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장진백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의 이빨은 하늘을 꿰뚫고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장진백
작품등록일 :
2024.07.16 18:37
최근연재일 :
2024.07.24 19: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01
추천수 :
6
글자수 :
61,054

작성
24.07.17 19:00
조회
76
추천
1
글자
13쪽

제3화

DUMMY

제3화_


“울어도 된다.”


퉷!


흑사는 오른손에 침을 탁 뱉는다.

그리고선 제 수하에게 건네받은 몽둥이를 굳게 쥐었다.


흥흥흥~


저벅저벅.

콧노래 부르며 홀로 남은 율을 향해 다가갔다.


“살려달라고 해도 된다.”


흑사는 2주간 상품, 아이들을 쉬게 하고, 치료 해주겠다는 그 약속을 지켰다.

비 새는 집안으로 들여보내고, 뒤에 있는 제 부하들에게 치료하라고 명령 내렸다.

율이 듣지 못할 일 없고, 보지 못할 일 없었다.


“직접할지비?”


어느새.

제 코앞에 우뚝 선 흑사를 율은 고개 높이 들어 바라보았다.

감정하나 없는 10살 아이의 까만 눈동자가, 흑사의 뱀 같은 눈에 담겼다.


거, 아, 새끼.

겁먹은 기색도 없네.


“오냐. 특별하고, 훌륭한 우리 특아. 남잡게 혼자 이주동안 담금질한다고 했으니, 이 흑사님이 친히 해주려고. 왜? 쫄리냐?”

“이나, 저나, 어른이 애를 쥐 잡아 팬다는 것은 다를 바 없지비.”

“거 특놈의 애시키. 어른 부끄럽게 말 잘하네. 그런데, 난 양심 처 잡아드신 어른이라, 부끄러움이 없어요.”


낄낄낄.


웃음을 짓고.

오른손에 든 몽둥이를 율의 머리통 위로 툭 올렸다.

그리고선, 몽둥이를 잡기 전, 그리고 다가오면서 했던 말을 재차 잇는다.


“울어도 되고, 살려달라고 해도 되고.”

“그렇지만 봐주지 않을 지비.”

“옳지. 옳지. 너무 잘 아네, 특. 머리통 빼고 잘 두들겨 줄 테니까, 열심히 울고, 열심히 버텨라. 죽으면― 어쩌겠냐. 죽어야지.”

“언제까지 할 지비.”

“어디 보자······ 우리가 언제까지 했더라? 내가 직접 담금질 하는 건 오랜만이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아.

맞다.

그거다.


“뭔가 얻을 때까지. 죽기 싫고, 울기 싫고, 어리광부리기 싫을 때쯤, 아, 하고 뭔가 얻을 거야. 그거 얻을 때까지 담금질은 계속될 걸?”


근데, 이 특 새끼는 이미 있는 것 같단 말이지.

흑사는 뒷말을 아꼈다.

그 말을 하면 저 살아 있는 주둥이 담금질할 기회가 사라질 것 같기 때문이었다.

물론, 흑사의 성격상 그딴 거 개나 줘버리라고 하며 몽둥이 휘두르겠지만, 눈앞 꼬맹이 입이 그걸 가만두고 볼 일 없을 것 같다.

적사 까고, 제 마음 흔들게 한 주둥인데 뭐들 못할까.


그러니까―


저 살아 있는 주둥이.


눈치 빠른 특 녀석이 눈치까기 전에 얼른 해야지.


“살아서 보자지비.”


흑사는 몽둥이 크게 들고, 율과 같은 발음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율은 제 머리 위에서 크게 올라가는 몽둥이 가만히 보며, 흑사의 사투리 가만히 들으며 천천히 대답했다.


“그러지.”


정확한 어투였고, 반말이었다.


“······개새끼가.”


퍽!


***


이주간 율은 흑사에게 직접 담금질 당했다.

복날 개같이 당했다.

살아남았다.

그 뒤에는 치료받고, 휴식을 취한, 상품이자 송곳이 될 다른 아이들과 함께 또 담금질 당했다.

이번에는 흑사가 직접 움직이지 않았다.

흑사와 처음 함께 왔던 4명의 장정들이 담금질 했다.


“울어도 된다!”

“살려달라고 해도 된다!”

