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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랑주점 님의 서재입니다.

자고 나면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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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랑주점
작품등록일 :
2022.05.11 19:11
최근연재일 :
2022.09.28 15:15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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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69
추천수 :
974
글자수 :
394,000

작성
22.06.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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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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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9쪽

아몬드 걸

DUMMY

쑥쑥 늘어가는 괴물 식물을 바라본 오로라.


'어쩔 수 없지.'


오로라가 삼지창을 들어 올려 허공에 있는 자기장과 전기를 끌어오기 시작했다.

삼지창의 창날에 푸른 불꽃이 튀기며 강한 전류가 모인다.


느닷없이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듯 어둑어둑하고 습해졌다.

이윽고 벼락이 쳐 삼지창에 내리꽂는다.

오로라는 벼락의 기운이 온몸을 충전한 덕에 눈빛마저 푸르게 변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전 세계인이 오로라의 모습에 감탄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기공격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오로라.


그때 위기를 느낀 아몬드 걸이 먼저 공격을 개시했다.

벌써 수십 개로 늘어난 괴물 식물의 잎사귀가 동시에 입을 벌리더니 오로라를 향해 염산 액을 쏘았다.

가늘고 긴 액체의 줄기가 오로라를 향해 날아간다.

마치 비가 거꾸로 내리듯 아래에서 위쪽을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로라는 ‘이게 웬 떡이지?’ 하며 기쁜 마음으로 벽력을 퍼부었다.

삼지창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간 벽력이 염산 액체에 닿자마자 그 위력이 배가 되고, 사방으로 정전기와 같은 파장이 발생해 전기불꽃이 튀었다.

그 빛이 얼마나 강렬한지 경기장 안에서 헤드라이트 수백 개가 켜진 것처럼 눈부셔 눈을 뜰 수 없다.


그 순간 염산 액체들은 전기에 타들어 가 역한 냄새만 남기고 증발해버렸다.

반면에 삼지창에서 쏟아진 전기는 그 파장이 두 배는 커진 채로 아몬드 걸과 식물 괴물에게 쏟아졌다.


“지지징, 찌릿, 찌리릿!”


식물 괴물의 몸통이 부르르 떨리며 X선을 쫴 그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처럼 전율하고 있다.

어떤 녀석은 불길이 일어 타들어 가기까지 했다.


한편 전기 공격을 받은 아몬드 걸의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그녀가 이 대회를 위해 특히 공들인 길고 복스러운 브라운 계열의 사자 머리가 검게 탄 데다 마치 파마를 한 것처럼 구불구불 휜 채로 하늘로 치솟았다.


생방송 게시판에는 아몬드 걸이 검게 탄 땅콩이 되었다며 비웃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거기다 아몬드 걸이 상대의 특성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충수를 두었다며 오로라에겐 절대 염산 공격을 해서는 안 되었다며 질책했다.


하지만 공중에 떠있는 오로라의 모습을 보는 순간, 여론은 급격히 아몬드 걸에 대한 칭찬 일색으로 바뀌었다.

아몬드 걸이 쏜 염산은 상대를 녹이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염산에는 상대의 의식을 혼미하게 만드는 미혼향(迷混香)이 들어 있었다.


염산과 같이 액체일 때에는 그 향이 퍼지지 않다가, 전기나 열을 받으면 기화하면서 흡입마취제 성분인 세보플루란(sevofluran)이나 데스플루란(desfluran)과 아산화질소(N2O)가 대량으로 방출된다.


아몬드 걸은 이런 미혼향을 일시에 광범위로 뿌리기 위해 염산 액체를 뿌려 덫을 놓은 것이다.

오로라가 아몬드 걸에 대해 좀 더 연구해 염산 액체가 기화할 경우 미혼향을 발산한다는 걸 알았다면, 전기 공격을 할 게 아니라 무조건 방어막을 치고 버텼어야 했다.


게시판은 아몬드 걸이 신의 한 수를 놓았다며 뛰어난 계책이 제갈량을 보는 것 같다는 칭찬이 자자하다.


