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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백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의 이빨은 하늘을 꿰뚫고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장진백
작품등록일 :
2024.07.16 18:37
최근연재일 :
2024.07.24 19:0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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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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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수 :
61,054

작성
24.07.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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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7화.

DUMMY

제7화.


“세상은 여전히 똑같다. 아니, 오히려, 우리에게 힘이 생겼기에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오. 애초에 이용당하려고 키워졌으니, 이대로 세상 밖을 나간다면 더욱 이용 당할 일만 남았을 것이오.”

“하긴, 이제 소속도 배신하고, 가진 것도 뭣도 없으니, 이용당하기 딱 좋죠.”


학필과 금돈은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지레 짐작하며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7년전 들은 율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도 아니다.

7년간 자신을 속이고, 송곳이 되어 뒷 통수 내 찌르고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알게된 세상의 더러운 이치였다.

특히나 지금.

말한대로 소속을 배신하고, 자신들을 키워준 것들을 싹 잡아 불태워버렸다.

가진것도 한푼 없던, 7년전 잡혀온 그때 그 시절로 완벽히 돌아간 때.


“하지만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 바로, 우리다.”


율은 잠깐 말을 멈추고, 천천히 호랑, 학필, 금돈, 광견을 한 명 한 명 자세히 바라보고선, 피가 담긴 잔을 들었다.


“각자 나이는 다르다. 태어난 곳도 다를테고. 그리고 부모, 형제도 다르겠지. 하지만, 우리는 함께 살아남았고, 함께 도망치며, 함께 배신했다.”


배신을 하겠다.

이제 불태울 수 있는 힘이 생겼을 쯤.

율은 말을 하지 않고 준비했다.

7년간 함께 부딪히고, 살아왔다고 하지만, 서로의 목적, 이름은 모른다.

그래서 굳이 챙길 생각도, 자신의 뜻에 함께 할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기가막히게도.

배신하고, 불태울 준비를 할 쯤, 살아 남아 있던 그때 아이들도 똑같이 배신하고, 불태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찌 알았을까.

7년간 부딪히고 살다 보니, 말하지 않고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만큼 이신전심이 된 것일까.

그럴 리가.


“솔직히, 대장을 습격했을 때 같은 마음일줄은 몰랐지.”


율의 말을 묵묵히 듣던, 호랑이 넌지시 그리 말했다.

그 말을 학필이 받았다.


“그러게나 말이오. 2호, 아니, 호랑도 마찬가지. 둘을 잡으려고 습격하려고 하니, 때마침 싸우고 있을 줄 몰랐오.”

“맞아. 맞아. 난 처음부터 3명이 싸우고 있는 줄 알았지. 4호, 아니, 광견도 비슷할걸?”

“아니, 나는 다같이 싸우고 있기에 서열 싸움인가 싶어 끼어들었지.”


광견은 금돈의 말을 부정했다.

금돈은 예상치 못한 이유에 입을 쩍 벌렸다.

혹시나, 자신은 배신자가 아니라고 오해 할까.

광견은 급히 말을 이었다.


“아니, 그, 그래도 마지막에 배신하고, 불태우고, 적사, 흑사, 뱀 새끼 머리에 송곳 꼽자는 마음이 하나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땐, 기뻤다고. 나도 같은 마음이었으니까.”


허둥지둥, 변명하듯 진실을 말하는 광견의 말을 듣고 호랑은 어깨를 으쓱.


“나참. 배신하고, 불태우고, 뱀 대가리 송곳 꽂을 일에 걸림돌 될까 봐 미리미리 참된 싹들 치워버리려고 했을 때, 다 같은 마음일 줄 누가 알았겠어.”

“그때 기가 막히긴 했다.”

“음, 음.”


학필, 금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덕분에 우리는 서로의 목적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허나, 내 목표는 아직 채 이루지 않았다.”


율이 말을 잇는다.

4명의 청년은 율을 바라보았다.


“흑사, 적사놈이 몸담고 있는 곳. 구사문. 이것을 시작으로 나는 내 복수를 할 것이다. 내 마을, 내 가족의 복수. 그리고 내 동생의 구출. 지금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구사문에 불 지른 동지로서, 형제로서, 7년간 함께 버틴 가족으로서 말하고, 인정했기에 너희들에 밝히는 것이다.”

“그거 이미 처음부터 밝혔잖아, 대형.”

“······.”


호랑의 진솔한 꼬집음에 율은 잠깐 말이 막혔다.

곧 아랑곳하지 않은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내 목표고, 이후 이룰 일이다. 그러니, 어쩌면, 지금부터는 각자도생의 길. 떠나도 좋고, 숨어도 좋다. 이 잔은 지금까지 함께 해온 너희들을, 말한대로 형제, 가족이라 생각하고 내 마음에 받들기 위한 잔이다.”

“······.”

“······.”


이번 일이야 서로의 뜻이었고, 서로가 하고자 했던 일이라 함께 했을 뿐이다.

이다음 목적지, 목표물, 꿈이 같다고 할 수 없기에, 각자도생으로서 살 일.

