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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백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의 이빨은 하늘을 꿰뚫고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장진백
작품등록일 :
2024.07.16 18:37
최근연재일 :
2024.07.24 19:0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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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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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수 :
61,054

작성
24.07.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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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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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제1화

DUMMY

늑대의 이빨은 하늘을 꿰뚫고.


제1화_


신상품이 들어왔다.

무려, 1년 반 만이다.

흑사(黑蛇)는 신이났다.


“상태는 좋다냐?”


신상품을 모셔둔 지하 암실(暗室)로 덩실덩실 춤추며 내려가던 흑사는 신난 목소리로 제 수하에게 물었다.

그의 수하가 고개 쪼아리며 답했다.


“예. 그중 하나는 특(特)이랍니다.”

“특? 그 특별(特別)하다 할 때, 특?”

“예.”

“오메!”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눈이 휘둥그래.

입 꼬리는 활짝.


“상품 검열하는 놈이 적사(赤蛇)새끼 아니냐?”

“맞습니다, 형님.”

“특이라면 적사 녀석 눈에 확실히 들었다는 건데.”


실력은 쥐뿔도 없는 놈이 온갖 있는 척 다하는 놈이 적사다.

그래도 눈은 까다롭기 끄지 없다.

이는 흑사도 인정했다.

그런 적사놈의 눈에 특이라는 글자를 새겨놓았다?


“이야, 이거 설레네.”


첫사랑을 마주친 기분이 되었다.

흑사는 기대가 되었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암실의 문에 도착.


그그긍.


장정 서너명이 달려들어도 꿈쩍도 안 할 무게감이 보이는 암실의 석문이 곧장 열렸다.

흑사가 올 것을 일찍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디 보자, 어디보자.”


석문 뒤에 상품이 나열되어있는 거야 그간 수십 번 봤던 일.

그래서 땅을 그어내는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열린 석문 뒤로 훌쩍 몸을 날린 흑사는 곧장 ‘특’을 찾아보았다.

주르르, 한 줄로 도열 된 상품들 사이로 ‘특’을 찾던 흑사의 눈이 순식간에 찌푸려졌다.


“뭐야? 괜찮다며? 야 이 새끼야! 네 눈에는 이 새끼들이 괜찮아 보이냐, 새끼야?”


퍽!


흑사는 뒤따라 들어온, 자신에게 괜찮다던 수하의 뒤통수 한 대 후려쳤다.

확실히.

지하실 어둠을 밝히기 위해 벽면에 꽂아둔 횃불 사이로 보이는 상품들은 확실히 멀쩡한 것이 없었다.

이리저리 멍든 것은 기본.

몇몇 ‘상품새끼’들은 머리가 깨졌는지.

피딱지가 정수리에 고스란히 붙어 있었다.


어라? 저건 팔도 덜렁이네?


하, 씨발.


“안 그래도 요즘 애새끼들 구하는 것도 빡세 죽겠구만! 적당히 손봐라고 했는데, 개 병신처럼 만들어서 보냈네. 이것들 상태 왜 이래? 평소보다 더 지랄 맞잖아. 그런데도 괜찮다고? 괜찮아? 아앙?”


퍽퍽!


“억! 형님! 억 억! 저, 저도 괜찮다고만 들어서, 그대로 말 옮긴, 억!”

“그 말 한 새끼 데려와. 주둥이 달린 혓바닥 제대로 못 놀리는 것 같으니 확 잘라 없애버리게.”

“적사형님입니다.”


적사였네.

아, 그 새끼 혓바닥 자르기 좀 빡신데.

실력은 쥐뿔도 없다고 했지만, 작정하고 붙으면 팔 하나는 내줘야 했다.


“에이 씨발.”


그저 욕으로 거지 같은 마음 달랠 수 밖에.

그러면서 흑사는 제 말에 대답한 이를 쳐다보았다.

상품들 옆에서 무게 잡는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다.

기도가 마치 잘 바뤄진 단도 같다.

