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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백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의 이빨은 하늘을 꿰뚫고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장진백
작품등록일 :
2024.07.16 18:37
최근연재일 :
2024.07.24 19:0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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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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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수 :
61,054

작성
24.07.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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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제4화

DUMMY

제4화_


흑사에게 받았던 토납법이 적힌 책자를 훑어본 율은 이내 얼굴을 찌푸리고 책자를 집어 던졌다.

책이 비 새는 집 벽에 부딪히며 큰소리를 냈다.

토납법을 훑어보려던 아이들이 깜짝 놀라 율을 쳐다보았다.

율은 자신을 쳐다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 읽지 마라.”

“응?”

“내가 더 좋은 호흡을 가르쳐 줄 테니, 내가 가르치는 호흡법 익혀라.”

“응.”


단호한 율의 말에 아이들은 그 누구 하나 거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은연중에 율은 아이들의 대장이 되어 있었다.


***


율은 위를 쳐다보았다.

사방이 막힌 분통 중, 유일하게 뚫려 있는 입구가 보였다.

아직, 목표물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곳을 보며 율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두들겨 맞으면서 배웠던 것이 생각났다.


<사람이 가장 방심 할 때가 언제냐!>


퍽퍽!


그것은 잠을 잘 때요, 여자를 안을 때요, 술에 잔뜩 취할 때요.


그리고―


‘뒷간에 갈 때요.’


<머릿속에 새겨 넣어라! 그리고 알아서 응용하고, 상상해라! 나중에 응용을 잘했는지 알아볼 테니까!>

<못해? 그럼 씨발, 쳐 두들겨 맞아야지, 이 개새끼들아!>


응용하고 상상하여 말한다면,


‘술을 먹고, 여자를 안아, 뒷간을 갈때요.’


거기다, 아군인척, 말 잘드는 개새끼인척 할 때요.


정말, 아주, 완벽히 방심 할 때고, 안심 할 때다.

율은 송곳이자 살수로서 7년간 살면서, 두들겨 맞으면서 배웠던 것들을 잘못 사용하면 뒈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술을 먹고, 여자를 안아, 뒷간을 갈 때.’ 만큼은 말뿐 아닌, 실전에서도 아주 제대로 먹힌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으로 너무 잘 알았다.

그리하여, 지금도 분이 되어 기다렸다.

상대는 술에 떡이 되었고, 여자를 안아 방심하고 있을 때니까.

거기다, 여기는 제 놈들의 본부니까.

이보다 더 완벽히 방심하지 않을 때가 어디 있을까.

물론, 목표물이 와야 율의 기다림, 율의 목적을 완성하는데 마침표를 찍는다.

만약,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래도 율은 기다렸다.

가장 좋은 때지만, 그거 놓쳤다고 나갈 수 없는 노릇이다.

송곳 박아 숨 틀어막으려면 인내, 참음은 필수라는 것을 율은 그간 똑똑히 배웠다.


‘잘 배웠다. 덕분에.’


이말.

오늘 할 수 있겠지.


율은 그렇게 눈을 감고, 지난 날을 생각했다.

허나, 곧, 생각마저 그쳤다.


끽.


뒷간의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끄윽. 취한다.”


목소리도 들렸다.

목표물이다.

송곳으로서 살면서, 목표물의 목소리를 못 알아들을 일 없었다.

그리고 저 목소리.

7년 전부터 귀와 머릿속에 박아놓은 것이라 잊을 수 없지 않은가.


율은 숨을 더욱 죽였다.

호흡을 삼켰다.

감은 눈의 열리는 눈꺼풀 소리도 들릴까.

아주 천천히 열었다.


살 색의 둔덩이가 보였다.

덜렁이는 무언가도 보였다.

좁혀진 곳이 열리는 것이 보일 때쯤.

그로 인하여 뒷간에 온 이의 마음도, 머리도 완전히 방심할 때쯤.


율의 팔이 솟구쳤다.


솟구친 팔의 손에는 분칠한 송곳이 들려 있었다.

그대로.

열려, 분을 쏟아내는 좁은 곳으로 정확히 들어갔다.


푸욱!


