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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님의 서재입니다.

하수구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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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작품등록일 :
2012.04.14 13:35
최근연재일 :
2012.04.14 13:35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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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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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4
글자수 :
108,406

작성
11.09.20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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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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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
7쪽

하수구 정령사(가제) - 24

DUMMY

"꼭두새벽에 어딜 가시려고?"


병사들이 고개를 외로꼬며 물었다. 말투 하나하나에 시비조가 다분했다.


"이 시간에만 씨앗을 뿌리는 꽃이 있네. 그 꽃의 씨앗을 꼭 따야해"


하인스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것들의 비위를 맞춰주고 싶진 않았지만 그들이 도르래를 열지 않으면 자신은 꼼짝없이 성문에 갇혀 있어야했다.


"내 비록 염치없지만 경우가 없진 않다네. 밤새도록 경비하느라 힘들지? 이걸로 선술집에서 요기 좀 하시게"


하인스가 병사의 손에 슬그머니 금화 두닢을 쥐어주었다. 미간까지 모으며 건들거리던 병사들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이것 참. 뛰어난 치료사로 정평이 나신 하인스씨의 부탁을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하하하"


병사들이 도르래를 잡고 힘차게 돌렸다. 쇠밧줄이 소음을 내면서 철문이 열렸다.


"하인스씨, 이거 죄송하지만 마차 안은 검문을 해야합니다. 안그러면 위에서 불호령이 떨어지거든요"


병사의 말에 하인스가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의 천을 걷고 안을 살펴본 병사 한명이 코를 잡았다.


"아이고! 냄새! 하인스씨. 말똥을 어디다 쓰시려고 이렇게 가득 담았습니까?"


"내가 수거하려는 그 꽃의 씨앗이 주머니에 넣으면 금새 죽거든. 수거하는 즉시 말똥에 집어넣어야 쑥쑥 자란다네"


"켁! 그렇군요. 이상 없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천을 열자 말똥 냄새가 확 퍼져 더 이상 수색하기 어려웠다. 병사들이 코맹맹이 소리로 하인스를 배웅했다.


"카스트로 공작은 이 시간에 도망치듯 떠나는 나의 존재에 대해서 모를리 없을거야. 이럴 바엔 내가 범행을 뒤집어쓰는게 낳아"


하인스는 카스트로 공작가문의 힘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잘 알고 있었다. 공작가의 보화를 훔쳤으니 발견되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아들을 비롯한 자일등이 조금이나마 무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방법은 하나였다. 죄를 뒤짚어 쓰는 것!


"살 날이 얼마남지 않은 늙은이가 희생하는게 훨씬 낳지"


그는 칼츠를 치료하게 만드라고라를 구해온 자일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평생 절망할 줄 알았던 아들이 활발해졌다. 하인스는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작 금화 두닢으로 호랑이 굴을 빠져나가는구나. 카스트로 공작이 이 사실을 알아차리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여길 벗어나야한다"


카스트로 공작의 무서움은 갓난아기도 안다. 만약 발각될 시엔 자신이 앞장서 희생을 막아야겠지만 그 후의 일은 자신도 모른다. 어쩌면 모두 위험해질 수 있었다. 여유롭던 하인스의 표정에 다급함이 스쳐갔다.


"한시라도 빨리 제국으로 도망쳐야겠군"


서툰 채찍질에 말들이 길게 울며 속도를 높였다.



칼츠와 자일은 빈민들이 파 놓았다는 구덩이에 도착했다. 푸석한 흙등으로 교묘하게 가렸음에도 파놓은 흔적이 역력했다. 땅의 색이 달랐기 때문이다.


"여기군"


그는 미리 준비해 둔 삽으로 땅을 팠다. 이미 파놨던지라 박히는 족족 흙 한무더기가 퍼올려졌다.


"제법 큰걸?"


구덩이는 생각보다 컸다. 하지만 수레는 들어가지 못한다. 칼츠는 일단 라쉬와 레논을 먼저 옮겼다. 그리고 금화상자도 우겨넣었다.


"자일 가자"


그 말에 자일이 잠시 뒤를 돌아봤다. 미슐랭은 자신에게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예전 친척집에 살았던 동네보다 미슐랭이 더 정이 들어버렸다.


자일은 속으로 안녕! 이라고 중얼거리며 몸을 돌렸다. 칼츠가 손짓하고 있었다.


굴 안에 들어갔다 밖으로 나오는 건 금방이었다. 성벽 아래의 굴을 지나쳐 나오니 하인스가 마차와 함께 서 있었다.


"어서 옮겨라"


그의 재촉에 칼츠는 다시 삽을 들고 마차 안의 말똥을 숲 속으로 치웠다. 그리고 걸레로 닦은 뒤, 레논과 라쉬. 그리고 금화상자를 실었다. 말똥을 실었는지라 지독한 냄새가 풍겼지만 하수구보단 덜했다.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까?"


칼츠가 땀을 닦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하인스가 힘을 실어 대답했다.


"우린 살 수 있다"


그가 자일을 쳐다봤다.


"저 꼬마 녀석도 생사고락을 넘었는데 우리라고 하지 못할까. 밤낮을 잊고 죽어라 달리면 분명히 제국에 도착할거다"


"하늘이 우리를 돕길 바래야겠군"


그는 가슴이 먹먹해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하늘의 별빛이 유난히 초롱초롱했다.


