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타롯 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2.05.11 20:41
최근연재일 :
2022.09.21 18:0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6,926
추천수 :
30
글자수 :
527,976

작성
22.07.12 19:30
조회
45
추천
0
글자
10쪽

아스타롯 8장 8화

DUMMY

대신관회의에서 공개처형일 전까지 에스텔의 봉인을 해제하는 방법을 모색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에스텔을 마왕 아스타롯이라고 몰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주신전 역사상 손에 꼽히는 성인을 그런 식으로 오명을 덮어 씌운 채 죽이자니 그 후에 벌어질 후폭풍과 주신전의 역사에 오점을 남길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에스텔을 죽이지 않으면 주신전의 역사는 지금 끝날 수도 있다.


“에스텔님의 이상 증세는 정확히 어떤가?”


“과거의 일을 잘 기억하시지 못하고 마왕 아스타롯의 인격이 묻어나올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델리아에서 기적을 행하시고 아직 치유의 힘을 가지고 계십니다.”


“인격이 묻어 나온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말을 거칠게 하시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실 때가 있습니다.”


“심각할 정도인가?”


“아닙니다.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다한은 아스타롯이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방법을 찾지 못한 주신전이 자신과 에스텔을 둘 다 죽일거라고. 그래서 다한은 대신관 오렘에게 말했던 것처럼 모든 사실을 다 말할 수 없었다.


마이어는 잠깐 대신관들과 작은 소리로 얘기를 나누었다. 어차피 결론은 이미 나와 있었다. 대신관 마이어는 드디어 본론에 들어가기로 했다.


“성기사 다한. 자네를 먼저 델루로스로 소환한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네.”


대신관 마이어의 말투가 바뀐 것을 봐서 이제부터 심각한 얘기, 즉, 에스텔의 처분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이상하게 심장이 요동치고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다한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마이어 역시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잠시 침묵을 하던 마이어는 결심을 굳힌 듯 말을 이어나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대신관 회의에서 성녀 에스텔을 마왕 아스타롯으로 규정해 사흘 뒤 정오에 델루로스 광장에서 공개처형을 하기로 했네.”


“네?”


다한은 무례하게 반문을 했지만 지금 회의장에서 그것을 지적한 사람들은 없었다. 아니, 알아차린 사람들도 없었다. 다한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무슨 말실수를 한 것이 있는 줄 알았다.


“그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들은 그대로라네.”


“하지만... 하지만 그 분은... 성녀 에스텔님입니다.”


다한은 대신관들이 에스텔이 아스타롯인 것을 눈치 챘다고 생각했다.


“우리들도 잘 알고 있네.”


하지만 말투로 봐선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럼 그 분 안에 봉인된 마왕 아스타롯을 제거하는 방법을 찾지 못 하신 겁니까?”


“그것도 이유 중 하나지.”


“더 큰 이유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마이어는 신관을 시켜 다한에게 양피지로 된 서신을 보여주었다. 희미한 촛불에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서신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전멸했다고 생각된 마왕정규군이 공개적으로 성녀 에스텔의 죽음을 요구한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마왕정규군은 전멸했습니다. 이 서신을 보낸 자는 가짜입니다. 왜 주신전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서신을 가지고 성녀 에스텔님을 해하려 하십니까?”


“나도 이 서신을 보낸 군대가 마왕정규군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다네.”


마이어는 잠깐 뜸을 들여 극적인 연출을 만들어냈다. 다한은 마른 침을 삼켜 마이어의 연출을 만족시켜주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 군대가 마왕정규군이라는 건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네. 중요한 사실은 이 군대의 병력이 300만이 넘으며 코르로판 왕국을 단 하루 만에 멸망시켰지.”


다한은 아무 말이 없었다. 솔직히 강력한 군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서(西)의 힘을 단결시킨다면 못 막을 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에도 그와 비슷한 규모의 마왕군대를 막아낸 적이 있으니 말이다.


