를 걱정한다. 제 안위보다 누나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기특했다.


"네가 부럽다"


칼츠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지켜야 할 사람이 있는 자는 강하다. 필사적인 의지와 목표가 생기기 때문이다. 칼츠는 이제까지 혼자 싸웠다. 만약 자일이 라쉬를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에게도 동료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절망스러운 상황에 직면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가 부러워요?"


"그래. 너와 라쉬라는 여자가. 그런 유대관계는 쉽게 이루어 질 수 있는게 아니다. 너는 그녀가 죽는 그 날까지 위하는 마음을 깊숙히 간직해라. 그런 감정은 쉽게 접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칼츠 아저씨도 좋은 사람이 생길거에요"


"뭐?"


칼츠가 헛웃음을 지었다.


"나 아저씨 아니야. 아직 총각이다"


"네"


자일이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러다 모퉁이를 도니 짚으로 덮여있는 하수구가 보이자 낼름 달려갔다.


"칼츠 아저씨. 여기에요"


"임마, 나 아저씨 아니라니까"


"네"


자일은 투덜거리는 칼츠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하며 서둘러 짚을 치웠다. 라쉬의 상세가 지금도 악화되고 있었다.


"이 곳에 금은보화가 있단 말이냐?"


"네!"


자일의 눈빛이 단호했다. 칼츠는 저런 눈빛을 가진 사람은 거짓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칼츠가 코끝을 찡그렸다. 미리 준비한 두건으로 얼굴을 감싼뒤 결심하듯 말했다.


"내려가자"


"그렇게 냄새가 심하지 않아요"


자일이 걱정말라는 듯 말했다. 그러나 밧줄로 몸을 묶고 차근차근 내려올때마다 코끝이 ㅤㅆㅓㄲ는 것 같았다. 칼츠가 머리가 띵한 머리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이게 심하지 않다고? 그럼 더 심한건 뭔데?"


"사람들이 모두 죽은 냄새요"


어린아이의 목소리에서 으스스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칼츠가 눈을 가늘게 좁히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끔찍하군"


사방이 죽은 시체였다. 칼츠가 새삼스러운 얼굴로 자일을 쳐다봤다. 이 지옥같은 곳에서 살아남은 자일이 신기했다.


"넌 훗날 대단한 녀석이 될거야"


칼츠의 말에 자일이 얼굴을 갸우뚱했다. 시체를 보더니 자신에게 그런 말을 건네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크윽! 지독하군"


바닥을 밟으니 질퍽한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칼츠가 부르르 떠는 동안 자일은 부산스럽게 밧줄과 단검을 수거하고 있었다. 자일이 휘파람을 불렀다.


"뭐하는 거냐?"


시체밭에서 왜 휘파람을 불어? 칼츠가 의심스러운 얼굴로 자일을 쳐다봤다.


"이 광경이 재미있냐?"


"그게 아니라. 제 친구들을 부른거에요"


자일이 낭랑하게 말했다. 칼츠는 못느꼈지만 어둠에 익숙한 자일의 귓가로 렉스와 새끼들이 부지런히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찌지직!


"으헛! 이게 뭐냐!"


자일을 보던 칼츠는 갑자기 나타난 렉스를 보며 놀라 소리쳤다. 무릎까지 오르는 크기에 시뻘건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렉스와 새끼들이 뒷다리를 들어올리고 앞다리로 열심히 허공을 휘저었다. 나름대로 반갑다는 인사였다. 자일은 다정하게 렉스와 새끼들을 쓰다듬었다. 생쥐들이 찍찍 하며 기분 좋은 소리를 내었다.


"제 친구들이에요"


"너구리냐?"


칼츠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물었다. 자일이 친구라고 소개했지만 사이하게 빛나는 렉스와 새끼들을 보니 한기가 다 돌았다.


게다가 일반 생쥐와 달리 앞니가 잘 벼린 무기처럼 날카롭고 뾰족했다. 칼츠가 침을 꿀꺽 삼켰다.


"생쥐에요"


"어딜봐서?"


칼츠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되뇌었다. 일반생쥐는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에 털이 보드랍다. 그런데 그의 눈에 보이는 생쥐라는 녀석이 덩치는 산만하고 앞니는 날카롭고 털은 보드랍기는 커녕 강침보다 뾰족하며 뻣뻣했다.


"이거 몬스터 아냐?"


전직 용병답게 세세히 관찰하던 칼츠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자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몬스터가 뭔데요?"


"있어. 힘만 센 포악한 녀석들"


"렉스는 몬스터가 아니에요. 얼마나 착한데요"


자일이 애정어린 손길로 렉스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렉스는 앞발을 계속 휘젓고 있었다. 꼭 애완동물이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칼츠의 눈에는 약한 자일의 몸을 할퀴는 것 같았다. 1


"저거 안보이는데로 치워버리면 안되냐?"


칼츠가 께름칙한 얼굴로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렉스가 예의 사이한 눈빛을 뿜어내며 칼츠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칼츠가 창백한 얼굴로 한 걸음 더 물러났다.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았다.


"렉스는 머리가 좋아서 사람 말을 알아들어요"


자일이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칼츠는 자일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한낱 짐승이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는게 심상찮았다.


"저 녀석 뭔가 있는게 틀림없어"


신색을 겨우 가라앉힌 칼츠가 중얼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일은 렉스를 쓰다듬다 몸을 일으켜 시커먼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돈을 구하면 라쉬를 살릴 수 있다. 자일의 앙상한 두 다리가 거침없이 어둠 속으로 내딛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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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하수구 정령사 1,2권 출간했습니다. +12 12.04.14 2,362 17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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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하수구 정령사 - 12 +9 11.02.20 12,018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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