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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님의 서재입니다.

하수구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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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
작품등록일 :
2012.04.14 13:35
최근연재일 :
2012.04.14 13:35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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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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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406

작성
11.04.0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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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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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하수구 정령사 - 15

DUMMY

자일은 걸음을 재촉했다. 그래봤자 성큼성큼 걷는 칼츠의 뒤를 부지런히 쫓는 것 같았다. 둘은 하수구의 구멍까지 도착했다. 칼츠가 자일을 쳐다봤다.


"네 스승님은 어디있냐"


"저기요"


자일이 가리키는 방향은 시체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의문의 빛을 나타낸 칼츠에게 설명하듯 자일이 천천히 말했다.


"제 스승님은 돌아가셨어요"


"...그렇구나"


칼츠가 어색한 몸짓으로 궤짝을 내려놨다. 자일은 스승의 시체를 수습하려고 시체밭을 넘어갔다. 칼츠가 묵묵히 뒤따랐다.


"제 스승님이에요"


가다보니 구석진 곳에 초라하게 만들어진 움막이 있었다. 좌판을 깐 상인들이 비를 막기 위해 나무를 박고 그 위에 천을 씌운 것을 보고 따라한 것인데 칼츠의 눈에는 비가 내리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초라했다.


"몸에 채찍자국이 많다. 피를 너무 흘려서 돌아가신 것 같다. 하수구에서 만났다면 고문당해서 버려졌겠구나"


칼츠는 자일이 가리킨 레논의 시체를 보며 말했다. 자일이 애잔한 빛을 띄며 레논을 수습했다. 움막 바닥에 깐 거적을 끌어온뒤 레논을 그 안에 눕히고 둘둘 말았다.


"이제 가요"


자일이 힘없이 말했다. 레논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자신을 가르치기 위해 어떻게든 연명했던 스승님이다. 자일은 결코 그를 잊지 않을 것이다.


"아무래도 수레를 가져와야겠다. 이렇게 가면 사람들 눈에 띄고 말아. 내가 먼저 올라가서 수레를 가져올테니 넌 여기 있거라"


"알겠어요"


칼츠가 하수구 구멍으로 걸어갔다. 벽은 물러서 발이 깊게 박혔다. 힘이 좋은 칼츠는 가볍게 벽을 타고 올라 하수구 위로 올라갔다. 자일은 부러운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렉스와 생쥐들이 레논의 시체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먹으면 안돼!"


자일이 엄하게 말하며 렉스를 끌어당겼다. 새끼들이 그제야 시체에 시선을 떼고 옹기종기 자일의 주변에 달라붙었다. 자일이 부드럽게 말했다.


"잘 지냈어?"


찌직!


자일의 말에 렉스와 새끼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말한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자일이 말할때마다 새끼들은 곧장 반응했다.


"라쉬 누나는 지금 몸이 아파. 누나를 고쳐주는 할아버지가 그랬는데 죽을 수도 있대. 나는 더 이상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자일이 슬픈 얼굴로 말했다. 렉스가 위로하듯 상체를 일으키며 토닥토닥 자일의 가슴을 두드려주었다. 새끼들이 어설프게 따라하려는데 배가 무거워서 몸이 안일으켜진다. 바둥거리는 새끼들의 모습에 자일이 희미하게 웃었다.


"칼츠 아저씨 말이 다신 여기 오면 안된다. 그러려면 스승님도 옮기고 돈도 옮겨야해. 그리고 너희들도 같이 가야해. 여기 있으면 위험하대. 같이 갈거지?"


자일은 렉스와 새끼들을 하수구에서 꺼낼 생각이었다. 칼츠의 말마따라 졸지에 금화가 든 궤짝을 잃어버린 자들이 무슨 수를 써서든 되찾으려 할 것이다. 렉스라고 안전할 것 같지 않았다.


찌직!


렉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자일의 말을 이해못한 것 같았다. 자일이 힘주어 말했다.


"나와 함께 여길 나가자!"


렉스가 상체를 내리고 슬금슬금 물러났다. 새끼들이 렉스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머리를 맞대고 주둥이를 킁킁거리는 것이 의논하는 것 같았다. 자일은 그 광경이 신기해 빤히 쳐다봤다.


"갈 거지?"


가만히 지켜보던 자일도 그들 곁에 앉았다. 렉스가 머리를 박박 긁었다. 자일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하더니 다시 주둥이를 내려 새끼들과 맞댔다.


"가자! 가자!"


자일이 떼 쓰듯 말했다. 렉스와 새끼들이 코를 킁킁거리다가 결론이 난듯 자일에게 다가왔다. 자일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찌직!


렉스가 힘차게 울었다. 새끼들도 따라 울자 자일의 얼굴이 환해졌다. 자일은 그들이 받아들였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고마워!"


자일이 렉스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새끼들이 자신들도 안아달라는듯 달라붙었다. 자일이 팔을 넓게 펼쳐 새끼들도 같이 안았다. 그때, 칼츠가 소리쳤다.