분명 위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싸우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고 주신전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에스텔을 처형시키자니 다한은 기가 찰 뿐이었다. 하지만 마이어에 이어진 말에 다한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무엇보다 용의 바다를 무릎 꿇게 만들었지.”


다한은 순간 멍해졌다. 300만 이라니 코르로판 왕국이니 하는 건 기억 속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용의 바다를 이겼다는 것은 다한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룡(邪龍) ‘카’를 직접 대면한 다한은 드래곤의 존재가 얼마나 굉장한지 경험으로 알았다. 그런 다한에게 용의 바다는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마치 전설 속에나 등장하는 바다처럼.


용의 바다에는 사룡(邪龍) ‘카’가 셀 수도 없이 많다. 뿐만 아니라 일곱 수호자와 사실상 세계의 왕이나 다름없는 드래곤로드 ‘카이사하임’이 있는 곳이다. 마왕정규군은 그런 곳을 상대로 이겼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그 설마... 그 용의 바다가...”


“그 설마라네. 마왕정규군은 용의 바다의 항복을 받아냈다네.”


다한은 반박할 말을 잃어버렸다.


“2차 십자군을 모집하기에는 이미 늦은데다가 이미 서(西)의 대부분의 왕국들이 마왕정규군 손아귀에 있다네.”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주신전이 주적(主敵)인 마왕정규군과 화친을 맺는다는 것은...”


“그거 아나? 성기사 다한. 불과 200년 전만 해도 아델만 왕국 또한 주신전의 주적 중 하나였다네.”


“하지만 아델만 왕국은 결국 주신전에 굴복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그 주체가 바뀔 뿐 달라진 것은 없네.”


용의 바다를 충격적인 말 때문에 다한은 아무 말도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우리도 성녀 에스텔님을 처형한다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들다네. 하지만 그렇다고 주신전의 신관, 성기사, 신도 2천만 명의 목숨을 담보로 마왕정규군과 전쟁을 벌일 수는 없다네. 성기사 다한. 이 결정을 받아들이게. 이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에스텔님도 분명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네.”


에스텔이라면 그렇겠지. 다한은 현명하게 이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아니, 낼 수가 없었다. 지금 다한은 배신감과 분노, 그리고 사람들의 목숨을 구해야 하는 성기사의 의무감이 뒤섞이면서 어찌해야 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다한은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메어왔다.


“저는... 저는... 이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자네가 받아들이건 받아들지 않건 상관없네. 우린 자네의 의견을 구하려고 부른 것이 아니니까.”


즉, 일을 좀 더 확실하기 위해 다한의 정보가 필요했을 뿐이라는 얘기였다.


“주신전을 위해 그렇게 봉사한 에스텔님을 어떻게 이렇게 대우하실 수 있으십니까!”


대신관 마이어는 상당히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도 이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네. 우리라고 에스텔님을 처형시키고 싶은겠는가. 성기사 다한. 자네는 주신전의 용사이자 성기사라네.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싶은가?”


다한을 무엇보다도 참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반박할 말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한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성기사라는 것이 무엇보다 저주스러웠다. 무력감과 자괴감 때문에 평소 침착하고 냉정한 감정이 들끓기 시작했다.


다한이 몸을 앞으로 내밀며 격렬한 비판을 하려 하자 주위에 있던 성기사들이 언제든지 다한을 제압할 수 있도록 자세를 취했다.


다한은 그때서야 왜 회의장 안에 성기사들이 있으면 오자마자 성검 클레시온을 반납을 요청했는지 깨달았다. 바로 난동을 부리는 자신을 제압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일련의 일들이 다한을 더 분노케 했다. 바로 옆에 있는 성기사를 때려눕히고 앞으로 달려 나가 대신관 마이어의 멱살이라고 쥐어 잡고 싶었다. 그때 아스타롯의 얼굴이 떠올랐다. 에스텔이 아니라 아스타롯이.


