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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님의 서재입니다.

하수구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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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작품등록일 :
2012.04.14 13:35
최근연재일 :
2012.04.14 13:35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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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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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406

작성
11.05.2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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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하수구 정령사 - 22

DUMMY

자일과 칼츠가 위기에 빠져있는 그 시각. 하인츠는 이미 문을 닫은 마시장을 찾았다. 마시장의 주인 샘슨은 빈민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마시장을 차린 덕에 항상 철통같은 경계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 시각에 왠일이십니까?"


경계하던 장정들이 갑자기 나타난 하인츠를 보더니 어리둥절했다. 하인츠는 손을 한번 휘젓는 것으로 그들을 떨쳐냈다. 장정들은 마시장에 들어서는 하인츠를 제지하지 않았다. 장정들은 치료사 하인츠를 알고 있었다.


"샘슨 나와봐!"


하인츠가 처마를 맞댄 마굿간들을 지나 초라한 움막을 두들겼다. 달덩이처럼 복스럽게 생긴 두툼한 얼굴이 문 밖으로 쏙 내밀었다. 자다가 일어났는지 동그란 두 눈엔 눈꼽이 껴 있었다.


"어르신.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하인츠는 치료사로 근방에 인망이 자자했다. 샘슨도 하인츠에게 치료받은 적이 있기에 한밤중에 찾아와도 정중하게 대했다.


"마차 좀 얻으려고"


하인츠가 뚱하니 말했다. 샘슨이 멀뚱멀뚱 쳐다보다 피곤하다는 티를 팍팍 내며 길게 하품을 했다.

"어르신, 새벽잠이 없으신건 알겠습니다만 아직 한밤중입니다. 마차를 구하시려면 내일 오시지요"


피곤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에서 성가심을 느낀 하인츠가 주섬주섬 품을 뒤적거리더니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금화를 들어올렸다. 샘슨은 한 겨울에 물벼락이라도 맞은 양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당장 마차를 마련하면 금화를 하나 더 얹어주지"


"어이쿠! 제가 결례를 범했군요.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튼실한 놈들로다가 당장 마련해놓겠습니다"


반짝이는 금화에 노곤하던 샘슨의 정신이 번쩍 차려졌다. 펑펑한 잠옷을 걸친 그가 헐레벌떡 마시장을 돌아다녔다.


잠시후. 튼튼한 두마리의 말을 엮은 마차가 마련되었다. 금화 두닢을 건넨 하인츠가 난데없는 소득에 희희낙락하는 샘슨의 배웅을 받으며 마시장을 벗어났다.


"헌데 마차 안에다 말똥을 넣는건 뭐야?"


샘슨은 하인츠가 시키는대로 말똥을 한 가득 마차에 실어넣었다. 연유를 모르는 샘슨은 하인츠의 괴팍함에 잠시 어리둥절하다 다시 움막으로 돌아갔다. 밤은 길었고 아직 깨려면 한참 멀었다.



서로를 노려보는 앙헬 무리와 칼츠는 흉흉하게 대치하고 있었다. 칼츠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초조해졌다.


"빨리 덤벼라"


앙헬이 비웃었다. 그의 귀로는 빨리 죽여달라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원하는대로 해주지. 놈을 죽여라"


앙헬이 명령하자 가장 먼저 어둠 속에서 단검 2정이 칼츠의 상,하체를 노리며 날아왔다. 그와 동시에 스무명의 부하들이 와! 함성을 지르며 득달같이 달려갔다.


탁탁!


여유롭게 단검을 받아낸 칼츠가 빙글거렸다.


"무기를 줘서 고맙군"


"개자식!"


단검을 던진 막스는 심혈을 기울여 던진 단검을 여유롭게 받아내는 칼츠의 태도에 분노하면서도 위화감을 느꼈다. 뭔가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달려드는 패거리들은 눈치채지 못했는지 흉흉한 무기를 꺼내들고 칼츠의 전신을 난자할듯이 휘둘렀다.


챙챙!


한밤중에 금속성의 빛이 튀어올랐다. 뒤이어 서걱거리는 섬뜩한 살이 베어지는 소리가 울리고 비명이 빈민가를 뒤흔들었다.


"으아악!"


겁이 많은 마일드는 옆의 동료의 머리가 피분수를 뿌리며 목과 떨어져나가자 혼비백산한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패거리 하나를 해치운 칼츠가 전면으로 뛰어들었다. 달빛조차 가린 야심한 어둠 속에서 피가튀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뭐,뭐야!"


앙헬은 화들짝 놀라 주춤주춤 물러났다. 칼츠의 기세가 성난 들짐승 같았다. 다수를 상대하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다.


"침착해라! 놈은 혼자야! 몰아붙이면 이길 수 있다"


앙헬이 부하들을 독려해도 짚단처럼 쓰러지는 부하들을 보며 등이 서늘했다. 패거리들을 베어가던 칼츠의 번뜩이는 눈빛이 앙헬을 노렸다. 마치 다음은 네 차례라는듯 섬뜩했다.


"이야압!"


막스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뒹구는 철검을 집고 득달같이 휘둘렀다. 막스도 한때는 용병출신인지라 실력을 얕볼 수 없었다. 경시하던 마음을 버린 칼츠의 단검이 신중하게 움직였다.


"됐다! 몰아붙여라!"


앙헬이 뒤에서 아득바득 소리쳤다. 한바탕 피바람을 뿌린 장내에 다시 검빛이 반짝였다.


"도와줘야해!"


