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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타롯 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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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2.05.11 20:41
최근연재일 :
2022.09.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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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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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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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스타롯 10장 6화

DUMMY

노르아드 산까지 순식간이었다. 문제는 그 산을 타고 올라가야만 했다. 게다가 밤이라 마법사들이 만든 빛에 의존하며 어둠 속을 걸어갔다.


“설마, 1시간 동안 걷는다는 게 산을 말하는 것이었어?”


“그렇습니다. 아스타롯님.”


마법사는 예의바르게 대답했지만 아스타롯은 그의 얼굴을 한 대 갈겨버리고 싶었다. 아스타롯은 다한을 쳐다봤다. 다한은 아스타롯의 업어주세요 눈길을 애써 피하며 말했다.


“나도... 나도 걷는 게 힘들어. 그러니. 네가 알아서 걸어.”


“쳇, 누가 뭐래.”


아스타롯은 속으로 다한을 실컷 욕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다한과 아스타롯이 지식의 탑에 도착했을 때, 기진맥진했다. 산이 험해 넘어지고 미끄러지기를 수차례 반복했기 때문이다. 마법사들은 다한과 아스타롯을 절대 도와주지 않았다. 그들도 뭔가 계속 주문을 읊고 있어 도와달라는 부탁을 할 수 없었다.


지식의 탑의 모습을 어둡고 안개가 껴서 잘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음산한 불빛을 내는 가스등 2개와 그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문이 전부였다. 다한은 전에 왔을 때도 안개가 껴있고 지금도 껴있지만 그런가보구나 생각했지만 아스타롯은 안개가 분명 마법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 확신했다.


마법사가 문을 마치 모스부호처럼 두드리자 문은 끼이익하는 낡은 소리와 함께 열렸다. 안으로 들어간 지식의 탑은 바깥처럼 밝지 않았다. 군데군데 켜있는 촛불이 어두운 건물 내부를 간신히 보여줄 뿐이었다.


카운터처럼 보이는 곳에는 거대한 소머리를 한 자가 지루한 듯이 앉아 있었다. 다한은 그 사람이 너무 신기해서 계속 쳐다보았다. 아스타롯은 그 소머리가 마법에 실패한 얼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소머리가 너무 박력이 있어 눈을 뗄 수 없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하지만 마법사들은 소머리에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 다한과 아스타롯은 그 기괴한 자를 피해 마법사를 쫓아갔다.


둘은 작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방으로 안내되었다. 그곳에는 작달만한 키에 얼굴이 하얀 수염으로 뒤덮인 자가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의자에 기대며 긴 파이프를 물고 있었다. 그 자는 다한과 아스타롯이 들어선 모습을 보자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이에 비해 굉장히 정력적인 자였다.


“오! 다한님과 아스타롯님 아니십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한과 아스타롯이 경계의 눈빛을 내비치자 그 자는 그들을 데리고 온 마법사들을 나가라고 지시했다. 마법사들이 나가자 하얀 수염의 남자는 다시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마법사 조합원의 원장인 파이로 위드프리드입니다.”


갑자기 끝판왕을 만난 듯 파이로의 소개는 우아하지도 극적이지도 않았다. 다만 놀랐을 뿐이다.


사실상 세계 최고의 마법사 집단인, 마법사 조합원의 원장이라는 자가 있는 곳이 좁고 음침한 방에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렇게 작고 못생기고 위엄을 어디다 팔아먹었을 같이 생겼을 거라고 더더욱 상상을 못 했기 때문이다.


파이로는 그런 다한과 아스타롯의 표정을 보며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여유롭게 긴 연기를 뿜어내며 말했다.


“앉으십시오. 마법사 조합원에서 다한님과 아스타롯님을 이리로 모셔온 이유를...”


“잠깐!”


아스타롯이 소리쳤다.


“지금 꼭 그 얘기를 들어야 돼?”


“네?”


“우린 지금 피곤하다고. 간신히 페토까지 와서 쉬려는데 갑자기 정보원이란 놈들이 들이닥쳐서 제대로 쉬지도 못 했다고. 그리고 우린 지금 1시간이나 산을 타고 왔어. 그런 상태에서 갑자기 얘기를 시작하면 우리가 집중해서 들을 수 없잖아. 급한 일이 아니라면 우린 지금 쉬고 싶어.”


수염과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파이로의 눈이 번뜩거렸지만 다한과 아스타롯은 알아차리지 못 했다.


“그렇게 합죠. 급한 일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시간은 돈이기에 내일 아침을 먹고 얘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좋아. 그렇게 하지.”


“그럼 두 분을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같은 방으로 줘.”


“네?”


다한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아스타롯을 바라보았다.


