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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롯 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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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2.05.11 20:41
최근연재일 :
2022.09.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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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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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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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롯 9장 3화

DUMMY

먼소로가 델루로스로 떠나고 얼마 후, 마이어는 드디어 공고문을 완성했다. 아직 시간이 많아 잠깐 눈이라도 붙이고 싶었지만 엉망이 된 주신전을 수습하는 게 먼저였다.


잠을 잘 수 없었지만 퀭한 몰골로 시민들에게 나설 수 없었다. 델루로스 시민들에게 아직 주신전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우선 목욕을 하여 피로를 씻어낸 후 깨끗한 예복을 갈아입었다.


델루로스 광장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늘 처음으로 주신전에서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 때문이다. 주신전의 시민들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살기등등했다. 만약 주신전에서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면 폭동도 각오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용사 다한과 성녀 에스텔은 바로 그들에게 있어 주신전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주신전에서 마왕정규군의 요청을 받아 성녀 에스텔을 처형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목을 자르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델루로스 시민들은 끊임없이 해명을 요구했다. 물론 델루로스 시민들도 마왕정규군의 소문을 익히 들었지만 주신의 가호를 받는 델루로스와 주신의 군대인 성기사들이 결코 마왕정규군과 싸움에서 지지 않을 거란 헛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델루로스 시민들에게도 용의 바다는 너무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코르로판 왕국을 하루 만에 멸망시켰던 일을 더 높이 쳐준 시민들도 있었다.


그리고 주신전 역시 마음만 먹으면 코르로판 같은 작은 왕국을 하루 만에 멸망시킬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마왕정규군과 끝까지 항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만 갔다.


마이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은 지금 상황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인식시키는 일이었다. 마왕정규군의 강력함, 그리고 설마했던 에스텔이 진짜로 마왕 아스타롯이라는 것. 그래서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고 다시 예전처럼 안정되길 원했다.


마이어는 성난 시민들의 분노를 느끼며 연단 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주신전의 공표도, 델루로스 시민들의 분노도 아무 것도 실행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마왕정규군에서 사신이 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너무도 충격적인 사신이었다.


사신은 등장부터 극적이었다. 처음엔 거대한 그림자가 델루로스 광장을 지나쳐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상을 느꼈던 시민들은 아무도 없었다. 곧 비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학식 높은 고등 신관만이 이 비구름이 너무 부자연스럽게 느꼈을 뿐이다.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고 곧 천둥번개를 동반했다. 일부 시민들은 주신전의 행동에 분노한 신의 응답이라고 말했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시민들도 곧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누가 봐도 마왕정규군의 사신이 만든 비구름이기 때문이다.


사신의 등장으로 델루로스 시민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해산 시키게 만들었다. 해산도 모자라 대부분 시민들은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었다.


사신을 맞이해야 하는 마이어와 신관, 성기사들조차 주신전을 버리고 도망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긴 어느 누가 온몸이 벼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드래곤이 나타났는데 도망치고 싶지 않겠는가.


게다가 그냥 드래곤도 아니었다. 벼락을 토해내며, 어디까지가 날개고 어디까지가 벼락인 알 수 없는 황갈색 드래곤은 그리 흔한 드래곤이 아니다. 아니, 극히 드문 드래곤이다. 마이어가 알기론 그런 드래곤은 이 세상에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바로 뇌룡왕 ‘퀘아리브’.


벼락이 더더욱 기승을 부리며 뇌룡왕 ‘퀘아리브’의 포효를 대신했다. 그 모습에 주신전의 신관이나 성기사, 델루로스의 시민들은 사고를 정지시켜버렸다.


뇌룡왕 ‘퀘아리브’는 무정한 눈길로 델루로스를 바라보았다. 내키진 않았지만 그의 군주인 드래곤로드 ‘카이사하임’의 부탁이라 거절할 수 없었다. ‘카이사하임’은 절대 용의 바다의 일곱 수호자에게 명령을 내지지 않는다. 다만 부탁을 할 수 있다. 단지 거절할 수 없을 뿐이다.