마차 뒤에 숨어있던 자일이 창백한 낯빛을 애써 가라앉히며 중얼거렸다. 사람이 죽는 장면은 결코 보기 좋지 않았다. 그의 기억에 굶주림에 쓰레기더미를 헤치던 거렁뱅이가 떠올랐다.


거렁뱅이는 자일의 눈에 서서히 죽어갔다. 고통스러운 입 밖으로 침이 줄줄 흐르더니 몸을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고는 눈도 감지 못한채 원독한 얼굴로 명을 달리했다.


고통에 죽어간 거렁뱅이의 얼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그때, 자일은 죽음이라는 두려움이 항상 뒤따라다녔다. 자일은 죽고 싶지 않았다.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았고 무엇보다도 라쉬를 잘 보살피라는 레논의 유언도 지켜야한다.


마차에는 치료를 무사히 마친 라쉬가 깊이 잠들고 있었다. 라쉬는 물론이고 자신을 지키려는 칼츠도 죽을 수도 있었다. 자일은 결코 위험한 상황을 맞이한다고 해서 물러날 수 없었다.


"렉스! 우리 둘이 힘을 합치자!"


자일이 고개를 돌려 험악하게 흘러가는 장내와 달리 얼굴을 몸에 파묻고 비비적거리는 렉스에게 말했다. 렉스의 사이한 붉은 눈이 번뜩였다.


"이쪽으로 오는 사람이 있으면 재빨리 물어버려!"


찌직!


렉스가 이를 환히 드러내며 울었다. 렉스의 앞니가 송곳처럼 날카로웠다. 게다가 평상시에 뭘 먹었는지 푸르스름하기까지 했다. 자일은 바닥을 훑었다. 쓰러진 시체들 사이로 몇몇 무기가 보였다. 은자일 낫과 비슷하게 생긴 무기를 집어들었다.


내려찍기 안성맞춤이었다. 칼츠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히다 시커먼 피부를 타고 내려가 각진 턱선에서 뚝 떨어졌다. 익스퍼트급 무위를 회복하는데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한데 갑자기 무리해서인지 몸이 노곤했다.


"지독한 놈"


한참을 검을 주고 받더 막스가 왼팔의 출혈을 감싸며 인상을 썼다. 자신을 상대하면서도 패거리 몇몇을 해치운 칼츠의 독기에 혀가 절로 내둘러졌다.


"헉헉헉"


칼츠는 더위먹은 개처럼 혀를 내려트리며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잠시 진정된 분위기를 따라 장내를 살펴보니 이제 패거리들은 열명채 남지 않았다. 다들 질린 기색이었다.


"제길 손해야. 저 놈 하나 죽이자고 우리 패거리들이 몰살하게 생겼어"


앙헬이 투덜거렸다. 싸움에 휘말리지 않아 멀쩡해 있었다.


"슬슬 대장도 좀 나서시죠"


마찬가지로 뒷전에 물러나 있던 말루트가 은근슬쩍 권유했다. 앙헬이 말루트를 노려봤다.


"비겁하게 물러나 있는 네가 앞장서 막아라. 안그러면 패거리들의 죽음을 모른체 한 댓가를 치루게 될거야"


"인제 나설겁니다"


말루트가 궁시렁거리며 큼지막한 뭉둥이를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칼츠가 힘든 와중에도 실소를 흘렸다. 하는 모양새가 오우거 같았다. 칼츠는 방심할 겨를이 없었다. 독사처럼 기회를 엿보는 막스를 비롯한 패거리들을 헤치워야했다.


"흐아앗!"


칼츠가 괴성을 지르며 앙헬 쪽으로 달려갔다. 앙헬이 검을 들어 칼츠의 공격을 막아갔다.


챙챙!


앙헬은 대장답게 패거리중에서도 실력이 되는 편이었다. 말루트는 은근슬쩍 물러났다. 은근히 겁이 많은 자였다. 그의 뒤를 막스를 비롯한 패거리들이 달려들었다.


다시 피가튀고 비명이 흔드는 동안 말루트는 조금 조금씩 움직이더니 마차쪽으로 다가갔다.


"저 놈이 대체 뭘 가져가려는거야?"


말루트는 빈민가들이 파놓은 구덩이를 알고 있었다. 그 작업에 일조하기까지 했다. 칼츠는 구덩이를 통해 미슐랭을 벗어나려고 했다. 그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말루트! 뭐하는거야!"


앙헬은 칼츠의 공격을 막는 도중에 말루트의 수상쩍은 행동에 소리쳤다. 말루트가 헤프게 웃었다.


"뭐가 들어있는지 볼려구요"


"안돼!"


칼츠가 소리치며 마차로 돌아설때 앙헬이 벼락같이 검을 내리쳤다. 재차 뒤돌아 막으려는데 말루트의 손이 마차를 덮은 보자기에 향해 있었다. 그때였다.


찌직!


"응?"


보자기를 젖히려는 순간 돌연 어두운 바닥에서 들리는 쥐의 울음에 고개를 아래로 내린 말루트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둠 속에서도 사이하게 붉은 빛을 내뿜는 렉스가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고 그 뒤로 납작 엎드린 자일의 낫이 보였다.


"네들은 뭐냐?"


말루트의 말이 떨어지려는 찰라에 자일의 천둥같은 외침이 터져나왔다.


"렉스 공격!"


찌지직!


한 생쥐와 한 소년이 말루트를 향해 쏘아나갔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초보 글쟁이 고샅입니다.
한 주동안 즐겁게 보내셨나요. 일요일은 희비가 교차하는 특별한 날입니다.
한 주를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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