미혼향에 취해 허공에서 정신을 잃기 일보 직전의 오로라.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더니 잡고 있던 삼지창까지 떨어뜨리고 만다.


그때 바닥에 있던 괴물 식물들이 수십 가닥의 줄기 덩굴을 뻗어 오로라의 몸을 칭징 감은 다음 아몬드 걸 앞으로 끌어온다.

초록 넝쿨이 오로라의 팔과 다리는 물론 온몸을 감싸 그녀의 얼굴만 남겨놓았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너무 쉽게 지겠잖아.'


< 오로라! 정신 차려, 오로라! >


길동이 뇌파를 통해 오로라를 애타게 불렀다.

'제발 내 목소리를 들어야 할 텐데.'

옆에서 오로라의 경기를 안타깝게 보고 있던 길산이 울먹이며 소리쳤다.


“오로라! 정신 차려. 제발 눈 뜨라고.”


하지만 오로라는 미동도 없다.

그때 아몬드 걸이 “후두둑!” 오로라를 향해 다시 여러 개의 아몬드 씨앗을 뱉었다.

그러자 그 아몬드가 괴물 식물 줄기에 박히더니 금세 새로운 줄기로 자라난다.

그런데 이번 것은 검은색인 데다 줄기 곳곳에 크고 매우 날카로운 침이 달려 있었다.


'아! 저 줄기에 감기는 순간 오라라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말겠구나!'


무서운 속도로 자라난 검은 줄기가 오로라를 감싸더니 세게 조이기 시작했다.

먼저 감고 있던 괴물 식물의 초록 줄기에서 푸른 점액이 터져 나온다.

좀 더 힘줘 조이면 이제 오로라의 살을 파고들 위험한 상황.


더는 가만있을 수 없다.

철갑맨은 경기장 밖의 도움을 받아 다른 부품까지 받지 않았던가!

밖에서 일어나라고 외치는 관중의 목소리도 경기에 관여하는 것.

'오로라를 깨우는 정도 도와주는 건 반칙이 아니겠지?'


길동은 단전의 블랙홀을 깨운 후 의식을 몸 밖으로 끄집어내 오로라의 몸속으로 뛰어들었다.

예전에 들어와 봤던 곳이라 익숙하다.


투명하고 하얀 순백의 공간.

저 멀리 푸른 하늘과 하얀 대지가 맞닿는 그곳에 오로라가 누워 잠들어 있다.

엄마 품에 안겨 잠든 아가처럼 편하고 아늑한 모습.

지금 그녀를 깨우는 게 잘하는 일인지 잠시 망설여졌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지금, 전쟁 중의 평화가 웬 말인가?

길동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흔들었다.


< 오로라! 어서 꿈에서 깨어나.

지금 네가 여기에서 누워 잘 때가 아니란 말이야.

어서 일어나! >


길동이 소리를 치고 세차게 흔들었지만, 미동도 없다.

너무도 깊이 잠들어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영원히 깨지 않는 마법에 걸린 것만 같다.


'안 되겠다.'

길동이 어검술 하듯 의식에 칼날을 실어 오로라에게 보냈다.

잠든 오로라의 영혼이 별안간 날아온 뜻 모를 통증에 번쩍 눈을 뜨고 말았다.


< 일어났구나! 어서 정신 차리고 뭔가 해봐! >


그제야 정신을 차린 오로라가 상황을 살폈다.

이미 검은 줄기가 몸을 조여와 온 피부에 구멍이 뚫려 그 사이로 피가 줄줄 새고 있었다.

이제야 통증이 몰려온 오로라.


“아악, 아아악!”


오로라의 비명이 경기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허리가 뒤로 젖혀지고 힘이 들어간 몸은 부들부들 떤다.


그 순간 그녀의 몸 밖으로 초록색 기운이 퍼져 나갔다.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치유하는 기운을 발산한 것이다.

초록 기운이 처음에는 오로라의 몸을 치유하며 그 안에만 맴돌더니 어느새 몸 밖으로 퍼져 나가 주변의 괴물 식물까지 감쌌다.