그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려고 했을까? 분명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을 것이다. 지금 괜히 난동을 부려봤자 곧 제압당할 것이다. 분명 철문 밖에도 성기사들이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동을 벌인 자신은 감옥 같은 곳에 구금될 것이고 아스타롯에게도 혹시 모를 악영향을 미칠지도 몰랐다. 흥분과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다한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어느 정도 흥분이 가라앉자 좀 더 상황을 냉정하게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저는...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드리기 너무 어렵습니다. 하지만 대신관님들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대신관은 다한의 자제심에 감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난동을 부릴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알겠네. 자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겠네. 이 점은 명심해두게. 자네는 성기사이자 주신전 의 용사라네. 자네의 행동에 2천만 명의 목숨이 달려있다는 것을.”


다한은 그깟 용사라는 칭호 따위 개나 줘버리라는 말을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대신관 마이어의 말대로 2천만 명의 목숨을 에스텔이 아니더라도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다한은 주신전의 왼편 건물 탑 꼭대기 방에 머물게 되었다. 대신관들은 혹시라도 발생하는 일에 대비한 것이다. 탑은 높았고 출구는 문은 하나 밖에 없었다. 문 밖에는 2명의 성기사들이 보초를 섰다.


이곳은 감옥에 넣기에 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귀빈들이나 사람들을 감금하기 위한 곳이었다. 그래서 내부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게 종교적인 곳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꾸며져 있었다. 물푸레나무로 만들어진 책상과 침대, 그리고 양털로 짠 양탄자와 하얀 무명천으로 만든 커튼이 달려 있었다.


혼자 방에 남게 되자 다한은 소리를 지르면서 방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침대에 누운 다한은 무슨 좋은 계획이라도 생각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무런 계획도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멍하니 침대에 누으면서 해가 질 때까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제 하루가 끝났다. 에스텔의 공개처형 일까지 이제 이틀 남았다. 계속 침대에 누은 다한은 그대로 잠에 빠지고 말았다. 그에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너무도 힘든 하루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스타롯 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5 아스타롯 10장 2화 22.07.29 45 0 10쪽
64 아스타롯 10장 1화 22.07.28 43 0 12쪽
63 아스타롯 9장 7화 22.07.27 43 0 18쪽
62 아스타롯 9장 6화 22.07.26 42 0 14쪽
61 아스타롯 9장 5화 22.07.25 44 0 12쪽
60 아스타롯 9장 4화 22.07.22 43 0 19쪽
59 아스타롯 9장 3화 22.07.21 44 1 12쪽
58 아스타롯 9장 2화 22.07.20 45 0 13쪽
57 아스타롯 9장 1화 22.07.19 43 0 16쪽
56 아스타롯 8장 12화 22.07.18 43 0 14쪽
55 아스타롯 8장 11화 22.07.15 46 0 11쪽
54 아스타롯 8장 10화 22.07.14 46 0 16쪽
53 아스타롯 8장 9화 22.07.13 43 0 11쪽
» 아스타롯 8장 8화 22.07.12 45 0 10쪽
51 아스타롯 8장 7화 22.07.11 48 0 14쪽
50 아스타롯 8장 6화 22.07.08 45 0 12쪽
49 아스타롯 8장 5화 22.07.07 44 0 14쪽
48 아스타롯 8장 4화 22.07.06 44 0 10쪽
47 아스타롯 8장 3화 22.07.05 43 0 10쪽
46 아스타롯 8장 2화 22.07.04 44 0 10쪽
45 아스타롯 8장 1화 22.07.01 46 0 12쪽
44 아스타롯 7장 7화 22.06.22 46 0 15쪽
43 아스타롯 7장 6화 22.06.21 49 0 10쪽
42 아스타롯 7장 5화 22.06.20 49 0 14쪽
41 아스타롯 7장 4화 22.06.17 49 0 14쪽
40 아스타롯 7장 3화 22.06.16 47 0 16쪽
39 아스타롯 7장 2화 22.06.15 49 0 11쪽
38 아스타롯 7장 1화 22.06.14 79 0 10쪽
37 아스타롯 6장 6화 22.06.13 61 0 17쪽
36 아스타롯 6장 5화 22.06.10 51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