“어리광도 부려!”

“그런데 어쩌라고 이 개새끼들아!”

“죽어도 상관없어, 이 미천한 애새끼들!”


그들은 흑사와 같은 말을 했고, 흑사처럼 인정을 주지 않았다.

아이들이 살려달라고 울부짖고, 하늘이 쩌렁쩌렁 울릴 만큼 울어도 담금질은 멈추지 않았다.

치료받은 살이 터졌다.

터진 살은 더 찢어졌다.

피가 철철 흘러 땅을 젖셨다.

두들겨 맞음에 기절했다.

그래도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3일이 지났다.

피멍이 전신에 든 아이들은 여전히 살고 싶어 울었고, 살려달라고 빌었다.

물론, 잔혹한 담금질은 멈추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났다.

이젠 아이들의 입에선 살려달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울었지만, 처음처럼 하늘을 쩌렁쩌렁 울리진 않았다.

끅끅, 눈물을 삼키는 소리만이 담금질 하는 공터에 바람처럼 흘렀다.

잔뜩 몸을 웅크린 거북이들만이 공터에 가득했다.


10일이 지났다.

아이 하나가 담금질 중에 ‘끅!’ 하는 소리와 함께 죽었다.

그래도 담금질은 멈추지 않았다.

담금질은 진시 초(아침7시)부터 시작하여, 한 한식경(30분)동안 시작된다.

그리고 한식경 쉬고 나서, 다시 한식경 동안 시작되었다.

하루에 총 9번.

이름 모를 한 아이는 그 마지막 9번째 목숨이 다했고, 담금질이 끝나고 나서야 죽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어쭈? 한 놈 벌써 뒈졌어? 아니, 뭐, 이쯤 죽을 때가 되었던가?”


흑사는 담금질이 다 끝나는 해시쯤(오후9시) 나타났다.

보고 받고, 상태보고, 약이랑 붕대 던져주고 갔다.

싸구려였다.

그래도, 없어서 못 쓰는 귀중한 것들.

율과 아이들은 덕분에 담금질 당하는 동안 스스로 치료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싸구려 약과 붕대 가지고 와서 던져주고 가려다, 아이 하나가 죽었다는 것을 흑사는 보고 받았다.


“야, 가서 숲속 아무 곳에나 버려둬라.”

“예.”


시체가 되었어도, 담금질 당해 형체가 박살이 난 아이는, 그렇게 아무렇게 버려졌다.


“······.”

“······.”


율과 살아남은 아이들은 서로서로, 싸구려 약과 붕대로 묵묵히 치료하며, 그 모습, 그 말을 들었다.

마음속에 뭔가 꿈틀거렸다.


그렇게 다시 4일이 흘렀다.



담금질 이주차.


그날의 담금질이 끝나고, 해시가 되니, 어김없이 흑사가 나타났다.

흑사는 언제나처럼 붕대와 약을 던져주려다, 잠깐 행동을 멈췄다.

그리고 허리 숙여 율과 아이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았다.

촌각 정도 흐른다.

굽혔던 흑사의 허리가 펴졌다.


“합격. 독기가 바짝 올랐네.”

“······가질 것이 그것이였지비?”


율이 묻는다.

독사가 율을 쳐다보았다.


“이 새끼는 이주간 두들겨 처맞아도 말을 제대로 할 생각을 하지 않네. 할 줄 아는 개새끼가.”

“가질 것이 그것이였지비?”

“······그래 새끼야. 그거다, 이 씨바새끼야. 아우, 씨발. 하염없이 변치 않아 참 좋겠다, 이 씨발놈아.”


쌍욕을 하고.

독사는 품 안에 든 책자 하나는 툭 하고 율 앞에 던져주었다.

율이 이게 뭐냐고 묻기도 전에 흑사가 대답했다.


“토납법(吐納法)이다.”

“토납법?”

“그래, 인마. 몸을 더 튼튼히 해주는 내공단련 토납법이다. 뭐, 혹시나 신공이라 생각하지마. 저잣거리에서도 사고파는 삼류무공이니까. 노인네들 건강 생각하며 자주 익히는 거고. 뭐, 소용은 없다지만.”


낄낄낄.


“소용없는 걸 왜 익히라 하는 지비.”