하지만 사실 이 부탁은 ‘아스베인’의 명령이나 다름없었다. ‘아스베인’이 ‘카이사하임’에게 일곱 수호자 중 한 명을 사신으로 쓰겠다는 요청했다. 그리고 ‘카이사하임’은 그 요청을 받아 들여 자신이 지금 이 광신도들의 수도나 다름없는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사실 가장 큰 불만은 결국 사신으로 파견할 수 있는 일곱 수호자가 자신 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자존심 강한 빙룡왕 ‘이세리우스’가 이런 곳에 올 리가 없다. 명룡왕 ‘엘크다운’이 이곳에 왔다간 그 즉시 델루로스라는 곳을 멸망시켰을 것이다.


적룡왕 ‘카시우스’와 청룡왕 ‘비아스뉴마’는 아직도 싸우고 있다. 물론 적룡왕 ‘카시우스’의 잘못이다. 일곱 수호자 중 가장 젊은 드래곤인 적룡왕 ‘카시우스’는 자신의 힘을 시험해보고 싶어 한다. 아직 어리고 그 기분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래선 안 된다. 비룡왕 ‘미스타리우스’에게 호되게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하다.


마룡왕 ‘펠카론’은 비록 실력은 있지만 너무 경박하다. 저능아 같은 오크만큼이나 경박하다. 그래서 마룡왕 ‘펠카론’이 이 일을 하겠다고 자원했을 때, ‘퀘아리브’가 극구 반대하며 자신이 총대를 멘 것이다.


마룡왕 ‘펠카론’을 생각하니 갑자기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이게 다 마룡왕 ‘펠카론’ 때문이다. 어째서 ‘카이사하임’이 그런 경박한 드래곤에게 일곱 수호자의 지위를 선사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비룡왕 ‘미스타리우스’. 모든 일곱 수호자 중 가장 높이 날며 가장 이상한 드래곤이다. 모든 드래곤, 아니 모든 생물체를 통틀어 ‘미스타리우스’만큼 이상한 존재도 없을 것이다.


뇌룡왕 ‘퀘아리브’ 조차 ‘미스타리우스’의 실제 모습을 본 것은 손에 꼽을 정도고 그것도 멀리서 바라봤던 것이 전부였다. 일곱 수호자조차 비룡왕 ‘미스타리우스’가 정확히 어떤 드래곤인지 알지 못한다. 그저 높은 곳을 끝없이 날아다닐 것 빼곤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결국 마왕정규군의 사신으로 갈 드래곤이 뇌룡왕 ‘퀘아리브’ 밖에 없었다.


“듣거라! 델루로스여! 듣거라! 주신전이여! 나는 용의 바다 일곱 수호자 ‘퀘아리브’이다. 나는 마왕정규군의 대리인으로 그대들의 대답을 듣기 위해 왔노라.”


대신관 마이어는 저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자살하고 싶었다. 에스텔이 도망친 것을 계기로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소용없었다. 저 강대한 드래곤 앞에 어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마이어는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고 신관과 성기사의 호위를 받으며 뇌룡왕 ‘퀘아리브’ 앞으로 갔다.


언제나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는 델로루스지만 지금 빗소리 외에 적막감만 감돌았다. 집으로 숨은 사람들은 과연 내 집이 저 드래곤의 힘으로부터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드래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는 것만으로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 못한 마이어와 신관, 성기사들은 미칠 것 같았지만.


마이어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시도해도 소용없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올 줄 알고 있었느냐?”


“......”


무슨 말로 시작할지 몰라 대충 내뱉은 말을 저렇게 받아치니 달리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껏 많은 군주와 각료들을 상대로 노련한 정치 수완을 발휘해 온 마이어지만 이런 사신을 상대로 지금껏 쌓아온 경험은 아무 쓸모도 없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는 그대, 주신전의 답변만 들으면 되니까.”