한눈팔면 쥐도 새도 모르게 폐부 깊숙이 칼이 쑤셔 박을 놈.

흑사는 사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적사의 오른팔.


“그래서. 저 애새끼들이 뭐가 괜찮은지 한번 말이나 들어보자, 탐사(探蛇).”

“특(特) 때문입니다.”

“아, 그러니까. 고, ‘특’이 대체 어디 있다고. 내 눈에는 온통 하자 투성인 새끼들밖에 보이지 않는데!”


쾅!


열이 받아 석문 한번 걷어차며 흑사는 하자 가득한 상품들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독이 오른 뱀같이 날카롭게 세워진 흑사의 검은 동공에 오들오들 떠는 상품들이 들어왔다.

몇몇은 그대로 눈을 까뒤집으며 거품 물고 기절.

누린내가 났다.


“······하.”


고작 눈깔 부라렸다고, 기절하고, 거품 물고, 누린내 지려?


기가 찼다.


“······야 됐다. 하자품들 보고 특이라고 말하고 보낸 적사 새끼 눈깔 삔 걸 확인했으니까, 그 선물로 이번 애새끼들 시체나 처리하라고 해라.”


저딴 것들 키워봤자, ‘송곳’으로 사용은커녕, 적대 세력에게 비웃음만 살 것 같았다.

고객들 원성도 자자.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흑사는 제 시간, 제 눈깔, 제 코 버리게 한 상품들을 처리하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한 상품’을 보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상품을 본 것은 아니다.

상품은 순간적으로 사각에서 달려들었다.

횃불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둠 가득한 곳에서 마치 그림자가 쑥 하고 뽑혀 들어오는 것처럼.

허리춤에 찬 단도를 뽑아 일제 망설임 없이 하자 가득한 상품을 베어내려던 흑사는,

그대로 사각에서 솟구쳐 오르는 ‘그것’을 향해 단도의 손잡이 밑 부분을 갖다 댔다.

퍽! 소리가 나며, 솟구쳐 오른 그림자가 땅에 구른다.

그래도 힘은 남았는지.

벌떡 일어나려 하지만, 흑사가 한 발 더 빨랐다.


“와.”


감탄하며,


퍽.


발길질로 일어나는 것의 가슴을 치고.


꾸욱.


지그시 가슴을 누른다.


“이거네.”


바둥거리지도 않는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죽지 않았다.

독이 올라 날카롭게 세워지는 자신의 눈 보다, 더 날카롭게 세워 노려본다.


저거 뱀 눈깔인가?


아.

아니다.


“짐승 눈깔이네.”


마음 써서 크게 말하면, 호랑이 새끼 눈깔.

아니, 이 정도 크기에, 힘이면 호랑이는 너무 갔다.

들 고양? 아니, 삵?

그래.

그 정도 되겠네.


“이거네. 특.”


흑사는 적사가 왜 특이라고 했는지, 이번 물건들은 왜 괜찮다고 말했는지 알았다.


요놈 때문이다.


“처음이야.”


요, 특놈 혼자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 그 말을 받을 자격 있었다.


“상품이 이 흑사님을 공격한 것은.”


요놈.

확실히, 물건이었다.


“1년 반 만에 제대로 된 물건 하나 들어 왔네. 자 우리, 특 상품은 누구?”


원래는 묻지 않을 이름.

어차피 키워져, 일회용 혹은 몇 회 사용 하다 말 것들이다.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키워지기 전에 자신을 대놓고 공격한 놈은 처음.

그래서 요 삵 놈의 이름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로로 벼룬 눈으로 노려보던 삵은, 흑사의 질문에 천천히 그 입을 열었다.


“내 뭣 좀 물어볼지비.”

“어? 이 애새끼 말투 왜 이래? 이거 어디서 주웠냐?”


사투리?

아니다.

억양도 특이하고, 발음도 억눌하다.

저 먼 지역의 사투리라도 어느 정도 알아듣겠는데, 이런 말투는 처음이었다.