“노인네들이 익히는 건, 그냥 심신 수련용이고. 지금 주는 건 진짜 몸 탄탄히 해주는 거니까. 아무리 그래도 저잣거리 서점에서 파는 무공서가 진짜겠냐. 삼류무공이라도 중요한 건 다 빼고 팔지.”

“······.”

“뭐, 중요한 건 그건 아니고. 이제부터 그걸 익혀라.”

“이유가 뭐지비?”

“뭐긴 새끼야. 삼일 간 푹 쉬게 한 뒤에, 본격적인 담금질을 시작하려는 거지. 그동안 두들겨 맞은 담금질이 그리워질 진짜 담금질.”


흑사가 뱀 눈깔 띄고, 입꼬리를 귀밑까지 씩 올리며 웃었다.


“그러니까, 익혀. 삼일간 바싹. 이번엔 애새끼 하나가 아니라, 니들 전원이 죽어도 모를 진또배기 담금질이니까.”

“······.”


그 말을 남기고선 흑사는 자리를 떠났다.

이어서 3일째 아침이 율과 아이들이 맞이했을 땐.

흑사의 말은 진실이 되어 율과 아이들을 덮쳤다.


***


처음에는 나무로 된 몽둥이었다.

그 뒤에는 철심이 박힌 나무 몽둥이었고, 마지막은 철로 된 몽둥이었다.

담금질을 당했고, 그 뒤에는 지옥 같은 단련이 있었다.

아니, 단련이라는 이름의 고문이 있었다.

산을 뛰었고, 절벽을 올랐으며, 강물에 틀어박혔다.

제한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을 넘기면 담금질은 길어졌으며, 밥은 제한이 되었다.

잘 곳은 거지 같았고, 눈을 뜨면 지옥 같은 일들은 있었지만, 밥은 기막히게 잘 나왔다.

매끼마다 고기가 제공되었으니까.

그래서 식사시간은 아이들에게 있어 지옥 같은 시간을 꿋꿋이 버티게 하는 유일한 원동력이었다.

그 원동력이 제한이 되었다.

지옥 같은 고문을 견디고 넘겨야 하는 그 제한시간을 넘길 때마다 제한이 되었다.

첫 이주간 담금질 당하며 독기가 올랐던 율과 아이들은 더더욱 독해졌고, 어떻게든 제한시간 내에 고문 같은 훈련을 완수하기 위히 피똥 샀다.

그렇게 1년, 2년이 지났다.

율과 아이들은 제한시간 내 훈련을 완수했다.

그리고, 그날은 아이 하나가 더 죽었다.

완수했다는 기쁜 표정을 짓고서.


“이야. 다들 잘 컸네.”


두 번째 아이가 죽던 날 밤.

흑사가 찾아왔다.

흑사는 토납법을 준 뒤, 율과 아이들을 찾아오지 않았다.

정말, 딱 2년 만에 그 얼굴을 비췄다.


“오늘, 애새끼기 하나 더 죽었다던데, 그래도 여기까지 온 보람으로 이번에는 땅에 묻었다. 잘했지?”


칭찬을 바라는 흑사를 율과 아이들은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거, 애새끼들 눈 살벌한 거 봐라. 독기 더욱 바짝 올라서 너무 좋네. 말 길어봤자 우리 새끼 독사들 쉬는 거 방해할 것 같으니, 짧게 말할게. 일주일 뒤, 상품 가치를 알아볼거다.”

“······무슨 말이지비.”

“아니, 이 새끼는 2년이 지나도 사투리 쓰는 척 하네.”

“무슨 말이지비.”

“······개새끼, 진짜. 됐다. 말 길게 해봤자 뭐하냐.”

“무슨 말이지비?”

“니 새끼들 첫 출전이라고, 이 개새끼야!”


일주일 뒤.

율과 아이들은 송곳, 그리고 상품이 되어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


율은 2년간 아침과 낮, 초저녁까지 두들겨 맞고, 훈련, 단련이라는 이름의 지옥 같은 고문을 받았다.

이후, 저녁을 먹은 뒤에는 담금질하는 흑사의 부하들에게 참된 교육을 받았다.


“사람이 가장 안심할 때가 언제냐! 잘 때! 똥간을 갈 때! 여자를 안을 때! 술 처먹을 때다!”