“다한과 나는 지금까지 오면서 동거동락 해왔다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따로 떨어져 있기 싫어.”


“그렇게 원하신다면 그렇게 해드려야지요. 그럼, 내일 뵙죠.”


파이로가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았는데도 마법사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마법사는 다한과 아스타롯을 데리고 방으로 안내했다.


아스타롯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미로 같은 지식의 탑의 길을 외우려 했다. 하지만 방금 전 자신이 지나쳐온 길이 머리 위에 붙어있는 것을 보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식의 탑도 마법에 걸려 있어 공간이 비정상적으로 왜곡되어있는 것이다.


다한과 아스타롯은 2층 침대가 있는 작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정확히는 2층 침대 하나만 들어갈 공간 밖에 없을 정도로 좁디 좁은 방이었다.


“뭐가 이렇게...”


안내하던 마법사에게 불평을 하려했지만 마법사는 소리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하나 밖에 없는 돌아가는 길에, 다한과 아스타롯이 있었으니 말 그대로 사라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쳇, 행동하나는 재빠르네.”


아스타롯은 폐쇄공포증을 일으킬 것 같은 좁은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재빨리 2층에 올라섰다. 좁은 방이지만 천장이 높았다. 그래서 1층보다는 2층이 더 넓어 보였기 때문이다. 다한은 아쉬웠지만 아래 침대에 앉았다.


“그렇게 추레한 노인이 마법사 조합원 원장이라니.”


다한이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누가 아니래. 설마 그 거대한 마법사 집단을 우두머리가 그런 노친네라니. 하긴 외모가 실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왜 원장의 말을 끊었어?”


“너무 티나나?”


“티나지. 그런 일에 둔감한 나도 다 알 정도였는데.”


아스타롯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맞아. 둔감하긴 하지. 왜 내가 말을 중단하고 먼저 쉬려고 했는지도 모를 정도니.”


“설마... 함정에 빠진 거야?”


“함정에 빠진 거면 내가 여기에 계속 있겠냐! 아무리 머리가 나쁘다지만 머리 좀 굴러봐.”


다한은 그 말에 신경질이 났지만 참았다. 이러니저리니 해도 아스타롯의 말이 대개 옳았기 때문이다.


“너, 신성 주문 쓸 줄 알지?”


“응.”


“그러면 장소를 정화시키는 주문을 써 봐.”


“왜?”


“잔말 말고.”


“하지만 여긴 마법사 조합원의 본거지인 지식의 탑이야. 만약 내가 신성 주문을 쓰면 바로 알 거야. 마법사들은 신성 주문을 좋아하지 않아. 내가 신성 주문을 쓴다면 우린 여기서 쫓겨나거나 심하면 감금당할 수도 있겠지.”


“아니, 저들이 우릴 필요해서 부른 것이니 신성 주문을 써도 저들은 우릴 쫓아내거나 감금하지 않을 거야.”


다한은 미심적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아스타롯이 시킨 대로 장소를 정화시키는 신성 주문을 외웠다. 성기사들도 쓸 수 있는 초급 신성 주문이었다.


주문이 발하자 부드러운 약한 빛이 좁은 방은 감쌌다. 다한은 마법사들이 들이닥치지 않기를 빌었다. 그 사이 아스타롯은 방안 곳곳을 살폈다.


아스타롯은 방안을 살피다 문 한가운데, 천정 한가운데 그리고 방안 네 귀퉁이에 빛이 여전히 머무는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다가가니 음각으로 희미하게 새겨진 문양이었다. 아스타롯은 다한에게 손짓했다.


“왜...”


“쉿!”


아스타롯이 조용하라고 강한 제스처를 취하자 다한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다한에게 문양을 없애버리라는 손짓을 행했다. 다한은 ‘왜 없애?’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참고 아스타롯이 시키는 대로 빛이 머문 문양을 없앴다.


“휴, 이제야 됐군.”


“이제 말해도 돼?”


“어. 해도 돼.”


“도대체 무슨 일이야.”


“사실 파이론가 뭔가하는 노친네 말을 끊은 것은 너와 단 둘이 대화를 하기 위해서야. 아아, 또, 또, 이상한 의미로 받아들인다. 이 멍청아. 잘 생각해봐. 오직 돈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 마법사 조합원이왜 한 푼의 가치도 없는 우리들을 도와주겠어. 어?”


듣고 보니 그러했다.


“그럼 왜 우릴 도와주는 거지?”


“그건 나도 모르지. 내가 신이냐. 암튼 상대방의 의도도 모르는데 지금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패를 쓸데없이 보여줄 필요는 없는 거지. 그래서 너와 나 둘이 남아서 입을 맞추려고 그런 거야.”