흑사는 곧장 탐사에게 고개 돌려 삵 녀석의 출신을 물었다.


“주워 온 곳은 인근 화적민 마을입니다. 출신은 적사형님이 말하길, 고려출신인 것 같다고 합니다.”

“고려? 그 삼신(三神)세력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밟아 놓은 거기?”

“예.”

“살아남은 놈들이 아직도 있었어?”

“나라를 잃었다고 하나, 하나하나가 살벌하게 강한 놈들이라, 살아남은 놈들이 분명 많을 것입니다. 물론, 삼신(三神)에게 대항한 세력이라, ‘나라’로서 다시 일어나는 것은 어렵겠지만 말입니다.”

“신에 대항하는 세력은 얼어 죽을.”

“······형님. 조심해야 합니다. 세가 죽었다 하여도, 삼신의 귀는 여기저기 깔려 있습니다.”

“깔려 있으면 뭐? 어찌 할 수나 있고? 우리 밑 인생 손발이 급해 합친것들이?”


삼신(三神).

정연맹, 사도련, 그리고 황궁의 지배자들을 일컫는 별호다.

이 무림과 나라에서 그들을 욕보인다는 것이야 말로 살아남기 힘든 일이지만, 흑사는 개의치 않았다.

그의 말대로 지금은 삼신은 제 세력 복구하기 바쁘니까.

그리고 삼신은 자신들의 손 잡아 부와 권력을 늘이기 바쁘니까.

욕해도 별 수 없음이라.


“고려하나 밟겠다고, 우르르 몰려가서 살아남은 세력이 고작 2할. 그래서 지금 세상이 요모양 요꼴이고.”


전쟁은 승리했지만, 영광은 없었다.

고려라는 작은 나라에 그 뼈와 혼을 묻혀 돌아오지 못한 절대 고수와 천하대장군들이 저 장강의 강물보다 더 많고, 깊었다.

그리하여 명문이라는 곳도, 명가라는 곳도, 지금은 한낱 삼류로 전락했다.

이리하여 나라와 무림은 때아닌 암흑기를 맞이.

사파는 흑도와 통합하여, 불법을 합법처럼 행하고 있고.

그것이 벌써 30년 전 일이지만, 여전히 무림과 나라는 이전의 부흥은 없었다.


“애초에 신에게 대항한 세력, 신에게 반기를 든 세력도 거짓부렁이지. 진실은 공물 안 바쳐서 빡친 황제놈이 열이 받아 덤벼든 거잖아. 안 그래? 그러다 혼자 안되니, 정연맹 그 영감이랑, 사도련 두목에게 도와달라고 공문 보내고. 그런데도 제대로 밟기는커녕, 뒈지기만 잔뜩 뒈져, 애꿎은 무림이랑 나라만 노났지. 낄낄낄.”

“형님.”

“입조심 하라고? 야. 내 입 가지고 지랄 마라. 술 먹다가 튀어나오는 얘기들이고, 저잣거리 객점만 가도 술 취한 아재들 입에서 튀어나오는 이야기야. 그래도 살아남은 이들이 수두룩하고, 지금도 살아서 입방정 놀리고 있다. 뭐가 무섭다고 지랄이냐.”

“무지한 것들은 죽어도 피해갈 곳이 없지만―”

“아아. 됐다. 정연맹 늙은이랑 사도력, 아니, 이젠 흑도련(黑道聯)이지? 암튼, 그것들 모가지가 조금 들려 올려졌으니 입 조심하라는 거. 몇 번 들었다. 근데, 다시 말하지만, 내 입이야. 지랄 하지 마라. 적사 팔이 왼팔만 남기 싫으면, 새끼야.”

“······.”

“쯧. 아홉 뱀중 한놈이라는 새끼가 뭔 겁이 저리 많아 가지고. 그래서 상품 만들기 잘도 하겠다. 꼬추 떼라 새끼야.”

“······.”

