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장진백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의 이빨은 하늘을 꿰뚫고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장진백
작품등록일 :
2024.07.16 18:37
최근연재일 :
2024.07.24 19: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00
추천수 :
6
글자수 :
61,054

작성
24.07.24 19:00
조회
51
추천
0
글자
13쪽

제9화.

DUMMY

제9화.



“대형. 세력을 흡수한다고 했잖아.”


구사문의 지부 중 한 곳을 불태우고 달아나기를 이틀 차.

동물조차 보이지 않은 어두운 숲속에 숨어 달 빛 하나로 시야확보하며 잠을 청할 때쯤.

호랑이 입을 열었다.


“오냐.”

“더 구체적인 계획 있어?”

“있다.”

“오. 역시.”


구사문 지부 다 같이 불태우기 위해 계획을 짠 것도 율이다.

필요한 물품을 하나하나 집어주고, 하나하나 무엇을 할지 알려준 이가 율이다.

마지막으로, 지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강한 흑사와 적사를 맡은 이도 율이고.

역시 무턱대고 흑도 무리 통합, 세력 확장이라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음이 맞음에 호랑은 반색했다.


“뭔데?”


반색하며, 그리 묻는다.

율은 감출 것도 아니라며 곧장 답했다.


“먼저는 흑도 중 한 곳을 쳐서 흡수한다, 이건 구실 일 뿐이고. 진짜 내 계획, 나아가 하오문의 시작을 알리는 일은 그 다음이다.”

“흑도 세력 쳐서 놈들 밑에 있는 애들 데리고 오는 거 아니었어? 그래서 힘을 키우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

“그럼?”

“상인들. 그리고 그 밑에서 일하는 이들. 그들을 먼저 포섭한다.”

“어?”


예상치 못한 답이 나옴에 호랑은 당황.

그러거나 말거나 율은 말을 일어갔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평범하면서 밑 일하는 그들부터 통합이 먼저다.”

“그, 왜? 구사문을 치려면 무력이 필요하지 않아?”

“맞다. 무력이 필요하지만, 당장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것, 나아가 현재 무림과 나라에서도 가장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함이다.”

“그게 뭔데.”


율은 잠시 입을 닫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달과 별이 총총히 박힌 밤하늘이 보였다.

마을이 불태워지고, 부모를 잃고 난 뒤 몇 년간 수도 없이 본 하늘.

변치 않은 하늘이지만, 참으로 그 하늘 아래 지상은 수도 없이 변했다.

이렇게 거침없이 변화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 율은 몸으로 겪었다.

동생을 찾기 위해, 복수 하기 위해 돌아다니면서.

그리고 구사문에게 일부러 잡혀 송곳으로 키워지면서 이 보다 중요한 것은 없음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그 중요한 것.

지금 가장 필요한 것.

천천히 입에 담는다.


“정보.”


***


응씨객점은 2층으로 이뤄진 객점이었다.

지금 1층은 시체들이 즐비해, 율과 그의 형제들은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시, 술상과 음식들이 차려지고.

율과 형제들이 처음 처음 게걸스럽게 먹을 때쯤.

응후옌이 5명의 중년인과 함께 올라왔다.

5명의 중년인의 표정이 하나같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1층에 즐비한 시체들을 봤기 때문이다.


“오. 여기오.”


율은 닭 다리 손에 든 채 응후예과 5명의 중년인을 반갑게 맞이했다.


“하, 하하하······.”


응후옌은 어색하게 웃으며, 율의 환대에 허리 숙여 인사하고선, 율과 형제들이 식사하고 있는 마주 편 탁자로 이동했다.

사색이 된 이들이 전부 앉자, 그제야 율이 다가와 그 탁자에 의자 빼내 앉는다.


“주인장에게 들었소. 여러분들이 이 대두파? 암튼, 이젠 없어진 흑도놈들 밑에서 똥꼬 닦아 주던 주인장들이라고.”