제 복수, 제 길에 저들과 함께 갈 수 없고, 같이 죽자는 말, 가족이자 형제에게 할 수 없지 않던가.

그렇기에 율은, 이렇게 구사문의 지부이자, 적사와 흑사 패거리를 처리할 마음이 같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이럴 생각이었다.

마음에 품고.

자신은 자신만의 길을 가려고.

침묵이 내려 앉는다.

고요히 바라보는 눈길만이 있다.

그 눈길 받으며,


“그럼, 이제 찢어지자.”


길고 긴, 만남을 끝내기 위해 율은 술잔에 입을 갖다 되었다.

그러나, 당장 술을 마시지 못했다.

네손이 뻗어 술잔을 잡는다.


“에헤이, 거 양도 많은데, 혼자 마시지 맙시다.”


호랑이 먼저 말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어찌 각자도생의 길의 가오.”


학필이 받아서 말했다.


“너무하네요, 대형. 난 대형이 내 큰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가족이라며? 그럼 이 뒤도 같이 가야지.”


금돈,


“거, 한번 형제면 끝까지 형제고, 가족이면 끝까지 가족이구만. 더군다나, 대형에게 호흡법도 받아 익혔는데, 이러면 사부사제 지간이고, 사형사제지간도 되잖아? 이런데, 이제 각자도생하자고? 개도 은혜 아는데, 사람이 되어서 은혜 모르면 안 되지.”


광견이 마지막으로 그리 자르르 말을 남겼다.


“······미안하지만, 내 길은 오직 복수, 그리고 오늘처럼 불태우는 일만 있다. 같이 가자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라? 나돈데?”

“나도 마찬가지오.”

“어라? 너도, 너도? 나도!”

“나도! 이래서 우리가 함께 살고, 송곳 마주쳐 생각도 잘 알았나 보네.”


율은 무슨 말들을 하냐는 듯.

4명을 쳐다보았다.

이번에도 호랑이 먼저 말했다.


“대형이랑 비슷한 상황이다, 이 말이지. 까놓고 말하면 내 가족은 흑도가 되어버린 한 무림 명문가에 의해 멸문 당했어. 내 누이가 그쪽 가문네 망나니 같은 놈의 눈에 들었거든?”


이어 호랑이 말하길.

누이는 혼사를 거절했고, 열이 받은 흑도 명문가의 망나니는 홧김에 호랑의 누이를 간음했다.

간음 당한 누이는 그 충격에 이기지 못하고 자결.

이에 호랑의 가문에선 그 죄를 따지기 위해 준비했다가, 이를 안 흑도 명문가에 의해 멸문당했다.


“나만 운 좋게 살아남았지. 가문의 재건을 위해 부모님이 도망치게 했거든. 그러다, 결국 뭐, 이 모양 이 꼴이 되었고. 거지 같은 세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개 같은 일일었지.”

“나도 2호, 아니, 호랑과 비슷하오.”


학필이다.


“대대로 청렴한 학사 집안이었소.”


나라에 망조가 들어, 부패한 관료들이 제 세상 만난 시대에도 그랬다.


“빌어먹을 부패한 세상에서 청렴한 우리 가문은 모난 돌이었고.”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그 모난 돌이 부패한 것들에게, 그리고 그들과 어울리는 흑도에게 소리를 내질렀다가, 대려 화를 당했다.

어찌 그리 쉽게 나라의 학사 가문을 없앨 수 있냐 쉽겠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였다.

나라의 녹을 먹는 집안일지언정, 쉬이 사라져도 눈과 귀를 닫게 만들면 아무도 모르는 그런 시대.


“나는 공부를 위해 멀리 있다가 화를 피했으나, 결국, 멸문의 화가 접근하여 도망치다, 이리되었소.”

“이야. 소재만 다르고 주제는 비슷하구나!”


금돈이다.


“나는 말야!”


금돈은 상인 집안의 자제였다.

남부러울 것 없던 인생이었지만, 멸문의 화는 갑자기 오는 법이었던가.

잘 나가던 자신네 집안을 질투한 곳이 있었고, 결국 흑도와 손잡고 습격하여, 하룻밤 새 모든 것을 불태우고 멸문시켰다.

금돈이는 ‘삼촌’과 상행 갔다가, 이 소식을 들었고.

이어, 남은 재산이라도 가지겠다며 삼촌에 의해 버림받았다.


“멸문과 돈 앞에서는 혈연도 소용없더라고. 아니면, 뭐― 어쨌든, 난 그래.”


더군다나, 그냥 버림받은 것도 아니었다.

흑도에 팔렸다.

그래서 이렇게 구사문의 송곳 양성 지부로 흘러들어왔다.


“이제 내 차례군.”


마지막으로 광견이 말을 잇는다.


“무가의 가문이었다.”


삼류 무가였지만, 정도를 지키는 그런 무가.


“내 얼굴에 스스로 금칠하는 것 같지만, 내 자질이 나쁘지 않았어. 가문의 무공을 바로바로 익혔으니까. 헌데, 나보다 더 뛰어난 이가 내 동생이었어.”