“끄―”


나갈 곳에서 들어오는, 그것도 날카롭게 그지없는 송곳의 뾰족한 것이 들어오며 파훼치는 지독한 고통은 벙어리 조차 비명을 내지르게 만든다.

눈이 튀어나올, 자연스럽게 몸이 솟구쳐 오르는 그 끔찍한 고통에 비명이 힘껏 튀어나오려고 하지만, 율이 한 발 더 빨랐다.

쑤셔 넣은 송곳의 손잡이를 놓고.

덜렁이는 것을 잡아댕긴다.

솟구치려던 몸이 분통 안으로 쏙 들어갔다.


풍덩.


뭉쳐 있던 분이 출렁였고.

고통에 열린 입 사이로 분이 왕창 들어갔다.


“끄―”


말로 표현 못할 향.

지독한 맛.

그조차 다 잊을 아랫도리의 고통.

그래서 튀어나오려 비명.

물론, 나오지 못했다.

풍덩 하고 빠져든 목표물의 입을, 율은 물컹이던 것을 잡아끌어 당겼던 손으로 와락 막았기 때문이다.

그리고선, 방독면 씌운 얼굴 그대로 목표물의 얼굴에 부딪히고선.


“오랜만이다.”


정겹게 인사를 나누고.


“적사.”


제 목소리 알아듣는, 목표물, 적사의 모가지에 왼손에 들린 송곳을 사정없이 박아 넣는다.


푹푹푹푹!


상대가 누군지 알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

비명을 질러,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적사는 할 수 없었다.

모가지 깊이, 그것도 수십 번 박히는 송곳에 의해 성대는 나갔다.

목숨줄도 나갔다.

이런데 뭐, 어찌 할까.

그저.

생기가 사라지는 눈을 부릅떠, 믿지 못할 현실을 보며 죽어 갈 뿐이었다.


“······.”


적사가 죽어도, 율은 몇 번 더 그의 모가지에 송곳을 박아 넣었다.

이어서 잠시 멈추고, 적사의 심장 가까이 얼굴을 갖다되었다.

들리는 것은 없다.

얼굴을 든다.

그리고선 왼손에 든 송곳을 그대로 적사의 심장에 박는다.

푹, 소리와 함께 틀어박힌 송곳.

그리고선 적사의 입을 잡은 손의 힘을 푼다.

적사가 천천히.

분수(糞水) 아래로 가라앉는다.

머리통만 남을 때쯤에 그 머리통 밟고 율은 분통 위로 올라섰다.

분이 가득 찬 옷 입은 그대로 뒷간 문을 열었다.

이대로 나간다면, 오래도록 쌓인 지독한 분향과 복장 때문에 너무나도 눈에 잘 띄겠지만―


괜찮다.


“어차피 난장판이니까. 그치?”


뒷간을 나가니, 누군가 율의 생각을 그대로 그리 물어왔다.

뒷간 앞에 놓인 작은 돌 위에 앉아 있던 이다.

흑색 장발에 선해 보이는 인상.

그런데, 인상에 비해 유독 악독해 보이는 뱀 눈깔을 가졌다.

세로로 바뤄진 눈동자가 율을 바라보고 있었다.

율은 그 눈 바라보며, 발까지 가린 피독의를 벗고, 방독면을 마지막으로 벗었다.

이어서 피독의와 방독면 안에도 입은 독내의와 천독면도 벗는다.

분 하나 묻지 않은 검은 잠행복이 드러났고,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맹수 같은 눈을 가진 사내의 얼굴이 나타났다.


“지독히도 잘생겼네, 새끼. 잘컸어.”


뱀 눈깔은 제 얼굴 드러낸 율을 보며 히죽이면서 말했다.


“덕분이다. 잘 배웠다. 흑사.”


율은, 뒷간에서 생각하며 마음에 담았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율의 인사를 받은 흑사가 피식 웃더니, 뒷간 슥 한번 본다.

그리고선,


“적사 녀석 잘 갔냐?”


정겹게 물었고,


“잘갔다.”


율은 덤덤히 답했다.


“어휴, 적사 새끼. 있는 척 없는 척 다하더니만, 갈 땐 더럽게 갔네. 아유, 내가 저렇게 안 가서 다행이지.”


흑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나저나, 특급아.”

“왜.”