마이어는 망설였다. 아직 마왕정규군의 관해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는데 지금 답변을 해야 한다면 여기 델루로스 시민들이 모두 그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신은 주신전 역사상 처음으로 외압에 굴복한 최초의 대신관으로 오점을 남기는 영광을 얻게 될 것이다.


원래 마이어의 계획은 에스텔을 처형한 뒤 모든 책임을 에스텔에게 넘기려고 했다.


에스텔을 처형함으로써 봉인된 마왕 아스타롯까지 함께 죽이려고 하는 것은 바로 에스텔의 의지이며 지금 새로운 북(北)의 신흥 세력이 자신들과 긴밀한 동맹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그래서 주신전을 억압하지 않으며, 서(西)와의 관계를 위해 주신전의 아량을 요구한다는 식으로 마치, 마왕정규군이 주신전에게 구걸하는 듯한 모습으로 공고문을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끝이다. 저 뇌룡왕 ‘퀘아리브’ 앞에서 도저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말해라. 주신전의 우두머리여. 그대는 분명 마왕정규군의 요구를 받았을 것이다.”


이제 끝이다. 마이어는 자신이 역사상 최악의 대신관으로 기록되는 것을 각오하며 말했다.


“마왕정규군의 모든 조건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첫째, 북(北)을 더 이상 주적으로 두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십자군을 파견한 전쟁 배상금은 모두 주신전에서 책임지겠습니다. 둘째, 주신전은 더 이상 종교로 다른 이민족들과 이교도들을 탄압하지 않겠습니다. 주신전의 ‘널리 포용하라’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종교에 대해 넓은 아량과 포용력으로 관대하게 대하겠습니다.”


“허!”


두 번째 말에 ‘퀘아리브’는 코웃음을 쳤다. 마이어는 심장이 떨리며 조마조마 했다. 최대한 머리를 굴리며 생각해낸 대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마이어의 최후의 자존심이라 물러설 수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조건인 마왕 아스타롯의 처형을 지금 당장 들어 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마왕 아스타롯이 어제 용사 다한과 함께 이곳을 도망쳤기 때문입니다.”


마이어는 일부로 마왕 아스타롯이라고 말했지만 뇌룡왕 ‘퀘아리브’는 관심이 없는 듯 했다.


“도망쳤다고?”


푸르륵거리는 모습이 마치 화가 난 듯 보였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분위기가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 추격대를 보내고 수배령을 내렸기에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에스텔이 도망쳤단 말이지?”


“네. 그런데...”


괜히 뇌룡와 ‘퀘아리브’의 기분을 언짢게 만들어 쓸데없이 델루로스를 부수는 일이 없었으면 했다.


“하하하. 도망쳤단 말이지!”


뇌룡왕 ‘퀘아리브’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자 마이어는 그 속을 더 알 수 없었다. 그는 왜 뇌룡왕 ‘퀘아리브’가 왜 웃는지 이유를 몰랐다. 정말 기분이 좋아 웃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실수에 어이가 없어 웃는지 알 수 없었다.


“알겠다. 주신전의 답변을 ‘그’에게 전해 주겠다. 조만간 ‘그’의 지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뇌룡왕 ‘퀘아리브’는 대답 대신 벼락 날개를 펄럭였다.


“나는 마왕정규군의 요청을 받고 대신 온 것이다. 나는 그저 너희들의 대답만 들으면 된 다. 그 외에는 관심이 없다. 너의 잘못이나 실수는 ‘그’에게 직접 말하라.”


“하지만 ‘그’가 누구입니까?”


“곧 알게 될 것이다.”


뇌룡왕 ‘퀘아리브’는 천천히 떠오르며 말했다.


“인간들은 왜 이리도 어리석은지. 자신들을 위해 봉사했던 자를, 마음만 먹으며 용의 바다를 멸망시킬 수 있는 자를 이리도 쉽게 내칠 수 있다니.”


마이어는 그 말이 누구를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만약 뇌룡왕 ‘퀘아리브’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자신들은 실로 엄청난 실수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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