뭐랄까?

차원이 다른 천재라고 해야 할까?

광견은 가문의 것을 곧이곧대로 익혔다면, 동생은 변화를 주었고, 스스로 더 나은 길을 만들었다.

달리 말하자면, 광견의 동생은 대종사(大宗師)의 기질을 타고난 하늘이 내려준 무재였다.


“대형처럼 말이야. 어쨌든, 너무나 뛰어나니, 질투조차 나지 않더군. 솔직히, 내 동생이 그대로 가문을 맡아 키워줬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했고. 문제는 가문의 힘이 미약했다는 것이지.”


그리고, 이런 동생을 질투한 명문 무가의 자제가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살인멸구가 정당화되는 세상에선 너무나 뛰어난 자질과 재능을 가진 힘 없는 가문은 그것만으로도 ‘화’를 일으켰다.

질투에 눈이 먼 명문 무가의 자제는 가문의 힘을 이용해 광견의 동생을 ‘암살’했고.

이어, 명문가에선 제 가족, 제 혈육의 치부가 드러날까, 광견의 가문 자체를 말살시켰다.


“그 뒤 일은 호랑과 비슷해.”


길고 긴, 네 청년들의 이야기가 끝났다.

그들의 이야기, 가정사, 묵묵히 듣던 율이 물었다.


“구구절절 길게 이어 묻진 않겠다. 결국, 형제들 역시 하고자 하는 일은 복수. 맞나?”


호랑, 학필, 금돈, 광견은 고개를 끄덕였다.

율은 눈을 감았다.

이어서 천천히 감긴 눈을 뜬다.


“별거 없는 것들이 복수를 위해 뭉치겠다, 이 말이 되겠군.”

“그 말이지.”

“좋은 일이오. 어차피 갈 곳도, 함께 할 이도 없으니 말이오.”

“형제들 말고 내가 누굴 믿겠어?”

“이하동문.”

“우리는 힘이 있다지만, 미약하다. 그리고, 구사문이라는 적도 생겼다. 가진것도 없고. 이런 상황에서 저 멀리 서역이나, 세외로 도망가 다시 살 기회도 있다. 물론, 나는 그런 생각 따윈 없다. 도망가 살 기회 버리고, 함께 복수귀가 되어 살 생각이 확실히 있다면!”


율은 술잔에 가득 담긴 술을 마셨다.

그리고선 술을 남겨, 제 사연을 말한 이들에게 건네며 말을 잇는다.


“진정으로 형제, 가족이 되어, 함께 하자.”

“좋은데?”

“좋소.”

“좋아!”

“남자로서 거부할 수 없는 일이로군!”


4명의 청년은 망설임 없이, 술잔을 받아 술을 들이켰다.

그렇게, 다시 율에게 술잔이 돌아왔을 때는 술잔은 완전히 비어 있었다.

율은 빈 술잔 받고선, 멋들어지게 웃었다.


“가진 것 하나 없고, 기댈 곳도 하나 없는 거지같이 바닥 같은 인생들이 모여 형제가 되었군.”

“언제까지 바닥이 될 건 아니잖아.”

“그렇소. 바닥이나, 마음엔 불이 가득하니, 그 누구보다 뜨거운 바닥이오.”

“학사 집안이라서 그런가? 3번, 아니, 학필이 말 한번 잘하네.”

“그나저나 이렇게 확실히 형제가 되었다면, 우리도 뭐라고 단체명 하나 있어야 하지 않나? 그냥 막 살 것도 아니라면 말이야.”


광견의 말에 청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구사문에서 벗어나기 위한 짓을 한 뒤.

각자의 복수를 위해, 그 복수를 마음에 담은 이들끼리 형제가 되는 술잔을 나눴다.

즉, 앞으로도 결국 무력과 피를 볼 수 없다는 일이다.

뜻을 가진 이들이 뭉쳐, 무력으로 인한 일을 벌이자면, 단체명, 혹은 별호가 없는 것보다 나았다.


“생각해둔 바가 있다.”


광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던 율이 말했다.


“어라, 대형. 우리가 뭉칠 줄 알았나봐? 이름을 벌써 생각해뒀다고 하니.”

“그건 아니다. 그저, 혼자라도 사용할 이름이었다. 흑사, 적사를 처리하고 난 뒤, 숨어 세력을 키운 뒤 복수하려고 했으니까.”

“이름이 무엇이오, 대형.”

“하오문(下午門).”


그 이름을 듣는 순간.

호랑, 학필, 금돈, 광견은 침묵했다.

눈에는 그리움이 깃들었다.

들어본 이름이다.

5년 전.

제일 처음, 자신들에게 이름을 가르쳐준 밝은 아이의 이름.


“빛 조차 보이지 않던 밑바닥에서 웃으며 제 이름 가르쳐준 녀석의 이름. 우리의 여섯 번째 형제를 저버릴 수 없는 법이지.”


그렇게, 어두운 밤.

이름 모를 산의 깊숙한 곳에서.

다섯 청년이 뜻이 모은 하오문이라는 이름의 흑도이자 문파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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