“토납법. 그거 안 익혔냐?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왜?”

“삼류라도 몸 하나 기가 막히게 튼튼하게 만드는 거라서, 그거 안 익히면 훈련받다가 죽거든. 훈련받고도 고작 한 새끼만 뒈진 것도 그것 때문이지. 안 익히면 다 뒈져도 이상하지 않아.”

“확실히 빌어먹을 짓이었지.”

“그래서 익혔냐, 안 익혔냐.”

“안 익혔다.”

“그런데, 왜 살아 있냐.”

“내가 익힌 걸 줬거든.”

“아하.”


흑사는 궁금증이 풀렸다.

나무 몽둥이에서, 철심 넣은 나무 동이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숫제 철 덩어리로.

그런 철 덩어리 몽둥이로 맷집, 칼집, 도집등, 각종 무기로 찔려도 괜찮을 몸뚱이 만들기 위해 두들겨 팼다.


어디 그뿐일까?

어른도 하루 만에 못 올라 갈 산을 반나절 만에 타고 오라고 하고, 떨어지면 곧장 뒈질 것 같은 절벽을 기어 올라가게 했으며, 물속에서 물고기 마냥 숨 쉬라고 개같이 굴렸다.

못하면, 역시 몽둥이로 일단 패고 봤고.

삼류 무공 토납법에는 그걸 버티게 할 힘도, 체력도 만드는 힘이 있었기에 흑사는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아, 뭐.’


내가 팬 건 아니지만.


‘아니지?’


부하들이 팼으니, 내가 팬 거나 마찬가지 아냐?


어쨌든!


중요한 건 그건 아니고.


그렇게 살아남아서 토납법을 제대로 익혔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걸 익히고 있었다네?


‘어쩐지 씨발.’


첫 실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3명만 죽고 잘들 살았다더라.

거기다 살아남은 놈들이 특급에다가 특급 같은 일급이 되었다.

자신에게 오는 상품, 송곳들이, 다른 곳에 가는 것들보다 좀 좋은 것들이다.

그래서 토납법 익히면, 다른 쪽 애들과 달리 많이 강했다.

그래도 이리 오래도록 많이, 그리고 몇 년 사이에 저리 강하게 될 순 없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어라, 잠깐?’


그럼, 저 고려 새끼가 애초부터 무공을 익히고 있었다는 거야?


“야, 너 무공 익혔었냐.”


흑사는 궁금해서 물어봤다.

율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구라 까고 있네. 내가 준 토납법을 익히지 않았다며? 씨발, 구결이 이상하다는 걸 알았을 거 아냐?!”


키워내는 송곳에게 주는 토납법에는 몸 튼튼, 체력 빵빵하게 만드는 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배신을 할 때를 대비하여 제동을 걸기 위한 힘도 있었다.

사람 죽이는데 특화되게 키워놓았는데, 그 송곳이 자신들에게 향하면 졸 억울한 일 아니던가.

그래서, 손을 볼 수밖에 없었다.

손본 것을 알아볼 수 있다면, 최소 못해도 상급 이상의 무공을 익힌 것이나 다름없다.

토납법을 ‘윗사람’에게 받았을 때 들은 것이다.

그리고 흑사, 자신이 볼 때도 그런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게 무공 익힌거 아니고 뭐야, 이 개새끼야!”


흑사는 토납법 속 감춰진 비밀 구구절절 말하며 소리 질렀다.

무공 안 익혔다고 하니 열이 받았고, 어차피 지금은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날 일이라 숨긴 거 털어라도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흑사가 상상치도 못한 답이 율에게서 나왔다.


“까막눈이다.”


응?


“······응?”

“까막눈이라고.”

“까막눈······?”

“그렇다. 까막눈이라 중원 글자를 모른다. 말은 할 줄 알아도. 그래서, 준거 읽지도 못했다. 거기다 더럽게 악필이더군.”

“······.”

“지렁이가 기어가도 그것보단 글자가 될 것 같았다. 어쨌든, 봐도 도저히 몰라서 갖다 치웠다. 뭐, 지금 와서 들으니 안 익히기 잘했네.”

“······.”


와.

씨벌.

고걸 몰랐네.

까막눈을 몰랐네.