“평소처럼 네가 말하고 나는 그냥 닥치고 있으면 되지 않아?”


“나도 처음에 그러려고 했는데 그 노친네가 보통이 아닌 것 같아.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너와 내가 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거지.”


다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스타롯의 말을 수긍했다.


“그런데 왜 나에게 신성 주문을 쓰라고 한 거야? 그리고 그 이상한 문양은 뭐야? 왜 그걸 없애라고 한 거야?”


“바보야. 저건 도청 마법이잖아.”


“도청 마법?”


“그래. 도청 마법. 왜 이리 좁은 방에 우릴 집어넣었나 했더니 아무래도 너와 내가 대화하는 것을 도청하겠다는 의미지. 하긴 좁은 방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속이 시커먼 놈들의 아지트라면 분명 이런 마법을 설치했을 거라고 예상했지.”


“아니, 이 녀석들을!”


“자리에 앉아. 나가서 얘기한다고 달라질 것 같아. 여긴 정글이야. 당한 놈이 머저리인 곳이야. 마치 북(北)처럼. 그래서 니가 신성 주문을 써도 저쪽에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지. 만약 신성 주문이 쓴 걸로 트집을 잡으면 우린 도청 마법에 대해 트집을 잡을 수 있으니까.”


다한은 이런 모든 것을 예상이라고 한 아스타롯이 자신 편이라는 사실이 너무 든든했다.


“아, 쫌 그렇게 끈적끈적하고 느끼한 표정으로 날 보지 좀 말아줘.”


아스타롯이 다한의 시선을 회피하며 말하자 다한은 방금 전까지 느꼈던 감정은 소독용 알콜 증발하듯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럼 우리가 무슨 말을 맞춰야 하는데?”


“3가지가 있어. 첫 번째가 내가 북(北)의 마왕으로서 아직도 그 권위와 지위가 보장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해. 지금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마왕정규군의 바로 내 직속 군대라는 것을 어필하면 될 거야. 그래야만 저들이 우리들을 얕잡아 보지 않을 테니까.

두 번째가 내가 홍염의 창 매그넌스를 소환할 수 있는 것을 숨겨야 돼. 매그넌스는 우리들의 비장의 카드니 절대 보여주면 안 돼. 만약 일이 잘못되면 여길 빠져나갈 수단이 필요하니까. 그러니 절대로 홍염의 창 매그넌스에 대해 발설하지 마.

마지막으로 주신전이 아직 우리들을 완전히 버렸다는 것을 보여주면 안 돼. 세상에 보여주는 사실과 주신전 내부에서 보여주는 사실은 다르다는 말로 그를 설득하면 될 거야. 사실 우리들은 주신전의 비밀 칙령을 받고 움직이고 있다는 식으로 말야. 알겠어. 다한?”


“하지만 그게 잘 통할까? 상대방은 네가 보통이 아니라고 할 정돈데.”


“네가 쓸데없이 입을 놀리지만 않으면 할 수 있어. 어떤 누구라도 나를 말로써 이길 수 없지.”


“대단한 자신감인데.”


“당연하지. 그건 그렇고 내가 했던 말은 잘 이해했겠지.”


“어... 어, 응.”


“이해하지 못 한 것 같은데?”


“반... 반쯤은 이해했어.”


“반쯤 이해해선 안 돼. 완벽하게 이해를 해야 해. 그러니 자기 전에 우리들은 계속 말을 맞출 거야. 그러니 잘 외워. 알겠어. 다한!”


다한은 침대에 앉아 있으니 눕고 싶어졌다. 오랜만에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자고 싶었지만 아스타롯의 얼굴을 보니 다 외우기 전에는 잠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네 돌머리의 한계는 잘 알고 있으니까. 말하지 말라는 부분만 기억해둬. 이것만 외우면 그만 자자.”


빨리 잘 수 있다는 말에 돌머리라는 말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진짜? 그럼 빨리 뭘 외워야 하는지 말해봐.”


“우선, 나에 대해 절대 발설하지 마. 물어보면 에스텔은 잘 알지만 마왕 아스타롯은 전혀 모른다고 말해. 그리고 투아난에서 시작해서 내가 홍염의 창 매그넌스를 썼던 사실은 모두 잊어버려. 아예 생각도 하지 말고. 그리고...”


말하지 않아야 될 부분이 너무 많았다. 다한은 과연 오늘 밤에 잘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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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아스타롯 7장 4화 22.06.17 51 0 14쪽
40 아스타롯 7장 3화 22.06.16 47 0 16쪽
39 아스타롯 7장 2화 22.06.15 51 0 11쪽
38 아스타롯 7장 1화 22.06.14 7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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