이번에는 닭 다리 대신, 커다란 고깃덩어리 하나 손에 쥐고 있던 율은 그대로 고깃덩어리 한점 베어 물며 그리 물었다.

율은 한눈에 봐도 이제 겨우 약관에 이른 나이다.

응후옌이 데려온 이들을 최소 못해도 불혹을 넘은 나이의 중년인들.

제 자식 또래 사내의 말투며, 행동거지며 건방지기 짝이 없지만, 누구 하나 지적하는 이 없었다.

그저 율의 질문에 목이 떨어지랴 고개만 끄덕였다.

하기야, 1층의 시체들, 그것도 자신들을 옭아매던 흑도 ‘왕두파’를 하루아침에 씨몰살 시킨 이들의 대장이 아니던가.

지적할 건더기 따윈 그들의 마음속에 없을 만했다.


“뭐, 긴 말 하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대두파, 아, 왕두파였던가? 어쨌든, 놈들이 가진 세력은 우리가 먹었으니, 놈들에게 바치던 세는 우리에게 주시면 되오.”

“······그, 응씨에게 들었습니다요. 세율이 5대5라고······.”


중년인 중 조금 덩치가 있는 사내가 묻는다.

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5대5. 나중 되면 더 줄어들 수 있고. 솔직히, 그쪽네도 잘 먹고 잘 살아야, 세 받는 우리도 좀 살 거 아니오. 9할 처 받아간 것들이 개 같은 것들이지.”

“······저, 정말, 오할이야.”

“세상에······ 오할 밖에 가져가지 않는다니······.”


중년인들은 응후옌이 자신들을 부르고, 제 객점으로 가자 할 때, 무슨 일인가 물었다.

세를 걷는 흑도파가 바뀌었고, 그 흑도파의 수장이 보자고 했단다.

그리되면, 내던 세가 이전하는 거야 당연했기에 중년인들은 반발하지 않고, 묵묵히 따라왔다.

현 흑도세상에서 그런 일이야 비일비재 한 일이라, 따지고 묻는 이도 없었다.

그런데, 세율이 5할밖에 되지 않는다 말을 들었을 때는 거짓말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장본인에게 들으니, 새삼 놀라웠다.


“아, 거기다 다른 것도 좀 받아갈 생각이오.”

“······.”

“······.”


놀라움이, 그러면 그렇지로 바뀌었다.

흑도놈들이 세율을 5할로 낮추었는데, 다른 걸 요구하지 않을 일 없지.

응후옌 역시 처음 듣는 말에 놀라기는 했지만, 그간 흑도에게 당한 일을 생각하면, 가진 것을 받치는 것은 당연했다.

응후옌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대표로 물었다.


“그, 무엇인지, 여쭤 봐도 됩니까.”

“정보요.”

“······예?”


정보?

무슨 정보?

여기 모인 이들은 각각 객점, 철물점, 대장간, 약재점 하는 이들이다.

각자의 사업의 정보를 말하는 건가 싶다.


“그쪽 주인양반들이나, 혹은 업장에 일하는 하인, 점소이들이 손님들에게 듣는 정보들.”


아니었다.


“주정뱅이들의 헛소리도 좋고, 그냥 지나가는 말하는 것도 좋소. 누구누구 집네 아들이 뭐 했다, 누구누구네 집이 어찌 되었다는 일상적인 이야기도 좋소. 댁들 집에 계시는 부인 분들이나 자제분들이 듣고 온 것도 좋소. 그날 듣고 얻는 모든 이야기, 그 정보들을 그날그날 바로 주시오.”


어려운 일은 아니다.

들은 것을 자신이, 혹은 아랫것들에게 기록하라고 하면 되니까.


“정, 정말 그것만입니까?”

“세율 5할과 그날그날 들은 이야기들만 드리면 되는 거 맞습니까?”


어렵지 않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만 요구하는 것이 응후옌과 중년인들은 믿기지 않았다.