예상치 못한 원인이었다.


“허허.”


기가찬 흑사의 뱀 눈깔이 놀란 강아지마냥 커졌다.


“씨벌.”


허탈한 웃음이 절로 나왔고, 당혹감에 물든 욕이 입사이를 비집고 흘러 나왔다.

잠깐, 침묵.

후우.

한숨 한번 쉬고 흑사는 입을 열었다.


“씨벌. 까막눈. 와, 진짜······ 내 잘못이네, 내 잘못. 응? 까막눈이란 걸 몰라서, 그냥 책자만 던져두고 온 내 잘못이야, 내 잘못.”


율이 동의했다.


“맞다. 흑사, 네 잘못이다.”

“개새끼가 말 한마디 안 지네. 아, 그런데, 니만 까막눈이냐? 다른 애새끼들은?”

“모른다. 그런데, 보지말라니까, 안봤다.”

“초장부터 대장질 잘했네. 여러 뭐로 진짜 특급이다, 너는. 그런데, 원래 그리 말 잘했냐?”

“맞다. 중원 말은 잘했다.”

“그런데 왜 고려말 썼― 됐다. 어차피 다 끝난 마당에 무슨. 그보다는―”


흑사의 뒷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당장 흑사의 말이 이어진다 한들, 율은 듣지도 못할 일이었다.

어느새 코앞에 송곳 하나가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옆으로 몸을 돌려 피하니, 거리를 접고 달려온 흑사의 눈깔이 보였다.


“잘하는 말로 반말질이야, 이 씨벌놈이.”


멈췄던 말이 이어지면서, 흑사의 오른손에 들린 송곳이 율의 목을 노리고 날아왔다.

율은, 보고, 흑사의 공격보다 더 빠르게 무릎 접어 몸을 뒤로 젖히며 피했다.

목을 노렸던 흑사의 송곳이 뒤집혀 율의 사타구니를 노리고 떨어진다.

율은 접힌 몸채 옆 돌아 제 사타구니 노리는 흑사의 공격을 걷어찼다.

퍼걱.

흑사의 공격이 떨어지는 모양새대로 크게 율이 걷어찬 쪽으로 반향이 틀어졌다.

흑사는 걷어차인 방향으로 몸채 돌렸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면서 회전력 실은 내려찍기 공격을 이어가려하지만, 아뿔사.

목표물이 없다.

어디로 갔나 싶을 때 쯤.


“윽!”


발에 불에 데인 것 같은 고통이 올라왔다.

뭔가 싶어 내려 보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제 목을 옳아 매는 것이 있었다.

눈 들어보니, 조금전 봤던 잘나고 강직한 청년의 얼굴이 어렴풋 흑사의 눈에 들어왔다.

율이다.

덮은 천 사이에도 드러난 단단하기 그지없는 팔뚝.

숨이 컥 하고 막혔다.

동시에 흑사는 오른손에 든 송곳으로 제 목을 쪼인 율의 팔뚝을 찌른다.


푹!


살이 파고드는 소리가 흑사의 귀에 들려왔고, 감촉이 느껴졌다.

몇 번 더 내찌르려고 하지만, 그보다 율의 행동이 더 빨랐다.

목을 죄지 않은 다른 팔로, 목을 죄고 있는 팔에 꽂힌 흑사의 송곳을 빠지지도, 빼내지도 못하도록 송곳 손잡이 밑동을 덥석 잡는다.

흑사가 움직이지 않는 내공을 억지로 사용하며, 붙잡힌 제 송곳을 빼내려고 하지만 요지부동.


“끄륵.”


제 목을 쪼인 단단한 팔뚝에 꽂힌 송곳이 더더욱 단단한 걸쇠가 되어버렸다.

목을 조이는 힘이 더 강해지고, 흑사의 숨이 매 순간 덜컥덜컥 막혀갔다.

꼴깍닥 넘어갈 쯤.

허옇게 뒤집혀 지는 눈깔로 제 숨구멍 막은 율을 바라보며 흑사는 입술을 달그락 거렸다.


<잘먹고 잘살아라, 씹새―>


달그락 거리는 말은 채 완성이 되지 못했다.