그런데 그때, 초록 기운에 뒤덮인 괴물 식물이 조이던 힘을 풀고 축 늘어지는 게 아닌가!

오로라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검은 줄기는 물론 처음의 초록 줄기까지 하나둘 옷 섬이 풀어헤쳐 지듯 아래로 흘러내려 갔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는 오로라의 몸이 드러났다.

옷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사이로 핏물이 흘러나와 있는 처참한 모습.

하지만 힐링 기운 덕에 상처에서 흘러나오던 피는 멈추고 충만한 기운으로 평온한 모습이다.


오로라의 힐링 기운은 초록 괴물의 본성을 깨우고 그의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한 것이다.

아몬드 걸이 쏘아댄 씨앗은 원래 이런 공격 성향의 것이 아니었다.


누굴 공격하고 무언가를 잡아먹는 괴물이 아닌 대지에 깊이 뿌리 내려 영양분을 취하고 밖으론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내뿜는 자연의 한 일원이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유전자 조작과 외계 유전자의 접목으로 그 순수성을 상실하고 괴물로 변한 것이다.


이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게 힘을 주는 힐링 기운.

초록의 기운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자 어느새 괴물 식물들은 이제 괴물이 아닌 무성한 나무와 풀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초록 기운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 관중에게도 사랑과 위로의 감정을 심어주었다.

조금 전까지 죽이라고 소리치던 날 선 관중들이 차분히 자리에 앉아 넋을 놓고 이 광경을 보고 있다.


무언가 가슴 한편에 따뜻한 위로의 손길이 다가와 어루만지는 느낌이랄까?

잊고 살아온 그 옛날 엄마 품에서의 그 아늑함이 전해지는 듯했다.


그때 공격 수단을 모두 잃은 아몬드 걸이 타올을 던졌다.

승부에서 진 그녀였지만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곤 오로라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멋진 모습이다.


한쪽에선 맥없는 경기였다고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며 토론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인류 문명이 과학을 바탕으로 모든 걸 바꿀 수 있고 그것이 진보라고 여기는 것이 실은 괴물만을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바꾸어 놓은 것들이 다 그 본질을 훼손하고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상대를 죽여야만 하는 전쟁에 특화된 초인보다 사람을 살리고 모든 생명이 본연의 기운을 찾도록 돕는 오로라와 그 능력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초인과 그 초능력이 아니냐며 찬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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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훼방꾼 22.09.17 69 5 9쪽
83 결승전 22.09.15 79 6 9쪽
82 염력 대결 22.09.14 75 6 9쪽
81 코난 대 최종혁 +2 22.09.13 79 6 10쪽
80 노르아드레날린 22.09.11 82 7 10쪽
79 신검의 경지 22.09.10 85 5 10쪽
78 신경전 +2 22.09.08 85 5 9쪽
77 준결승 22.09.07 89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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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오로라 +2 22.06.02 327 10 9쪽
23 제논 22.06.01 327 8 10쪽
22 황금성 +1 22.05.31 343 8 9쪽
21 로미오와 줄리엣 22.05.30 351 10 10쪽
20 화양연화 22.05.29 371 9 11쪽
19 칸도라 22.05.28 386 10 10쪽
18 초인 친구들 +2 22.05.27 406 10 10쪽
17 내일의 나 +1 22.05.26 413 13 10쪽
16 염력 22.05.25 489 12 11쪽
15 라온의 임무 +3 22.05.24 516 13 11쪽
14 거미 괴물 +1 22.05.23 526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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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비밀 기지 +4 22.05.20 681 20 11쪽
10 입단 테스트 +1 22.05.19 770 21 10쪽
9 블랙홀 오블리비언(oblivion) +3 22.05.18 832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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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파라 벨럼(para bellum)! +4 22.05.16 1,081 24 11쪽
6 우사인 볼트 +5 22.05.15 1,170 27 9쪽
5 브라보 마이 라이프! +2 22.05.14 1,388 3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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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살고 싶으면 뛰어! +1 22.05.11 2,742 60 10쪽
1 프롤로그 +8 22.05.11 3,578 68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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