혹여나 잘못 들었나 싶어, 조심히, 당혹감에 물든 목소리로 재차 물었고,


“맞소. 그것만이 전부요. 한가지 더 붙이자면, 지금부터요. 알고 있는 정보, 가족관계, 각자의 업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이름과 그들의 가족관계. 나아가, 오늘 들은 정보, 이 마을에 관한 것과 남은 흑도가 뭐 뭐 있는지. 그 전부 알려주시오.”


요구한 정보가 많지만, 이 역시 어렵지 않은 일.

어렵더라도 가진 재산을 세금으로 뺏기는 것보다 훨씬 나은 일.


“아, 알겠습니다!”

“허면, 잠깐만 시간 좀 주시겠습니까? 정리해서 기록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해서.”


응후옌과 다섯 중년인은 앞다투어 갖다 바치겠다고 말했다.

기록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고, 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밥 먹고 있을 테니, 정리되면 가지고 오시오.”


그 말을 끝으로 율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응후옌과 중년인들은 부리나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그리고 제 업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기록하기 위해 각자의 업장으로 달려나갔다.


***


한 시진 뒤.

응후옌과 다섯 중년인이 각자의 정보를 가지고 왔다.

객점 내 모든 음식을 접한 뒤, 차 한잔하며 쉬고 있던 율은 제 세력권 내 사람들이 가지고 온 정보를 받고 훑어보았다.

촌각 정도 흐르고 난 뒤.

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내일도 부탁하오.”


율의 만족한 모습에, 응후옌과 중년인들은 한시름 놓은 표정을 짓는다.


“이제 가보시오. 다들 할 일도 많을 텐데. 돈 벌고 정보도 얻어야지.”

“알, 알겠습니다.”

“허면, 부탁하실 일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저희는 이, 이만 가보겠습니다요!”


응후옌과 중년인들은 혹여나 율이 다시 붙잡을까, 자리를 벗어났다.


“음.”


그렇게 오늘 제 사람이 된 이들을 보낸 율은 그들이 가지고 온 정보가 빽빽이 적힌 서책을 훑어보았다.

학사다운 외모처럼 고풍스럽게 차 한잔 마시던 학필이 가만히 보다 묻는다.


“대형.”

“음?”

“읽을 줄 아십니까?”


율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니.”

“······.”


학필은 대형이 까막눈이라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줘보시오.”

“자.”


율은 냉큼 학필에게 책자를 건넸다.

학필은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며, 율에게 물었다.


“대형이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오.”

“구사문과 관계가 있는 곳이 있는지, 그리고 당장 우리 실력으로 이곳을 먹음직만한 곳인지. 그 외 형제들과 관련된 이들이 있는지. 내 복수만 할 수 없는 법이니까.”

“거, 마음 울컥하게 만드시는 구려.”

“형제가 되어, 내 동생이 네 녀석들 동생이 되면서부터 형제들의 복수는 내 복수가 되었다. 같이 해야 멋도 나고 맛나지 않겠어?”


율의 말에 형제들, 학필, 호랑, 금돈, 광견은 씩 웃었다.

율도 웃었다.


“이에 붙은 고깃덩어리들은 떼고 웃자.”


웃으면서 한 소리.


“흠, 흠.”


형제들은 헛기침하며 누구는 손가락 들어 이에 붙은 고기 점을, 누구는 찻물 머금어 보글보글하며 고깃점을 떼어냈다.

찻물 머금고 보글거리며 이를 다듬으면서 서책을 주르륵 보던 학필은, 이내 머금은 물을 삼키고선 입을 열었다.


“일단 구사문과 연결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당장은 구사문의 눈을 피할 여지가 된다 이거겠지요.”


구사문.

흑사, 적사가 몸 담고 있는 흑도의 큰 문파.

세력이 크고, 자객으로 사용되는 송곳들도 많다.

그래서 율은 당장은 구사문과의 전면전을 피하자 했다.

흑사와 적사도 산공독과 화재, 그리고 기습으로 겨우 죽이지 않았던가?