“그때가 어? 송곳이든 칼침이든, 도침이든 박아넣기 딱 좋다! 숨구멍 콱 막아 죽이기 딱 좋다!”

“머릿속에 새겨 넣어라! 그리고 알아서 응용하고, 상상해라! 나중에 응용을 잘했는지 알아볼 테니까!”

“못해? 그럼 씨발, 쳐 두들겨 맞아야지, 이 개새끼들아!”


율은 두들겨 맞으면 지식이 늘어날 수 있고, 응용법을 무궁히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실전에서는 배운 교육과 알게 된 응용법은 함부로 사용했다가는 X된다는 것을 알았다.


죽을 뻔했고, 실패할 뻔했으니까.


그 덕분에 배운 교육을 잘 사용하려면, 사람을 속여야 한다는 법을 알게 되었다.

경험과 실전만큼 정말 좋은 공부법은 없었다.

율과 함께, 첫 실전에 살아남은 아이들도 깨달았다.

그래서 율과 남은 아이들은 첫 실전 이후, 누군가의 아들이 되었고, 누군가의 노예가 되었다.

또 거리의 거지가 되었고, 객점의 점소이가 되었으며, 동네 바보가 되었다.

사창가를 떠도는 아이가 되었고, 사창가에서 낳은 아이가 되었으며, 또 어느 부잣집의 사생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목표물을 안심하게 만들고, 방심할 때 송곳이 되어 목표물의 모가지에 이빨을 처 박아넣었다.


‘송곳은 무슨. 살수지.’


신분을 속여, 방심하고 안심한 사이 목표물의 모가지에 송곳을 푹 꽂아 넣는다.

말이야, 상품, 송곳이지, 하는 행동은 영락없는 살수였다.

그래.

흑사는, 그리고 흑사, 적사, 탐사, 그 인간들이 몸 담고 있는 곳에서 송곳이라며 키워낸 자신들은 살수였다.


‘뱀 놈들 밑에서 담금질 당하는 살수, 송곳들은 많다. 그중에서도 흑사 아래 교육을 받는 우리들은 그저 그런 송곳, 살수가 아닌, 일급이상의 살수.’


이걸 언제 알게 되었을까?

생각이 났다.

첫 실전 이후, 3년이 지났을 때였다.

누군가의 망나니 아들 친구가 되었을 때였다.

어쩌다 같은 곳에 몸담은 송곳을 만났고, 이야기 나누다 보니, 삼류, 이류, 일류급으로 나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육도 달랐고, 수도 달랐고. 어쩐지, 이게 맞나 싶더라니만.’


어쩌겠는가.

이미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 버렸는데.

덕분에, 자신과 살아남은 4명의 아이들은 여전히 살아서, 특급과 특급 같은 일급으로서 활약중이지 않던가.

그리고 오늘도, 특급과 특급 같은 일급으로서 활약하기 위해 다들 위장중이었다.


마지막,


활약.


‘아들이었고, 노예였고, 점소이였고.’


그리고 지금은 ‘분(糞)’이다.

뒷간.

그 아래 가득한.

분 중 하나.


‘나는 분이다.’


분의 독기를 막아내는 방독면(防毒面)을 끼고.

분의 독기가 피부에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한 독피의(毒皮衣)를 입고.

방독면과 독피의는 전부 분의 색으로 칠해졌고, 그 위로 분을 대량으로 덮었다.

어두운 뒷간이라 할지라도 횃불로 비치면 훤하겠지만, 이러면 확실히 ‘분’이 될만했다.


‘나는―’


분이다.


율은 오늘 똥이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늑대의 이빨은 하늘을 꿰뚫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리메이크 공지입니다^^ 24.07.24 48 0 -
10 제9화. 24.07.24 52 0 13쪽
9 제9화. 24.07.23 53 0 12쪽
8 제8화. 24.07.22 68 0 15쪽
7 제7화. 24.07.21 65 0 13쪽
6 제6화 24.07.20 71 1 12쪽
5 제5편 24.07.19 69 1 12쪽
4 제4화 24.07.18 69 1 17쪽
» 제3화 24.07.17 77 1 13쪽
2 제2화 24.07.16 106 1 16쪽
1 제1화 24.07.16 170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