송곳 손잡이를 잡은 흑사의 오른손이 밑으로 떨어지고, 그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제야 흑사의 송곳 손잡이 밑동을 잡고 있던 팔이 힘을 푼다.

율은 밑동을 잡았던 왼손으로 오른팔에 꽂힌 흑사의 송곳 손잡이를 잡고 뽑아냈다.

피가 부왁 하고 딸려 나왔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그대로 축 늘어진 흑사의 심장을 향해 송곳을 박아넣는다.


푹!


숨구멍 막혀 죽은 흑사의 몸이 잠깐 덜석 거렸다.

몇 번더 찌르고 나니, 덜컥 거리던 움직임도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흑사의 심장에 송곳을 박아 넣는다.

그제야 율은 흑사의 목을 완전히 풀어 주었다.

흑사의 몸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땅 바닥에 축 늘어졌다.

율은 흑사의 발등에 박은 제 송곳을 빼내며, 죽은 흑사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


오늘은 일년에 한번, 흑사, 적사, 탐사, 나아가 흑사패의 것들이 만나는 날이다.

7년간 이 시기마다 만났다.

훈련때도 자신들을 대동했고, 그때마다 잘 먹였다.

물론, 잘 컸는지, 시험도 해보고.

그 시험이란 잡아온 동물 놈드로가 싸우는 거였다.

굶주린 것들.

처음에는 승냥이었고, 그 다음에는 멧돼지, 그 다음 이리였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는 승냥이, 멧돼지, 이리 섞은 수십마리.

7년째 오늘은 늑대떼였다.


이겼다.


그뒤, 축하겸 잔치가 있었다.

여자를 안고, 취하는 것은 흑사, 적사 그 아래 놈들.

율, 자신과 살아남은 아이들은 그저 먹는것만 되었다.

그 덕분이랄까.


이렇게 죽어 나자빠진 것은 적사, 흑사 놈들이 되었지.

이렇게 죽일수 있는 계획을 짤 수 있었지.

놈들은 토납법을 너무 믿었다.


“그래도 산공독(散空毒)이 아니었더라면, 힘든 일이었다.”


산공독(散空毒).

내공을 흩어지게 만드는 아주 귀한 귀물이자, 지독한 독이다.

일전에 살수로서 임무를 수행하고 얻은 ‘전리품’중 하나였다.

저 똥간에 숨게 만들 수 있게 한 독피의등도 전부 전리품이다.

이런 전리품 율과 아이들은 남몰래 챙겼다.

이날을 위해.

뱀놈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뭐, 산공독이 아닐지라도 흑사라면, 별의 별 수가다 있었을 일이다.”


율은 죽은 흑사의 주머니, 소매를 뒤져봤다.

각가지 색이 담긴 가루가 쏟아져 나왔다.

여차하면 뿌리고, 뱉어낼것들.

못 쓰고 간 것은 이리 단번에 싸움이 끝날 줄 몰랐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이렇게 뒈질 줄도 몰랐을 것이다, 흑사.”


그러니, 처음부터 말한 걸 잘 기억해야지, 흑사.

내가 네놈들을 죽이겠다고.


“애초에 죽이려고 들어왔지비.”


율은 흑사의 시체를 내려다보다, 자신도 모르게 ‘서툰’ 사투리가 나오다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쯧. 몇 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입에 붙었네. 지비가 뭐냐, 어색하게.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흑사. 내가 그간 말한건 고려 사투리 아니다. 그냥 내가 막 만든거다.”


네놈, 신경 긁으려고.


아니, 흑사가 아니더라도, 어른이던, 자신을 속여먹던 세상을 긁으려고.


“······이걸 들었으면, 뭐라고 할까, 흑사.”


씨발새끼라고 해겠지.

흑사가 자주 입에 담는 욕을 율이 입에 담 때쯤.


콰아앙!


큰 폭음이 터졌다.

동시에 년에 한번씩 흑사, 적사, 그들의 패가 모이는 이름 모를 산 숲속 ‘전각’이 화마에 집어 삼켜졌다.

화마의 몸집이 점점 커져, 어둠마저 집어 삼키는 것을 율은 가만히 쳐다 보다, 이내, 화마에 집어 삼켜지지 않은,

아직은 어둠이 가득한 숲속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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