그것도 그들에게 배운 송곳, 살수로서의 능력을 사용해서 말이다.

복수하고 싶은 것이지, 불나방처럼 자살하고 싶은 것은 아니니다.

이를 율뿐만 아니라, 그의 형제들도 알고 있었다.

허니, 구사문과 관련된 곳이 있다면 최대한 그쪽과의 마찰은 피해야 했다.

자리싸움으로 건드린다면, 취할 이득이 하나 없으니까.

그래서 정보를 얻을 때, 또한 사천의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얻을 세력권을 생각할 때 구사문과의 마찰은 잠시 뒤로 두었다.

다행히 첫 도착지부터 구사문과 마찰이 생기지 않았다.


“힘을 키울 여지는 생겼어.”

“세력도 키울 여지도 있습니다.”


구사문과의 연관성 없음에 안도함이 물든 율의 목소리를 들으며, 학필이 이어서 말했다.

율은 무슨 말뜻인지 금방 눈치챘다.


“이곳에 남은 흑도패들이 우리들로도 충분히 잡고 남을 일이다?”

“예.”

“몇 곳 이지?”

“조금전 처리한 왕두파를 비롯하여 총 3곳이 있습니다. 이제는 두 곳이겠지요. 그 두 곳은 각각 금철파, 염왕파입니다.”

“숫자는?”

“금철파는 대가리 포함하여 30명, 염왕파는 대가리 포함해 40명입니다. 왕두파는 35명으로서, 총 105명 정도 이곳을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싸움 가능한 놈들이 그 정도겠고. 그 아랫것들도 좀 있겠군.”

“맞습니다, 대형. 대부분 저희가 오늘 점령한 왕두파가 가진 업장의 사람들입니다.”

“대가리의 경지, 그리고 각 흑도파에 힘 좀 쓰는 것들, 그리고 염두해야 할 점은?”

“금철파의 금철은 이류고, 염왕파의 칠옥 역시 이류입니다. 각자 3명에서 4명 정도 수족으로 부리는 이들이 있는데, 그래 봤자, 삼류 조금 넘습니다. 대형이랑 저희들로도 충분히 처리 가능합니다.”


율은 특급으로 분류된 송곳이다.

그리고 학필, 금돈, 호랑, 광견은 특급에 준하는 일급 송곳.

무인으로서 경지를 따지자면, 각각 일류상급고 일류 하급에 속했다.

이류 따위가 우두머리로 있는 흑도패 상대로 과분한 전력이었다.


“그리고 염두할 점은 염왕파나, 금철파, 그리고 왕두파가 속한 큰 흑도패가 따로 있다는 겁니다. 세달에 한 번씩, 그곳에서 사람들이 와서 상납금을 가져간다고 하는군요.”

“흠. 올 때가 됐나?”

“이번엔 왔답니다.”

“적어도 이곳을 먹고, 속한 곳이 알 때까지 세 달의 여지가 있다는 거군.”

“예.”


율은 눈을 감고 학필이 건네준 정보를 곱씹는다.

이내 감은 눈을 뜨고선, 제 형제들을 바라본다.


“배들 부르지.”

“터질 것 같아, 대형.”

“어휴. 나도!”

“끄으윽!”

“배가 부르면, 소화를 시켜야지. 오늘 밤중으로 놈들의 세력 전부를 먹는다. 가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늑대의 이빨은 하늘을 꿰뚫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리메이크 공지입니다^^ 24.07.24 48 0 -
» 제9화. 24.07.24 52 0 13쪽
9 제9화. 24.07.23 53 0 12쪽
8 제8화. 24.07.22 68 0 15쪽
7 제7화. 24.07.21 65 0 13쪽
6 제6화 24.07.20 71 1 12쪽
5 제5편 24.07.19 69 1 12쪽
4 제4화 24.07.18 69 1 17쪽
3 제3화 24.07.17 76 1 13쪽
2 제2화 24.07.16 106 1 16쪽
1 제1화 24.07.16 170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