“거 눈깔 휘번뜩 뜨기는. 무서워 울겠다, 야. 됐다. 여기서 끝내자. 내 시간 아깝다. 그러고 보니, 고려 놈이라 그런지 특품이 될 만했네. 놈들 독한건 저 멸문당한 당가놈들 독보다 독하다고 했으니까.”


그런 고려 놈이 이렇게 상품으로 들어와, 이 흑사에게 덤벼들었다니.

아주 좋다.

기분이 좋아진 흑사는 이름을 물어본 내친김에, 고려 상품의 질문도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우리 고려 특품이 뭘 묻고 싶어?”

“여긴 남자만 있지비.”

“그렇지.”

“여자는?”

“다른 곳에 가지. 너희처럼 상품이 되기도 하고, 다른 것도 되기도 하니까.”

“장백산 인근. 상품으로 된 이들. 있지비?”


흑사는 탐사에게 고개 돌렸다.


“장백산? 거기 길림쪽이지?”

“······예. 그리고 고려와 경계선을 잇던 산입니다.”

“그쪽 애들도 있었냐?”

“전 지역에서 상품은 공수해오고 있는 마당이니, 있었을 겁니다.”

“확실한 건 적사놈 명부에 적혀 있을 거고.”

“그렇습니다.”


흑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발 아래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네, 특상품아.”

“······.”


특상품, 고려 아이는 눈을 감았다.

잠깐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흑사는 이번에도 기다려 주었다.

무려 1년반 만에 들어온 상품.

그것도 특.

그래서 많은 혜택을 준 것이다.

눈을 감은 시간은 길지는 않았다.

차 한 모금 살짝 마실 시간.

그 시간을 보내고, 고려 아이는 눈을 떴다.


“상품은 뭐지비.”

“이건 뭐, 내가 질문 해주면 답변 해주는 친절한 뱀 새끼로 보이는 거야 뭐야.”

“상품은 뭐지비?”

“새끼. 그래. 이왕 행사하는 거, 특별하게 하나 더 얹어 주마. 그런데, 이게 마지막이다. 이 흑사님은 친절해 보이지만, 그리 친절한 인간이 아니에요.”

“상품은 뭐지비?”

“아, 거 새끼. 집요하게 물어보기는. 특이라고 해서 봐줬더니만. 확, 그냥 묻어버릴 수도 없고.”

“상품은 뭐지비?”

“······.”


집요한 씹새끼네.


“······그래. 1년 반 만에 특상품이라 여기까지는 참아준다. 후우. 상품이 뭐냐, 물었냐?”


꾸욱.

흑사는 가슴을 밟고 있는 다리에 힘을 주며, 천천히 허리를 굽혔다.

컥.

숨이 막히는 소리가 흑사의 귀에 들려왔다.

호흡이 막혀 붉어지는 낯빛도 눈에 들어왔다.

역시 눈빛은 죽지 않는다.

마음에 든다.


꽤 오래 살아남겠네.


그렇게 천천히 허리를 굽혀, 고려 상품의 얼굴 가까이 제 얼굴 갖다된 흑사는 귀 밑 까지 찢어지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송곳. 사람 멱 따는 송곳. 그게 너희다.”

“······네놈들 멱을 따면? 내가 여길 벗어 날 수 있지비?”

“이야.”


흑사는 감탄했다.

특이라 불린 상품은 처음이 아니다.

그간 몇몇 있었다.

그래도 덤벼든 놈은 요놈이 처음이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숨 막히는 목소리로 묻는 놈도 처음이었다.

그래서 감탄했다.

흑사는 송곳이 될 상품의 가슴을 밟은 다리에 더욱 힘을 주었다.


“응. 그래. ‘담금질’에 살아남아서 잘 찌를수만 있으면.”

“······그거면 됐다.”


고려 아이는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마치, 질문 할 거, 물어볼 거 다 했으니 마음대로 하라는 것 같다.

흑사는 기가 막혔다.


“아니, 이 애새끼가 처음으로 정확하게 발음한 것이 반말이네?”


그게 기가 막혔다.


작가의말

다시 시작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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