"이랴!"


칼츠가 채찍을 치며 마차를 이끌었다. 자일은 렉스의 새끼를 끌어안고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무사히 살아남기를 기도했다.



다음날 아침.


미슐랭이 발칵 뒤집혀졌다. 병영 안에 웅크리고 있던 병사들이 도시를 점거했다. 성벽과 관문소를 비롯한 유동인구가 번잡한 곳은 완전히 통제되었다.


일단의 무리가 대로를 빠르게 걷고 있었다. 사람들은 굳이 신분을 몰라도 병사들과 기사들을 줄줄이 이끄는 자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 지나는 길마다 몸을 사리며 피했다.


앞선 자가 바닥에 구멍이 나 있는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하수구로 통하는 길이었다. 사다리가 구멍 아래로 연결되어 있었다.


카스트로 공작의 심복. 이안 자작이 손짓했다.


"끌고와라"


그러자 병사들이 밧줄에 포박당한 두 사람을 그의 앞으로 데려와 무릎을 꿇렸다.


"억울합니다!"


이마가 좁은 사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는 3서클 마법사이자 은밀히 상납받는 보화를 옮기는 운반책이었다.


"이봐, 시온! 자네가 대답 좀 해보게. 우린 정말 모르는 일이잖는가!"


마찬가지로 포박당한 자에게 외치자 내내 고개를 수그리고 있던 건장한 체구의 사내 시온이 고개를 발작적으로 쳐들고 이안 자작에게 외쳤다.


"의심쩍은 구석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게 뭐지?"


시온이 이마가 좁은 사내 랑스를 노려봤다.


"랑스는 보화가 담긴 상자에 보호 마법을 걸지 않았습니다!"


"어?"


랑스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이안 자작의 눈이 날카롭게 그를 쳐다봤다.


"보호 마법을 걸지 않았다고? 그 중요한 물건을 손대게 놔두었단 말인가?"


"아닙니다! 아닙니다!"


랑스가 다급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입에서 변명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당시 하수구에 들어갔을때, 악취가 너무 심했습니다. 그래서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거기에다가 하수구에 숨겨져있는 상자를 아는 사람은 저희들밖에 없습니다. 누가 훔쳐가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직접 확인해보면 알겠지. 내려간다!"


이안 자작이 명령하곤 먼저 사다리를 타고 하수구 아래로 진입했다. 그 뒤를 기사가 따르고 병사들이 두 운반책들을 끌고갔다.


첨벙!


하수구 가운데에는 물이 얕게 흘렀다. 과연 랑스의 말대로 냄새는 고약했다. 이안 자작이 인상을 찡그리며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렸다.


"냄새가 심하긴 하군"


그가 앞장섰다. 분노의 발걸음이었다. 랑스와 시온이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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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하수구 정령사 1,2권 출간했습니다. +12 12.04.14 2,368 17 1쪽
33 하수구 정령사(가제) - 33 +19 11.09.27 5,627 48 8쪽
32 하수구 정령사(가제) - 32 +10 11.09.26 4,810 44 7쪽
31 하수구 정령사(가제) - 31 +14 11.09.25 5,604 46 8쪽
30 하수구 정령사(가제) - 30 +9 11.09.24 5,254 36 7쪽
29 하수구 정령사(가제) - 29 +15 11.09.23 5,177 46 7쪽
28 하수구 정령사(가제) - 28 +9 11.09.21 5,444 38 7쪽
27 하수구 정령사(가제) - 27 +4 11.09.21 5,196 44 8쪽
26 하수구 정령사(가제) - 26 +4 11.09.21 5,184 47 7쪽
25 하수구 정령사(가제) - 25 +14 11.09.20 5,819 41 7쪽
» 하수구 정령사(가제) - 24 +3 11.09.20 5,423 42 7쪽
23 하수구 정령사(가제) - 23 +6 11.09.20 5,798 40 7쪽
22 하수구 정령사 - 22 +24 11.05.22 8,365 57 9쪽
21 하수구 정령사 - 21 +20 11.05.15 8,561 61 7쪽
20 하수구 정령사 - 20 +32 11.05.08 9,302 62 6쪽
19 하수구 정령사 - 19 +20 11.05.01 9,490 62 8쪽
18 하수구 정령사 - 18 +18 11.04.24 9,560 58 8쪽
17 하수구 정령사 - 17 +29 11.04.17 10,270 62 10쪽
16 하수구 정령사 - 16 +12 11.04.09 11,194 55 7쪽
15 하수구 정령사 - 15 +18 11.04.02 11,181 63 8쪽
14 하수구 정령사 - 14 +11 11.03.27 11,320 54 9쪽
13 하수구 정령사 - 13 +10 11.03.19 11,706 49 8쪽
12 하수구 정령사 - 12 +9 11.02.20 12,021 49 9쪽
11 하수구 정령사 - 11 +7 11.02.13 12,093 54 6쪽
10 하수구 정령사 - 10 +7 11.02.10 12,360 58 6쪽
9 하수구 정령사 - 9 +7 11.02.10 12,209 51 7쪽
8 하수구 정령사 - 8 +7 11.02.10 12,518 57 9쪽
7 하수구 정령사 - 7 +6 11.02.10 12,671 56 6쪽
6 하수구 정령사 - 6 +5 11.02.10 12,727 6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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