"이봐, 자일!"


"네!"


자일이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칼츠가 밧줄을 천천히 내렸다.


"궤짝 고리에다가 밧줄을 묶어라!"


"알겠어요"


자일이 쪼르르 달려와 내려트린 밧줄을 잡고 고리에 묶었다. 밧줄이 팽팽해지자 칼츠가 영차! 하며 궤짝을 끌어당겼다. 자일은 시체를 거죽으로 덮은 레논도 옮겼다. 힘이 약한 자일이 들 정도로 레논의 몸은 가벼웠다.


"됐다! 밧줄을 잡고 올라와라"


레논의 시체까지 들어올린 칼츠가 구멍을 내려보며 말했다. 자일이 쭈그려 앉아 새끼들과 렉스에게 손짓했다. 그들은 날렵하게 다가와 자일의 품에 들어왔다. 자일이 밧줄을 잡으며 소리쳤다.


"잡았어요!"


"너 그새 살쪘냐? 좀 무거운데?"


칼츠가 밧줄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팔 근육에 힘줄이 새싹처럼 솟았다.


"어? 이게 뭐야?"


지상으로 올라오니 어느새 하늘은 붉은 석양으로 차 있었다. 칼츠는 수레 옆에서 밧줄을 잡아당기고 있었는데 수레 안에는 궤짝과 레논이 있었다. 칼츠를 쳐다보니 황당한 기색이 완연했다.


"이게 뭐냐?"


칼츠가 어이없는 어조로 되물었다. 자일의 품에는 검은 보따리처럼 웅크리고 있는 렉스와 새끼들이 있었다. 자일이 이해한다는듯 렉스와 새끼들을 수레에 내려놓았다. 렉스와 새끼들이 구석진 곳으로 조르르 움직였다.


"이게 뭐냐니까?"


칼츠가 다시한번 묻자 자일이 천천히 말했다.


"저도 없고 라쉬 누나도 없으니까 외로울거에요"


"누가?"


"누구겠어요"


자일이 당연하다는듯 렉스와 새끼들을 가리켰다. 어처구니가 없어 칼츠가 부지불식간에 말했다.


"저것들이 외로움도 타냐?"


"그럼요"


"자일. 네가 잘 몰라서 그런데 쥐들은 원래 혼자 돌아다녀. 새끼들을 낳고 어느정도 자립하면 어미가 내쫓는단 말이다. 그런데 쟤네들이 외로움을 탈거라고? 너 혹시 저것들을 사람으로 혼동하는거 아니냐?"


"모든 쥐가 혼자 돌아다니고 내쫓지 않아요"


"너 은근히 고집이 있구나?"


"그런가요?"


갸웃하는 자일을 보며 칼츠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는 볼일이 없을 줄 알았던 렉스등을 보자 궤짝을 보며 흥분하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저건 어디가서 애완동물이라고 자랑도 하지 못하겠다"


칼츠가 툴툴 거리며 준비해 둔 검은 천으로 수레를 덮었다. 렉스등이 어둠이 찾아오자 반가운듯 찌직하며 울었다. 칼츠는 그 소리가 듣기 싫었다.


"저 놈들 먹여살리려면 궤짝에 든 금화로도 부족할거다"


칼츠가 통통한 렉스와 새끼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자일이 고집스럽게 받아쳤다.


"저 구걸 잘해요"


"구걸? 글쎄. 네가 앞으로 구걸을 할 수 있을까? 앙헬 패거리들은 자기 구역에서 허락없이 구걸하는 자들을 살려두지 않아. 게다가 넌 이미 그들에게 크게 당했잖냐. 아마 네가 죽은 줄 알고 있을거다"


그 말에 자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 당시의 고통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정도였다. 칼츠의 얼굴이 서늘해졌다.


"그냥 두고 볼거냐?"


"뭐가요?"


"널 두들겨 팬 앙헬 말이다. 내가 아니었으면 넌 벌써 죽음의 강을 넘었을거다. 게다가 널 두들긴 뒤 기고만장해하던 그 녀석의 얼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전 아직 힘이 없어요"


자일이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복수는 꿈도 못꿀 일이다. 정령사로서의 수련 기반을 닦긴 했지만 아직 정령사는 아니었다.


"네 스승이라는 사람은 네게 뭘 가르쳤냐"


칼츠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자일이 고민하다 솔직하게 말했다. 레논은 함부로 자신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칼츠는 신뢰가 갔다. 그 앞에서 거릴것이 있다면 마음이 찔릴 것이다.


"정령술이요"


"뭐? 정령술? 정말이냐!"


어찌나 놀랐는지 수레를 끌려던 허리를 굽히던 칼츠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자일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이 튀어나왔다.


작가의말

제가 직접 타이틀을 만들었는데 괜찮죠?

시대를 너무 앞서간 천재화가들의 그림을 보는듯?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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